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91
91.
“……”
저녁 8시, 대전의 한 호텔.
호텔의 최상층에 있는 스위트룸에는 국제 수배 중인 마인, 사브리나가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갈색의 피부를 가진 그녀는 샛노란 늑대의 눈동자를 빛내며 자신의 신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에는 짐승의 털로 만든 장갑과 꼬리로 만든 허리띠 등, 늑대 인간과 관련된 수많은 신기들이 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짐승의 이빨과 발톱을 엮어 만든 흉갑이었다.
뼈로 만든 탓인지 생김새는 일반적인 갑옷과는 현격히 다르다.
밖을 향해 날을 세운 뼈들은 마치 성게의 바늘처럼 위협적이고, 한쪽 어깨 부분만 크게 올라간 비대칭적인 흉갑의 구조는 그 전체가 괴물의 아가리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그 예사롭지 않은 흉갑의 중심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곳은 아직 그녀가 손에 넣지 못한 단 하나의 귀물.
라이칸스로프의 첫 번째 송곳니가 들어갈 자리였다.
“이제 하나만 더 모으면…”
사브리나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유창한 루마니아어였다.
그녀의 눈동자에 욕망이 소용돌이쳤다.
최초의 늑대 인간이 남긴 22개의 이빨.
지금 사브리나는 그중 21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귀물이라 불리는 라이칸스로프의 어금니는 그 하나하나가 신묘한 힘을 품고 있다.
다른 멍청한 놈들은 그걸 단순히 인간의 늑대 인간화에 사용했지만.
사실 그 이빨들은 완전한 늑대 인간, 즉 라이칸스로프에 다다르게 하는 귀중한 요소들인 셈이었다.
그리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21개의 이빨을 여기까지 모은 것은, 최초의 늑대 인간 본인을 제외한다면 역사상에서도 오직 그녀만이 이룬 쾌거.
그래서 그녀는 그 마지막 한 조각을 찾기 위해 이 극동의 땅까지 오게 되었고.
지금 그것을 움켜쥐고 있는 화랑과 신경전을 펼치고 있었다.
“등신 같은 새끼들.”
화랑이라는 존재에 생각이 미치자, 사브리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제 겨우 완성에 도달하기까지 딱 한 걸음 남았건만.
같잖은 놈들이 되먹지도 않은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이미 사전 조사를 통해 마지막 송곳니가 화랑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거래를 틀어버리려고 하다니.
분명 어디서인가, 사브리나가 라이칸스로프의 이빨들을 모으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리라.
“다음은…본사를 들이 받아볼까.”
그래서 사브리나는 화랑의 지사들을 여러 번 공격했다.
어차피 화랑은 경찰에 도움을 청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여기서 서울 한복판에 있는 본사를 때려 부순다면 아무리 화랑이라도 이 이상 수작을 부리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사브리나는 결심을 굳혔다.
그 순간.
“크르르…”
무언가를 감지한 그녀의 입가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라이칸스로프가 가진 능력인 위협 감지였다.
그 발동 범위만 2Km에 이르는 광역 감시 스킬.
영력을 일정 수치 이상 보유한 인간, 즉 퇴마사나 마인이 그녀의 영역에 들어올 경우 이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설마 화랑이 여기까지 추적해온 걸까.
그렇게 생각한 사브리나는 호텔 창문에서 밖을 내려다보았다.
화려하게 빛나는 도시의 야경 속에서도 그녀가 노려보는 것은 호텔 바로 앞의 도로.
그녀가 이상을 감지한 위치에서부터 일직선으로 통하는 대로였다.
하지만 잠시 후 그곳을 지나는 것은,
“경찰…?”
평범한 경찰차였다.
그리고 그 경찰차 내부에서는 분명 퇴마사의 기척이 느껴졌다.
게다가 거기서 풍기는 위협의 냄새는 그다지 진하지 않다.
