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46
46화 위험하다
허공에서 돌아다니던 진양은 눈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
아래에 있는 수풀이 무성한 산맥이 이어져 있었다. 멀리 험난한 산에 괴석이 우뚝 솟은 돌산의 산맥이 보였다. 자태도 자태였지만 허공에는 열몇 개의 길이가 다른 음하가 마치 은백의 비단이 하늘에 걸려 있는 거 같았다.
이 광경을 본 진양은 궁금증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어쩐지 마석성종은 아래쪽을 탐색하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 곳만 해도 몇십 개의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음하 갈림길이 보였다. 마석조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비경의 파편도 적어도 천 개 이상의 음하 갈림길이 있는 것 같았다. 하나하나 탐색해서 어느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해 보였다. 게다가 더 아래쪽을 보니 음하 미궁이 더 복잡해서 맞는 길을 찾아도 그게 맞는 길인지 알 수 없을 것 같다.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아래로 향하는 음하 미궁은 더욱 복잡하고 변화가 심하다는 것이다.
설령 정확한 경로를 찾아도 그것들이 정확한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잠시 후, 진양은 천천히 지면으로 내려갔다.
이곳은 새 울음소리, 벌레와 맹수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은은하게 몇 마리의 강력한 요수의 기운이 느껴졌다. 심지어 적지 않은 곳에서 탐지할 수 없는 흔적이 있었는데 모두 사람들이 움직이면서 남긴 게 확실했다.
이곳의 영기는 짙어서 아무렇게나 둘러보아도 영약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을 채취한 흔적이 있는 것을 보아 마석성종의 사람이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걸 의미했다.
진양은 의문이 들었다.
‘마석성종이 이곳을 탐색하기 시작한 건가?’
‘이곳을 마석성종 제자의 수련하는 곳으로 바꾸려는 건가? 아니면 자기 가문의 자원 근원지로 만들어서 문하의 제자들에게 영약을 따서 주려는 건가?’
여러 가지 흔적을 발견하자 진양은 바로 기운을 숨겼고 더욱 신중해졌다. 만약 누군가에게 발각되면 무슨 일이 생길 게 틀림없었다.
조심히 앞으로 나아간 지 얼마 후, 진양의 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렸다. 코끝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가 사라졌고, 공기 중에 죽음의 기운이 미세하게 남아있는 게 느껴졌다.
이쪽 세상으로 넘어오자마자 시체와 교류해서 진양은 죽음의 기운에 매우 민감했다.
진양은 한 줄기의 죽음의 기운을 따라 조심히 전진하였다. 얼마 가지 않아 진양의 안색은 변했고 눈동자도 움츠러들었다.
초목이 왕성한 숲속에서 갑자기 반 장 너비에 불과한 검회색의 작은 길이 나타났다. 그 길은 깊은 곳까지 이어져 있었다. 작은 길에 남아있는 것은 전부 초목이 메말라서 죽은 잿더미였고 짙은 죽음의 기운이 작은 길 위에 가득했다.
주변의 초목은 육안으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누렇게 말라가고 있었다.
작은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자 백 장도 못 가서 길옆에서 갑자기 기괴하게 마른 시체가 나타났다. 마른 시체는 몸통은 마르고 머리와 사지는 전부 온전했다. 얼굴은 한없는 두려움이 남아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다.
시체의 옆에는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법기, 부전, 자기병, 옷 등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다가간 진양은 바닥에 있는 금색 종이를 보자 안색이 달라졌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인데?’
초상화는 누가 그린 것인지 모르겠지만 훌륭했다. 남자의 불쾌한 표정마저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었다. 그중 더 섬세한 건 남자의 눈썹 수마저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진양은 그 초상화의 얼굴을 자세히 보기 위해 몸을 숙여서 금색 종이를 주었다.
순간 진양의 얼굴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건 바로 진양, 자신의 모습이었다!
금색 종이를 이리저리 뒤적거리다가 뒷면에 도문과 부문의 흔적을 발견했다.
진양은 진원을 금색 종이에 넣어보았다.
그러자 금색 종이가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영광이 금색 종이 위에서 뿜어져 나왔다. 금색 종이 위에 있던 그림이 순식간에 입체적인 환영으로 바뀌면서 금색 종이 위에 걸렸다.
