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hampion Too Good at Exorcism RAW novel - Chapter 99
99.
“……”
나는 금색으로 빛나는 나가, 소마 여왕을 노려보며 검을 고쳐잡았다.
아직 나가는 나에게서 적의를 거두지 않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캄보디아의 퇴마사들이 나설 차례였다.
하지만 만약에 설득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저걸 베어도 되는 건가?
그런 의문을 떠올리며, 나가의 머리 위를 보았다.
떨어졌던 신격을 회복하고 더 강력해졌다는 나가의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레벨이 심상치 않았다.
95 레벨.
“이건 좀…”
높다.
그것도 전투를 생각하기에는 과하게 높았다.
저 정도면 경찰청장이나, LB 아카데미 이사장급 라인이 아닌가.
“이게 주신인가.”
저 강함은 그리 의아한 일만은 아니었다.
한 국가의 주신이라는 건, 결국 이 나라에 있는 그 어떤 신격보다도 강하다는 이야기였으니.
그래서 나는 적의를 거두며 슬쩍 뒤로 물러났다.
나가는 그런 나를 보며 놓칠 수 없다는 듯 검과 창을 들어 올렸지만.
“…!”
그것이 내리꽂히기 직전, 일곱 개의 머리 중 하나가 불현듯 내가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향한 곳은 캄보디아의 퇴마사들이 의식을 벌이고 있을 수상 가옥이 있는 방향.
퇴마사들은 비록 시야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소마 여왕은 그들을 의식하고 있었다.
듣기로는 소마 여왕이 캄보디아의 모든 물과 연결되어 있어, 멀리서도 의식이 가능하다고 하던가.
아마도 그 의식이 이제야 시작된 것이리라.
“……”
그리고 그 의식이 효과가 있는 건지, 나가는 손을 멈췄다.
이어서 7개의 머리가 하나둘씩 나에게서 시선을 옮겨, 멀리서 의식을 벌이고 있을 퇴마사들에게 집중했다.
끝까지 나를 향하고 있는 것은 가운데의 머리 하나.
하지만 그 시선에서 날뛰던 분노는 어느새 없어져 있었다.
그 사이.
나는 나가를 향해 을 사용했다.
실제로 기술을 뺏으려는 생각보다는, 단지 주신 급의 나가가 어떤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아무래도 안 되는 모양이었다.
기술 강탈은 미트라의 금서를 통해 얻은 기술.
그런데 정작 금서를 해석하는 스킬이 지금 딱 1레벨이었다.
해석 진행도를 보아하니 3레벨까지 있는 것 같은데, 이로 인해 스킬에 제한이 있는 듯했다.
“…어쩔 수 없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미련을 접었다.
어차피 나가가 아무리 좋은 스킬을 갖고 있다고 해도, 강탈은 할 수 없었다.
겨우 진정시킨 95 레벨의 신을 다시 적으로 만들 수는 없었으니까.
오히려 너무 강한 적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의외의 수확이었다.
첨벙!
한편 나가는 그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호수로 떨어뜨렸다.
거대한 검과 창, 그리고 방패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가라앉았고 이내 물거품으로 변해 사라진다.
그리고 남은 지팡이는 왕의 홀처럼 바로 세워, 호수의 수면을 짚는다.
적의를 거둔 건가.
나는 조금 더 떨어져 안전거리를 확보한 후, 나 역시 검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나가는 마침내 그 입을 벌려 무언가를 말했다.
“#$%$%xx%#$%$”
하지만 당연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억양이나 발음이 캄보디아어도 아닌 것 같은데.
혹시 고대의 언어나, 뭐 그런 건가.
“#$#%#$”
한편 내가 아무 대답도 없자, 나가는 지팡이로 수면을 가볍게 두드리며 다시 나에게 말했다.
답을 요구하는 건가?
“아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고.”
“……”
명백한 이국의 말을 내뱉어서일까.
나가 역시 내가 자신들의 언어를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한 건지, 묘하게 그 표정이 변했다.
마치 바보를 보는 듯한 표정.
뱀의 얼굴을 하고 있음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거만함은 노골적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치르르…”
나가의 머리 중 하나가 목이 한없이 길어지며 나를 향해 뻗어왔다.
공격의 의사는 없다는 듯 천천히 다가오는 뱀의 머리.
나는 혹시나 모를 사태에 경계하며 그 머리를 바라보았다.
곧 내 바로 앞까지 온 뱀의 머리는 내 주변을 맴돌며 두 갈래로 갈라진 혀를 날름거렸다.
그러면서도 그 세로로 쭉 찢어진 눈동자는 내 몸 곳곳을 관찰하듯 살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시선이 당도한 곳은, 다름 아닌 내 검이었다.
“시이…”
뱀의 혀가 검에 닿을 듯 움직였다.
레전더리 아이템을 알아보기라도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는데, 뱀 머리는 이내 빠르게 멀어지며 다시 제 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가의 몸에서 손바닥만 한 비늘 하나가 떨어져 호수의 수면을 타고 나에게 향했다.
