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28
28화 쫓아와 보거라!
금장거의 눈빛에는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도문에 대해 만영상호은 잘 알고 있었다.
수만 년 전 만영상호가 승승장구하며 성장해 갈 때 도문의 누군가를 화나게 한 적이 있었다.
당시의 호량(壺梁) 대장거가 도문의 도둑을 다 잡아들인다고 호언장담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룻밤 사이에 비밀창고가 모두 비어버렸다.
당시의 대장거는 화가 나서 삼 일 내내 피를 토했고 이성을 잃어 칠 일 내내 날아다니면서 욕을 하며 다녔지만, 그림자 하나 찾지 못했다고 했다.
훗날 호량 대장거가 전출되면서 심혈을 기울여 신출귀몰한 도문 사람들을 억제하는 전문적인 각종 비술과 금제를 만들었다.
그런데 제대로 맞붙을 기회가 생기기도 전에 도문의 주둔지가 발각되면서 도문은 수일 만에 멸문해버렸다.
설마 수만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도문 잔당들이 나타날 줄이야.
“막 종주가 말이 거침이 없지 않습니까. 삼 년 전 친우가 방문했을 때 어째서 그런 망언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전의 도문 전체를 비하하고 최근에 나타난 도문의 사람들을 어릿광대라고 비하했다고 합니다.”
대장로는 말하면서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런데 삼 년이 지나 막 종주도 자신이 말한 사실을 잊고 있었는데 마석성종 선조들의 묘들이 누군가에 의해 엉망이 되어버린 겁니다. 막 종주 스승의 관은 마석성종 산문 밖에 놓여 있었고요. 도문이 막 종주에게 자진해서 전에 했던 말을 사과하라고 했는데 하지 않으니 마석성종의 모든 선현의 관을 햇볕이나 쬐게 한 거랍니다.”
“어찌 그런 일이.”
금장거는 듣자 갑자기 실소가 터져 나왔다. 도문의 행동은 정말 터무니없었다.
하지만 그저 듣고 즐기면 그만이었다. 마석성종은 절대 쉽게 굴복하지 않을 거고 도문도 쉽게 손을 떼지 않을 게 분명했다. 도문이 자신들을 건드리지 않으면 자신들도 건드리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마석성종을 아무도 없는 것처럼 드나들 수 있다니. 도문은 쉽게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였다.
생각해보면 도문의 계승자가 이미 세상에 나온 지 몇 년이나 되었는데도 그들을 화나게 하지 않으니 모두가 감사할 따름이었다.
마석성종을 건드릴 거면 그냥 두면 그만이었다.
어쨌든 다른 사람들이 도와준다고 해도 마석성종은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
그냥 멀리서 불구경이나 하면 되는 일이었다.
우우웅!
가벼운 울림이 천지에 들리자 세 고수는 잠시 풀어졌던 마음을 다시 가다듬었다.
“모두, 붓꽂이가 연화되려는 거 같습니다!”
땅 위에 있던 백 장 크기의 붓꽂이가 하늘로 올라가더니 빛을 사방에 뿜어냈다. 그러자 하늘에서 거센 파장을 일으켰다. 세 사람이 힘을 합쳐 연화하자 백 장 크기의 붓꽂이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지만, 그 빛은 도리어 더욱 빛났다.
마치 세 사람의 힘을 물리치려고 하는 거 같았다.
하지만 단숨에 세 사람은 힘을 더하여 전력을 기울이자 붓꽂이가 줄어드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머지않아 석 촌 길이의 붓꽂이가 되었다.
빛은 마치 햇빛처럼 뿜어져 나왔다.
“두 선배님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영태성녀가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러자 붓꽂이가 성녀에게 날아왔다.
바로 그때, 허공에서 갑자기 손이 나타나더니 붓꽂이를 잡고 순식간에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감히!”
영태성녀가 소리치자 수많은 신광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수많은 예리한 검이 교차하자 마치 천지를 교살(絞殺)하려고 했다. 검은 균열이 생기면서 허공이 무너지고 파도가 몰아쳤다.
한순간에 십 리 안의 모든 게 산산이 조각나면서 가루가 되었다.
파도 안에서 갑자기 검은 옷의 노인이 나타났다. 몸은 날렵했고 두 번 구르자 교살의 공간에서 빠져나왔다.
“헤, 아가, 난 단지 이 붓꽂이가 좋아 보여서 갖고 놀려고 한 거뿐인데 어찌 그리 화를 내는 것이냐?”
노인은 눈썹 끝을 치켜세우고 눈살을 찌푸렸다. 손에 들고 있던 붓꽂이가 끊임없이 떨리자 태산과 같은 손으로 움켜쥐자 흔들림이 사라졌다.
