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수신을 이뤄내다
강천만 봐도 상극인 두 개의 연체 법문을 강제로 익혔을 때 어떤 결말을 맞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진양은 오행에 속한 다섯 종류의 연체지법을 모두 수련하기로 결정했다.
강천의 시신에서 두 권의 기능서를 얻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일목성림(一木成林)이라는 이름의 목행 연체지법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법’ 등급의 연체지법은 오행을 모두 갖추고 있는 만큼 전부 수련해야 한다.
연체 수도사는 신통을 자생할 때 충분한 기반을 갖춘다면 외물(外物)의 힘을 빌려 더욱 빨리 신통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오금납서묘법에 원자철모를 더해 원자신광을 수련한다면 그만큼 신묘한 힘이 더해지게 된다. 단지 지금은 그 힘이 약할 뿐이다.
그러나 세 가지 종류의 영수를 모두 가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선 삼수소체정법을 수련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것이다.
경영지수와 천일진수는 충분했고 일원중수도 쉽게 얻을 수 있다. 원한다면 언제든 바다로 가서 모으면 되고, 며칠만 모은다면 착화제로 쓸 만큼 충분한 양의 일원중수를 모을 수 있다.
게다가 성해주의 내해는 광활하고 물의 기운이 매우 농후하다. 바다 안에서 수련한다면 평소보다 몇 배나 더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진양은 성지(城池)를 빠져나와 내해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다에 사는 요괴의 동굴을 아무 곳이나 골라 찾은 후 그곳을 봉쇄하고 수련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일원중수를 모으는 것이다.
수많은 영수(灵水) 중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일원중수다.
모으는 방법만 알고 있다면, 그리고 물의 기운이 강한 곳에서라면 실력에 상관없이 일원중수를 얻을 수 있다.
일원중수는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고 그 무게도 매우 육중하다. 한 줌으로도 호수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내륙 지역에서 일원중수를 모으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바다엔 널린 게 물이었기 때문에 매우 쉽게 모을 수 있다.
그렇게 하루 정도 공을 들인 끝에 진양의 손바닥에는 비둘기 알만한 크기의 검은 물이 모여들었다.
이 정도의 일원중수라면 착화제로 쓰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삼수소체정법을 배우고 난 뒤 수련을 할 땐 더 이상 많은 양을 쓸 필요도 없고 계속해서 영수를 사용하며 수련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일원중수를 모은 진양은 우선 경영지수를 꺼내 들었다.
경영지수는 양이 가장 적었지만 첫 번째로 사용한다면 소량만으로도 착화제로 쓸 수 있다.
진양은 경영지수를 조금 꺼내 입에 넣고 삼킨 뒤 천천히 공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진양의 주위로 물의 기운이 끓어오르며 몸이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농후하지만 온화한 생기가 소리 없이 혈맥으로 녹아들며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연홍(鉛汞, 수은을 제련하여 만든 장생의 단약)으로 이루어진 피가 흐르는 것처럼 경령의 기운이 더해졌고, 심장이 뛸 때마다 선혈이 힘차게 뻗어나가며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경영지수를 완전히 소화시킨 진양은 이어서 천일진수를 삼켰다.
천일진수는 모든 물의 어머니라는 칭호답게 만물이 화합을 이루게 만들 수 있다.
다른 영수도 천일진수에 녹아들 수 있었다. 또한 다른 성질을 가진 물질이라 할지라도 천일진수에 의해 중화되며 하나가 된다.
진양이 천일진수를 선택한 건 바로 후자 때문이다.
공법을 운용할수록 진양의 몸에선 잔잔한 물결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진양의 몸은 점점 투명색으로 변해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아예 수인(水人)이 되어버렸다.
진양의 몸은 파도에 따라 물결치기 시작했다.
진양은 그제야 과감하게 일원중수를 삼켰다.
계속해서 공법을 운용하자 산처럼 묵직한 기운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물로 만들어진 몸은 새까만 일원중수에 의해 조금씩 몸속으로 녹아들었고, 투명한 진양의 몸을 검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잠시 뒤, 진양은 동굴 밖으로 뛰쳐나갔다.
