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68
68화 이 버릇 좀 고쳐야 하는데
진양은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진양은 멍하니 거대한 괴수의 뼈 앞에 서 있었다. 자신이 어째서 여기에 서 있는지, 많은 걸 잊어버린 거 같았다.
“난 누구지? 나는 어디에 있는 거야? 누가 나 때렸나?”
혼자 중얼거린 후 진양은 갑자기 반응이 돌아왔다.
‘도대체 지금 난 무슨 상황인거지?’
진양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천천히 많은 기억이 떠올랐다.
생각났다.
거대 괴수의 머리뼈에 들어온 후 바로 하늘이 뒤집히면서 의식을 잃은 거 같았다.
그리고 깨어나자 그곳에 서 있었다.
고개를 돌려서 거대 괴수의 두개골을 보니 들어와서 보았던 것과 똑같았다. 단지 어째서 여기서 들어왔는지 또 여기로 나가는 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 거대 괴수의 두개골은 무슨 연유인지 하나의 물건이 동시에 두 곳에 존재했다.
진양은 자신의 손을 내밀어 기능을 시전하여 거대 괴수의 두개골을 만졌다.
아무런 일도 없었고 기능도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쉽다.”
진양은 한숨을 내쉬며 안타까워했다.
아직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고 나서야 진양은 눈에 힘을 주어 먼 곳을 보며 이곳의 모든 걸 관찰하기 시작했다.
하늘은 씻은 듯이 푸르렀다. 대지는 약간 황폐해 보이나, 먼 곳을 보자 오히려 조금씩 초록빛으로 물들어 대지를 수놓은 거 같았다. 먼 곳에 건물의 흔적이 은은하게 남아 있는 거 같았다.
하늘은 대지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웬 사막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이곳의 죽음의 기운은 매우 약해서 애써 막아낼 필요는 없었다.
식물도 매우 적어서 석 장을 넘기는 나무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역시나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금상은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던 것이다.
미친 듯한 연기는 자신을 들어오지 못 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진양은 성큼성큼 걸어갔고 그저 마음속으로 뭔가 놓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을 향해 걸음을 옮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기괴한 죽음의 기운이 감돌면서 관 같은 모양의 집들이 진양의 앞에 나타났다.
커다란 관 같은 집은 어지럽혀져 있었다. 집 앞은 작은 마당이 있었고 문은 모두 묘비 같은 돌문이었다.
온 마을 전체에 죽음의 기운이 강력하고 짙어서 마을 전체를 압도하고 있었다. 마을 주변에는 어떤 살아있는 존재도 볼 수 없었다. 마을 입구에 또 하나의 무덤이 양쪽으로 즐비하게 있었다. 각각의 무덤 앞에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묘비가 세워져 있었다.
기이하기 짝이 없었다.
진양이 이리저리 살펴보니 자세하게 느끼지 않으면 아무런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 묘들은 마치 평범한 사람의 묘처럼 흙으로 덮여 있었다. 미세하고 약한 죽음의 기운이 나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앞으로 나가보니 진양은 바로 뭔가 다른 점을 발견했다.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비석의 정면은 깨끗했지만, 뒷면 모서리에는 다듬은 흔적이 있었다.
묘비 뒤로 돌아가 보니 묘비에 두 줄의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혈무봉 백칠십팔대 봉주 남해(藍海)
호량 구만 년에 태어나 호량 구만삼천 년에 눈을 감다
옆에 있는 묘비를 보자 그곳에도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팔십일대 종주 관란(觀瀾)
호량 칠만육천 년에 태어나 호량 팔만일천 년에 눈을 감다.
차례대로 따라가 보니 이 묘들은 놀랍게도 모두 마석성종의 선조들이었다.
다음은 봉주들이었다. 장로, 태상 장로는 더 많았고 종주는 여덟 명이나 되었다.
“설마 이 사람들 전부 죽은 후에 의식이 사라지지 않고 불길한 망혼이 된 건가?”