“묘한 손놀림과 허공을 가르며 걸어 다니다니, 역시 대단하십니다. 도문의 선배께서 직접 오셨군요. 실례했습니다.”
금장거의 눈빛이 반짝이더니 공수하며 예를 올렸다.
“그놈 눈썰미도 좋고 아는 것도 많구나. 이 붓꽂이는 내가 가져가마. 답례로 너희들에게 한 마디 해주마. 너희는 자소도군을 너무 우습게 생각했어. 그가 비록 황급하게 죽었지만 설치한 후수(後手)는 절대 이렇게 나약하지 않다.”
노인은 차갑게 웃더니 몸을 움직이자 감쪽같이 사라졌다.
영태성녀는 쫓으려고 했지만 대장로가 심각한 표정으로 급히 말렸다.
“쫓지 마시오. 일이 생겼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허공에 마치 또 다른 세계가 환영처럼 떠올랐고 비경을 비추었다.
콰지직!
환영에 균열이 가더니 균열 사이로 보이는 환영 부분이 순식간에 실체로 변했다.
콰직 콰직!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하늘에 떠오른 환영의 균열은 더욱 촘촘해지면서 점점 늘어났다. 환영의 균열에서 허리가 잘린 거목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보였다.
“이런, 비경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금장거의 안색이 심각해졌다.
“어쩐지 이곳에 귀역(鬼蜮)이 생겼더라니, 진법 안에 진법이 설치되어 있었고 서로 연결된 구조였던 거야!”
대장로의 눈은 마치 등잔처럼 대지를 비췄고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대장로님 무슨 뜻입니까?”
“우리의 실력이 부족하여 안광이 부족해 꿰뚫어 보지 못하고 자소도군의 현묘함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붓꽂이가 연화되면 비경은 자연스럽게 붕괴하게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누구도 경솔하게 나설 수 없게 해놓은 거였습니다. 붓꽂이를 남겨 놨다면 비경이 남아 끊임없이 문하의 제자들을 들여보내 자소도군의 전승을 도모할 수 있었겠지만 자소도군의 진정한 무덤은 영원한 산처럼 견고하여 아무도 못 찾았을 겁니다.”
“대장로 그 말은?”
“맞습니다. 붓꽂이가 연화되면 비경이 무너집니다. 우리가 억지로 공격해서 무너트리려고 했는데 사실 비경 아래의 진짜 무덤이 숨겨져 있었던 겁니다! 자소도군의 능침이 여기에 있었어요!”
금장거는 경악한 표정으로 자금산반(紫金算盤)을 꺼내더니 바람처럼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자 잔상이 환영처럼 떠올랐다.
잠시 후, 금장거의 안색이 새하얗게 됐다.
“정말 큰일이 난 거 같습니다. 무덤이 깊은 곳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이 땅은 또 음(陰)을 품고 양(陽)을 배척합니다. 이미 무극(無極)의 기세로 진화되었습니다. 지금 균형이 깨져버려서 곧 황천으로 변하여 솟아오를 거고, 천지가 역전되고 큰 위험이 안에 숨겨져 있을 겁니다. 저희로는 손쓸 방도가 없습니다.”
이 말이 들리자 대장로는 등잔 같은 두 눈으로 아래를 살펴보면서 안색이 더욱 일그러졌다.
그때 칠향차의 문이 열리더니 영태성녀가 날아왔다. 이 여인은 날개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에는 원앙 장식의 비녀를 꽂고 얼굴은 면사로 가리고 있었다. 몸은 아리따웠고 유난히 매혹적이었지만 쓸쓸하고 성결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이제 영태성녀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칠향차에서 나왔다는 건 전력으로 힘을 쓰겠다는 의미였다.
허공에 나타난 비경 환영은 균열이 점점 늘어갔고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 비경과 세계 사이의 경계에 점점 균열이 생겼고 무너지는 과정도 더 빨라졌다.
이런 추세로 가면 조만간 완전히 무너질 게 분명했다.
* * *
비경 안에 있던 진양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균열이 계속 생기고 있었다.
하늘이 빠른 속도로 땅과 이어지고 있었다. 앞에 있는 산 위에 있는 수십 장 높이의 거목에 균열이 가면서 순식간에 반으로 갈라지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게 보였다.
하지만 잠시 후 땅도 점점 갈라지고 있었다. 보리수나무 숲으로 돌진하자 보리수나무 숲에도 많은 균열이 생겼다. 큰 것은 사, 오장 길이 정도가 되었다. 균열 사이를 바라보자 균열 안에서 바깥의 광경이 보이는 게 보였다.
