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rcist and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13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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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으로 철거를 앞둔 한 동짜리 조은아파트.
영화에서 벽면에 새겨진 ‘조은’이란 글자를 지우고 ‘희망’이란 글자를 새겨 넣으면 조은아파트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희망아파트로 변신하게 된다.
태수는 조은아파트를 답사한 후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조은아파트가 너무 황량해서 영화 속 희망아파트도 철거를 앞둔 아파트로 설정을 바꾼 것이다. 정상적인 아파트로 보이려면 미술에 상당한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파트의 황량한 모습을 그대로 영화에 담을 수 있다.
아침 일찍 조은아파트 입구에 태수의 카니발과 미니버스 한 대와 스타렉스 한 대, 승용차 두 대가 차례로 도착했다.
단편영화를 제작할 때하고는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연영과 학생 15명이 참여를 해서 스태프만 20명을 넘었다. 단역까지 합치면 배우들의 수도 꽤 되고.
이번 영화는 학교에서 공식 프로젝트로 인정을 해 줬다.
덕분에 미스터리클럽 동생들은 물론 지원을 나온 연영과 학생들도 영화 제작 수업으로 인정을 받아 학점과 출결 문제도 해결이 됐다.
신호철이 즐거운 듯 말했다.
“내가 연영과에서 이번 영화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신청서 내라고 했거든? 경쟁률이 얼만지 알아? 3 대 1이 넘었어. 나중에 떨어진 애들 중에도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냐고 그러는 거야. 벌써 학교에 우리 영화에 대한 소문이 쫙 퍼졌다니까.”
학교에서는 촬영 기자재는 물론 차량과 함께 영화 제작비도 2천만 원이나 지원해 줬다.
게다가 학보사 기자 두 명이 현장에 상주하며 취재를 한다. 취재한 내용은 학보는 물론이고 학교 홈페이지에도 올라간다.
학교에서 홈페이지에 대학생영화제 출품작 의 공식 게시판을 만들어 준 것이다.
게시판에는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 감독인 태수와 스태프들 소개, 출연하는 배우들 정보까지 올라갔다.
학교와 협조할 부분은 학보사 기자인 미경이 중간에서 조율했다.
학교에서 그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기에, 촬영 시간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최대한 협조를 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출결 문제도 해결됐으니 급하게 찍을 이유도 없고.
그런 분위기다 보니 미스터리클럽 동생들도 다들 우쭐한 표정들.
현장에 상주하는 학보사 기자는 둘 다 1학년으로 남녀 각 한 명씩이다.
각각 스틸 카메라와 동영상으로 현장의 모습을 스케치했다. 스틸 사진은 학보사와 홈페이지에 올리고 동영상은 메이킹 필름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학보사 후배들이 맨 먼저 인터뷰한 사람은 당연히 태수였다.
제작 보고회 사건으로 태수는 이미 학교에서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다.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태수의 경력을 본 학생들은 더더욱 열광했다.
의 각본을 썼고 베스트셀러 소설 ≪비가 오면≫의 작가이며 현재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이라는 경력까지.
거기에 얼마 후 방영을 시작하는 김보미 원작의 드라마에서 인기 캐릭터인 강혁 역할로 드라아의 오프닝에 출연 예정이라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학교에서 순식간에 스타가 됐다.
물론 거기엔 꽃미남처럼 잘생긴 태수의 얼굴도 한몫했지만.
학교에서는 이참에 확실하게 분위기를 띄우려는지 이번 대학생영화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아마 일반 대학교였다면 이런 정도로 홍보하지 않겠지만 드림대학는 실용예술을 내세운 대학이다. 만약 전국대학생영화제에서 대상인 작품상이라도 탄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홍보가 되는 셈.
학보사 여학우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했다.
“요즘 학교에서 선배님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정말 대단한데요. 우리 드림대학에 선배님 같은 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들 자부심이 느껴진대요.”
옆에 있던 남학우도 거들었다.
“예전에는 우리 학교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엔 밖에서 꽤 많이 알아준대요. 아무래도 웹툰학과 김보미 선배나 장태수 선배님 같은 분들이 계속 나오니까 그런 것 같아요.”
여학우가 말했다.
“지금 학교 분위기가 정말 달라진 게, 예전에는 학교에서 무슨 행사 하면 거의 반응이 없었거든요. 근데 요즘은 확실히 달라졌어요. 이번 대학생영화제 홍보 게시판에 아직 안 들어가 보셨죠?”
“예, 안 들어가 봤어요.”
