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ience points continue to increase RAW novel - Chapter 31
031화 유인 (2)
“에, 뭐라고요?”
“안 들립니까? 저희가 사람을 찾고 있는데, 혹시 이곳에 리빙아머를 입고 다니는 초인이 거래를 하러 오진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사내는 다짜고짜 본론부터 꺼내고 있었다.
그에 상인은 고개를 내저었다. 심지어 상인은 꿍얼대는 목소리로 욕까지 해 댔다.
“…나 원 참. 미친놈들. 세상천지 리빙아머를 입고 있는 초인이 어디 있다고…만약에 그런 초인이 내 눈앞에 나타난다면, 내가 할복을 한다 할복을 해. 에효. 머저리 같은 놈들…”
“예?”
불분명한 발음. 그리고 작은 목소리였기에 사내들은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다.
어느덧 상인은 금세 표정을 바꾸곤 환히 웃고 있었다.
“음…전혀 못 봤습니다만!”
그 말에 사내들은 저들끼리 대화했다.
“흠. 일단 강원도 사냥터에 들어가 보자고.”
“그러지.”
이윽고 그들은 상점을 나섰다.
인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녀석들이 사라진 방향을 쳐다보았다.
‘저놈들도 나이트 길드에 소속된 놈들이로군.’
인우의 입가에 조소가 머물렀다.
놈들은 결단코 자신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저 무시하면 금세 잊혀 질 테다.
‘발바닥에 땀나도록 날 잡으러 다녀봐라 내가 잡혀주나.’
잡혀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다만…
이대로 넘어가줄 생각도 없었다.
넘어가기엔, 인우의 궁금증이 너무 커져 있었다.
‘집요할 정도로 날 찾고 있단 말이지.’
이윽고 인우는 먹다 만 코코아를 내려놓고선 몸을 일으켜 세웠다.
* * *
나이트 길드에 소속된 길드원 재호와 윤섭은 강원도 사냥터를 뒤적거렸다.
목표물이 최초로 발견된 곳은 효성동이라 했다.
그렇기에 목표물이 강원도에 있을 확률은 적었다.
게다가 강원도 사냥터는 인적도 드문 곳이다.
그래서일까? 강원도의 수색을 맡은 재호와 윤섭은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그들의 걸음은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듯 보였다.
재호가 말했다.
“야. 근데 좀 이상하지 않냐?”
“뭐가?”
“리빙아머를 입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웃기지만, 어째서 그 사람을 찾기 위해 우리 길드 전체가 움직이는 걸까? 우리 같은 하급 길드원까지 동원시키다니. 뭔가 이상하지 않냐?”
“척살령이 떨어졌으니 이렇게 들쑤시는 거지 뭐.”
“이 멍청아. 우리 길드가 언제 척살령 떨어졌다고 이렇게 눈에 불을 켜고 사람 찾는 일이 있었냐?”
대개의 척살령은 모든 길드원에게 수배지를 배포해주는 것이 보통이었다.
한데, 이번 척살령은 좀 달랐다.
나이트 길드의 마스터는 모든 길드원을 동원해 리빙아머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과 같은 경우는 결단코 흔치 않았다.
그렇기에 쉬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마치, 그들이 모르는 어떠한 비밀이 존재하는 것처럼.
다시금 재호가 말하고 있었다.
“확실히 이상하지 않냐? 생각해봐 리빙아머라니…왜 그렇게 리빙아머에 집착할까?”
“알게 뭐냐. 까라면 까는 거지. 야, 4존은 뭐 없다. 이제 5존으로 넘어가보자.”
윤섭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5미터 즈음 앞에 위치한 폐건물 안쪽에서 무언가가 눈에 보였다. 저것은 분명 리빙아머의 팔이었다.
재호가 눈을 부릅뜨고 윤섭을 향해 속삭였다.
“야, 저거 봐. 저거…리빙아머 아니냐?”
“어라…4존에 웬 리빙아머지?”
리빙아머의 서식지는 5존이다.
물론 간혹 가다 리빙아머가 4존까지 내려오는 경우도 존재하긴 했다.
하지만 그건 굉장히 드문 일이다.
