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rcist and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41
141
# 정신병원 편 (1)
“저는 강혁 역할로 오프닝에 출연했어요.”
태수가 강혁 역할을 맡았다는 걸 알게 된 그 순간 생기탐랑의 능이 작동하며 두 사람의 눈에 태수가 좀 더 강혁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태수는 의 웹툰 속 강혁과 놀라울 정도로 외모가 흡사했다. 사람들이 바로 알아보지 못하는 이유는 강혁은 웹툰 속 인물이고 태수는 현실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태수의 얼굴에서 강혁을 떠올리는 순간 생기탐랑의 능이 작동을 하면서 좀 더 강혁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생기탐랑의 능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은 배제하고 긍정적인 시선은 흡수해서 그들이 보고자 하는 모습으로 최대한 가깝게 구현을 시켜 주니까.
태수를 바라보는 김영아의 눈빛이 달라졌다. 물론 이전에도 호의적인 눈빛이었지만 지금은 거기에 무한한 애정이 더 첨가가 됐다.
김영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진짜 이게 꿈인지 생신지. 강혁을 내 눈앞에서 보고 있다니.”
전소민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아, 이제 알겠다, 박보윤이 왜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겠다고 했는지. 박보윤이 이초희 역할이죠? 오프닝 장면이면…… 강혁이 처음 등장해서 이초희를 구해 내는 그 장면 아니에요?”
김영아가 경악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강혁이 달려드는 트럭을 막은 후에 이초희를 끌어안고 날아가는…… 헉…… 그럼 작가님이 박보윤을 끌어안고 날아가는……?”
전소민이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도 이상하네. 그 정도 인연으로 박보윤이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할 것 같진 않은데?”
태수가 급하게 변명을 했다.
“원래는 제가 부탁했다가 거절당했어요. 근데 지난번 우리 프로그램 인기 올라가니깐 출연하겠다고 연락이 온 거예요.”
전소민이 탐색하는 눈빛으로 태수를 보다가 말했다.
“뭐 그럴 순 있을 것 같은데 심정적으로는 동의하기가 어렵네요. 왠지 뭔가 있을 것 같아.”
***
캔 맥주를 마시며 평상 위에서 영화 리뷰들을 살펴봤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화가 옆에 같이 붙어서 함께 검색을 했다.
보기 전에 을 먼저 봤다.
의 경우 어제 주말부터 눈에 띄게 혹평들이 늘었다. 그야말로 혹평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끝없이 딸려 나왔다. 이젠 평점 알바로도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
김영환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눈 뜨고 일어나니 끝났네. 나 불면증인데.
철두철미 : 옆에서 폰질을 해도 화나지 않는 영화네요. ㅅㅂ
고성준 : 감독 면상이 궁금하다. 이런 배우에 이런 예산으로…… ㅋ
Hero17 : 제가 이거 보고 완치됐던 암이 재발했습니다. ㅠ.ㅠ
asyso : 검증도 안 된 신인 감독한테 뭔 생각으로 이런 영화를 맡김?
박성준 : 대중보다는 영화 자체의 완성도만 보고 만들겠다던 감독 인터뷰 보고 알아봤다. 뭣도 모르는 신인 감독이 20년 차 중견 감독 같은 허세만 부리고. 썩을 놈.
의 평점은 어제 7.5점에서 오늘은 7.1점으로 빠르게 떨어졌다, 지금 추세라면 내일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 보였다.
잠시 후 발표될 오늘의 박스 오피스 관객 스코어가 얼마나 나왔을지 궁금했다. 만약 어제보다 관객이 줄었다면 다음 주에는 상영관이 줄어들 가능성이 컸다.
이화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감독 욕을 했다.
[제가 영혼인데도 졸려서 죽을 뻔했어요. 그냥 감독이란 사람이 영화를 너무 못 만드는 것 같아요. 왜 저런 사람한테 감독을 맡겼지?]은 개봉 첫 주도 지나기 전에 분위기가 너무 안 좋게 가라앉았다. 아마 지금쯤 명호는 하루하루 늘어나는 리뷰와 매일 발표되는 관객 스코어가 괴로울 것 같았다.
반면 는 호평들이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한국 공포 영화 중에 최고라는 리뷰도 많았고 가족애 코드가 감동이었다는 리뷰가 이전보다 확연히 늘어났다.
rudtn : 우리나라 공포 영화 중에서 단연 최고라 말하고 싶다. 각본, 연출, 배우들의 연기.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음.
오늘도영화 : 잘 만든 공포 영화다. 무섭기만 한 게 아니라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 민수 가족 생각이 나서 가슴이 먹먹하다.
박수정 : 마음이 짠하네요. 장웅인 인생작 만난 듯. 귀신보다 무서운 현실이라니.