사브리나가 이길 수 없는 강력한 퇴마사는 아니라는 말.
그래서 사브리나는 날카롭게 붙잡았던 긴장의 끈을 서서히 놓았다.
이 타이밍에 경찰이 자신을 찾아올 이유는 없었다.
화랑이 경찰과 손을 잡았을 리는 없으니까.
아니…설령 손을 잡았다 해도,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사브리나라는 국제 수배자를 추적하는데 겨우 저 수준의 퇴마사 둘을 보냈을 리가 없으니.
그럼…결국 그저 평범한 순찰이었나.
그렇게 사브리나는 다시 멀어지는 경찰차를 바라보았다.
경찰차는 대로에서 호텔의 오른쪽으로 꺾여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고.
사브리나 역시 창에서 눈을 돌렸다.
별것도 아닌 일에 더 이상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 * *
“여기 맞네요.”
나는 경찰차가 호텔을 끼고 돌자, 동시에 크게 회전하는 화살표를 보며 말했다.
나는 이미 이곳의 위치를 화랑에게 통보한 상태.
하지만 만약을 위해 직접 호텔 앞 도로까지 와서 마지막 확인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사브리나는 예상대로 이 호텔에 머무르고 있었다.
여우의 추적 주술이 정답이었던 셈.
“그럼 언제 시작하시겠습니까?”
“저야, 뭐. 언제든 상관없으니 화랑 쪽의 움직임에 맞추겠습니다.”
어차피 지금, 나보다는 화랑이 훨씬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터였다.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서 호텔을 중심으로 포위망을 형성하는 것부터.
한창때의 퇴근 시간에 주변의 불필요한 차량과 사람의 통행을 분산시키는 것까지, 전부 그들이 해야 할 일이었으니.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진유나는 호텔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잠시 차를 세우고, 곧바로 화랑에게 내 뜻을 전달했다.
상대와 몇 마디 정보를 주고받은 그녀는 곧 짧은 통화를 종료했다.
“화랑에서는 현재 퇴마사들을 배치, 작전 전달 중입니다. 작전은 30분 뒤에 시작하는 걸로 괜찮으시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내가 준비할 건…딱 하나.
곧 도주를 시작할 사브리나를 추적할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근데 운전은 잘하세요? 도망치는 사브리나를 쫓아야 할 텐데.”
나는 운전대를 잡고 있는 진유나에게 물었다.
사브리나는 도주에 능한 마인이다.
그러니 설령 차를 타고 있더라도, 능숙하게 운전하지 않으면 따라잡기는 힘들겠지.
하지만 나는 솔직히 그 정도로 운전할 자신은 없었다.
도시 한복판에서 뛰어다니는 늑대 인간을 쫓아가라니.
평범하게 운전하는 건 몰라도, 영화에서나 볼 법한 추격전을 재현할 실력은 아직 갖추지 못한 것이었다.
그러나 진유나는 무표정하게 입을 열었다.
“이 정도 차량이라면 문제없습니다.”
운전 실력을 물었는데, 차에 대한 답변이 돌아왔다.
운전에 대한 건 신경 쓸 필요도 없다는 건가.
담담한 말투였지만 사뭇 자신감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나야 다행이지.
나는 운전을 진유나에게 맡기기로 하고, 내 무릎 위로 여우를 불렀다.
“켕!”
붉은 눈의 하얀 여우가 울음소리와 함께 나타났다.
이 역시 추격 준비의 일환이었다.
긴박한 추격전 속에서 내가 진유나에게 시시각각 변하는 화살표의 방향을 알려주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
그래서 나는 지도에 발자국이 찍히는 여우의 주술을 활용하기로 한 것이었다.
미리 준비한 종이 지도를 꺼내려다, 나는 눈앞의 내비게이션을 바라보았다.
혹시…가능할까?
그런 생각에 나는 여우에게 물었다.
“네 주술, 내비게이션에도 사용할 수 있어?”
