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96
96.
“안내를 맡은 김민아 경장이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강진우 경감입니다.”
우리는 그녀와 악수를 했다.
김민아는 이번 출장에서 가이드 역할을 맡은 사람이었다.
사전에 듣기로는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동남아 전체를 담당한다고 했던가.
참고로 내 눈에 보이는 그녀의 레벨은 22.
그리 높지 않은 레벨이었다.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게 오셨네요. 아참, 한국이랑 달리 그쪽은 더운 거 아시죠? 그리고 여러분의 신기는 따로 보내야 해요. 그러니까-”
김민아는 그렇게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전달하며, 우리를 공항에서부터 안내했다.
이런 일이 천성에 맞는 건지.
아직 현지에 도착도 안 했는데, 그녀는 벌써부터 여행사 직원 같은 느낌이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비행기 표를 발급받고, 신기를 따로 부치고, 공항 검색대를 통과해 탑승장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비행기를 탄 지 한참 후.
5시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비행한 우리는 마침내 목적지인 캄보디아의 시엠 립 국제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후우…”
공항에서 나오자 과연, 한국과는 공기부터 달랐다.
기온은 30도가 넘는다고 들었는데.
습도가 그리 높지 않아서 내가 알고 있던 30도보다는 훨씬 괜찮았다.
“워…덥네.”
그럼에도 옆에서 한성민은 그런 소리를 냈다.
한국에서부터 입고 있던 외투를 이제 막 벗은 그는 땀을 닦아내고 있었다.
“에이, 이 정도로 뭘요. 12월이면 캄보디아에서는 가장 시원할 때라고요.”
김민아는 그렇게 말하며 공항 한쪽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주황색의 지붕을 한 작은 공항 건물을 따라 걸으며 나는 입을 열었다.
“저희가 가야 할 곳은 여기에서 멉니까?”
“아니요? 택시 타고 한두 시간이면 도착하니 걱정 마세요.”
이어서 그녀는 캄보디아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택시를 잡았다.
그리고 택시는 이내 포장도 되어 있지 않은 정글 속의 흙길을 달려, 앙코르 와트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금세 친해진 운전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김민아는 문득 뭔가를 확인하더니, 우리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그녀의 표정이 다소 흐려져 있었다.
“사건에 대한 정보는 전부 전달받으셨죠?”
일에 대한 화제였다.
나는 슬쩍 운전기사를 바라보았지만, 한국어를 알아듣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말을 가려서 할 생각을 하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무슨 일 있습니까?”
“그게…안타깝게도 오늘 피해자가 더 나왔데요.”
“허, 관광객 통제하고 있던 거 아니었슴까?”
한성민의 말에 김민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통제를 한다고 해도 잘 되지가 않아요. 안 그래도 이 시기가 가장 관광객이 많을 때거든요. 현지 퇴마사의 숫자가 적어서 통제를 일반 경찰들에게 맡기고 있는데, 어차피 관광객들이라 말도 안 듣고, 통제해야 하는 경찰들은 돈만 좀 쥐여주면 모른 척하는 경우도 많고요.”
제멋대로인 관광객에, 뇌물을 받는 경비라.
결국, 통제에 따르지 않고 유적 안으로 들어간 관광객들이 변을 당했다는 말이었다.
“서둘러야겠네요.”
“제 말이 그 말이에요. 그래서 말인데…현장에 가기 전에 바로 피해자들의 시신을 확인하실래요?”
“시신을 말입니까?”
“네. 사실 이곳에는 시신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많이 없어서요. 더군다나 외국인들의 시신이라, 금방 해당 국가에서 회수하러 올 거에요. 그래서 지금처럼 사건 직후가 아니라면, 직접 시신을 확인할 기회는 별로 없어요.”
시신에서 단서가 될만한 것을 찾으려면 지금 가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면야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죠. 멀리 가야 합니까?”
