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ience points continue to increase RAW novel - Chapter 84
084화 바투 >
드래곤의 종류는 상당히 많다.
그러나 그 중에서 가호를 내려 줄 수 있는 드래곤은 흔치 않았다.
이를테면 골드 드래곤이나 실버 드래곤 정도?
골드나 실버는 드래곤 중에서도 최상위급에 속한다.
그러한 놈이 지금 제라 부족의 뒤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인우는 분명 느낄 수 있었다.
제라 부족원들은 저마다 가호의 기운으로 전투력이 상승되어 있었으니까.
“드래곤. 그 최악의 생명체가 난입했으니까.”
인우가 말하자 배다정은 의문을 표했다.
“드래곤이 난입했다니?”
다정은 의문일 수밖에 없었다.
드래곤은 인간들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괴수일 뿐이다.
즉, 실존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미친곰은 드래곤이라 했다.
이윽고 미친곰이 말했다.
“뭐가 되었건, 이제 제라 부족은 단숨에 급부상할거야.”
“아니, 이지윤의 보고를 통해 이미 확인했다. 제라 부족은 미로 부족에게 질 수밖에 없어.”
“뭐,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미친곰은 그저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지금으로선 드래곤의 가호를 배다정에게 납득시켜 줄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인우가 무슨 말을 한다 해도 통하지 않을 터.
이것은 그저 배다정이 직접 눈으로 목격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우는 더 이상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괜찮아 보이긴 하니······.’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드래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인우의 예상으로는 아마,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드래곤이 바깥으로 나오기 위해선 헬게이트 정도로는 감당할 수 없을 터.
못해도 헬게이트보다 수백 배는 큰 게이트가 열려야 지구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드래곤은 헬게이트 뒤에 웅크린 채로 제라 부족에게 가호를 내려주는 것이 고작일 테고.
‘그러나 의문인데······.’
확실히 의문이었다.
사실, 드래곤이 지구로 넘어올 이유가 없다.
놈들은 프로킨에서 떵떵거리면서 황금이나 핥아 댈 놈들이다.
원체 귀찮은 것을 꺼려하고 나태한 족속들이다.
그런데, 그러한 드래곤이 왜 지구로 넘어오려 하는 것일까?
도대체 목적이 무얼까?
도무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한 생각도 잠시.
이윽고 인우가 배다정에게 말했다.
“단독행동에 대해서 처벌을 내린다면 달게 받지. 그러나 지금은 아니야. 우선은 제라 부족이 우선이야. 작전회의부터 시작하지?”
말을 마친 인우는 작전회의막사를 향해 앞장섰다.
너무나도 태연한 그의 행동에 배다정은 할 말을 잃었다.
하긴, 따지고 보면 미친곰의 말이 맞다.
지금은 제라 부족과 미로 부족의 전쟁에 대한 작전회의가 우선이었다.
* * *
3개의 부족을 통합한 바투는 단숨에 북쪽을 향했다.
현재 바투 부족의 전력은 대략 7천만 가량으로 늘어난 상태.
3개의 부족을 통합하며 병력을 많이 잃었음에도 이렇게나 크게 불어난 것이다.
바투는 현재 북쪽의 패오 부족의 땅에 들어선 상태였다.
이에 패오는 2천만 가량의 병력을 끌고 바투의 앞을 막아섰다.
드넓은 벌판.
거대한 두 부족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윽고 최전방에 서 있던 패오 부족의 족장 패오가 외쳤다.
“바투! 전쟁을 몰고 오다니! 욕심에 가득 찬 멍청한 놈!”
“큭. 어차피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다. 패오. 순순히 투항해라.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나의 부족원이 되어라. 그렇게 하면, 너의 전투력에 걸맞는 직위를 내려 주지.”
적절한 제안이다.
패오의 입장에서는 확실히 저 제안에 따르는 것이 맞았다. 왜냐하면 현재 패오 부족의 병력은 바투 부족에 비해 절반도 채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때문에 순순히 투항한다면 그 어떤 피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지 않나?
패오는 부족원들을 이끄는 족장이다.
쉽게 굴복해선 안 되는 것이다.
부족원들의 운명이 패오의 어깨에 달려 있었으니까.
