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93
93.
“이런 미친…”
나는 고작 10cm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검을 보며 중얼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별운검은 에픽 등급의 신기다.
그런 검을 껌처럼 씹어먹다니.
단순히 늑대 인간의 힘이라기에는 정도를 넘어섰다.
그렇다는 건 역시 금서의 주술 때문인가.
아마도 미트라 교의 만찬 의식을 기반으로 한, 포식의 권능으로 보였다.
나는 그 능력을 그저 식인을 함으로써 그 인간의 능력을 흡수하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그게 신기를 상대로도 가능했던 건가.
나는 침음을 흘렸다.
그냥 싸워도 만만치 않은 적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무기를 잃어버려서는, 곤란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크흐흐…크하하하하!”
내 검을 먹은 사브리나의 상태가 범상치 않았다.
멸랑의 별운검.
그 재료로써 소모되었던 라이칸스로프의 어금니가 가진 힘은, 역시 그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착용하고 있던 흉갑이 황금색으로 빛났다.
어느새 그 아이템의 이름, 라이칸스로프에는 미완성이라는 글자가 없어져 있었다.
그와 함께 재생을 막는, 첫 번째 송곳니의 힘이 그녀의 제어 아래로 들어가며 사브리나의 부상이 지우개로 지워지는 것처럼 사라졌다.
또한 그 회색빛 털은 검게 물들었다.
단순히 털의 색깔이 바뀐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어둠.
달빛을 반사하던 회색의 털은 어둠 그 자체로 변화하여, 늑대 인간이 선 공간은 허공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은 칠흑으로 변해 있었다.
또한 그다음에는 전신의 근육이 폭발적으로 비대해지며, 그 몸집이 순식간에 두 배 가까이 부푼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브리나의 존재감은 점점 옅어졌다.
나무 그늘에 숨어 먹잇감을 노리는 늑대처럼, 그 몸 전체가 어둠에 녹아들며 자신의 존재감을 스스로 지웠기 때문이었다.
“……”
사방으로 광소를 흩뿌리던 사브리나는 조용해지더니 나를 빤히 노려보았다.
완전히 변화를 끝낸 사브리나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분명 조금 전과 완벽히 달라져 있었다.
어느새 그녀에게는 마인이라면 당연히 느껴져야 할, 인간성의 흔적조차 없었다.
한데 괴이라기에는 어둠 속에 박힌, 횃불처럼 타오르는 황금색의 눈동자에서 명백한 지성이 느껴졌다.
게다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그 시선에서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다.
비록 상태 이상을 무시하는 빛의 심장 스킬 때문에 통하지는 않고 있었지만.
분명 저 눈깔은 나에게 디버프를 시도하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제약을 가할 수 있다니.
일종의 마안을 갖고 있다는 말이었다.
“어디서 좋아 보이는 건 다 갖다 모아놨네.”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저게 최초의 늑대 인간이라는 라이칸스로프인가.
확실히 그 이름에 걸맞은 위용이었다.
내가 봤던 웨어울프와 비교하더라도, 놈들의 로드 정도는 될 법한 수준.
“xx$%$^%$%”
사브리나가 나를 향해 무언가 말했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봐서는 잘난 척하는 것 같은데.
“못 알아듣는다고, 이 새끼야.”
나는 그렇게 말하며 부러진 검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사브리자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내 앞으로 쇄도해왔다.
“하…!”
그 속도는 예상대로 상당히 빨랐다.
하지만 빠른 것 이전에, 그 움직임이 거의 포착되지 않았다.
단순히 보이지 않는 것과는 다른 의미였다.
분명 내 앞에서 5미터에 가까운 괴물이 도약했음에도, 주변의 공기는 더없이 고요하다.
마치 이곳에 어둠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그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 어둠에 파묻힌 늑대의 발톱이 비수처럼 내 목을 노리고 날아온다.
소리도, 눈에 보이는 모습도 없다.
그러나 내 눈에는 그녀의 레벨 표시가 분명히 보였고,
깡!
