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33
33화 자소도군
원숭이는 자신이 흡입한 물건 중 음기가 묻은 나무 상자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나무 상자는 흔들리면서 균열이 생겼고 그 사이로 푸른 빛이 새어 나왔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강시 원숭이의 온몸에서 죽음의 기운이 솟구쳐 나왔다. 외눈에서 검은빛이 뿜어져 나왔고 검은빛은 곧 진양의 뒤통수를 향해 날아갔다.
진양은 걸음을 낮추면서 검은빛의 궤적을 예측하여 간발의 차로 피했다. 강시 원숭이는 순식간에 석 장 거리까지 가까워졌다.
“캬오!”
강시 원숭이는 흉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피부에서 죽음의 기운이 연기처럼 피어오르더니 하늘 높이까지 뿜어져 나갔다.
진양은 흘러나오는 죽음의 기운의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멀리 날아갔다. 혈라마 안에 있는 부처의 뒷모습이 빛나고 선음(禪音)이 혈라마에서 흘러나오더니 진양의 몸이 부패하는 걸 막아주었다.
을목정기의 결정을 입으로 물자 더욱 짙은 을목정기가 흘러나오면서 진양의 온몸을 관통했다. 이는 죽음의 기운이 들어오는 걸 쫓아냈다.
연속으로 몇 바퀴를 구른 진양은 벽에 부딪혔고 입에서 혈무를 토해냈다. 그 혈무는 순식간에 마르면서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진양의 안색은 새파래졌다. 입에서 치아가 튀어나오고 눈빛에서 핏빛이 흐르면서 두 손의 손톱은 흑청색이 되면서 발작을 일으켰다.
이건 시독(尸毒)에 중독된 거였다.
진양은 자신의 몸을 살펴볼 겨를도 없이 서둘러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았다. 강시 원숭이는 광적인 모습으로 서 있었다.
외눈에서는 검은빛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면서 온몸의 죽음의 기운이 더욱 격렬하게 흘러나왔다.
“카오…….”
비명처럼 울부짖던 강시 원숭이의 동작은 점점 느려졌다. 마지막까지 그 자리에서 굳었고 피부가 누렇게 변하더니 순식간에 온몸에 흘렀다.
한두 번 호흡하는 사이에 강시 원숭이는 말라비틀어진 채 제자리에서 꿈쩍도 안 했다.
콰직!
말라비틀어진 몸에 균열이 생기더니 나무의 새싹이 갈라진 틈으로 나왔다. 나무의 새싹들이 갈라진 몸의 틈 사이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새싹은 말라비틀어진 온몸을 녹색으로 뒤덮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어지럽고 무성하게 피어오른 분재들이 그 자리에 있는 거 같았다.
쾅!
말라비틀어진 원숭이의 몸이 무너지면서 녹색의 식물도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 잿더미 속에서 을목정기의 결정이 땅에 떨어지면서 깨지는 소리가 났다.
“어떤 건 함부로 먹는 게 아니다.”
진양은 벽에 기대어서 숨을 길게 내뱉었다. 그제야 혈라마와 을목정기의 결정이 끊임없이 몸 안으로 들어온 죽음의 기운을 몰아내고 손상입은 몸을 회복시켰다.
잠시 후 진양은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검은 핏덩이를 뱉어냈다. 그것이 땅에 떨어지자 진양의 안색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빨도 다시 줄어들었고 청흑색의 손톱도 점점 사라졌다.
몸을 일으켜서 꽤 어두워진 을목정기 결정을 주워들고는 진양은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다시 모퉁이를 돌자 진양의 안색이 굳어졌다.
앞에는 다섯 마리의 강시 원숭이가 쭈그려 앉아 있었다. 옆에 있는 집에는 또 다른 강시 원숭이들이 보였다. 순식간에 적어도 사, 오십 마리의 강시 원숭이가 포위하더니 외눈에서 차가운 빛을 뿜어내며 진양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앞에는 삼 층 건물의 대문이 열려 있었다.
이마에 외뿔이 있는 상체는 소의 모습이고 크기는 삼 장 정도 되는 새파란 괴물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
한 걸음마다 하늘을 뒤덮을 기세가 솟아났다. 공기도 갑자기 무거워졌다.