어느덧 패오는 짓눌려오는 압박감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내 패오는 포효하듯 외쳤다.
“거절한다!”
“흐음. 기어코 죽고 싶은 것이로군.”
거절.
그 한마디에 커다란 정적이 감돌았다.
누구 하나라도 움직인다면 곧바로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길 한참.
다시금 패오가 외쳤다.
“나 패오 부족의 족장 패오! 바투 너에게 결투를 신청하지! 만일 내가 진다면, 내 목을 베고 나의 부족원들을 거두어라. 다만, 내가 두 눈을 뜨고 있는 동안에는 결단코 나의 부족원들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다!”
이윽고 패오가 결단을 내렸다.
그러자 패오의 최측근 장군들이 젖은 목소리를 내며 소리쳤다.
“위대한 전사 패오! 안 될 말입니다! 저희는 이미 죽음을 각오한 몸! 긍지를 가지고 싸울 겁니다! 당신 혼자 희생하려 들지 마십시오!”
장군들의 만류.
그에 패오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의 수천만 부족원들이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한 것이리라.
이윽고 패오가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에게 긍지를 다오. 족장의 사명을 다하겠다.”
말을 마친 패오가 저편에 있는 바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자 바투도 이편을 향해 걸어왔다.
이윽고 둘은 벌판 중앙에서 마주쳤다.
바투가 말했다.
“전사다운 긍지로군. 약속하지. 고통 없이 끝내 주겠다. 그리고 너의 부족원들을 내가 잘 이끌어 주겠다.”
“······.”
패오는 답하지 않았다.
그는 끝을 예견하고 있었다.
바투는 모든 블랙오크 중에서 가장 강할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존재.
패오 자신이 바투를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다만 긍지는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윽고 패오가 거대한 도끼를 치켜들고 바투를 겨눴다.
이에 바투는 그저 양 주먹을 치켜 들 뿐이었다.
무기조차 빼지 않는 여유.
“으아아아압!!”
어느덧 패오가 선공을 취했다.
패오의 거대한 도끼가 허공을 가르며 바투의 심장을 노렸다.
그러자 거대한 덩치의 바투는 믿을 수 없는 빠르기로 공격을 피해 냈다.
파스스스스슥-!
도끼가 허공을 빠르게 누비며 소름끼치는 파공성이 벌판을 메웠다.
이를 보고 있던 부족원들은 저마다 침을 꿀꺽 삼키며 양 주먹을 꽉 쥐었다. 손 틈 사이로 땀이 새어 나왔다.
카앙-!
어느덧, 바투는 패오의 도끼를 양 손바닥으로 막아 냈다.
그러자 패오의 도끼가 부들부들 떨며 길을 잃었다.
엄청난 힘에 가로막힌 것이다.
바투는 순수한 악력만으로 패오의 도끼를 결박시켜 버렸다.
패오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이윽고 바투는 양 팔에 힘을 주었다.
끄드드득-!
그러자 바투의 거대한 팔 근육에 거머리 같은 핏줄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패애애애앵-!
도끼는 그대로 두 동강이 나 버렸다.
패오의 눈이 부릅떠졌다.
“으!”
바투가 강한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어느덧 바투는 돌덩이 같은 양 주먹을 휘두르며 패오를 압박했다.
“크읏!”
마치 막을 수 없는 거대한 강물이 떠밀려 내려오는 듯한 압박감이었다.
패오는 침음성을 내뱉으며 점차 뒤로 물러났다.
이윽고 패오는 자신의 부족원들이 서 있는 곳까지 밀려났다.
그때까지도 바투는 공격다운 공격은 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패오가 어느 정도 물러나자 주먹은 휘두르지도 않은 채 천천히 패오를 향해 다가가기만 했다.
저벅. 저벅.
바투에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패오로 하여금 공격 의지조차 잃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패오 부족원들도 동일했다.
패오가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 그 순간.
그때 이미 전투의 승패는 갈려 있었다.
패오는 그저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피해 뒤로 물러날 뿐.
그리고 마침내 패오 부족원들과 바투의 거리가 지척에 닿았을 때.
바로 그때.
바투가 단숨에 패오의 목을 움켜쥐었다.
“커, 커헉!”
“······.”
바투는 자신의 손에 결박 되어 고통스럽게 호흡을 내뱉는 패오를 바라보았다.