그 덕분에 거리를 가늠한 나는 순간적으로 달빛에 번뜩이는 그 발톱을 어렵지 않게 쳐냈다.
“크르르…”
이에 나를 지나친 사브리나가 그런 소리를 냈다.
설마 내가 공격을 받아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 보였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적이라는 건, 이세계에서는 단골손님 같은 존재였다.
“인비저블 어쩌고 하는 새끼들을 내가 몇 놈이나 잡아 족쳤는지는 아냐?”
나는 검을 고쳐 쥐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여유가 있지는 않았다.
조금 전 맞부딪힌 사브리나의 일격.
거기에 실린 무게감이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리 전력을 다한 공격 같아 보이지도 않았건만,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을 정도였으니.
역시 부러진 검으로는 좀 힘든가.
아니, 냉정하게 말해 저 상태의 사브리나는 검이 멀쩡했어도 쉽지 않았겠지.
그래서 나는 슬쩍 물러서며 사브리나의 레벨 표시 아래에 뜬 녹색의 그래프를 바라보았다.
“저건…”
그건 중독 상태를 표시해주는 그래프였다.
그 그래프는 빈틈없이 꽉꽉 들어차 있어서, 사브리나가 현재 중독 상태라는 것을 알려왔다.
왜 사브리나가 난데없이 중독 상태로 들어갔을까.
그 이유는 생각할 것도 없었다.
사브리나가 씹어 삼킨 멸랑의 별운검에는 양날의 맹독이라는 특성이 부여되어 있다.
또한 양날의 맹독은 공격 상대는 물론 사용자까지 중독시키는 위험한 특성.
그러니 검에 담겨 있던 귀물의 힘이 그녀에게 흡수되었듯.
그 특성 역시 사브리나에게 흡수되어 그녀를 중독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브리나가 멀쩡해 보이는 이유는, 독의 지속 데미지가 그녀의 재생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나는 조금 전 미트라 교의 금서를 흡수하자 생긴 스킬로 시선을 옮겼다.
– 상대의 스킬 중 하나를 강탈하여 임시 슬롯에 저장 후 사용합니다.
– 임시 슬롯 개수 : 1개
– 현재 저장된 스킬 없음.
비록 직접적인 파괴력은 없지만, 스킬 설명만 봐도 굉장히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이 정도면 위험을 무릅쓰고 금서를 빼돌린 보람이 있다고 해도 될 정도.
무엇보다 기술 복사가 아닌 강탈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내가 지정한 스킬 중 하나를 상대에게 빼앗아, 이를 봉인시킨다는 말이었으니.
아마 미트라 교의 금서가 가져다주는 포식의 권능 중, 상대의 능력을 흡수하는 부분만 따로 떼어내 이를 기술로 만든 것으로 보였다.
“나쁘지 않네.”
나는 곧바로 스킬을 사브리나에게 사용하려 했다.
이대로 사브리나에게서 재생력과 관련된 스킬만 강탈한다면.
그녀는 독에 중독되어 자멸할 테니까.
그런데,
정작 스킬을 사용하니 그런 로그가 출력되었다.
스킬을 입력하라고?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일단 아무 말이나 내뱉어 보았다.
“재생력?”
그럴 줄 알았지.
그 사이에 잠시 나를 경계하던 사브리나의 공세가 이어졌다.
나는 코앞을 스친 살벌한 발톱을 피하며, 스킬을 노려보았다.
정확한 스킬명을 알아야 하는 건가?
하지만 내가 가진 스킬이 그렇듯, 전승으로 만들어진 기술명은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화염을 제어하는 주작의 기술명이 파이어 마스터가 아니라, 화염을 관장하는 신조인 것처럼.
그런데 그걸 어떻게 때려 맞추라는 건가.
그렇게 속으로 불평을 내뱉으며 힘겹게 사브리나의 참격을 쳐낸 순간.
이 와중에 강화 버튼이 번쩍였다.
“아, 정신 사납네.”
그러나 확인을 안 할 수도 없었다.
저게 괜히 번쩍이는 건 아닐 테니까.