Biost : 이건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다. 손예지의 열연과 절규가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한미정 : 영혼남이 각본 쓴 모텔 파라다이스 흥해라!
어제 평점이 8.6점이던 는 오늘 다시 8.8점으로 평점이 좀 더 올랐다. 공포 영화는 평점 7점을 넘는 것도 어려운데 9점에 근접하는 평점이라니.
이화가 물었다.
[오늘은 관객이 얼마나 들 것 같아요? 어제 26만 명 조금 넘었으니까…….]“원래 일요일은 토요일보다 관객이 조금 적어.”
[12시 넘었어요. 어서 들어가 봐요.]태수가 긴장 반, 설렘 반의 심정으로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로 들어가 박스 오피스를 클릭했다. 그러곤 자신이 눈을 의심했다.
1위 32만 2천여 명.
2위 31만 8천여 명.
평소 절대 큰 소리를 내거나 호들갑을 떨지 않는 이화가 처음으로 여고생처럼 호들갑스럽게 비명을 질렀다.
[꺄악! 오빠 영화가 1위예요!]좌석 점유율은 이 46퍼센트, 가 87퍼센트.
태수는 벅찬 감정을 억누르며 박스 오피스의 스코어를 보고 또 봤다.
박스 오피스 최상단에 위치한 .
순위가 바뀌더라도 다음 주 중반이나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렇게 빠른 시일 안에 1위에 올라설 것이라곤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 상대적으로 영화를 너무 못 만들었고 거기에 가 생각보다 큰 방향을 일으킨 덕분일 것이다.
추가 투자를 부탁하던 조진호 대표를 냉철하게 내친 KU엔터 투자 팀의 표정은 물론이고, 그토록 허세를 부리며 자신을 무시하던 명호의 일그러진 얼굴이 눈에 선했다.
아마 명호의 성격상 지금도 자신의 부족함을 되돌아보기보다는 어떻게든 다른 핑계를 찾아내서 자신을 합리화하기에 바쁠 것이다.
실패에서 뼈저린 교훈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발전하지 못한다.
의 최종 스코어가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명호에게도 한 번 정도는 기회가 더 주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워낙 많은 데다 개봉 첫 주에 100만 가까이 들었으니, 대충 200만 언저리에서 최종 스코어가 예상돼서, 아주 재기하기 어려울 정도의 폭망은 아닐 테니까.
그렇다 해도 명호는 단지 영화를 한 편 더 연출해서 망하고 충무로는 적지 않은 자본을 한 번 더 날려 버리는 그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다.
반면 의 상승세는 가팔랐다.
개봉 첫날 8만을 시작으로 금요일 8만 7천, 주말 26만, 그리고 오늘 32만 명을 넘었다. 공포 영화의 개봉 첫 주 관객 수가 80만에 육박한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다음 주엔 상영관도 늘어날 테니 지금보다 관객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300만이 점점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너무 막연해서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300만 기준으로 주어진다는 10억 원에 가까운 제작사 지분이 비로소 조금씩 자신의 돈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미 통장에는 그동안 출판사에서 들어온 ≪비가 오면≫의 인세와 기존에 있던 돈까지 합쳐서 2억 원에 가까운 금액이 저축되어 있었다.
만약 관객 300만이 넘어서 10억 원이 들어온다면 세금을 내더라도 10억 원 가까운 돈이 남을 것이다.
거기에 얼마간만 더 모아서 서울 변두리라도 좋으니 작은 상가 건물을 사고 싶었다. 1층에는 엄마의 치킨집을 내주고 자신은 좀 더 넓고 근사한 옥탑방을 가지는 것.
당장은 그게 태수의 일차적인 꿈이었다.
근데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던 그 꿈이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자 자꾸만 몸이 허공으로 붕붕 떠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카톡.
조진호 대표였다.
태수가 카톡에 답장을 했다.
[네, 대표님. 300만 가즈아~!]***
소음리 정신병원 앞에 세트가 꾸며지고 있었다.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패널이 세워졌고 MC가 사회를 볼 수 있는 간이 무대가 꾸며졌다. 세트를 만드는 과정조차도 VJ들이 모두 카메라에 담았다.
낮에는 태수와 함께 스태프들이 병원 안에 들어가서 요소요소에 카메라를 설치했고 그 모습들도 모두 촬영을 했다.
병원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는 대부분 동작을 감지할 수 있는 카메라여서, 사람이든 뭐든 움직이는 게 있으면 저절로 움직여서 촬영을 하도록 세팅이 되어 있었다.
스태프들의 숫자도 늘었고 구급차도 미리 와서 대기했다.
당연히 중계차도 세트 옆에 대기하고 있었고.