바투의 붉은 눈에는 그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바투는 그 상태로 패오 부족원들 전원을 쏘아보았다.
수천만에 달하는 패오 부족원.
그들은 본인들의 지척에서 죽어가고 있는 패오를 바라보면서도 그 어떠한 움직임을 취하지도 못했다.
바투의 눈빛은 그 정도로 기세가 대단했다.
“크, 크허어어어!”
이윽고 숨통이 막혀 오던 패오는 서서히 눈알이 뒤집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컥.”
패오가 숨을 거뒀다.
그러자 바투는 긴 숨을 토해 냈다.
“후우우우우우.”
그리곤 패오 부족원들을 향해 족장 패오의 시체를 내던져 버렸다.
철퍼덕!
그 광경에 패오 부족원들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이를 갈았다.
바투가 말했다.
“약했기에 이렇게 된 것이다. 강한 족장을 따르면 될 일이지. 패오는 긍지를 지켰다. 나는 그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지. 그리고 이제, 너희들은 나를 따라야 할 것이다.”
말을 마친 바투는 패오 부족원들이 몰려 있는 곳을 뚫으며 걸었다.
저벅 저벅-
그리고, 바투가 걸을 때마다 패오 부족원들은 양쪽으로 갈라지며 길을 내주었다.
압도적인 기운에 내주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저벅 저벅-
바투는 계속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패오 부족원들의 중앙에 도착해서야 걸음을 멈췄다.
“이것은 시작일 뿐. 이제, 온 세계가 우리의 것이 된다.”
현재까지 바투는 4개의 부족을 통합했으며, 이제는 9천만 가량의 병력을 지휘하게 되었다.
* * *
“지금 방금 바투 부족이 하나의 부족을 더 흡수했다더군.”
무전을 받은 11조의 조장이 배다정을 향해 말하고 있었다.
그 말에 배다정은 인상을 구겼다.
현재 바투의 영역 쪽에 급파된 초인부대는 미국과 일본.
“바투가 움직이는 동안 미국과 일본은 무얼 했던 거지?”
“어찌해 볼 수 있는 규모가 아니란 것을 잘 알잖아. 미국에서 증원을 요청했어. 지금 당장 바투 부족을 향해 모든 부대를 투입시키지 않으면······.”
“뻔하지. 이러다가 바투 부족이 지금보다 더 커진다면 그때는 정말로 위험해지겠지.”
그렇게 답한 배다정은 팔짱을 낀 채로 눈을 감았다.
그녀는 깊은 고민에 빠질 때면 늘 이러했다.
그녀가 침묵하자 막사에 모인 모든 조장들은 저마다 의견을 피력했다.
“차라리 바투가 더 이상 세력을 늘리지 못하게 비교적 작은 부족들을 깨부수는 게 맞지 않겠어?”
“깨부수는 게 쉽겠냐? 그리고 그러는 동안 바투가 가만히 있겠냐고. 이제 녀석도 슬슬 우리가 급파되었다는 것을 눈치 챘을 거라고.”
“사태를 해결하려면 이미 불어날 대로 불어난 바투 부족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의견은 엇갈리고 있었다.
게다가 현재 중국에 급파된 모든 초인부대가 한데 뭉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애초에 각 국은 지역을 배분해서 임무를 전담하지 않았는가?
인류의 존망이 걸린 사태임에도 각국의 알력이 작용한 것이다.
이를테면 한국의 경우, ‘제라 부족과 미로 부족만 케어하면 끝!’ 정도의 느낌이랄까?
이는 타 국가 또한 마찬가지인 것이다.
물론 한국이 제라 부족과 미로 부족을 괴멸 시킨다면 타국의 영역으로 증원을 가는 시스템이었다.
어찌되었건 현재로선 별다른 방안이 없는 상태.
턱. 턱. 턱.
그런데 그때.
테이블 왼쪽 끝자리에서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모든 조장들은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허, 참······.”
“흐음······.”
그리고 그들은 침음성을 내뱉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친곰이 팔짱을 낀 채 두 다리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는 달달 떨어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아니꼬운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모든 시선이 미친곰에게로 쏠리자, 미친곰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내게 좋은 방법이 있어.”
끝
ⓒ 호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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