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9
9.
9.
“허무하구만.”
월요일 오전 교육 시간을 맞이한 나는 한숨을 쉬었다.
연수원의 편의 시설이 워낙 훌륭했기 때문일까.
이것저것 하며 놀았던 주말은 순식간에 지나가 있었다.
“아, 먼저 와 계셨네요.”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김다영이 다가왔다.
아침마다 체력 단련을 하기 때문인지 약간 상기된 얼굴.
그리고 주말에 그녀와 이현석과도 잠깐 어울렸기 때문인지 지난 주보다도 훨씬 친근한 태도였다.
잠시 기다리자 이현석을 비롯한 다른 교육생들도 속속 강의실에 도착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았다.
오늘 새로 들어온다는 또 다른 교육생들 때문이었다.
“범죄자들이 온다는 게 오늘이었죠?”
“뭐, 별 일이야 있겠습니까.”
“B반이야 그렇다 쳐도 C반은 좀···”
김다영은 근심이 가득한 말투였다.
나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말했지만.
함께 있던 이현석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때 이수연이 단상에 나타났다.
“반갑습니다, 교육생 여러분. 좋은 주말 보내셨습니까?”
의례적인 인사를 마친 그녀는 먼저 몇 가지 소소한 전달 사항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비로소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주제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이제 곧 B반과 C반 인원이 들어올 예정입니다. 이에 대해 질문 있으십니까?”
이수연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몇 사람이 손을 들었다.
“몇 명이나 들어옵니까?”
“B반이 22명, C반이 13명입니다.”
“그렇게나 많이?”
“통제가 되기는 하는 겁니까?”
생각보다 많은 인원에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이수연은 담백하게 대응했다.
“물론입니다. 참고로, B반과 C반 인원은 여러분과 같은 방식으로 통제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죠.”
“그게 정확히 무슨 말입니까?”
“예를 들자면···군대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말에 몇몇 사람들이 미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군대에 그다지 좋은 기억은 없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C반에 대해서는 특히 강력한 통제가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들은 사형을 유예 받았을 뿐인 범죄자들입니다. 그러니 A반 여러분들께서는 그 부분을 염두에 두시고, 너무 놀라지 않기를 당부드립니다.”
그 말에 염려를 내뱉던 교육생들의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말로만 들어보면 니들 눈앞에서 때려 죽일지도 모르니 너무 놀라지 말라는 것처럼 들렸으니까.
하지만···그게 과연 말 뿐일까.
그 말을 하는 이수연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또한 곧바로 A반에 들어올 새로운 교육생 한 명을 소개해 드릴 겁니다.”
“A반에도요?”
“저희 연수원에 들어오기 전에 퇴마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간혹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불법이지만, 몇 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특히 정규 기관에서 특채된 경우-”
이수연은 편입생들에 대한 짧은 설명을 이어갔다.
결론은 그들이 이미 퇴마사 일을 하던 사람들이며, 정식 퇴마사 자격을 얻기 위해 연수원에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기본 교육에 해당하는 연수원 1주차 교육은 면제가 된다고 했다.
“공지 사항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럼 먼저 편입생들을 소개하죠.”
이수연이 손짓하자 조교가 강의실을 나섰다.
그리고 잠시 후, 조교는 처음 보는 여성과 함께 다시 돌아왔다.
“외국인인가 봐요!”
김다영이 흥미롭다는 얼굴로 속삭였다.
그녀의 말대로 편입생은 한국에서는 눈에 띄는 외견을 하고 있었다.
금발벽안도 모자라 수녀복이라니.
그래서 교육생들은 신기하다는 시선으로 편입생을 바라보았지만.
판타지 세계에서 성녀도 만났던 나에게는 그렇게 신선한 광경은 아니었다.
“그럼 편입생 분, 자기소개를.”
이수연의 말에 편입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는 굉장히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안녕, 하십니까. 교회의 모니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설픈 한국어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한국에 오래 살았다거나 한 건 아닌 모양이다.
또한 내내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어서 그녀가 그렇게 사교성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모니카 씨는 최근에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왔습니다. 아직 이곳의 분위기가 익숙치 않은 분인지라, 부디 배려 부탁드립니다.”
이수연이 한 마디를 거들었고, 그 사이 모니카는 자리로 쪼르르 이동해 앉았다.
가장 뒷자리, 그것도 주변에 사람 하나 없는 곳이었다.
“혹시 진짜 수녀분이신가요?”