“켕!”
그러자 곧바로 여우의 주술이 발현되었다.
내비게이션 위에 뜬 지도에 여우의 발자국이 나타나며 선명하게 사브리나의 위치를 표시한다.
여기에도 되는구나.
이러면 내가 진유나에게 일일이 위치를 가르쳐줄 필요가 없었다.
알아서 내비게이션 보고 따라가면 되는 일이니.
“이거 보고 따라가시면 됩니다.”
나는 진유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그녀를 보니, 내 손등을 핥고 있는 여우를 빤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진유나 씨?”
“아…예! 부르셨습니까?”
“네비게이션이요.”
그제야 그녀의 시선이 네비게이션에 찍힌 발자국으로 향했다.
진유나는 이내 그 뜻을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확인했습니다. 추적에 참고하겠습니다.”
그녀의 대답에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는 잠시 대기해야 하나.
“……”
한편 어느새 진유나는 다시 여우에 시선을 고정한 상태였다.
어차피 시간도 남는데.
나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여우에게 슬쩍 옆자리로 가보라고 눈짓했다.
평범한 여우라면 그 정도로 알아들을 리가 없었지만.
역시 영물이라서일까.
여우는 금방 내 뜻을 눈치채고 캥캥거리며 진유나의 무릎 위로 가볍게 점프한다.
“헉…!”
그러자 무표정에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변했다.
긴장과 기쁨이 섞인 미묘한 미소가 그 입가에 걸렸다.
내려가 있던 진유나의 손이 팔과 함께 가볍게 떨린다.
쓰다듬고 싶지만 망설이는 건가.
이에 여우는 아예 그 손에 머리를 가져다 대고 가볍게 비비며 교태를 부렸다.
과연 요물이라 불리는 여우다운 애교.
이에 진유나의 손이 천천히 움직여 여우를 쓰다듬었고, 여우도 그르릉거리며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어느새 진유나는 세상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여우가 사라지자, 귀신같이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진유나는 그렇게 말했다.
조금 전까지는 근처 유치원 선생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부드러운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최전방의 군인 같은 냉철한 무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감상을 숨긴 채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함께 포위망을 형성한 화랑의 퇴마사들이 행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사브리나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마인이 움직였습니다.”
내 말보다도 먼저 경찰차가 움직이고 있었다.
호텔 북쪽에서 대기하던 차량은 곧바로 호텔 서쪽으로 향했다.
그 사이 호텔을 바라보니, 몇몇 창문이 깨져 있었다.
아무래도 사브리나와 마인들이 자신이 머물던 방 창문을 통해 밖으로 뛰어내린 모양이었다.
“……”
부아아아앙!
요란한 엔진 소리가 울리며 내 몸을 뒤로 끌어당긴다.
인정사정없는 급가속.
하지만 여전히 도로 위에는 아직 몇몇 차량과 사람들이 있었다.
나름대로 화랑에서 인원을 통제하려고 한 것 같지만, 지금 이곳은 한창 시간대의 대도시.
당연히 모든 사람과 차를 틀어막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도로를 질주하는 경찰차의 모습은, 남아있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경찰차라서 다행이네.”
맹렬하게 달리는 차 안에서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네비게이션에 나타난 사브리나의 도주 능력은 말 그대로 엄청났다.
건물의 옥상과 옥상 사이를 뛰어넘으며 움직이는 건지, 그 이동 경로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처럼 자유로웠고.
그 속도는 예상보다 빨라서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포위망을 돌파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가 탄 경찰차 역시 신호와 차선까지 무시하며, 마치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도로를 주파해야 했다.
“……”
그 와중에 놀라운 것은 역시 진유나의 운전 실력이었다.
끼이이이-
고속으로 주행하던 경찰차가 사거리에서 드리프트를 돌며 90도로 꺾인다.
마치 레이싱 게임에서나 보던 방식.
