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ience points continue to increase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퀸 (2) >
“너.”
멈칫 하던 인우는 끝내 말을 삼켰다.
이 여자는 저택의 가디언이다.
그뿐이다.
자유를 얻게 된 그녀가 어딘가로 가버리기라도 한다면?
인우는 그러한 상황을 원치 않았다.
때문에 아직은 아니다.
조금 더 그녀를 믿을 수 있게 된다면, 그때에 주기로 결심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말한 인우는 앞장서 걸으며 저택으로 들어섰다.
퀸이 그 뒤를 종종걸음으로 쫓았다.
저택에 들어선 인우는 가장 먼저 아공간을 열었다.
후웅-
입구가 열리자마자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 자식아! 왜 이제 열어!”
지은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뒤로 제라와 민철이 줄줄이 소시지로 튀어나왔다.
“형님. 제가 저 안에서 꿈을 꿨는데, 아공간에 형님이 좋아하는 러닝머신이 가득한 꿈이었어요. 분신들이 그 위에서 뛰어 놀더라고요.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기는 전기가 안 나오잖아요? 에라이 개꿈!”
민철이는 역시나 말이 많았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아공간에 분신들을 모조리 때려 박고 러닝머신을 설치해두는 건 참 기발한 아이디어다.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취-익. 인간. 전리품 채취는 모두 끝마쳤다.”
‘나 좀 칭찬해주세요.’ 라는 뉘앙스가 가득 풍기는 어조의 제라였다.
하지만 인우는 칭찬 대신 궁금한 것을 물었다.
“빨간색 보석도 나왔지?”
“흥.”
“나왔냐고 묻잖냐.”
“그래. 아공간 입구 쪽에 전리품을 다 모아뒀다. 흥.”
말을 마친 제라는 거실을 가로질러 퀸에게 걸어갔다.
그런 뒤 멸치볶음을 요구하며 일찌감치 식탁에 자리 잡았다.
한편 인우는 아공간에 있는 전리품들을 확인했다.
디아볼로스에게서 나온 전리품들.
우선 탑에서 채취했던 킹의 오망성, 디아볼로스의 이빨, 유니크 스킬 볼 3개가 보였다.
그리고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붉은 보석이 보인다.
제라가 채취한 모양이었다.
이것이 바로 헬 스톤.
헬게이트에서 얻어낼 수 있는 가장 큰 전리품.
인우는 헬 스톤의 정보를 불러왔다.
용도 – 아티펙트 기능 강화.
기능 – 추가 능력치 랜덤 생성.
제한 – 하나의 아이템에 단 한 번만 사용 가능.
헬 스톤은 아티펙트 강화에 쓰인다.
본래 아티펙트란 무조건적으로 두 줄의 기능을 보유한다.
하지만 헬 스톤을 통해 3줄까지 늘릴 수 있었다.
또한, 그 능력치는 랜덤이며 무조건 S급으로 생성된다.
이 말은 즉, 형편없는 아티펙트라도 헬 스톤만 있다면 S급이 될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단 한 번만 사용가능했기에 신중해야만 했다.
이를테면, 강력한 아티펙트에 사용하는 것이 맞다.
현재 인우가 착용한 아티펙트 중 가장 강력한 녀석은 초월의 팔찌.
맨손 전투력 5배와 근력 50의 기능.
이 정도 급수의 아이템이라면 헬 스톤을 먹여도 될 것이다.
이내 인우는 초월의 팔찌를 착용해제 한 뒤 헬 스톤을 가져다댔다.
볼 것도 없이 승낙했다.
그러자 헬 스톤이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후우우우웅-
어떠한 기능이 붙었을까?
인우는 팔찌의 정보를 불렀다.
기능 – 맨손 전투력 5배 상승, 근력 50 상승
추가기능 – 민첩 100 상승
발동조건 – 근력 500 이상
“이 정도면 뭐···”
추가기능이 생겼다.
민첩 100 증가.
특수능력이 아닌 것은 아쉽다.
하지만 100이라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다.
헬 스톤으로 인해 붙는 능력치는 이처럼 무엇이 되었건 엄청난 수치가 붙는다.
100스텟이라면 20레벨에 해당한다.