하는 수 없이 나는 곧바로 강화창을 열었다.
그 슬롯에는 어느새 전에 얻었던 인형의 눈과 나에게 흡수된 미트라의 금서가 들어가 있었다.
이게 뭔지는 잘 몰랐지만, 나는 일단 강화 버튼을 눌렀고.
쾅!
그 순간, 미처 피하지 못한 사브리나의 발톱이 내 가슴을 강타했다.
거기에 얻어맞은 나는 몇 미터나 뒤로 날아갔지만,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미리 발동해 놓고 있던 예리코의 방벽 덕분이었다.
“후…죽을 뻔했네.”
사브리나의 발톱은 말 그대로 사람의 몸뚱이 따위는 단번에 양단할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었다.
그 탓에 방어막 역할을 한 영력은 현재 뭉텅이로 깎여 나간 상태.
나는 순식간에 텅 빈 영력을 마후라가의 전승을 이용해 다시 보충했다.
“도대체 뭘 만든 거야, 그래서.”
쉴새도 없이 달려오는 사브리나를 경계하며 중얼거렸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쓸데 없는 거 나오기만 해봐라.
그런 불평과 함께 스킬을 확인하자,
* 강화 – 심안 : 스킬 사용 시, 상대의 스킬 목록을 열람합니다.
스킬에는 간결하면서도, 꼭 필요하던 설명이 추가된 상태였다.
보이지 않는 진실을 꿰뚫어 본다던 인형의 눈.
그것이 상대의 스킬 목록을 확인하게 해주는 모양이었다.
역시 그때 그놈 눈깔을 뽑길 잘했군.
나는 과거의 내 선택을 새삼스럽게 칭찬하며, 곧바로 사브리나에게 기술 강탈을 사용했다.
그러자 수십 개에 이르는 스킬 목록이 눈앞에 띄워졌다.
하나같이 사기성이 짙어 보이는 스킬들.
그리고 나는 그중에서 재생과 관련된 스킬을 발견했다.
– 은으로 입은 부상을 제외한 모든 육체적 손실을 재생한다.
– 재생 속도 : 최상
나는 곧바로 그 스킬을 강탈했다.
그럼에도 사브리나는 내게 달려오는 걸음을 늦추지 않았지만.
챙!
내 검에 부딪힌 그녀의 발톱은 분명 조금 전보다 가벼워져 있었다.
“크륵…!”
제 몸에 이상을 느낀 사브리나가 공세를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여전히 중독을 의미하는 녹색의 그래프는 꽉 차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그녀가 삼킨 맹독이 활동하고 있다는 뜻.
그래서일까.
이내 사브리나는 울컥-하고 피를 토했다.
그와 함께 그녀의 신형을 어둠 속에 숨기고 있던 능력이 해제되었다.
한쪽 손을 배에 가져다 댄 것이, 딱 상한 거 먹고 체한 꼴이었다.
“아무거나 주워 먹으니 그렇지.”
내가 그렇게 비아냥거리자, 사브리나의 적개심이 나를 향했다.
이제야 내가 뭔가를 했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곧바로 사브리나는 눈에 불을 켜고 나를 공격해왔다.
하지만 사브리나에게서 재생이라는 특성이 사라졌다면, 나에게도 방법은 있었다.
화륵!
내 주변에서 일제히 성화가 일어났다.
그것은 곧바로 사브리나를 덮쳤지만, 그녀는 이를 피하지도 않았다.
“크아아아!”
하얀 불꽃이 사브리나의 털과 가죽을 태운다.
하지만 그 화염을 뚫고, 사브리나는 나에게 달려왔다.
이미 사브리나는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시간을 끌면 안 된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듯 보였다.
이에 나는 부러진 검의 날을 세웠다.
결국 이건 독과 화염이 사브리나를 먼저 죽일 것이냐.
아니면 사브리나의 발톱이 나를 먼저 죽일 것이냐 하는 시간 싸움이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깡!
그런 구도에서 나는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온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공격해 오는 사브리나의 힘은 부러진 검을 든 내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아오…!”