종이 위의 진양은 어둡고 불쾌한 표정으로 그곳에 서 있었다. 눈초리는 비스듬했고 눈빛은 온통 복잡해 보였다.
다시 입고 있는 옷을 보고 머리 위에 있는 나무 비녀를 보자 진양의 표정은 복잡해졌다. 이건 자신이 운상에서 떨어져서 큰 구덩이 옆에 서 있던 모습이었다.
누가 그림을 탁본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어서 환영이 돌며 떠오르더니 환영 밑에 한 줄의 글씨가 떠올랐다.
“이자를 찾거나 단서를 제공하는 자에게 상을 줄 거고, 만약 만영상호 어느 분점으로라도 보내면 하품 영기를 사례금으로 주겠다.”
아래 찍힌 낙관은 분명히 만영상호였다.
진양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자신이 만영상호의 현상 수배를 당했다?
설마 그때 혼란을 틈타 구 관사를 처리한 걸 누가 봤던 걸까?
‘만영상호는 정말 정신이 나간 곳이군. 작은 성 분점의 관사를 처리한 자에게 영기를 현상금으로 걸다니 돈이 있으면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건가?’
분점의 관사는 영기 하나의 가치보다 안되는 존재였다. 그리고 만영상호는 그렇게 인재를 갈구하는 조직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큰돈을 내걸 수가 있는 거지?
게다가, 들고 있는 금색 종이만 해도 가치가 상당했다. 마석성종의 제자라면 누구나 한 장씩 가지고 있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금색 수배서의 가치만 합치면 하품 영기의 가치보다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마 바깥의 신해의 대수도사라면 적지 않은 자들이 현상금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신해 밑의 삼원 수도사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밖에 나타나면.’
그 장면만 생각해도 진양은 몸이 떨려왔다.
묵묵히 금색의 수배서를 거둔 후 다시 땅에 떨어진 물건들을 거두었다.
법기 하나는 거북이 등껍질 모양이었다. 감정해보니 이건 보통의 방어 법기가 아니었다. 등에 멘 후에 진원을 흘려보내면 중량이 더욱 무거워지는데 바로 몸을 단련할 때 사용하는 법기였다.
자기 병에 든 단약은 기혈을 보충해주는 구록단(龜鹿丹)이었다. 수련할 때나 기혈을 보충하여 치료를 도울 때 사용했다.
남은 부전은 전부 무명 상표여서 진양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남은 몇 벌의 옷도 평범한 마석성종 내문 제자의 옷이었다. 금제가 걸려 있었지만 방어력은 보통의 칼날을 막을 정도였다.
다시 뒤적여서 부서진 주머니 조각을 찾자 진양은 문뜩 깨달았다. 이자의 주머니는 아마도 외부의 힘으로 강제로 부서진 것이다.
이 제자의 시체를 살펴보자 진양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사람의 팔다리가 굵지 않고 피부도 금속 같은 빛이 숨겨져 있었다. 가슴의 뚫린 구멍을 보자 그의 골격은 은백색 속에 고동색(古銅色)이 감돌았다.
시체의 육신은 엄청 단단했다. 그런데 죽은 순간 모습은 처참했고 반항할 힘조차 없어 보였다. 그리고 어떤 물건인지 모르겠지만 가슴을 뚫려서 죽었고 죽을 때의 얼굴에는 무한한 공포로 가득했다.
이건 마치…….
겁에 질려 간담이 서늘해졌다.
진양은 더는 생각하지 않았고 이미 이곳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습득 능력을 쓰자 기능서 한 권과 영패, 법보 하나가 나왔다.
“으아아아악!”
갑자기 숲속 깊은 곳에서 갑자기 비명이 들렸다.
잠시 후. 그자는 죽었는지 비명이 끊겼다.
진양은 기능서와 영패, 법보를 주머니에 넣고는 몸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미친 듯이 달렸다.
기운을 숨기고 오직 육체의 힘을 의지하여 미친 듯이 달렸지만, 이마에서는 땀이 흘렀다.
알 수 없는 기이한 기운이 넓게 퍼지면서 엄청난 공포가 찾아오는 거 같았다.
이 숲속에는 곤충과 새, 짐승이 많았다.