물론 인우의 경우 10레벨에 해당하겠지만 말이다.
인우는 나름 만족하며 초월의 팔찌를 다시금 착용했다.
그 다음 전리품으로는 유니크 스킬 볼 3개를 몽땅 먹어버렸다.
젠장.
모조리 꽝이다.
그런데 저러한 문구는 처음 본다.
스킬 습득에 실패?
아무래도 스킬의 개수가 점차 늘어나며 발생된 현상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확률은 더욱더 줄어들었을 게 분명했다.
물론 제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계속 먹다보면 분명히 스킬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본격적인 헬게이트 폭격을 시작한 만큼, 유니크 스킬 볼을 습득할 수 있는 루트가 더 많아졌질 않나.
현재 인우는 27스킬 마스터.
지닌 스킬은 모조리 다 마스터다.
더 이상 올릴 스킬이 없다.
그렇기에 신규 스킬 습득은 꼭 필요했다.
유니크를 통한 타클래스의 스킬들이 더더욱 많이 필요한 것이다.
더 강해져야 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존재한다.
드래곤 녀석들이 모습을 보인만큼 상황은 언제 최악이 될지 모른다.
이에 대한 최대의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 * *
한국에 국가 소속 랭커팀 사일런스가 있듯이, 각국에는 랭커팀이 존재한다.
그리고 현재 주요 국가의 랭커팀들은 모조리 한국행 티켓을 끊은 상태였다.
이것은 각국 정부의 지시였다.
한국에서 역대급 사건이 터졌질 않나.
이를테면 현재 한국행에 오른 랭커팀들은, 정인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이었다.
헬게이트 클리어에 대한 단서가 정인우에게 있었으니까.
그렇게, 각국의 랭커팀들은 하나둘 한국 땅을 밟기 시작했다.
* * *
저녁을 먹고 빈둥거리는 인우 가의 식구들.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그 어떤 집단도 이 식구들에게 쉽게 해를 가할 순 없을 것이다.
정인우와 정지은, 김민철, 블랙오크 제라, 뱀파이어 퀸, 그리고 팜이까지.
팜이의 경우 근래에 들어 몸집이 너무 커져서, 저택의 문을 통과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해서 녀석은 지금 사육장 한 채를 통째로 쓰고 있다.
인우는 놈을 아꼈기에, 드래곤 레어와 같은 공간을 설계하고 건축할 계획도 있었다.
그리고 이 계획은 민철에게 위임할 생각이었다.
아니면 분신들을 시켜도 될 일이었다.
“가만···”
그러고 보니 각성정수도 필요했다.
막내 분신들도 곧 99레벨을 달성하게 될 테니까.
“시장에 매물이 있으려나.”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인우.
그때 민철이 불쑥 물어왔다.
“어떤 거요 형님?”
“아, 각성정수.”
“각성정수야 돈만 있으면 구할 수 있는 아이템 아닙니까? 이럴 게 아니라 오랜만에 초인샵이나 가시죠?”
“나도 갈래!”
쇼파에서 과자를 집어먹던 지은도 합세했다.
이윽고 그들은 외출 준비를 했다.
오직 퀸과 제라만이 잠잠했다.
제라는 자신이 블랙오크였기에 외출이 불가능함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퀸은 왜?
제라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취-익. 넌 안 가냐?”
“전. 멀리에 못 나가요. 그리고 여길 지키는 게 제 일이에요.”
씩씩하게 대답한 퀸이었지만, 얼굴 한구석에는 분명한 아쉬움이 보였다.
그녀는 늘 이곳을 지켰다.
인우의 식구들이 어딜 가더라도, 그녀는 홀로 이곳에 남았다.
그럴 때마다 내색은 안했으나 그녀도 함께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인우는 지은과 민철을 데리고 저택 밖으로 나섰다.
그러자 퀸은 마중을 위해 헐레벌떡 따라나섰다.
그녀가 달릴 때마다 원피스의 아랫단이 세차게 흔들렸다.
늘 입던 그 옷이었다.
인우가 사주었던 원피스.
이 옷은 너무 자주 입어서 헤졌을 정도였다.
“다녀오세요!”
