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594
594화 제대로 속여야 한다
진양은 검둥이를 보며 말했다.
“검둥아, 저 녀석 잘 감시해. 절대로 놈을 죽이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어선 안 돼. 그 외엔 알아서 하고.”
“알아서 하라고? 알았다. 말 바꾸기 없기다?”
검둥이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수의 힘을 강제로 화신의 몸에 주입시켰다.
그리고 놈의 몸을 완전히 장악해버렸다.
삼안요괴는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내질렀다.
온몸의 가죽과 살이 분리되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으나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없었다.
잠시 뒤.
지쳐 쓰러진 삼안요괴는 대자로 뻗어 공중이 매달리게 되었다.
“이럴 줄 알았어. 처음부터 살자비를 갖다 놓은 것도 왠지 요국 놈이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었는데. 정말로 네 녀석들이 그럴 줄은 몰랐군.
이상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면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 줄 알았냐? 당연히 아니지. 그건 네가 끝까지 들키지 않았을 때의 얘기지.”
“흥…….”
삼안요괴는 이빨까지 드러내며 기분 나쁘게 웃었다.
“상관없다. 추굉심이라는 놈이 어떤 놈인지는 이미 완벽하게 파악했다. 그리고 놈이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도 말이야. 놈은 비록 이번에는 물러섰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간극이 벌어지고 말았다.
대제희가 정말로 병권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게 아닌 이상 무슨 짓을 해도 간극은 좁혀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제희가 손을 놓는다면 대영과 대연은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겠지. 어떻게 되든 전부 우리가 바라는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이다. 인간은 너무 복잡한 게 탈이란 말이지.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상관은 없다. 진상에 대해 안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어. 네가 말을 할수록 간극은 더욱 커질 거고, 추굉심 역시 네 말은 들은 척도 안 할 거다.”
삼안요괴는 뿌듯한 표정으로 광소했다.
“내가 언제 추굉심한테 얘기한다고 했어?”
진양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뭔가 잘못 알고 있는 모양인데 난 신경조차 안 쓸 거야. 애초에 진작 원하는 목적을 달성했거든. 전장에서의 득과 실도 대제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텐데 굳이 신경 쓸 필요 뭐가 있겠어? 물론 네가 날 장기알로 이용하면서 사지로 몰아넣으려고 한다면 그때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야.
너, 내가 모를 줄 아나 본데, 네가 죽으면 네가 가지고 있던 모든 기억이 삼안요모에게 흘러 들어가게 되지?
그래서 절대로 네가 죽게 놔둘 생각은 없어. 아직은 죽게 놔둘 때가 아니거든. 그리고 다급해하는 걸로 보아하니 더 이상 요모가 느껴지지 않아서 그러는 것 같은데. 내 말 맞지?”
삼안요괴는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한 거지? 물론 처음에는 몰랐지. 대신 이번 사건에 요국이 개입했을 거라고 의심하는 순간부터 요국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거든. 그중에는 당연히 강자에 대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고 말이야.
너, 내가 죽은 강자들만 살펴볼 줄 알았지? 천만의 말씀. 내가 보기보단 신중한 사람이라서 말이야. 게다가 아직 살아있는 강자들이라면 대제희의 신분으로 얼마든 알아볼 수 있거든.”
진양은 멍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삼안요괴에게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물론 이건 전부 거짓말이다.
그 많은 강자를 어떻게 다 살펴본단 말인가?
게다가 아무리 가희라고 해도 그 많은 강자에 대한 정보를 전부 가지고 있을 리 만무하다.
삼안요모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건 단순히 자신의 분신술과 비슷한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운이 좋았던 것뿐이라는 얘기다.
“네가 널 죽이지 않아도 삼안요모가 언젠간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네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지?”
삼안요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정곡을 찔린 것이다.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왜 내가 사신법에 대한 걸 가장 먼저 퍼뜨렸단 걸 알면서도 날 조사해보지 않은 거야? 그냥 적당히 이용해 먹고 버릴 생각이라 크게 관심 안 가졌던 거야?”
진양의 눈에 살기가 피어올랐다.
이어서 손을 뻗자 여족의 신물이 나타났다.
“이게 뭔지 알아? 뭐, 몰라도 상관은 없어. 내가 가르쳐주면 되니까. 이건 흑여, 백여, 그리고 현여의 신물이다. 이 정도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알겠지? 만약 이대로 널 남만으로 끌고 가서 여족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한다면 어떨 것 같아? 널 잘만 이용한다면 멀리 떨어져 있는 삼안요모도 충분히 죽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진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삼안요괴는 미친 듯이 발악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죽으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검둥이가 완벽하게 녀석의 몸을 조종하고 있었기에 다시 진정시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흘, 여기까지가 내 인내심의 한계야. 천천히 생각해 봐. 삼안요모를 그냥 죽게 만들지, 아니면 어떻게 해야 우리 사이에 있는 은원을 풀 수 있을지 말이야.
만약 사흘 뒤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다면 난 남만으로 갈 수밖에 없어. 알겠지?”
말을 마친 진양은 해안에서 사라졌다.
삼안요괴는 눈을 부릅뜬 채 울부짖듯 외쳤다.
“안 돼! 진양! 기다려!”
평소 조용하던 해안은 여느 때와는 달리 시끌벅적했다.