딱 봐도 지난 방송에 비해 제작비가 훨씬 많이 투입됐다는 걸 짐작할 수가 있었다.
태수는 강형진 신부를 스태프들에게 일일이 소개시켰다. 뜻밖에도 전소민 기자와 강형진 신부는 이미 안면이 있었다.
“신부님, 잘 지내셨어요? 그동안 한번 찾아뵙는다고 하고선 여기서 이렇게 뵙게 되네요.”
“전 기자처럼 바쁜 사람이 나처럼 세상에 묻혀 지내는 사람을 어떻게 일일이 챙기겠나. 그래도 인연은 인연이네, 이렇게 또 만나는 걸 보니.”
“두 분은 어떻게 알게 되신 거예요?”
전소민이 대답했다.
“제가 예전에 심령 현상이 일어난 곳을 찾아다니는 기획 기사를 쓴 적이 있거든요. 그때 제가 어느 폐가에 들어갔다가 악귀한테 빙의를 당했어요. 그때 신부님이 나타나셔서 제 몸에 들어온 악귀를 쫓아내 주셨죠.”
길재중과 한석후 아나운서가 현장에 도착했고 마지막으로 스타크래프트 밴을 탄 손예지가 도착했다. 확실히 손예지가 도착하자 촬영장에 활기가 돌았다.
손예지는 의 성적이 좋아서 그런지 표정이 한결 밝아 보였다.
손예지가 뒤늦게 뒤쪽에 어둠 속 정신병원을 돌아보고는 겁에 질려 ‘어떡해?’를 연발했다.
“저기 너무 무섭다. 태수 너 진짜 저기 들어가도 괜찮겠어?”
“걱정하지 말아요, 누나. 이미 그저께 병원 안에 들어가서 어떤 악귀들이 있는지 어느 정도 파악을 했으니까.”
사실 태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두렵거나 대단한 위협을 느끼지는 않았다. 병원 안에 악귀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백귀들처럼 서로 뭉쳐서 힘을 발휘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위협이 되는 악귀는 여러 악귀들이 귀기를 합치거나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서 힘을 발휘하는 악귀들이다.
책임 프로듀서인 한재성 피디가 권창훈 피디와 태수를 따로 불러서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을 써 달라고 당부를 했다.
김영아는 온라인과 방송국 게시판의 반응을 체크하다가 놀라서 소리쳤다.
“벌써 우리 방송하고 영혼남이 실검에 올라갔어요!”
“뭐? 방송하기도 전에?”
“그렇다니까요.”
다들 휴대폰을 꺼내서 확인을 하니 정말로 ‘영혼을 찾아서’는 실검 13위, ‘영혼남’은 18위에 올라가 있었다.
게다가 제작사에서는 이번 주부터 온라인에 전용 단체 채팅방을 개설했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네티즌들의 실시간 반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채팅방에서 네티즌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들을 전소민이 직접 태수에게 물어봐서 궁금증을 해소시켜 준다는 계획도 있었다.
채팅방은 최대 수용 인원이 1천 명인데, 채팅방을 열자마자 순식간에 네티즌들이 들어와서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이미 수용 인원을 거의 다 채웠다.
김영아는 자신의 눈으로 보고도 뜨거운 열기를 믿을 수가 없었다.
다른 프로그램이라면 아무리 재미가 있어도 겨우 1회 방송 만에 이런 폭발적인 반응이 올 수가 없다.
심령 프로그램인데 연출이나 조작이 없다는 소문과 신뢰가 생겼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타난 것이다.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에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네티즌들의 채팅이 화면을 쉼 없이 채웠다.
김영아가 소리쳤다.
“소음리 정신병원도 실검에 올라왔어요!”
김영아의 말대로 소음리 정신병원도 실검에 진입했고 이어서 손예지까지 실검에 차례로 올라왔다.
실검 20위 안에 프로그램에 관련된 검색어가 자그마치 네 개나 실검에 오른 것.
한재성 피디가 박수를 치며 현장을 독려했다.
“자, 이번 방송 시청률 10퍼센트 한번 넘겨 봅시다!”
다들 이번 주 시청률이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지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방송 시간이 되어 태수와 손예지, 전소민, 길재중, 강형진 신부가 게스트석에 앉았다. 평소보다 게스트가 많아서 화면이 꽉 차는 느낌이었다.
온에어에 불이 들어왔다.
카메라가 뒤쪽 벽면에 달려 있는 ‘특집 – 영혼을 찾아서’라고 적힌 패널을 비추고 있다가 줌아웃으로 빠지더니 한석후 아나운서를 잡았다.
조연출이 사인을 주자 한석후가 멘트를 시작했다.
“오늘도 저희 영혼을 찾아서를 찾아 주신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한석후입니다. 저희는 오늘도 생방송으로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