요즘엔 인터넷이든 어디든 자신의 얘기가 있을 만한 곳은 일부러 피하려고 한다. 댓글을 읽는 것도 살짝 겁이 나고, 괜히 귀신 보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지금 한번 들어가 보실래요? 선배님 응원하는 글도 많고 이번 영화 작품상하고 관객상 타라고 응원하는 글들도 정말 많아요.”
그러면서 여학우가 노트북으로 홈페이지를 열어 줬다.
“여기 보세요.”
홈페이지에 ‘전국대학생영화제 드림대학 출품작 제작 소식’이라는 제목 아래 ‘문창과 장태수 감독에게 한 줄 응원하기’라는 코너가 있었다.
‘세상에.’
설마 자신의 이름으로 개설된 코너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코너에 들어가자 수많은 응원의 글들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장태수 선배님 파이팅입니다!] [자랑스러운 드림인, 장태수!] [세계적인 감독이 되어 우리 드림대학를 빛내 주세요^*^] [선배님 너무 잘생겼어요. 학교에선 왜 잘 볼 수가 없나요?] [이번에 꼭 한강대학교를 이겨서 우리 드림대학 영화가 작품상을 탔으면 좋겠네요. 뿌잉뿌잉~] [저도 미스터리클럽 가입하고 싶어요. ㅠ.ㅠ]요즘 워낙 바쁘기도 했지만 학교에 가서도 대부분 동아리방에만 처박혀 있었다. 집에 갈 때는 차를 타고 가고.
그러다보니 학교에 그런 분위기가 있는지 거의 체감을 못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이런 학교 분위기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게시판의 응원 글들을 읽는데 너무 감동스러워서 심장이 찌릿찌릿했다.
여학우가 인터뷰를 겸한 몇 가지 질문을 했고 남학우는 열심히 셔터를 눌러 댔다.
“이번에 연출하는 수상한 아파트는 어떤 영화인가요?”
“수상한 아파트는 괴담에 가까운 이야기예요.”
“괴담요?”
“네, 재건축으로 인해 철거를 앞두고 있는 아파트가 배경이고. 아파트가 재건축이 되려면 보통 지은 지 50년이 지났을 거예요. 그동안 아파트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겠어요? 병으로 죽은 사람, 자연사로 죽은 사람, 범죄나 자살로 죽은 사람. 사람들이 집에 대한 애착이 많잖아요. 그래서 죽은 후에도 집을 떠나지 못하는 영혼들을 생각하다가 구상을 하게 됐어요.”
여학우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말하자면 귀신 얘기라는 거잖아요. 오싹하네요.”
“전형적인 귀신 영화는 아니고, 실제 영화로 보면 느낌이 다를 거예요.”
여학우가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난번 모텔 파라다이스 제작 보고회에서 영혼을 본다고 하셨는데, 그럼 평소 생활할 때도 항상 영혼을 보시는 건가요?”
태수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영혼이 늘 보이는 건 아니고 어떤 조건이 맞을 때만 볼 수가 있어요. 그러니까 평소 생활은 다른 사람들하고 비슷해요.”
여학우가 말했다.
“선배님, 현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습니다.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태수가 대본을 확인하고 배우들과 연기에 대한 상의를 하는 모습을 기자 둘이 스틸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겼다.
기자들은 스태프들이 촬영을 준비하는 모습도 일일이 쫓아다니며 촬영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동생들과 연영과 학생들도 이내 적응을 하고 카메라 앞에서 웃으며 장난을 치는 여유도 부렸다.
용만은 인터뷰까지 했다.
학보사 기자들에게 태수를 제외한 최고의 인기 인터뷰어는 당연히 유승현이었다.
고민석 교수한테 들은 얘기로는 이번에 유승현이 영화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은 학과장 박대식 교수가 거의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박대식 교수 시절에도 유승현은 단연 최고의 청춘스타였는데.
유승현이 학보사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하면서 말했다.
“기자 분들은 내 영화 본 적 있어요?”
둘 다 죄송한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죄송하긴, 그게 언제 적 영환데.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예요. 그럼 인터뷰 시작하죠.”
유승현은 주요 일간지 기자를 대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예전 이야기부터 어려웠던 시절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사연을 솔직하게 들려줬다.
태수는 저 인터뷰가 나가면 아마도 드림대학 학보사에서 연예부 특종 뉴스를 터뜨리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승현이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고 연기를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올 테니까.
영화 는 어느새 드림대학에서 제작하는 공식 영화가 됐다.
냉정하게 따지면 태수와 미스터리클럽 동생들이 모두 기획한 영화에 학교가 숟가락만 올려놓은 셈이지만, 학교의 이런 적극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제작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학우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대학생영화제에서는 작품상 못지않게 큰 상이 관객상이다.