진양의 눈앞에서 환상이 계속 반복되었다. 외뿔의 괴물이 다가올 때마다 뒤에서 피바다가 만 장의 크기로 몰아쳤다. 수많은 시신이 피바다 속에 가라앉아 둥둥 떠다녔다. 그윽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찔러 정신이 나갈 정도였다.
눈앞이 흐려져서 다시 한 번 보자 모든 환상이 사라졌다. 기세등등한 괴물은 중앙에 서서 차가운 눈으로 진양을 보았다.
진양은 이번에는 쉽게 넘어가지 못할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형님, 공격하지 마시오. 같은 편이오.”
진양은 목에 걸고 있던 주머니를 앞에 들어 올리고는 주머니의 입구를 활짝 열어 외뿔의 괴물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이건 목숨을 건 싸움이다!’
괴물의 기세는 당당했다. 그와 세 경지나 차이가 났고 기운만으로도 그의 신혼을 흔들어 눈앞에 환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애초에 상대가 안 되었다.
그저 조금이라도 이성이 있어서 말이 통하길 바랄 뿐이었다.
괴물은 진양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찬란하게 빛나는 하늘을 보았다.
하늘 위에는 잔잔한 물결이 일더니 가장 중앙에서 갑자기 신광이 붉은 해가 되었다. 뜨거운 태양이 빛나더니 일곱 빛의 물결이 되면서 천천히 회전하더니 한순간 뜨거운 정오처럼 타오르는 엄청난 열기가 묘를 뒤덮었다.
공기 중에 떠도는 음산한 적막과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는 마치 뜨거운 여름의 눈처럼 빠르게 사라졌다. 모든 건물 위에 미세하게 빛나는 도문(道纹)이 떠오르면서 뜨거운 기운을 막아냈다.
진양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 혈라마와 을목정기 결정으로 침식시키는 기운을 막을 필요가 없어졌다.
‘바깥에 있는 세 대능이 설마 벌써 묘를 지키는 괴수를 해결한 건가? 아니면 또 다른 강자가 나타난 건가?’
진양이 생각하기도 전에 삼엄하고 적막하던 건물들의 문이 하나둘씩 열렸다.
멀지 않은 곳의 작은 건물에서 커다란 교룡(蛟龍)의 용머리가 튀어나왔다. 머리를 흔들며 하늘로 솟구치자 천 장의 검은 교룡이 되었다. 검은 비늘에 머리 위의 부러진 뿔과 배 아래에는 네 발톱이 있었다. 몸을 흔들자 거대한 죽음의 기운이 떠오르면서 먹구름이 되어 하늘을 가렸다.
다른 곳에서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산처럼 거대한 조개가 나타났다. 입을 벌리자 구름과 안개를 집어삼키더니 무서운 기운이 하늘을 휘저었다. 그곳에 흐르던 신광을 전부 흡수하자 단숨에 하늘과 땅이 어두워졌다.
또 늑대가 길게 울더니 늑대 머리에 사람의 몸을 가진 존재가 나타났다. 사지에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천 장 크기의 늑대는 하늘을 향해 길게 울부짖었다. 그러자 갑자기 하늘에 검은 달이 떠올랐고 삼엄한 달빛이 떨어지자 마치 폭염의 대낮이 갑자기 추운 겨울밤으로 변하였다.
이처럼 온갖 기상천외한 현상이 끊임없이 일어났다. 기이할 정도로 강력한 무덤을 지키는 괴수가 연속으로 나타나자 방금 생겨난 폭염의 열기는 순식간에 종적을 감췄다.
묘 전체는 다시 서늘한 적막이 흘렀다.
진양은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간담이 서늘했다.
누각마다 전부 묘를 지키는 괴수들이 있었다. 모두가 처음 보았던 세 마리의 묘를 지키는 괴수에 뒤처지지 않았다.
세 마리의 묘를 지키는 괴수도 세 대능과 막상막하 수준의 강자였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와 같은 괴수들이 팔맥마리는 더 있어 보였다.
묘를 지키는 괴수 대부분이 기세가 강력했다. 흉악함은 처음의 세 마리보다 더 강해 보였다. 주변을 둘러보자 대부분이 알아볼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악명이 자자한 일부 존재들은 진양도 알고 있는 괴수들이었다.