문득, 재호는 등골을 타고 소름이 오도도 돋아났다.
“아무래도…우리 오늘 승진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니 생각은 어떠냐?”
“일단 가보자. 길드에서 말한 그놈이 아니라 그냥 리빙아머일 수도 있어.”
“흐흐. 내 생각엔 예감이 아주 좋다. 개자식. 거기 딱 기다려라. 넌 그냥 독 안에 든 쥐다.”
이윽고 그들은 폐건물을 향해 살금살금 걸었다.
폐건물 입구에서 분명 리빙아머의 팔 부분이 슬쩍 비쳤다가 사라졌다.
착각이 아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둘 모두가 볼 순 없는 거니까.
이윽고 그들은 폐건물 앞에 도착했다.
한데, 막상 도착하자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재호가 속삭이듯 말했다.
“윤섭아. 니가 먼저 진입해.”
“이 씨팔 새끼는 이럴 땐 꼭 나 먼저 가래.”
“아오. 그럼 둘이 한 번에 같이 들어가자.”
“오케이.”
이내 둘은 셋까지 숫자를 센 뒤에 단숨에 폐건물로 들어섰다.
곧바로 들어선 폐건물.
이곳은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어둠 그 자체였다.
퀴퀴한 냄새와 함께 싸한 기운이 스멀스멀 등골을 타고 온다.
재호가 속삭였다.
“야, 윤섭아. 스마트폰으로 후레쉬 좀 비춰봐.”
“어. 잠깐 있어 봐라.”
이윽고 윤섭은 스마트폰을 들고 후레쉬를 켰다.
그러자 새카만 공간이 환하게 밝혀졌다.
그리고 그 순간.
“히, 히익!”
“으아아아 씨팔!”
어둠이 걷히자마자 비명을 쏟아냈다.
둘은 어찌나 놀랐는지 바닥에 엉덩방아까지 찧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바로 코앞에 리빙아머를 입고 있는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 진짜다! 진짜야! 이놈이야!”
“드디어 찾았다! 저, 전투 개시다!”
까앙-!
그때, 남자가 잽싸게 움직이더니 둘의 머리통을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남자가 말했다.
“전투 개시가 아니라, 협박 개시다. 개놈들아.”
* * *
“우, 웁!”
재호와 윤섭은 폐건물 기둥에 포박되어버렸다.
이미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다.
폐건물 내부를 물들인 어둠은 더욱 짙어져 있었다. 바깥은 저녁일 테다.
터벅 터벅-
그리고,
어둠속에 분명 리빙아머를 입고 있는 사내가 보였다.
사내, 인우가 말했다.
“정신이 들었냐.”
“우웁! 우웁!”
“우웁! 우우우!”
인우는 놈들의 입을 막아둔 상태였다. 깨어나자마자 소리를 꽥 내지르면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니까.
“조용 좀 해라.”
그러면서 인우는 허리춤에서 날카로운 도축용 단검을 빼들었다.
그제야 재호와 윤섭은 입을 꾹 다물었다.
녀석들이 얌전해지자, 그제야 인우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날 잡으면 승진하나봐?”
“우웁!”
청테이프를 풀어줘야 대답을 할 것 아닌가?
놈들의 눈빛은 딱 그런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인우는 짜증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냥 맞으면 고개를 끄덕이고 아니면 고개를 내저어.”
그제야 재호와 윤섭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아주 순조로워. 너희들이 지금처럼만 협조해준다면, 난 분명히 너희들을 살려줄 거야. 엄밀히 말해서 이곳은 굉장히 어둡잖아? 니들은 내 얼굴도 제대로 구별이 안 될 테고. 그러니까 대답만 착실히 해주면 목숨은 보장해주지.”
재호와 윤섭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죽고 싶진 않았기에.
“자, 이제부터 질문이 좀 디테일 해질 예정이니까, 입을 막아 놓은 청테이프를 풀어줄 거야. 그런데 만약 소리를 내지르거나 한다면….니들 목숨은 보장 못해준다.”
“우웁!”
역시나 고개를 끄덕인다. 그제야 인우는 놈들의 청테이프를 풀어주었다.
