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ience points continue to increase RAW novel - Chapter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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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화 마왕성의 징표 (2)
퀸은 그간 놀고먹지 않았다.
정확히 말해 놀고 마셨다.
별거 아닌 거 같아 보여도 이것은 무척이나 큰 차이를 보인다.
적어도 퀸에게 만큼은 말이다.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남아 있는 드래곤의 혈액.
정인우는 그러한 피를 끝도 없이 공급해 주었고, 퀸은 하루에 8~10L 정도의 피를 마셔왔다.
이를 경험치로 환산해 보자면, 120만 가량이 나온다.
즉, 퀸은 하루에 120만의 경험치를 꾸준히 올려 왔다는 거다.
퀸은 인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레벨이기에 경험치 총량이 비정상적으로 높지도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차례의 레벨 업을 거듭해 왔고, 이로 인해 그녀의 레벨은 벌써 211이었다.
그리하여 퀸이 지닌 무력은 지구의 초인 기준으로 최상위권에 속할 정도였다.
고작 211레벨로 그것이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충분히 가능하고도 넘쳤다.
본래 퀸과 같은 괴수는 레벨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고정 수치인 레벨 0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레벨이 없던 시절에도 미개척지대의 괴수들을 잡아서 피를 빨아먹고 살던 그녀였다.
그런데 그때의 0레벨이 지금은 211이 되었다.
이 때문에 퀸의 211레벨은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이제 마기까지 가득 차 있다.
그녀의 무력은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그것도 무척이나 빠른.
지금 인우의 가족 중 가장 큰 성장 가능성을 지닌 건 다름 아닌 퀸이었다.
인우는 퀸을 확실히 밀어줄 생각이었다.
원래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거다.
아니, 노를 반 토막 내버리고 모터를 달아 줄 참이었다.
그 모터란, 바로 마왕의 피였다.
지금 인우의 손에는 몰가스에게서 뽑아낸 혈액 4리터가 들려있었다.
드래곤 한 마리에서 채취하는 혈액이 3,000리터인 것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양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순도에서 확연히 다른 차별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를 테면 아주 작은 양으로도 대량의 경험치를 확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인우는 기대를 품고 병에 든 혈액을 퀸에게 건넸다.
그리고 말했다.
“4리터다. 한 번에 다 마실 수 있겠냐?”
그 말에 퀸은 잠시 침묵했다.
하루에 2번 끊어 마시면 몰라도, 한 번에 저 정도는 무리다.
설마, 주인이 자신을 돼지로 보는 걸까?
그것만은 절대로 안 된다!
절로 간담이 서늘해진다.
퀸은 다급히 답했다.
“나는 배가 작아요. 홀쭉한 것 좀 보라구요.”
그리 말한 퀸은 호리병 같은 허리에 손을 얹고 인우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인우는 예고도 없이 퀸의 배에 손을 얹었다.
“아, 아!”
기습적인 손길.
퀸은 어찌나 놀랬는지 크게 굳은 채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우가 말했다.
“확실히 배가 너무 없긴 하네. 살 좀 찌워.”
“저, 저기···!”
“응?”
“이, 이거요···!”
“뭐?”
“소, 손 좀······.”
퀸이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배를 만지작대고 있는 인우의 손을 가리켰다.
인우는 밀가루 반죽 주무르듯 퀸의 배를 부여잡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살이 없는 배인데, 이건 뭐 거의 꼬집다시피 하고 있는 거였다.
“손 뭐?”
“아니에요···!”
퀸은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처음엔 크게 놀랐으나, 인우의 손길이 싫지만은 않은지 금세 태도를 바꾼 것이다.
계속 주무르라는 듯이 얌전히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의 바람은 오래도록 이어지지 못했다.
이내 인우는 그녀의 배에서 손을 뗐으니까.
그리고 다시금 혈액이 든 병을 내밀며 말했다.
“마셔라 퀸. 쉽게 구할 수 없는 피니까.”
“···항상 받기만 하네요.”
“그게 마음에 걸리는 거야?”
“네. 난 줄 게 없잖아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재깍 들려오는 퀸의 대답에, 인우는 피식 하고 웃었다.