그녀가 갖고 있던 자신감은 거짓이 아니었는지, 그런 묘기와 같은 핸들링은 물론.
상당한 거리를 영화처럼 질주하면서도 한 번의 접촉 사고조차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그 안에 탄 나는 점점 어지러워지고 있었지만.
“이 방향은…”
그렇게 정신없이 도로를 달리다 보니 어느새 주변은 도시가 아니었다.
겨우 몇 분 만에 대전 시내를 빠져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사브리나가 향하는 방향은 여전히 서쪽.
계룡산이 있는 방향이었다.
“사브리나가 계룡산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 따라잡을 수 있겠어요?”
이제 사브리나와의 거리는 별로 멀지 않았다.
그리고 도로 역시 계룡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직진 코스.
그래서일까, 진유나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가능합니다.”
그녀의 대답과 함께 경찰차의 엔진이 부서질 것처럼 절규했다.
한계까지 다다른 차량은 통제할 수 없는 맹수처럼 그저 앞으로 뛰쳐나간다.
차갑게 내려앉은 밤 공기를 진동시키는 폭거.
속도를 나타내는 계기판은 오른쪽으로 크게 꺾여, 생전 처음 보는 수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에 나는 조용히 예리코의 방벽을 발동시켰다.
아무리 퇴마사라도 이 정도 속도라면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
“오른쪽입니다!”
한편 차량은 정말로 서서히 사브리나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그 폭력적인 질주 덕분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사브리나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는 역시 초고속으로 달리고 있는 늑대 인간 하나가 황금색의 눈을 빛내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사브리나는 우리를 보고도 달려가는 경로를 바꾸지 않았다.
그리고는 마치 따라오라는 듯, 계속 도로를 따라 직진한다.
그 이유는 알 법도 했다.
“…만만하다, 이건가.”
사브리나는 위협이 될만한 적을 간파할 수 있다고 했다.
그건 아마도 퇴마사의 레벨이나, 혹은 퇴마사가 품고 있는 영력을 가늠할 수 있는 능력이리라.
그리고 그런 점에서 나나 진유나는 사브리나의 적이 되지는 못했다.
내 눈에 보이는 사브리나의 레벨은 55.
거기에 각종 신기와 귀물을 포함한다면 그 이상의 힘을 갖고 있을 테니.
그렇다면…굳이 조급해하지 않아도 알아서 공격을 해오겠네.
그리고 그 예상대로 잠시 후 사브리나의 속도가 급격히 느려졌고, 끝내 멈춰 섰다.
주변은 아무것도 없는 산속의 공터.
“진유나 씨는 여기 계세요.”
이에 나는 나 혼자 차에서 내려 그곳으로 걸어갔다.
사브리나는 그 키만 3미터에 달하는 회색의 늑대 인간이었다.
거기에 각종 신기를 갑옷처럼 무장하고 있어, 마치 이세계의 웨어울프 종족을 보는 듯했다.
이윽고 내가 공터에 마주 서자, 사브리나는 코웃음을 치며 내게 입을 열었다.
“$#%^@#$%^#@$%#”
그런데,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저게 어느 나라 말이야?
국제 수배 중인 마인이라더니 아무래도 한국어는 못하는 듯 보였다.
하기야 쭉 유럽에서 활동한 데다 한국에 들어온 지는 한 달 정도 되었다고 했으니, 당연한 일인가.
“알아듣게 말해, 이 새끼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이번에는 사브리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뭔가 호기롭게 말한 모양인데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니 빈정상한 것 같았다.
그러게 한국어 공부 좀 하지.
“……”
서로 말이 안 통한다는 걸 안 우리는 자연스럽게 전투태세를 갖췄다.
언어가 안 된다면, 남은 것은 가장 원시적인 보디랭귀지뿐이었으니.
그리고 다음 순간.
챙!
내 검과 짐승의 발톱이 부딪히며, 눈앞에서 불꽃이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