진양은 놀라서 혼자 중얼거렸다.
마석조묘는 확실히 지나치게 이상했다.
수도사가 죽으면 대부분 먼지가 되고 흙으로 돌아간다. 신혼은 붕괴하고 의식은 사라진다.
육체는 설령 바로 가루가 되지 않더라도 시간의 흐름을 따라 부패하여 천천히 천지로 돌아갔다.
어떤 수도사는 죽은 후, 원한이 하늘을 찌를 듯하여 강시가 되기도 했다.
다만 그때의 의식은 기존 사람과는 전혀 다르게 생성이 된다. 완전히 다른 종으로 태어나서 새로운 의식이 박힌 강시가 되어 버린다.
또 어떤 수도사들은 신혼이 강하여 죽은 후에 육신이 썩으면서 귀신이 되어 귀신의 도를 수련하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죽은 후에 이렇게 의식이 남아 있어서 세상을 떠도는 불길한 망혼이 된 자들은 정말 불쌍했다.
자소도군 같은 존재도 생전에 정말 강력하여 그렇게 된 것이다.
이곳에 매장된 자들은 하나같이 죽은 후에도 적어도 천 년은 살아남은 자들이었다. 어떤 강한 자들은 수천 년 후에 진정한 영면에 빠졌다.
진양은 속으로 안타까워하고는 몸을 돌려 다시 그 마을을 보자 동공이 수축하면서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온몸에서 죽음의 기운이 짙고 육신이 말라서 잿빛처럼 어두운 노인이 어느새 등 뒤에 다가와 있었다.
노인은 그곳에 서서 혼탁한 두 눈으로 진양을 보며 흉측하게 웃었다.
“무서워하지 말게나. 우리는 바깥의 불길한 망혼들하고는 다르다네.”
노인은 진양의 반응은 상관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묘비를 어루만지며 혼잣말을 했다.
“이 사형은 생전에 노부와 관계가 아주 좋았다네. 하지만 천 년 전에 의식이 사라지면서 영원한 영면에 들어갔다네. 노부도 얼마 남지 않아서 앞으로 백십 년이 지나면 세상과 완전한 이별을 하게 될 거네.”
진양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손에서 이미 붓꽂이와 혈라마를 꺼내서 언제든 전투에 나설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었다.
이 노인의 몸에서 나오는 죽음의 기운은 매우 짙었다.
마석조묘에 처음 들어왔을 때 만났던 그 존재보다 더 강력했다.
차이도 확연하게 달랐다. 비록 노인의 죽음의 기운은 짙었지만, 의식이 뚜렷했고 광기도 전혀 없었다. 그의 말에서 오래된 벗에 대한 추억이 확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긴장할 필요 없네. 자네가 여기까지 들어온 것을 보니 운명인 것 같네. 내가 죽으면 의식이 점점 사라지고 인격도 잃게 되겠지. 만약 조묘를 떠난다면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거야. 약해진 상태라면 연기처럼 사라지게 되겠지. 우리는 어쩌다 이곳을 발견했는데, 이곳에 있으면 우리는 미치지 않고 영면에 들 때까지 의식을 유지할 수 있다네.”
“당신들은 조묘에 들어와 이곳의 기이한 진상을 찾으려고 한 겁니까? 그저 미치지 않기 위해 이곳에 숨어있는 겁니까?”
진양은 이제 마음속의 긴장이 왠지 모르게 많이 풀려 있었다.
“진상이라고 하면 조묘 자체가 기이한 것이다. 그리고 구체적인 건 내가 이미 찾은 정보를 적어 두었으니 그것을 가지고 성종으로 돌아가서 현 당주에게 전해주거라, 내일 출구가 다시 겹치게 되면 널 내보내 줄 테니. 그리고 우리가 어째서 여기에 숨어있냐면······.”
노인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는 생령이 많구먼. 사람과 어리석은 짐승의 차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
노인은 진양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대답했다.