다만, 이 순간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지나가는 길에 간혹 새들이 보였지만 전부 나뭇가지에 앉아서 머리는 가슴속에 숨긴 채 떨고 있었다.
커다란 구렁이도 자신의 둥지 앞에서 뱃가죽을 뒤집고 죽은 척을 하고 있었다.
조금 더 달리자 또 거대한 검은 원숭이가 보였다. 털은 마치 강철 같았고 요기가 용솟음쳤다. 기혈이 왕성하여 축기의 가장 높은 경지인 원만(圓滿) 경지의 수도사와 비슷했다. 다만 이 순간에는 머리를 감싸 안고 땅에 엎드려서 떨고 있었다.
심지어 비명이 나올까 봐 한 발로 한사코 자신의 입을 막고 있었다.
진양이 그의 옆을 맹렬히 지나가도 검은 원숭이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공포의 위기감이 느껴졌고 진양의 등 뒤가 서늘해졌다. 달리는 와중에도 몸은 본능적인 공포 때문에 천천히 굳어졌다.
마치 진정한 사냥꾼이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진양도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으윽……”
진양은 커다란 나무에 바짝 기대어 숨을 죽이고 아무런 움직임도 취하지 않았다.
허공에서 검광이 먼 곳에서부터 날아왔다.
어검을 타고 날아가는 수도사의 얼굴은 매우 다급했고 눈빛은 마구 떨렸다.
온몸의 영력이 용솟음치는 게 필사적으로 비검을 재촉하고 있는 게 확실했다.
몇 명이 날아간 후, 뒤에서 빨간 조롱박이 쫓아왔다.
그 위에는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처참한 몰골의 수도사가 엎드려 있었다.
“사형, 기다려주시오. 날 버리지 마시오.”
그자의 날카로운 비명은 마치 목이 졸린 오리처럼 죽기 전에 지르는 비명 같았다.
그리고.
빨간 호롱박이 갑자기 멈추자 수도사의 눈이 밖으로 튀어나왔다. 몸은 굳어 얼굴 위에는 공포로 굳어졌고 목에서는 절망에 허우적거리는 괴상한 소리만 났다.
뒤편 하늘에서 한 명의 노인이 걸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노인은 새우등처럼 허리가 굽어 있고 검은 옷을 입고 눈두덩이가 움푹 파여 있었다. 그는 허공을 걷고 있었다.
노인은 빨간 호롱박 옆까지 다가오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는 쉰 목소리였고 듣기 거슬렸다.
“너는 노부가 누군지 아느냐?”
“저, 저는 모르겠습니다.”
호롱박에 엎드린 수도사는 두려움에 떨면서 곧 바지에 실례할 거 같은 상황이었다.
노인은 고개를 흔들더니 메마른 손톱을 내밀어 천천히 상대방의 가슴을 찔렀다. 수도사는 몸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두 눈을 크게 뜨고 노인의 손톱이 조금씩 찔러 들어오는 걸 지켜보았다.
콰직, 콰직!
피와 살갗이 조금이 째지더니 뼈도 조금씩 부러졌다. 손톱이 수도사의 가슴에 박히자 수도사의 몸통은 급속도로 말라붙었다. 노인은 그제야 손톱을 거두었다.
이 모든 과정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그리고 그 수도사는 그저 두 눈을 뜬 채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했다.
죽을 때까지 눈을 부릅뜨고 있었고 온 얼굴은 공포로 얼어붙어 있었다.
“노부조차 모르는 놈을 어디에다가 쓰겠느냐?”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탄식하고는 몸을 돌려 계속 허공을 걸어서 갔다.
노인의 모습이 사라지자 땅에서 죽은 척하던 진양의 눈빛이 가늘게 떨렸다. 입고 있던 옷은 순식간에 식은땀에 모두 젖었다. 사지는 차가웠고 얼굴에는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노인의 실력은 너무 강했다. 그 기세만으로도 진양의 골수마저도 떨게 했다.
세찬 기세도 없었고 하늘 가득하던 신광도 없었다. 그저 있는 듯 없는 듯한 기운에 그는 하마터면 바지에 지릴 뻔했다.
참혹하게 죽은 수도사는 죽은 뒤에도 공포에 사로잡힌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