“하아. 하아.”
“뭐든 다 말하겠습니다.”
굉장히 협조적이다. 기본적으로 길드에 대한 충성도보다 목숨이 중요한 이들 같았다. 당연하다. 대개의 인간이라면 가장 소중한 것이 본인의 목숨일 테니까.
이윽고 인우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너희들. 왜 날 찾고 있는 거지? 니들 정말로 데스나이트를 가공하고 있는 거냐?”
* * *
“에라이.”
인우는 바깥으로 나왔다.
이미 폐건물 안에서 바깥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끝마친 상태였다.
목격자가 있다면 아무래도 골치가 아파질 수도 있으니까.
이윽고 인우는 도축용 단검에 잔뜩 묻은 피를 땅바닥에 문질러 닦아냈다.
“물에 빠지면 입만 둥둥 떠다닐 녀석들이네.”
인우는 녀석들에게 꽤 많은 것들을 물었다.
크게 두 가지가 궁금했다.
우선 첫 째로는, 녀석들이 정말로 데스나이트를 가공하는지에 대해서였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이 자신에게 걸림돌이 되진 않을지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녀석들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하급 길드원들에게는 데스나이트에 대한 사항이 모조리 비밀로 부쳐져 있는 것 같았다.
녀석들은 단지, 길드의 지시로 리빙아머를 찾고 있을 뿐이었다.
“참 답 없는 새끼들이란 말이야. 날 잡아서 어디에 써먹으려고.”
그리고 둘째로는, 나이트 길드가 인우의 정체를 예상하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놈들은 인우에 대해 갈피조차 잡고 있지 못했다. 밑도 끝도 없이 리빙아머를 입고 있는 사람을 찾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이건 이미 예상했었지. 다만 확신이 필요했을 뿐.’
결론은 간단했다. 놈들은 인우가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인우는 여전히 놈들의 목적에 대해서 명확히 알아내지 못했다.
‘조금 더 길드 사정에 대해 알고 있는 놈들이 필요해.’
일전에 효성동에서 시비가 붙었던 두 남녀를 생각했다.
녀석들은 분명히 무언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길드원을 잡아내야 한다.
‘도대체 날 잡아서 어디다 쓰려는 거냐. 빌어먹을 새끼들.’
이제는 궁금함을 떠나, 기분이 더러워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리빙아머가 부러워서 꼴깝을 떠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놈들은 이미 정도를 지나치고 있었다.
만약 인우에게 예전과 같은 힘이 있었다면, 당장에 나이트 길드 본부에 쳐들어가 마스터라는 놈의 목을 비틀어버렸을 것이다.
* * *
민철은 하루 종일 토지와 사육장 건설을 알아보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인우는 이곳에 거대한 저택도 짓고, 사육장도 늘릴 계획이라 했다.
“참 대단한 형님이란 말이야.”
민철은 인우가 좋았다. 호쾌한 성격도 그랬고, 통이 큰 것도 그랬다.
보너스라는 명목으로 A급 정수를 한주먹이나 쥐어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흐흐!”
안 그래도 호감형이던 사람이, 급여까지 빵빵하게 챙겨주니 더더욱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생각도 잠시. 민철은 저 멀리에 보이는 사육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후우. 오랜만에 제법 바쁜 하루였어.”
저녁이 되어 서야 모든 일을 끝마친 민철은 사육장을 향해 가는 중이었다.
민철의 구형 아반떼가 투박한 도로를 내달렸다.
“드디어 도착이로구나!”
마침내 도착한 사육장.
“후우. 말리오들은 잘 있었겠지?”
사육장이 가장 궁금했다. 그가 없는 동안에도 말리오들은 잘 지냈을까?
이윽고 민철은 사육장 옆에 아반떼를 주차했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콧노래를 흥얼대며 사육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스르륵-
“응…?”
사육장 근처에 있던 숲속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인기척이 들려왔다.
“뭐지…”
민철의 커다란 눈동자에 궁금증과 동시에 두려움이 피어났다.
스르륵-
다시금 소리가 들려왔다.
“….어어?”
소리가 그친 순간. 숲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들이 사육장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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