“그건 아니에요. 바로 유적 근처 병원에 안치되어 있다고 하네요. 곧바로 그리 갈게요.”
“알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긍정의 뜻을 표한 순간이었다.
캄보디아에 도착해서도 조용하던 퀘스트 버튼이 겨우 빛나기 시작했다.
이제야 퀘스트가 생성된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퀘스트 창을 여는데, 예상과는 조금 다른 퀘스트가 만들어져 있었다.
– 전 세계를 돌며 괴이를 사냥해 무기를 강화시키자.
– 상급 이상의 괴이 1종마다 반복 완료 가능.
보상 : 괴이의 인, 1레벨 상승
“……”
그건 무기 관련 퀘스트였다.
레전더리 무기는 얻게 되면 퀘스트도 주는 건가.
아무래도 괴이를 사냥하면 그 괴이에 해당하는 인을 주고.
이를 칼날에 새겨 무기를 강화시키는 시스템으로 보였다.
상급 이상의 괴이라는 제한이 붙어있는 걸로 봐서는 아무 괴이나 잡아서는 안 되는 것 같고.
또한 덤으로 주는 보상은 그냥 경험치도 아니고, 레벨 상승이다.
안 그래도 레벨 오르는 속도가 더딘 나에게는, 그저 덤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보상.
이 정도면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던 것치고는 상당히 괜찮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퀘스트 창을 닫는데, 옆에 있던 한성민이 묘하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표정이 왜 그래?”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빨리 오는 건데 말임다.”
그는 희생자가 나왔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곳의 상황을 모르는 그라면 별문제 없이 통제가 잘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테니.
“어쩔 수 없지. 지금부터라도 빨리 해결하는 수밖에.”
내 말에 한성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이내 시체가 안치되어 있다는 병원에 도착했다.
시엠 립 주병원.
이 도시에서는 가장 큰 병원으로 주변의 다른 건물들과 비교하면 나름대로 번듯한 병원이었다.
한국의 무슨 단체와 협력하고 있는 건지, 뜻 모를 표지판에는 한국 국기도 보였다.
“여기 오신 적이 있나요?”
병원 내부를 능숙하게 돌아다니는 김민아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하도 사건마다 불려다니다 보니, 동남아의 큰 병원 중에는 안 가본 데가 별로 없어요.”
이윽고 그녀는 우리를 시체 안치소로 안내했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몰려 있던 병원의 다른 곳과는 달리,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는 안치소에는 침묵만이 가득했다.
“이분들이에요.”
김민아가 가리킨 것은 세 구의 시체였다.
국적은 미국인으로 중년의 남성 하나와 비슷한 나이의 여성 둘.
이어서 김민아는 안치소에 배치되어 있던 그들에 대한 정보가 기록된 종이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세 분 모두 사망 원인은 둔기에 의한 구타로 추정돼요. 머리뿐만 아니라 온몸에 무언가에 심하게 얻어맞은 흔적이 있고, 두개골이 함몰될 정도로 강한 힘에 의한 것이라네요.”
그녀의 말대로 시체의 상태는 처참했다.
강하게 얻어맞은 몸 여기저기는 뼈가 부러져 있었고, 두개골이 짓눌려있는 흔적이 훤히 보이는 시체도 있었다.
이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화 속에서 보이는 나가의 주요 무기는 창, 혹은 칼이다.
특별히 둔기를 활용한다는 전승은 없던 걸로 기억하는데.
역시 서인나의 말대로 진짜 나가에 의한 사건은 아닌 건가.
“혹시 목격자 정보는 없습니까?”
“음…여긴 없네요. 잠시만요. 바로 물어볼게요.”
김민아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현지의 퇴마사인가.
그리고 그 전화 상대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곧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말을 이었다.
“현장을 순찰하던 경찰 하나가 살해 현장을 목격했다나 봐요. 그는 검은 나가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크기는 상체만 3미터 정도. 유적의 호수에 비하면 무척 큰 크기에요.”