나는 손에서 느껴진 고통에 신음을 흘렸다.
단 두 번 만에 발톱을 막아서던 부러진 검이 내 손바닥을 찢으며 날아간 것이었다.
비록 그 상처는 바로 다음 순간 다시 재생되었지만.
한순간 빈 몸이 되어 버린 나에게 사브리나의 발톱이 쇄도했다.
쾅!
하지만 또 한 번, 그것은 예리코의 방벽에 막혔다.
그러나 다음은 아니었다.
그새 나에게 남은 영력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정도 영력으로는 다음 참격을 막아서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쯧…”
게다가 사브리나를 상대로는 강탈한 스킬의 효과도 기대할 수 없었다.
사브리나가 은을 갖고 있을 리는 없지만.
그녀가 삼킨 라이칸스로프의 첫 번째 송곳니가 가진 힘은 재생을 막는 것이기에.
“……”
그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사브리나가 다가온다.
이미 승리를 확신한 걸까.
그녀의 표정에는 가학적인 미소가 가득했다.
그야 그렇겠지.
아직 그녀는 독에도 당하지 않았고, 성화는 그 가죽조차 전부 태우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검을 잃은 검사를 찢어 죽이는 것은 그녀에게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한 것이었다.
“……”
하지만 그 승리에 대한 확신 때문일까.
아직도 사브리나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새 공터를 비추던 달빛은 지워져 있었다.
그 달빛을 가린 것은, 구름.
언제부터인가 짙은 비구름이 밤하늘의 어둠을 틈타 그녀의 머리 위에 드리워져 있었다.
“크하하하!”
그런 하늘 아래에서 만면에 괴상한 미소를 지은 늑대 인간이 나에게 달려왔다.
그 칼날보다도 예리한 검은 발톱이 내 목을 가르기 위해 위로 들린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섬뜩한 단두대의 칼날보다는.
보잘것없는 건물 위에 선, 피뢰침처럼 보였다.
“뭘 웃어, 개새끼가.”
그 앞에 선 나는 그녀를 향해 웃어 보였다.
내 미소를 본 사브리나의 눈동자에 의심이 스친 그 순간.
콰르르릉!
하늘에서 떨어진 맹렬한 벼락이 우리를 집어삼켰다.
지면을 태울 정도의 전격에 온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게다가 그것은 한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남은 영력을 모두 때려 박아 만든 세 번의 벼락이 모두 같은 자리에 하늘에서 던진 순백의 창처럼 내리꽂힌다.
“어우…찌릿해.”
비록 전격에 데미지를 입지는 않았지만, 온몸에서 정전기가 지나가는 그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
한편 그 세 번의 벼락에 직격당한 사브리나는,
“……”
마치 만화처럼 입에서 검은 연기를 흘리며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평범한 벼락도 아니고.
빛속성을 부여한 성스러운 벼락이었으니 그 데미지는 결코 적지 않았으리라.
아마 겉의 가죽과 근육은 물론 속의 내장까지 태운 치명적인 일격이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사브리나가 완전히 죽은 건 아니었다.
늑대 인간은 은 이외의 수단으로는 죽일 수 없다.
그 특유의 전승은 재생과는 또 다른 불사 계열의 스킬로 구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죽지 않는다 뿐이지, 이대로 재생할 수 없어서는 아무 의미도 없다.
“후…”
그래서 나는 그렇게 전기구이 신세가 된 사브리나에게서 떨어져 스마트 폰을 꺼냈다.
화랑에게서 은으로 만든 무기를 지원받아, 완전히 끝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아니, 씨…”
스마트 폰의 화면이 켜지질 않았다.
설마 벼락 때문에 고장 난 건가?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금서를 얻은 건 좋은데, 검도 날려 먹었고 폰까지 작살나다니.
“……”
그래서 나는 저 멀리 세워둔 경찰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보니…화인 그룹이 폰도 만들었던가.
나는 속으로 최신 기종의 스마트 폰을 몇 개 떠올리며, 차에서 기다리고 있을 진유나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