삼안요괴는 악까지 써가며 소란을 피웠으나 아무도 그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참다못한 검둥이가 아예 놈의 입을 막아버리고 나서야 해안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잠 좀 자자! 그리고 여기서 소리 질러봤자 진양은 못 듣는다니깐? 너, 그 녀석이 얼마나 독한 녀석인지 모르나 본데. 그냥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잠자코 보고 있던 닭이 못마땅하다는 듯 한마디 했다.
“멍청하긴. 아직도 진유덕이 어떤 인간인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 주위를 둘러보라고. 여기 있는 녀석들 전부 네 본체보다 한참을 날고 기는 녀석들인데 전부 여기 갇혀있잖아. 진양에게 한번 원한을 사면 다 이런 꼴이 되는 거라고.”
“어차피 며칠 못 가 죽을 녀석인데. 그런 걸 설명해서 뭐 해? 그냥 놔둬.”
옆에 있던 검둥이가 한마디 거들었다.
입에 봉인이 걸려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삼안요괴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눈앞에 있는 거대한 새는 전설로만 듣던 대일금오가 분명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존재가 이런 곳에 갇혀있을 줄이야.
뿐만 아니라 검은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괴상한 손도 마찬가지였다.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힘만 봐도 자신의 본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했다.
관은 뚜껑이 굳게 닫혀있긴 하지만 은연 중에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 불도의 고수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라도 괜히 가까이 다가갔다간 무슨 일을 당할 것만 같아 다가갈 수가 없었다.
어쨌든 수많은 강자들조차 빠져나가지 못하는 모습에 삼안요괴는 도망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처음 진양이 신물을 꺼내 들었을 땐 그것이 가짜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곳에 갇힌 강자들의 모습을 살펴보며 다시 생각해 보니 진짜 신물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큰일이다.
여족이라면 충분히 자신을 매개체로 삼아 삼안요모를 죽이고도 남을 수준의 능력을 가진 이들이니 말이다.
검둥이와 닭은 내친김에 신나게 진양을 씹어댔다.
하루 종일 마땅히 할 일 없이 해안에 갇혀있기만 하니, 어느새 진양의 험담을 하는 게 하나의 재미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나 삼안요괴는 들을수록 더욱 무시무시한 공포가 몰려오는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진양을 너무 얕잡아본 듯했다.
게다가 어디 내놔도 아쉬울 것 없는 고수들이 이런 곳에 갇혀 험담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니.
이 얼마나 처참한 꼴이란 말인가!
마음 같아서는 함께 갇혀있는 자들에게 손을 잡고 진양을 치자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입이 봉인되어있었기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검둥이와 닭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었으나 두 사람은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즐거운 듯 진양의 험담을 이어나가고 있었을 뿐이었다.
순간 삼안요괴는 서러움에 눈물을 흘릴 뻔했다.
눈앞에 있는 두 강자는 이미 오래전에 도망칠 생각을 버린 듯했고, 관에 갇혀있는 강자는 어찌 된 영문인지 아예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눈앞에는 절망뿐이었다.
그는 곰곰이 진양이 했던 말을 곱씹어보았다.
요모가 순순히 목숨을 걸고 사지로 향할까?
아니, 절대 아니다.
그는 죽어도 상관없지만, 요모는 아니다.
곧 부활할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목숨까지 바칠 정도는 아니다.
요족은 복잡한 사고방식을 가진 인간에 비하면 단순한 편이다.
장점이라면 대영 군영 내에 벌어진 상황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
굳이 빙빙 돌려 얘기할 것도 없고, 말을 해도 믿지 않는 그런 경우는 없었다.
물론 이러한 단순한 사고방식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인간들은 복잡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작정하고 엇나간다면 상상을 초월한 정도로 엇나간다.
반대로 올바른 길을 택하기로 마음을 굳힌다면 오직 그 길만 걷는다.
인간들 중 이런 일을 겪으면 자신의 신념을 위해 기꺼이 스스로를 희생하는 사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요족은 아니다.
그래서 요족은 함께 힘을 합쳐도 오합지졸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뭉친 것이지 신념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려고 모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진양이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을 곱씹어보았다.
‘서로 간의 은원을 풀 수 있는 방법.’
이 방법만 찾는다면 살 수 있다.
‘진양이 궁금해할 만한 것이라면…….’
곰곰이 생각하던 삼안요괴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걸로 진양에게 조건을 내걸어볼 생각이었으나 옆에 있는 나사 빠진 녀석들을 보니 곧바로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를 만족시킬만한 조건을 내걸지 못한다면 그는 망설임 없이 곧바로 삼안요모를 죽일 것이다.
삼안요괴는 한참 동안 고민을 해보았으나 마땅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 * *
같은 시각.
밖으로 나온 진양은 다른 병사들을 시켜 재수 없게 죽은 병사의 시신을 고향으로 보내주도록 했다.
그리고 삼안요모에 대한 자료를 꺼내 살펴보았다.
예전에 보았을 때는 시간이 여유롭지 않았기에 기본적인 것들만 대충 살펴보고 끝냈었다.
그러나 이제는 확실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왕 놈을 속이기로 한 거 제대로 속여야 한다.
괜히 틈을 보여봤자 좋을 게 없다.
삼안요괴의 목숨을 살려준 건 단순히 비밀이 흘러나갈 수도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만약 그게 걱정되었다면 녀석을 발견하자마자 곧바로 묵양에게 죽이라고 했을 것이다.
일전에 쓸데없는 소리를 한참 나불댔던 것, 그건 비록 전부 사실이긴 하나 단순히 겁을 주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진짜 목적은 놈에게 정보를 얻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