검은 물이 되어버린 진양은 경령(輕靈)과 묵직한 기운과 하나가 돼 있었기에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바다를 걸어 다닐 수 있었다. 마치 날렵한 검어(劍魚)와 같이 빠른 속도였다.
그렇게 걸어 다니고 있을 때, 멀리 한 마리의 검어가 있는 모습이 보였다.
검어는 마치 검집에서 뽑힌 검과 같이 빠른 속도로 진양을 향해 날아왔다. 검끝과 같은 검어의 머리는 진양의 몸을 노리고 있었다.
진양은 동요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수신 상태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어서 검어가 빠르게 진양의 몸을 뚫고 지나가며 몸을 두 동강 내버렸다.
하지만 검어가 지나가기 무섭게 진양의 몸은 다시 원상태로 복구되었다.
수신 상태를 해제하고 육신으로 돌아왔으나 일말의 티끝 하나 없이 멀쩡했다.
진양은 흡족스러운 잇몸을 드러내며 웃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쉽게 삼수소체정법을 수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천일진수의 공로가 컸을 듯했다.
뿐만 아니라 수련을 마치고 나니 스스로 신통이 생겨 자신의 몸을 수신(水身)상태로 만들 수 있었다. 수신 상태에서는 칼날에 베이지도 않고, 부서지지도 않는다.
뿐만 아니라 경영지수의 생기와 일원중수의 묵직함도 느껴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상했던 대로 천일진수를 기반으로 다른 영수와 함께 사용하여 수련할 경우 신묘함을 흡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다 진양은 갑자기 한참 동안이나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도 목숨 부지에 도움이 되는 신통이 나오다니. 내가 그렇게 죽음을 두려워했단 말인가?’
연체 수도사가 자생하는 신통들은 전부 수도사가 마음속으로 바라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한다. 즉, 생각하는 대로 신통이 자생되는 것이다.
한참을 생각해 보았지만 진양은 결국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죽음을 정말로 두려워하긴 하나 보군.’
물론 목숨 부지에 도움 되는 신통도 나쁘진 않다.
이제 웬만한 힘으로는 수신 상태의 진양에게 상처를 입히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진양은 다시 원래 있던 동굴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다에 녹아있는 끝없는 영기를 이용하여 수련을 이어나갔다.
그때 진양은 그제야 무언가 떠오른 듯 고개를 돌렸다. 수신 상태일 때도 찹쌀떡처럼 꼭 붙어있던 고양이가 어느새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고양이는 발톱을 뽑아 흥미롭다는 듯 진양의 수신을 향해 뻗었다. 그러다 갑자기 진양의 팔뚝을 한 입 깨물었다.
그러자 수신에 작은 틈이 생겨났다.
이렇게 생긴 틈은 수신의 물이 흘러와도 메꿔지지 않았다. 마치 원래부터 이 부분만 비어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진양이 다시 육신 상태로 돌아오자 팔뚝엔 있어야 할 살 대신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진양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어르신. 어르신께서 강한 건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일부러 이러는 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 굳이 이렇게 힘자랑을 해야겠어요?”
고양이는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흘러나오는 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곤 다시 흐물거리며 진양의 어깨로 올라갔고, 귀찮다는 듯 고개를 내밀어 상처 부위를 핥았다.
그리고는 고양이는 다시 쥐 죽은 것처럼 어깨에 매달려 깊은 잠에 빠졌다.
상처는 회복되었지만 진양의 표정은 여전히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으나 고양이의 한 방에 순식간에 망쳐버리고 말았다.
진양은 동굴에 걸린 금제를 발로 차며 밖으로 나오며 바다에서 빠져나왔다.
‘수련은 개뿔. 이런 식으로 남의 의욕을 팍 죽여놓다니.’
원래는 단숨에 태원까지 수련을 한 다음 일목성림육법(一木成林育法)을 수련할 생각이었지만 의욕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진양이었다.