어찌 된 일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분명한 건 이건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무 선배, 준비 다 했어? 뭔가 심상치가 않아!”
말이 끝나는 동시에 보리수나무 숲에서 나무뿌리 하나가 땅속에서 나오더니 진양의 허리를 감싸고는 진양을 안으로 끌어당겼다.
눈앞이 돌면서 진양은 양쪽의 광경이 스쳐 지나갔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어서 자신의 시력으로도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단지 모호한 그림자만 보였다. 온몸의 피가 마치 하나로 이어지는 거 같았고 미친 듯이 뒤로 지나갔다.
하지만, 잠시 후 끌어당기는 힘이 약해지면서 땅으로 내려온 진양은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곧 정신이 돌아왔다.
두 눈을 뜨고 보니 눈앞에 거대한 거목이 있었는데 높이는 백 장이나 되었다.
거목한테서 발산되는 왕성한 생기에 숨이 막혔다. 공기 중에는 청색 기운이 가득했는데, 한 번 들이키자 수련 경지가 강해지는 게 느껴졌다.
마치 엄청난 영약을 흡수한 거 같았다.
진원을 움직였지만 연화하기가 어려웠다. 몇 호흡 만에 청색의 기운이 더 많아졌다. 두 손이 나무로 변하기 시작하자 진양의 표정이 굳어졌다.
놀란 진양은 다급히 숨을 참았고 온몸의 모공을 막았다.
“을목정기(乙木精氣)!”
진양은 갑자기 이것이 무엇인지 생각났다. 매우 진귀하다는 을목정기였다. 오직 만년이 된 특수한 거목 안에서 나와서 잉태되는 것이었다. 가장 자연적인 치료의 성약(聖藥)이었다. 죽은 사람의 살과 뼈를 자라게 할 정도로 무서울 정도의 생기가 담겨 있었다.
여기 너무 짙어서 연화되지 않은 을목정기를 보자 진양의 간이 다 떨려왔다.
‘너무 짙어서 조금이라도 들이마시면 몸이 소화하지 못하고 나무가 될 거 같아.’
‘이 보리수나무 요물은 도대체 얼마나 된 거야?’
“이 세계는 이제 곧 붕괴한다. 시간이 없다. 이곳의 을목정기는 소화하기 힘드니 필요하면 가져가거라.”
늙은 목소리가 진양의 머릿속에서 울렸다.
그 순간, 보리수나무가 을목정기를 모으는 게 보였다. 보리수나무 근처의 나무가 순식간에 마르면서 을목정기가 되어 모여들었다.
이곳은 울창한 숲이었지만 모든 보리수나무가 보리수나무 요물의 분신이었다.
‘지금 이곳이 무너지려고 하는구나. 남아 있어 봤자 살아남을 수 없으니 차라리 최대한 연화된 을목정기를 챙겨가자.’
수십번 호흡을 하자 진양의 피부에서 나무의 특징이 나타나고 있었다. 온몸이 나무가 되어 가고 있던 거였다.
진양은 씁쓸하게 웃더니 몸을 돌려 보리수나무 본체에서 멀리 달렸다.
“내가 하마터면 을목정기에서 숨 막혀 죽을 뻔했다고 하면 누가 믿어주려나.”
방대한 을목정기가 모이자 보리수나무 요물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짙고 연화되지 않은 을목정기가 어느 정도 모이자 갑자기 뭉쳐졌고 얼마 되지 않아 비취색의 수정이 허공에 나타나더니 비가 내리듯이 땅으로 떨어졌다.
비취색의 수정이 뭉쳐지자 연화되지 않은 을목정기도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을목정기가 모두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보리수나무 숲이 사라졌다. 그리고 작아진 보리수나무 본체만이 남아 있었다.
“내 몸도 더 못 받아들이겠구나. 이게 필요하면 가지고 여기서 떠나거라. 이것도 기연이라 할 수 있고 정당한 보수라고 할 수 있겠구나.”
“나무 선배도 참, 이럴 필요 없는데.”
진양은 환하게 웃었다. 전에는 나무 요물이 자신과 대화하는 거도 귀찮아하더니 지금은 오히려 반드시 떠나야 한다고 독촉하고 있었다. 이 을목정기 결정(結晶)은 나무 요물의 몸 안에 들어가면 바로 저절로 흡수되었다.
그가 못 받아들이겠다고 한 거면 정말로 못 받아들인다는 거였다.
이제 시간이 별로 없었다. 겉으로만 사양하는 척했다.
‘챙길 수 있을 만큼 챙기자. 내가 안 가지고 가면 여기서 전부 부서질 테니. 너무 아깝잖아.’
‘그렇게 많은 주머니를 챙겨왔는데 드디어 쓸모가 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