교육생 중 누군가가 물었다.
모니카는 뚱한 표정으로 대답할 생각도 하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입을 연 것은 이수연이었다.
“수녀는 아닙니다. 저건 교회 소속의 퇴마사 제복이죠.”
“교회 소속이요?”
“자세한 건 곧 알게 되실 겁니다. 그보다···강의 시간이군요.”
이수연은 출구 쪽에 서 있던 조교를 돌아보았다.
“B, C반 인원들 입장시키세요.”
그러자 잠시 후, 푸른색의 죄수복을 입은 사람들 수십 명이 강의실로 들어왔다.
크게 3개로 나눠진 강의실의 좌석 중 A반이 가운데였고, 그들이 향한 곳은 왼쪽.
일반적인 범죄자들이 속해 있다는 B반의 자리였다.
그들은 5명의 조교의 통제 아래 움직였다.
“번호에 맞춰 앞자리부터 4명씩 채워서 앉습니다.”
딱딱한 목소리로 명령하는 조교들은 모르는 얼굴이 아니었다.
지난 주에 이수연을 도와 강의를 돕던 사람들이었다.
그때는 미소로 응대하며 친절한 공무원 같았던 이들.
하지만 지금, B반을 향한 그들의 태도는 완전히 돌변해 있었다.
그들은 마치 비정한 교도관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B반을 감시했다.
거기에 그 손에는 3단봉까지 들려 있어서, 위압감까지 느껴졌다.
“······”
한편 자리에 앉은 B반 인원들이 이쪽을 힐긋힐긋 훔쳐보았다.
하지만 그 뿐.
누구도 쉽게 말을 걸거나 하지는 못했다.
조교들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우리를 빤히 바라보지도 못했다.
“3번! 전방 주시합니다.”
숫자로 불린 누군가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수연의 말대로 철저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다음은, 흉악범들이 모여 있다는 C반이었다.
“움직여! 앞부터 둘씩 채워 앉아!”
사나운 노성과 함께 C반이 들어왔다.
구분을 위해서일까.
그들은 일반적인 청색의 죄수복이 아닌, 회색의 죄수복을 입고 있었다.
게다가 그 손에는 하나 같이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또한 그들을 호송하는 조교는 3단봉은 물론, 허리에는 권총까지 보였다.
엄격한 것을 넘어, 살벌하기까지 한 분위기.
하지만 역시 잃을 게 없는 흉악범들이라서일까.
C반의 인원들은 더욱 흉흉한 시선으로 전방을 노려보고 있었다.
“우와···”
이에 기가 질린 건지, 김다영이 그런 목소리를 냈다.
다른 사람들 역시 더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다만 한 사람.
이현석의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그의 얼굴은 사납게 일그러져 있었고, C반의 누군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현석 씨?”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이현석은 퍼뜩 정신을 차린 것처럼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의 일그러진 얼굴은 그대로였다.
C반에 원수진 놈이라도 있는 건가.
흉악범들만 모아놨다고 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혹시···아는 놈이라도 있는 겁니까?”
“···예.”
이현석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제 동료가 죽은 화재 사건의 원인은 고의적인 방화였습니다. 그리고 그 범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체포됐다고 들었죠.”
“설마 그 범인이···”
김다영의 말에 이현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이미 언질은 받았습니다. 경찰 측에서는 제가 허락하지 않으면 데려오지 않겠다고 했지만, 제가 허락하겠다고 했고요. 그런데 실제로 얼굴을 보니 속이 뒤틀리는군요.”
“···왜 그런 걸 허락하신 건가요?”
김다영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감옥에서 편히 썩는 것보다는 이쪽이 오히려 처벌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이현석에게 다른 말은 할 수 없었다.
그가 그런 판단을 내렸다면 내 쪽에서 뭐라고 할 건 아니었으니까.
“다 모이셨군요. 그럼 교육을 시작하겠습니다.”
때마침 이수연이 강의를 시작했다.
그녀의 뒤쪽으로 커다란 화면에 강의 자료가 띄워졌다.
B반과 C반이 추가되었지만 그녀는 지난 주와 다름 없는 태도로 강의를 이어갔다.
“오늘 주제는 퇴마 업계에서의 진로입니다. 여러분이 연수원을 마친 후 가게 될 직장에 대한 교육이니 주의 깊게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직장이라.
그리고 보니 이 연수원 자체는 퇴마사를 육성하는 곳이다.