줄게 없다고 말하는 그녀가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무언가를 더 해 주고 싶을 정도였다.
왜 이런 기분이 들까나?
잠시 고민해 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고마워요. 주인님. 제가 언젠간 더 큰 것들로 보답할게요.”
“그러던가.”
어느덧 퀸은 피가 든 병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이어 그녀의 목을 타고 마왕의 피가 넘어간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몇 모금이나 마셨으려나?
퀸은 어찌나 놀랐는지 크게 눈을 뜬 채 마시던걸 멈췄다. 이 잠깐 사이에 3번의 레벨 업을 했다.
들어온 경험치는 한 모금에 대략 1000만 가량.
아니 잠깐.
이게 말이 되나?
“주, 주인님?”
“왜?”
“이게 도대체 무슨 피죠?”
“마왕의 피.”
“···네?”
“마왕의 피라고. 얼마나 오르는데?”
얼마나 오르냐고?
말한다고 이걸 믿어 줄까?
“하, 한 모금을 넘길 때마다 천만씩은 올라요.”
“오호······.”
인우는 퀸의 예상과 다르게 덤덤했다.
당연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으니까.
그러나 확실히 엄청나긴 하다.
드래곤의 피가 한 모금에 3,500정도의 경험치를 주었다.
그런데 마왕의 피는 한 모금에 10,000,000의 경험치를 준다.
이는 몇 천배의 차이다.
실로 어마무시 할 정도였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이치였다.
3000리터의 드래곤 피. 그리고 4리터의 마왕의 피.
드래곤의 피를 모두 마시면 대략 4억 정도의 경험치를 얻게 된다.
이에 입각해 보자면, 마왕의 피를 모두 마시면 4억 이상의 경험치를 얻어야만 말이 된다는 거다.
이 때문에 저렇게 터무니없는 경험치가 들어오는 걸 테지.
퀸은 1리터를 40모금 정도로 마시니, 아마 저 4리터를 모두 마시게 되면 못해도 16억의 경험치는 얻을 것이다.
현재 퀸의 레벨 대에서 16억의 경험치는 말도 안 될 정도의 양이라 볼 수 있었다.
인우 자신에게도 몇 차례의 레벨 업을 선사할 정도의 엄청난 양인 것이다.
생각도 잠시.
꼴깍. 꼴깍.
지속적으로 꼴깍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인우는 다시금 퀸을 바라보았다.
‘허. 얘 봐라.’
퀸은 지금 빠른 속도로 4리터의 혈액을 비우고 있었다.
어느새 혈액이 가득 담겨 있던 병은 탈탈 털려 있었다.
가만, 이 여자 지금 4리터를 한 번에 다 마신건가?
“돼지네.”
인우는 질렸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러자 퀸의 뾰족한 외침이 들려왔다.
“아, 아니에요!”
다급히 변명하는 퀸이었지만, 입가에 주륵주륵 흐르는 핏물을 숨길 순 없었다.
오늘 퀸은, 마왕의 피를 모조리 마시고 53개의 레벨 업을 했다.
현재 그녀의 레벨은 264였다.
이는 인우가 블랙오크들을 족치고 다녔을 때보다 빠른 성장률이었다.
이래서··· 줄을 잘 타야 하는 거다.
* * *
NO.255 마왕성.
이곳은 과거 몰가스의 마왕성이었다.
하지만 이제 주인이 바뀌었다.
그 주인은 바로 정인우라는 인간.
뒤바뀐 주인 덕에 마왕성의 집사가 바빠졌다.
집사는 마왕성에서 발생하는 모든 업무를 전담한다.
쉽게 말해 마왕의 뒤치다꺼리를 모조리 도맡는 것이다.
NO.255 마왕성의 집사는 에노느라는 여자 마족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마왕성의 집사를 목표로 두고 열심히 꿈을 키워 왔던 그녀.
그리하여 마침내 마왕의 집사로 발탁되었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그럴 만한 이유가 존재했다.
몰가스는 또라이였던 것이다.
마계는 넓고 또라이는 지천에 깔렸다는 것 따위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몰가스는 좀 심각했다.