독각교룡(獨角蛟龍), 탄일금섬(呑日金蟾), 영야마랑(永夜魔狼).
그들은 모두 신화나 전설에서나 나오는 괴수였다. 어린아이들한테 들려주던 이야기의 주인공들이었다.
여기의 괴수들은 일 층에 사는 묘를 지키고 있었다.
수많은 괴수가 하늘로 솟구치더니 신광이 되어 찬란한 하늘로 날아가 그들의 기운으로 이곳을 덮었다. 순식간에 어둠으로 변하였다.
진양은 자세한 상황은 보이지 않았지만 거센 파동을 느낄 수 있었다. 하늘을 뒤흔들 정도의 엄청난 파동이었다. 무형(無形)의 묘의 힘이 없었더라면 아마 그는 그 파동에 의해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거다.
그렇게 묘를 지키는 괴수들이 모두 사라졌다. 진양은 그 자리에 서서 미동도 없는 강시 원숭이들을 보자 침을 삼켰다. 엄청난 압박감이었다.
한 마리의 강시 원숭이도 쉽게 그를 사지로 몰아넣을 수 있었는데 지금 이곳에는 사, 오십 마리나 있었다.
이를 악물고 진양은 한 걸음 더 내디뎠다. 모든 강시 원숭이가 일제히 외눈을 굴려 그를 계속 응시했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진양은 계속 걸었다. 강시 원숭이들은 계속 그를 응시했지만 한 마리도 별다른 동작을 취하지 않았다.
진양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고 바로 금광묵록을 발동하여 발아래 나타난 금광대도를 향해 발을 내밀었다.
진양은 금광을 타고 단숨에 묘 깊은 곳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진양이 움직이는데도 모든 강시 원숭이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웅크리고 앉아 있었고 오직 눈빛만 따라갔다.
사방에는 더 많은 수의 강시 원숭이가 몰려와 있었다. 그 사, 오십 마리의 원숭이처럼 건물에 웅크린 채 진양을 지켜보았다.
진양은 맹렬히 질주하면서 영기(靈機)를 움직여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 강시 원숭이들은 한곳에 모여 있지 않았고 마치 큰길을 지키는 자들처럼 길 양쪽으로 나누어져 웅크리고 있었다. 시선은 전부 자신을 쫓고 있었다.
‘저들이 길을 안내하는 걸까?’
진양은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감히 확신할 수 없었다. 어쩌면 전의 묘를 지키는 두령이 그들에게 큰길을 밟지 못하도록 명령했을 수도 있었다.
무엇이 됐든 이 큰길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안전해 보였다.
진양은 서둘러 내달렸다. 발아래 있던 금광대도도 그의 속도에 맞춰 앞으로 달렸다. 진양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를 내었다.
‘밖의 상황이 어떻게 됐든 서두르는 게 좋겠지.’
반 시진이 지났다.
주변의 큰길을 지키던 강시 원숭이는 전부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앞에는 구 층의 높은 건물이 중앙에 우뚝 서 있었다. 진양은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자 강시 원숭이들은 여전히 뒤에 있었지만 아무도 감히 이곳을 보지 못했다. 모두 공손하게 몸을 숙이고 있었다.
진양은 이곳은 지금까지 오는 동안 가장 평범한 곳에 도착했다. 차가운 냉기도 없었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적막함도 없었다.
아주 평범한 구 층의 높은 건물이 있었다. 처마 끝에 기둥이 세워져 있었는데 아무런 장식도 없었다. 기와를 얹은 창문도 전부 소박했다.
엄청 높다는 것만을 제외하고는 일반 건물과 큰 차이가 없었다.
진양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걸음을 내디뎌서 건물 앞으로 갔다. 문을 가볍게 열자 대문은 아무런 소리도 없이 열렸고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단지 구석에 꼭대기로 통하는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진양은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이 층도 여전히 비어 있었고 꼭대기에 올라가자 텅 비어 있는 층 중앙에 자금(紫金)의 옷을 입은 사람이 있었다.
두 눈은 처져있었고 생김새는 평범했다. 태도와 표정은 온화했다.
그는 왠지 모르게 주관이 뚜렷한 강직한 사람처럼 보였다.
이 자를 처음 본 순간 진양의 마음속에 왠지 모를 확신이 들었다.
‘자소도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