‘됐다. 이만 쉬자. 어차피 급하게 경지를 올릴 필요도 없잖아.’
그렇게 진양은 터덜터덜 걸어 호호성에 도착했다.
성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누군가의 시선이 자신을 향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길가에 있는 한 주루의 창가에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며 앉아있는 오경의 모습이 보였다.
진양이 주루 안으로 들어오기 무섭게 오경은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했다.
“구 형, 잘 지내셨습니까!”
“전 잘 지냈습니다. 오 형도 잘 지내셨습니까? 그건 그렇고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이렇게 술을 다 드시고 말입니다.”
진양도 포권을 취하며 인사치레를 건넸다.
“구 형을 만나러 갔었습니다만 자리에 안 계시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앉아서 구 형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를 말입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진양이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상부에서 온 편지를 전해드리려고 온 겁니다.”
오경은 품속에서 밀봉된 편지를 하나 꺼내 진양 쪽으로 밀어놓았다.
진양은 편지를 살펴보았다.
평범한 종이처럼 보였지만 편지엔 금제가 걸려있었다. 복잡한 금제는 아니었으나 강제로 파훼를 시도할 경우 편지는 순식간에 먼지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어떻게 열어야 되지?’
진양이 고민하고 있을 때, 오경이 부러움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구 형, 이건 총부의 높으신 분께서 친히 보내신 편지입니다. 이런 경우는 이전에도 딱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아무리 못해도 한 주에 있는 삼위 장거쯤 되는 위치로 승천(升遷, 승진)될 상황에서만 이런 편지를 받거든요. 구 형, 높은 자리에 오르셔도 절 잊으셔선 안 됩니다.”
진양은 편지를 챙기며 포권을 취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사양하실 필요 없습니다. 절 기억해 주신다면 오히려 제가 영광 인걸요.”
이어서 술과 음식이 나왔다.
하지만 진양은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것만 같았다.
진양이 편지를 받은 이후로 오경의 태도는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아부는 갈수록 심해졌으며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을 낮추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불편한 식사 자리를 마친 진양은 다시 별채로 돌아왔다.
별채로 돌아온 진양은 편지를 꺼내든 채 어떻게 하면 봉투를 열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진양은 좋은 생각이 낫는지 구승의 신분 영패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영패를 만지자 ‘구승’이라는 글씨가 나타나 편지에 새겨졌다.
이어서 편지에 걸려있던 금제가 퍼져나가는 듯싶더니 일 장 정도 되는 금제가 되어 진양의 주위를 차단했다.
편지는 허공으로 떠오르며 사람의 입술 모양으로 변했고, 입 주위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며 주위로 퍼져나갔다.
뿜어져 나온 빛은 배불뚝이 중년 남자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는 화려한 옷을 입고 보옥으로 만든 요대를 차고 있었으며, 손가락에는 무려 네 개나 되는 반지가 끼워져있었다.
그는 호량 대장거였다.
대장거는 앞을 바라보며 흡족스러운 듯 큰소리로 웃었다.
“구승, 아주 훌륭하게 일을 잘 처리했구나. 현천성종에서도 조용히 호양대추를 회수했다고 우리에게 알려왔다. 깔끔하게 일을 잘 처리했으니 이번만큼은 예외로 진창주(陳滄州)의 삼장거로 승직시키도록 하겠다. 성해주는 마침 바쁜 시기니 별다른 일이 없으면 속히 부임하도록 하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만영상호에 들러 도움을 받도록 하거라.”
대장거가 말을 마치자 빛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다시 입술 모양으로 변한 편지는 ‘펑’하는 소리와 함께 먼지가 되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주위를 감싸고 있던 금제도 소리 없이 모습을 감추었다.
진양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만영상호가 현천성종으로부터 꽤 많은 이득을 보긴 한 모양이야. 겨우 축기밖에 안 된 관사를 한 주의 삼장거로 임명하다니. 이건 너무 파격적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