교육을 이수한 후에는 퇴마 경찰이 돼도 되고, 아니면 공인 기관이나 사설 단체에 들어가도 된다고 했었지.
“먼저 경찰입니다.”
이수연은 직장으로써의 경찰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괜찮은 대우를 받는 공무원이라는 점 등.
대부분 가장 처음, 소피아에게 들었던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경찰은 모든 퇴마 사건에 대한 우선 수사권을 갖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경찰 인력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경찰은 정부가 인정한 세 곳의 공인 기관과 협력하죠. 이 공인 기관들은 여러분이 선택할 수 있는 직장이기도 합니다.”
강의 자료의 페이지가 넘어갔다.
페이지에 적힌 공인 기관은 총 세곳.
교회, 법당, 그리고 LB 아카데미였다.
편입생인 모니카가 소속되어 있다는 교회가 저기였나.
“공인 기관 중 첫 번째로 소개드릴 곳은 교회입니다. 교회는 알고 계시다시피 기독교 계열의 기관으로, 글로벌한 퇴마 단체입니다. 또한 이들의 퇴마 방식은 특히 서양권에서 오랜 역사에 걸쳐져 행해져 왔습니다. 엑소시스트라는 말의 근원이 된 곳으로-”
이수연의 강의를 듣던 나는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이수연의 시선이 지금까지 A반을 벗어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마치 이곳에 A반만이 존재한다는 것처럼.
“이들의 강점은 강력한 신기입니다. 성경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교회에는 성물이라 불리는 신기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죠.”
그 말에 나는 슬쩍 모니카를 바라보았다.
교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음에도 여전히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무장은 보이지 않는다.
신기를 들고 오지 않은 건가.
교회의 자랑이라길래 한번 구경이나 할까 했는데, 아쉽게 되었다.
“다음은 법당입니다. 교회가 서양의 역사적인 퇴마 단체라면, 불교 계열의 기관인 법당은 동양의 역사와 함께하는 곳이죠.”
법당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강한 신기로 대표되는 교회와는 달리, 신기가 아닌 퇴마사 개인의 수련을 중시하는 곳이라고 한다.
경찰이 싫다면 믿는 종교대로 가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나는 딱히 종교라고 할 게 없었다.
그러니 교회도 법당도 나에게는 큰 메리트가 없어 보였다.
그럼 남은 곳은 하나인가.
LB 아카데미.
이름만 보고서는 아무 것도 짐작할 수 없는 곳이었다.
“세 번째는 LB 아카데미. 이곳의 기원은 한국의 토속 신앙을 기반으로 한 퇴마사들, 즉 무당입니다. 종교적인 측면에서 보면 도교가 가장 가깝지만, 토속 신앙이 그렇듯 여러 종교가 복합적으로-”
무당이라.
칼 위에서 춤이라도 출 것 같은 그 단어에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지만, 곧 의외의 사실이 이어졌다.
“LB 아카데미의 특징은 유연성입니다. 때문에 공인 기관 중에는 가장 현대화된 곳이기도 하죠. 특히 최근에는 퇴마 업계에 과학 기술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성공해서, 현재는 연구원도 모집 중입니다. 이과 관련 전공자의 경우, 연구직으로 지원할 수도 있습니다.”
연구직이라는 말에 몇몇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특히 내 옆에 있던 김다영이 그랬다.
하기야 그녀는 령과 싸우는 데 그리 소질이 없어 보이긴 했으니.
연구직을 선호하기엔 충분한 동기였다.
“공인 기관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외인 기관이 있습니다. 정부의 정규 기관 외에 퇴마 활동 허가를 받은 퇴마사들의 사설 단체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대우는 정부나 공인 기관에 비해 좋지 않지만 자유로운 풍조를 바탕으로-”
대우는 좋지 않지만, 자유롭다라.
그다지 끌리는 조건은 아니었다.
결국 전체적으로 보면 경찰은 공무원, 공인 기관은 대기업, 외인 기관은 중소기업 같은 느낌.
그렇다면 역시···내가 갈 길은 하나 뿐인가.
“역시 경찰이 좋겠어.”
딱히 눈에 띄는 조건은 없었기에, 대기업 연봉을 받는 공무원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내 진로를 결정하는 사이, 이수연의 강의가 이어졌다.
“여기까지가 연수원 수료 후, 여러분들이 선택하실 수 있는 직장입니다. 그럼 다음은 각 취직처에 맞는 조건을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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