검은 나가라.
나는 출장 전에 서인나에게 받은 나가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검은 나가에 대한 전승은 분명 인도 신화에 존재했다.
탁샤카라는 이름의 나가로, 주로 악역으로 등장하는 나가였다.
하지만 탁샤카는 신의 일족을 독으로 죽이려 했다는 전승이 있을 정도로 독과 연관이 있는 나가.
그런데 정작 희생자들 중에 독극물에 의해 사망한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희생자들은 전부 발견될 당시 옷이 벗겨진 상태였다고 해요. 이번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희생자들 대부분이요.”
이어지는 말은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캄보디아 출장이 결정된 이후, 나가 말고도 의심되는 전승을 여러 개 조사했지만, 특별히 옷과 관련된 전승은 없었으니까.
역시 지식이 얕아서 그런가.
머리만으로 풀 수는 없는 사건인 듯 보였다.
그래서 나는 미련 없이 여우구슬을 꺼냈다.
“제 식신을 좀 부르겠습니다.”
이에 김민아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여우를 불렀다.
켕켕하는 울음소리와 함께 하얀색의 두 꼬리 여우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김민아는 물론 한성민까지 눈을 크게 떴다.
“어머…!”
“아니, 이건 또 어디서 나셨슴까?”
“어쩌다 구했어.”
“식신이 어쩌다 구해지는 게 아닌디. 그나저나 요즘 들어 자꾸 뭐가 생기는 것 같으시네.”
교묘하게 핵심을 찌르는 한성민의 말을 무시하고, 나는 여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기서 나는 괴이의 냄새를 추적해 봐.”
“켕!”
여우가 냄새를 기억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여우는 그다음, 내가 스마트 폰을 내밀자 끼잉-하는 풀 죽은 소리를 냈다.
“왜 그래. 못 한다고?”
내 말에 여우는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추적 주술이 안 통하는 상대라는 건가.
설령 그렇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괴이 중에는 밤에만 나타나는 놈도 있었으니.
“어쩔 수 없지. 냄새만이라도 기억하고 있어. 추적할 수 있게 되면 알려주고.”
“켕!”
나는 다시 여우를 불러들이고 이번에는 화살표를 보았다.
조금 전까지 이 병원을 가리키고 있던 화살표는 어느새 새로운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할 일은 전부 끝났다는 뜻.
그래서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현장으로 가죠.”
그 후, 우리는 사건 현장인 앙코르 와트로 이동했다.
앙코르 와트는 큰 강처럼 생긴 정사각형의 호수 안쪽에 있었다.
하지만 호수의 깊이는 그리 깊지 않아서, 상체만 3미터 짜리 괴이가 서식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
그래서일까.
먼저 호수를 한 바퀴 돌았음에도 내 시야에는 별다른 게 보이지 않았다.
현재 호수의 내부에 괴이는 없다는 뜻.
“오늘 희생자들이 발견된 곳이 여기예요.”
하지만 그런 호수의 한구석에서 김민아는 그렇게 말했다.
그곳에는 호수 안쪽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뭍으로 올라온 흔적이 역력히 남아있었다.
뭔가 왔다간 것은 확실한 모양.
그래서 나는 화살표가 가리키는 호수 안쪽, 앙코르 와트의 사원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사원 안쪽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어요.”
오늘 있던 사건 때문일까.
사원으로 향하는 길은 이미 세 명의 경찰복을 입은 퇴마사들에 의해 가로막혀 있었다.
레벨은 30대 전후로 그리 높지 않다.
그리고 김민아는 그들에게 무언가를 말했고, 이어서 서류를 몇 장 보여주자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겨우 길을 열었다.