내 발 앞에 멈춰선 금색의 비늘.
내가 그것을 주워들자,
“#$%#%#$%%”
나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은 뒤 수면 아래로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완전히 물밑으로 그 몸이 사라졌을 때는, 이미 95 레벨이라는 레벨 표시는 어디에도 없었다.
마침내 나가가 이 호수가 아닌, 아예 다른 곳으로 떠났다는 말이었다.
“끝난 건가.”
나는 짧은 한숨과 함께 긴장을 풀었다.
결국 모두 계획대로 된 셈.
이에 나는 나가가 남긴 황금 비늘을 확인했다.
나가의 힘이 담긴, 아름다운 비늘.
이렇다 할 설명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 비늘을 어디에 써야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비늘은 퇴마사들과 소통하고 앞뒤 사정을 이해한 나가 여왕이 비로소 나에게 내준 일종의 보상.
그리고 나가가 이 비늘을 넘겨준 것은 내 무기를 확인한 직후였다.
그렇다면…
나는 다시 인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비늘을 허공에 던져, 그것을 가볍게 베었다.
그러자,
예상대로 퀘스트가 완료되며 인검이 강화되었다.
그 금색의 나가가 신이라는 게 허명은 아니었는지.
나가는 내 인검의 특성을 파악하고, 검의 강화 재료가 될 만한 자신의 비늘을 내어준 것이었다.
나는 곧바로 인검의 설명 창을 열었다.
* 현재 새겨진 괴물 – 라이칸스로프, 나가
– 선택받은 바다의 종족 : 물 위, 물속에서의 이동 제한 해제 및 수중 호흡 가능.
– 수면을 꿰뚫는 창 : 호수, 바다 필드에서 모든 능력치 50% 상승.
– 뱀신의 어금니 : 10분 간 자신의 모든 공격에 효과 저항을 무시하는 독성 부여. 영력 소모 20.
– 나가 여왕의 축복 : 나가와 관련된 모든 전승의 효과 증폭.
– 모든 능력치 +20
전에 얻었던 라이칸스로프 관련 스킬들 아래로 나가의 스킬들이 추가되어 있었다.
이미 강탈한 스킬도 하나 보였고, 소소한 필드 강화형 스킬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두 개.
먼저 뱀신의 어금니였다.
이는 전에 별운검에 붙어 있던 독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그때는 단순히 검격에만 독이 붙었던 것과 달리, 이제는 버프형 스킬로 변해 모든 공격에 독성을 부여할 수가 있었다.
즉 적을 태우는 성화나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에까지 중독 효과가 추가된다는 것.
비록 영력을 먹기는 하지만, 지속 시간 동안에는 확실한 위력을 발휘할 만한 스킬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은, 나가 여왕의 축복이었다.
“전승의 효과 증폭이라…”
아마 나가의 전승을 활용한 주술의 효과를 증폭시키는 스킬인 것 같지만.
이미 나에게는 나가와 관련된 전승이 하나 있었다.
바로 법당에서 전수받은 마후라가의 전승.
불교에서의 마후라가는 인도 신화의 나가가 그 전신이다.
그러니 분명 이 스킬의 효과를 받아, 무언가 변해있을 터.
그래서 나는 마후라가의 전승을 확인했다.
[마후라가]– 일주일에 한 번, 영력을 완전히 회복시킵니다.
– 전승 개방 시, 30초간 영력이 소모되지 않음.
“오…”
설명 자체는 딱 한 줄 추가되어 있을 뿐이었지만, 그 한 줄의 위력은 상당했다.
영력이 소모되지 않는다니.
비록 쿨타임은 일주일에 지속 시간은 30초밖에 되지 않지만, 파괴적인 위력이었다.
그동안 벼락만 떨궈도 이세계에서 고위 마법이었던 썬더스톰이 따로 없다.
웬만한 괴이나 마인들은 전기 구이로 만들 수 있는 수준.
이 정도면…나에게 일종의 필살기가 생긴 셈이었다.
나는 만족하며 스킬 창을 닫았다.
“점점 길어지네.”
이제 인검의 설명 창은 하나만 더 흡수하면 스크롤이 생겨야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강해진다는 뜻이니 나쁜 일은 아닌가.
나는 그런 생각과 함께 검을 집어넣었다.
“……”
고요해진 호수에는 내가 자른 황금 비늘이 천천히 물에 녹아 사라지고 있었다.
그 안에 담긴 나가의 힘을 잃고, 이제는 아이템 판정조차 받지 않는 비늘.
하지만 그 아름다운 외견이 변한 것은 아니었기에.
깊은 호수의 밑바닥까지 금가루가 흩어지는 듯한 그 모습은 썩 볼만한 것이었다.
“…음?”
그리고 언제부터였을까.
어느새 호수 바닥을 채우고 있던 희생자들의 한과 령은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그건 아마도…소마 여왕이 한 일이리라.
아무리 원래의 신격을 되찾았다고 해도.
자식들의 무덤이나 다름없는 이곳을 그녀가 그냥 내버려 두고 떠났을 리는 없었을 테니.