그러한 몰가스가 죽었다고 했을 때는 솔직히 기뻤다.
그리고 동시에 걱정이 됐다.
이번에 새로이 이곳 마왕성에 들어설 마왕은 제발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는 녀석이었으면 싶었다.
인간이건 오크건 뭐건 상관없다.
그냥 또라이만 아니면 된다.
에노느는 간절한 마음을 품은 채 오늘도 마왕성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 * *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심각한 또라이는 정인우다.
에일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정인우가 말하길,
마왕의 피를 더 뽑아야 한다며 마계 침공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에일린은 눈만 끔뻑대며 잘못 들었나 싶었다.
마계가 무슨 지구나 프로킨 같은 하위 행성인 줄 아는 건가?
그곳은 차원이 다른 생명체들이 머무는 상위 차원이다.
드래곤 로드인 그녀조차도 상위 존재들의 눈치를 볼 정도이지 않은가?
그런데 마계 침공을 계획하고 있다니!
더욱이 가관인 것은 길을 모르니 안내하라는 거였다.
그건 절대로 안 될 말이다.
죽을 거면 혼자 죽지 왜 자신까지 데리고 가는가!
에일린은 강력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되돌아 온 것은 강력한 폭행이었다.
“···하··· 하······.”
지금 에일린은 정인우에게 실컷 두드려 맞은 채로 정원 꽃밭에 드러누워 있었다.
딱 그림만 놓고 보자면, 천사와 같은 외모를 지닌 아름다운 여인이 꽃밭에 평온히 누워있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아니다.
시퍼렇게 멍든 두 눈과 줄줄 흐르는 코피는 그녀가 얼마나 가혹하게 폭행을 당했는지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에일린은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둥둥 떠다니는 하얀 구름. 제 눈탱이처럼 퍼렇게 물든 하늘.
그런데 그런 시야에 난데없이 갸름한 얼굴이 불쑥 보였다.
“응?”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맡에 선 채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구지?’
시선이 마주쳤다.
강렬한 레드 컬러의 긴 생머리.
푸른 눈동자.
높다란 서구형 콧날과 두툼한 입술.
무척이나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풍기는 기운이 묘하다.
이건 인간도 아니고 드래곤도 아니다.
도대체 뭐지?
에일린은 저도 모르게 물었다.
“뭐야 넌?”
“마왕.”
마왕이라고?
그 한마디에 에일린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눈을 비비며 다시금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여자가 풍기는 묘한 기운의 정체를 알아챘다.
그건 바로 마기였다.
마기도 보통 마기가 아니다.
몰가스 따위는 상대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마기.
에일린은 저도 모르게 살금살금 뒷걸음질 쳤다.
마왕이 프로킨에 온 것이라면 결코 좋은 뜻을 품고 오진 않았을 거다.
몰가스의 복수를 위해 온 건가?
그때 자신을 마왕이라 밝힌 여자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아직 헤쉬테 녀석은 오지 않은 건가?”
“헤쉬테? 그건 또 누구지?”
“개도 마왕. 정인우를 죽이러 오는 녀석이지.”
“······.”
에일린은 침묵했다.
사태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 같았다.
이 여자 마왕의 목적이 무언지는 모르겠으나, 중요한 건 정인우 때문에 마왕이 두 명씩이나 프로킨으로 현신했다는 거였다.
이건 정말로, 역사에 없던 대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 * *
헤쉬테를 제외한 49명의 마왕들은 여전히 마계신전에 모여 있었다.
이들은 중앙 탁자에 커다란 수정구 하나를 비치해 두었다.
이 수정구는 헤쉬테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고, 나아가 프로킨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들도 사실 궁금했던 것이다.
흥미가 동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마왕을 죽일 정도의 무력을 갖춘 인간에 대해서 말이다.
꼴깍.
누군가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수정구에서는, 헤쉬테가 정인우의 왕궁을 날려버리는 광경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먼지가 자욱한 왕궁의 잔해 속에서, 마침내 정인우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정인우는 인상을 구기며 소리치고 있었다.
-어떤 개새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