“……”
그렇게 호수를 건너고도 한동안 숲에 둘러싸인 안쪽으로 걸어가자, 곧 검게 변색된 을씨년스러운 커다란 사원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오…”
그 세계적인 관광지를 보며 한성민이 감탄을 흘렸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걸 보며 묘한 기시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세계에서 마족들과 전쟁할 당시, 저것과 비슷한 분위기의 성을 무너뜨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야, 멋지죠? 이게 바로 세계 3대 불교 성지 중 하나인 앙코르 와트에요.”
김민아는 그렇게 말했지만, 성지라고 해서 특별한 게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안으로 들어갈 수는 있습니까?”
“네. 물론 관광객이라면 어느 정도 제한은 있지만…수사를 해야 하는 저희는 아니죠. 따라오세요.”
김민아는 사원 안쪽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러면서도 뭐가 나올 때마다 가이드인 양 관광 정보를 살짝 흘리는 게, 잠깐이지만 정말로 여행을 온 기분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사원 안쪽으로 들어왔을 때.
“음…?”
내 눈에 새로운 레벨 표시가 보였다.
사원의 벽 너머에서 보이는 그것의 레벨은 21.
레벨만 보면 위험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퇴마사들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는 이 안에 있다는 건, 분명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기에 나는 다른 둘에게 눈짓했다.
“뭔가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나는 새로 장만한 검, 괴물을 새기는 인검을 꺼내 들었고 한성민 역시 야구 배트를 들었다.
놈은 사원 안쪽의 작은 방에 있었다.
들어오면 기습을 할 셈인가.
이에 나는 놈의 움직임을 경계하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레벨 표시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그 내부에 있던 것은…
“두꺼비?”
짙은 갈색의, 사람만큼 거대한 두꺼비였다.
왜 여기에 이런 두꺼비가 있는 건지.
게다가 그 두꺼비는 상태가 좋지 못했다.
망가진 눈알과 찌그러진 몸체, 그리고 헐떡거리는 걸 보니 당장에라도 죽을 것처럼 보였다.
“아, 이건…”
“이게 뭔지 아세요?”
“유령 두꺼비. 호수에서 혼자 노는 아이를 잡아먹는다는, 캄보디아에 서식하는 괴이 중 하나에요. 그런데 유령 두꺼비가 왜 여기에 있을까요…?”
김민아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한성민은 괴이라는 말에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죽어가는 괴이를 직접 끝장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한성민의 잠시 막아섰다.
“왜 그러심까?”
“한 순경. 저거, 뭔가에 얻어맞은 거 같지 않냐?”
“어? 그러고 보니…”
내 말에 다른 두 사람도 두꺼비의 상태를 자세히 살폈다.
그리고 금방 이상함을 알아챘다.
“맞네요. 희생자들이랑 똑같아요.”
“그럼 무슨 말임까? 그 까만 나가가 괴이까지 두들겨 팼다는 검까?”
이에 한성민이 내가 떠올린 의문과 똑같은 의문을 떠올렸다.
괴이가 괴이를 공격하는 것은 흔하지는 않지만, 없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건 특별한 원한 관계가 있거나, 확연히 약한 괴이를 먹잇감으로 인식할 때뿐.
이처럼 화풀이하듯 잔뜩 두들겨 패서 사원 구석에 처박아 두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건 원한을 가진 원령들이나 하는 짓인데.
“켕!”
그때, 갑자기 여우구슬에서 여우가 튀어나왔다.
여우는 꼬리를 살랑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의 침울한 기색은 온데간데없었다.
즉…자신이 기억한 냄새의 근원이 나타났다는 뜻.
“뭐야, 나왔어?”
“켕켕!”
게다가 목적지가 그리 멀지 않은 건지, 여우는 가야 할 방향으로 풀쩍 뛰어올랐다.
“안내해.”
나는 내 검으로 유령 두꺼비를 베며, 그렇게 말했다.
혹시나 했지만 괴물인의 효과는 발동하지 않았다.
너무 약한 괴이인 탓이었다.
이에 나는 미련을 깨끗이 접고, 여우의 뒤를 쫓아 검은 나가가 출현한 곳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