나는 그렇게 금빛 가루가 흩어지는 호수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한성민과 김민아가 기다리고 있는 보트로 돌아갔다.
* * *
내가 한국으로 귀국한 것은 그로부터 5일 후였다.
원래 이번 출장은 일주일 일정으로 계획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일정은 경찰청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측과도 협상된 내용으로.
설령 사건이 빨리 끝냈다고 해도 곧장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주일 짜리 사건을 하루 만에 해결해 버린 나와 한성민, 그리고 김민아는 어쩔 수 없이 캄보디아에 발이 묶였고.
결국 나머지 시간 동안 우리는 캄보디아의 소소한 퇴마 사건들을 해결하며 관광객처럼 머물렀다.
그렇게 뜻하지도 않은 캄보디아 관광을 마친 나는 그 다음 주.
다시 파출소로 출근하고 있었다.
“하하하! 그거 아심까. 캄보디아에서는 음료수가-”
그런데 문을 열기도 전부터 파출소 안이 소란스러웠다.
직접 안으로 들어가 보니, 평소에는 출근 시간 직전에나 나타나던 한성민이 나보다 먼저 와 있었다.
“강 경감님 오셨슴까!”
“다들 안녕하세요. 넌 되게 즐거워 보이네.”
내 말에도 한성민은 씩 웃으며 다른 팀원들에게 하던 이야기를 이어갔다.
대충 들어 보니, 캄보디아에서 봤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자리에 가져온 짐을 놔두고, 그런 한성민을 아니꼽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서인나에게 다가갔다.
“…잘 다녀왔니?”
“예. 여기 선물입니다.”
내가 내민 것은 캄보디아 공항에서 산 선물용 쿠키 세트였다.
캄보디아에서 유명한 뭘 썼다는 김민아의 말을 참고 해서 산 무난한 물건.
그러자 서인나의 표정이 조금 펴졌다.
“어머, 고마워. 그래. 기왕이면 이런 걸 줘야지.”
“예?”
“아니, 너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야. 어느 센스 없는 놈한테 한 말이거든.”
서인나는 한성민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제 보니 그녀의 책상 위에는 못 보던 기괴한 나무조각상이 있었다.
분명 내가 쿠키를 사고 있을 때, 한성민이 저런 걸 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보다, 이번에도 일을 잘 처리했다며?”
“예, 뭐. 별문제는 없었습니다.”
내 말에 서인나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 정도가 아니야. 캄보디아 쪽에서 사의를 표한다는 정식 외교 서신을 보내왔다고 하더라.”
“서신이요?”
“그래. 나가, 그것도 주신인 소마 여왕과 접촉을 했다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넌 몰랐겠지만 그건 정말 큰 사건이야. 신격을 유지하고 있는 주신은 그 땅의 마를 통제하는 역할도 하고 있어. 그러니 만약 주신의 폭주가 계속되었다면, 캄보디아 전역에서 괴이나 마가 날뛰기 시작했을 거야. 그러니 그쪽 입장에서는 고맙기도 하겠지.”
그 말을 듣고 보니, 캄보디아에 머무는 동안 주변 사람들의 태도가 조금 눈에 띄기는 했다.
말이 안 통해서 잘 몰랐지만, 어딘지 모르게 무척 친절했다고 해야 하나.
“그거 다행이네요.”
“그래, 다행이지. 사실 이번 출장에 대해서 위쪽에서도 걱정하지 않은 건 아니었거든. 아무래도 지침이 바뀐 후에 실시하는 첫 출장이니까.”
“걱정이요?”
“실수라도 하면, 바로 외교 문제가 되어 버리잖니.”
하긴 그건 그랬다.
지금이야 일이 잘 풀려서 감사 서신도 받았지만, 그 반대였다면 반대로 항의 서한을 받았을 테니.
“어쨌든 그래서 앞으로도 출장은 이어질 거야. 강 경감은 관광 많이 다녀서 좋겠네.”
그녀의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하, 앞으로는 출장 기간이 짧아지겠네요.”
“응? 그러지는 않을 거야. 그야 강 경감처럼 이렇게나 사건 잘 처리하면 관광 정도야 시켜줄 수도 있지. 근데…”
서인나의 시선이 다시 한성민에게 향했다.
“저놈은 한 것도 없으면서 일주일이나 놀았다는 게 좀 그러네.”
서인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성민이 한 게 없긴 했지.
그렇게 그를 잠시 노려보던 그녀는 곧 날카로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야! 이제 그만하고 일이나 해! 일주일이나 놀다 와서는…”
“아니, 왜 저한테만 그러심까?”
“왜 그런지 몰라서 묻니?”
나는 그 사이 다른 팀원들에게도 선물을 나눠 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그러자 최은영은 크게 고개를 숙이며 반응했고.
다행히도 다들 한성민의 나무조각상보다는 좋아해 주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다시 다음날.
나는 서인나의 호출에 그녀의 자리로 갔다.
아마도, 새로운 사건이 발생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