퀸은 민철의 차에 올라타고 있는 인우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인우는 잠시 멈칫거렸다.
그러더니 차에 올라타는 대신 퀸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어, 어···?”
퀸은 당황했다.
인우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며 걸어오고 있었으니까.
인사에 문제라도 있었던 것일까?
가슴이 덜컥 주저앉는 것 같았다.
어느덧 인우는 그녀의 앞에 섰다.
그러더니 한숨부터 내쉬며 입을 열었다.
“옷이 그것뿐이냐?”
“아뇨···그냥···이게 좋아요.”
머뭇대며 답하는 퀸.
바른대로 고할 만큼 대찬 성격이 아니었다.
적어도 인우 앞에서 만큼은 말이다.
그 순간.
인우가 양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퀸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인우는 아공간을 열고 자그마한 목걸이를 꺼내 드는 것이 아닌가?
단숨에 퀸의 목 뒤로 손을 가져간 인우.
퀸은 움찔댔다.
둘의 거리가 코 닿을 듯 지척이다.
인우의 짙은 향기가 순간 확 끼쳐왔으며, 정신은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철컥-
어느덧 퀸의 목에 ‘킹의 오망성’이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퀸은 눈을 떴다.
그리고 그 순간.
.
[킹의 권능] – 흡혈을 통해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 업이 가능해집니다.
“이, 이건, 뭐예요?”
잔뜩 놀란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이에 인우는 답 대신 한마디를 내뱉었다.
“따라와.”
“네?”
순간 퀸은 잘못 들었나 싶었다.
따라오라니.
어디를?
설마 바깥에?
퀸은 저도 모르게 멈칫하며 물었다.
“나, 나도 같이 가요?”
“넌 이제 어디든 갈 수 있잖아. 가자.”
인우는 앞장서 걸으며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즈음.
차안에서는 지은이 민철을 향해 말하고 있었다.
“저 새끼 밀당하는 거지 지금?”
“그, 글쎄요.”
민철은 머리를 긁적댔다.
마당 저편에서 거리를 두고 걸어오는 인우와 퀸.
다른 건 몰라도, 퀸의 입가에 커다란 미소가 걸려 있는 게 보였다.
그건 민철로서도 처음 보는 그녀의 미소였다.
* * *
TV로만 접하던 인간들의 세상이다. 퀸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렸다.
“아. 아.”
그러면서도 그녀는 인우를 놓치지 않았다.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인우의 옷깃을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저도 모르게 그리 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우는 걸었다.
그리고 이 둘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럴 수밖에 없질 않나?
세계최강의 초인이 엄청난 미모의 여성을 대동하고 서울 시내에 나타난 것이다.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인우를 보며 유명인이 떴다고 난리였다.
하지만 정작 인우는 심각한 얼굴로 간판들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퀸의 헤진 원피스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던 인우다.
생각해보니 항상 이 옷만 입질 않나?
가디언이라고 저택에만 박아두려 했건만, 늘 일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그녀를 보자 순간 울컥하는 마음이 생겼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사실상 이제 가디언이 크게 필요치 않은 인우다.
예전에야 사육시설이나 저택에 모아두었던 전리품 때문에 가디언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공간이라는 훌륭한 시설이 존재한다.
그리고 사육시설은 이제 인우에게는 불필요하기도 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킹의 오망성을 걸어주었다.
퀸은 생각보다 훨씬 더 기뻐했고, 인우는 활짝 핀 그녀의 미소에 조금 더 신경을 써주기로 결심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옷이었다.
현재 인우는 민철에게 각성정수를 사오라 시켜두고 퀸만을 데리고 옷가게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유명 메이커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인우였다.
그렇기에 최대한 좋고 비싸 보이는 옷가게를 찾고 있었다.
마침내 인우는 제법 괜찮은 옷가게를 찾았다.
그녀를 데리고 곧바로 가게에 들어선 인우.
직원의 인사마저 가볍게 무시하며 퀸에게 물었다.
“여기 옷 어때?”
퀸은 원피스 치맛단을 꽉 움켜쥐며 간신히 답했다.
“조, 좋아요.”
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옷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인우의 마음이 좋아서였다.
끝
ⓒ 호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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