관객상은 영화제 홈페이지 게시판에 본선에 오른 모든 영화를 공개한 후 관객들이 영화를 온라인으로 직접 관람한 후 추첨을 해서 주는 상이다.
어떤 면으로는 작품상보다 더 의미가 있는 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은 감독보다 인기상을 받은 감독이 상업 영화에서 입봉하는 비율이 훨씬 높았으니까.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면 가 관객상도 노려 볼 만한 분위기였다.
호철이 다가와서 촬영 준비가 끝났음을 알렸다.
“감독님, 슛 들어갈 준비됐습니다.”
감독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호철은 듣지 않았다.
이런 학생 영화일수록 현장에서 위계질서가 엄격해야 다들 긴장하게 되고, 배우들 보기에도 프로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얘기를 듣고 보니 오히려 자신이 아마추어 티를 완전히 못 벗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현장에서의 경험은 무시할 수가 없다, 후배 기자들 보기에도 그렇고.
“알겠어요, 조감독님.”
태수도 존대를 하자 나머지 스태프들도 ‘형’이라는 호칭 대신 다들 감독님이라고 부르며 자연스럽게 서로 존대를 하게 됐다.
신호철의 말대로 호칭 하나 바꿨을 뿐인데 현장에는 저절로 긴장감이 감돌며 프로다운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씬 1.
의 첫 장면은 무지에서 자막으로 시작한다.
자막은 다음과 같다.
[오래된 아파트에는 죽은 사람들이 많다.]자막이 나온 후에 첫 씬이 시작된다.
첫 씬은 학교가 끝나고 아파트로 돌아오는 안서현과 홍정희의 대화로 시작한다.
장소는 아파트 앞쪽의 진입로.
늘 영화의 첫 씬을 촬영할 때면 설레면서도 심장이 쿵쿵거리고 긴장이 된다.
주인공인 안서현 역할은 김영주가 맡았고 친구인 홍희진 역할은 양효진이 맡았다.
김영주는 오디션 때도 봤지만 스물셋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고생 교복이 잘 어울렸다. 경력이 많은 덕에 카메라 앞에서의 여유도 느껴지고.
반면 친구 역할인 홍정희 역의 양효진은 실제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 몹시 긴장된 표정.
양효진은 연기 경력이 비교적 짧은 신인인데 오디션에서 보여 준 밝은 이미지와 톡톡 튀는 연기가 좋아서 선발했다. 연기의 기본기도 잘 닦여 있었고.
이번 영화가 전체적으로 음산하고 무거운 분위기인데 그것과 대비되는 양효진과 같은 밝은 캐릭터가 오히려 공포를 드러내는 데는 효과적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양효진은 자신이 선발될 걸 예상하지 못했는지 합격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눈물을 쏟았을 정도였다. 그만큼 감정 표현이 좋다는 말이기도 하고.
다만 아직은 연기 경험이 별로 없는 신인이라서 살짝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
스태프들은 물론 유승현도 설레는 표정으로 슛을 기다렸다.
유승현은 아침부터 내내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스태프들을 챙겼다. 아마도 수십 년 만에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와서 새롭게 시작하는 연기가 무척 설레는 모양이었다.
신호철이 외쳤다.
“슛 들어갑니다!”
태수의 세 번째 연출 작품 의 촬영이 시작됐다.
용만을 비롯한 스태프들이 주위를 향해 소리쳤다.
“조용!”
양효진은 아직도 잔뜩 긴장한 모습.
김영주가 긴장을 풀어 주려고 무슨 말을 하자 웃긴 하는데 여전히 표정이 굳어 있었다.
“카메라 롤! 씬 1-1.”
태수가 화면을 보고 있다가 외쳤다.
“레디…… 액션!”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멘 안서현과 홍정희가 아파트 진입로를 따라 걸었다. 두 사람을 ‘달리’라는 장비 위에 놓인 카메라가 레일을 따라 움직이며 촬영을 시작했다.
홍정희가 안서현을 돌아보고 말했다.
이번 영화의 첫 씬, 첫 테이크였다.
“요즘 우리 아파트에 이상한 소문 떠도드는…… 아, 죄송합니다.”
긴장한 양효진의 표정을 보고 살짝 불안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첫 대사부터 꼬이면서 NG가 났다.
‘어떡하지? 신인이 이렇게 첫 대사부터 꼬이면 자신감을 잃어서 계속 NG가 나는데.’
다시 촬영이 시작됐지만 예상대로 우려가 현실이 됐다.
연속되는 NG.
테이크 8까지 갔을 때 태수는 어쩔 수 없이 촬영을 중지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