“짐승이 살아있는 것은 그저 살기 위함이지만 사람이 살아있는 것은 경험하기 위해서고 기억하기 위해서네. 몸이 죽어서 도가 사라진 후에는 오직 기억만 남는다네. 평생의 경험과 깨달음도 모두 기억이 되어 버리지.”
“이것이 바로 우리를 태우고 나아가는 강이고 끝에 도달하면 모든 기억은 전부 허무가 되어서 우리는 진정으로 죽었다고 할 수 있다네. 우리는 그것을 놓치기 싫어하고 죽는 한이 있더라고 원하지 않는다네. 자네는 살아있으니 아마 모를 거네.”
“가지. 자네를 데리고 다른 사람을 만나게 해주겠네. 어쩌면 자네에게 무언가를 전수해 줄 수도 있을 거네. 그것을 자네가 가지고 가면 우리가 세상에 있었다는 증거가 되겠지. 이곳은 불길하니 자네는 얼른 떠나야 하네.”
노인이 길을 안내하자 진양은 머뭇거리다가 노인을 따라나섰다.
이 노인이 만약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면 분명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거다. 지금 이렇게 말을 많이 한 걸 보면 분명히 악의가 없는 게 확실했다. 그는 밖에서 만났던 불길한 망혼들하고는 확연히 달랐다.
마을에 들어서자 많은 정원의 대문이 열리면서 불길한 망혼이 하나둘씩 나오는 게 보였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환하게 웃었다. 누군가는 위엄있는 표정으로 주시했지만 아무도 악의는 없었다.
절반쯤 지나자 진양은 갑자기 어느 뜰 가운데 먼지로 가득한 부러진 대추 한 자루가 보였다. 왠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어르신, 저건 무엇입니까?”
진양은 손을 뻗어 부러진 대추를 가리키며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오, 그거 말인가. 어느 선조가 지니고 있던 법보이네. 하지만 훼손되어서 죽은 후에 기념으로 가지고 왔다네.”
노인은 대답했다.
“자네가 마음에 들면 가지고 가도 좋네. 여기에 있는 많은 자가 법보를 남겼지만, 대부분이 위능을 모두 잃었다네.”
“아닙니다. 그저 여쭈어본 것입니다.”
진양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훼손된 걸 어디에 쓰겠나.
방금의 익숙한 느낌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진양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비웃었다.
‘보물을 보기만 하면 뭔가 익숙한 기분이 들다니. 이 버릇 좀 고쳐야 하는데.’
가는 길에 노인은 진양에게 불길한 망혼들을 일일이 소개해주었다. 이들은 모두 생전에 현명했고 실력도 강했던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진양은 이 노인의 신분을 알게 되었다.
현재 이곳에 존재하는 이들은 모두 수천 년 전에 죽은 마석성종의 선조였다.
이 노인이 바로 강천이 자신에게 찾으라고 했던 고령의 노인이었다.
이자의 실력이 가장 강한 건 아니었다. 다만 팔천 년 이상을 살았다고 했다. 그의 몸 안에는 장수하는 이족(異族)의 혈통이 있어서 이렇게 장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곳에서 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불길한 망혼들은 전부 그의 후학들이었다.
여기서 그는 가장 존경받는 존재였다. 성격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고 살기가 비교적 심한 불길한 망혼도 노인의 체면을 봐서 썩은 표정으로 진양에게 고개를 끄덕여서 인사 같은 걸 했다.
“여기 있는 자 중 모두가 수명이 다해서 죽은 게 아니라네. 많은 자가 비명횡사했고 생기가 끊겨서 스스로 조묘로 들어온 자도 있네. 그래서 그들의 가슴속에 원한이 있으니 너무 개의치 말게.”
가는 길에 노인은 진양에게 친근하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선조님, 농이 지나칩니다.”
진양은 억지로 웃었다. 사실 그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이곳의 많은 불길한 망혼은 모두 원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하지만, 그들이 이성을 유지하여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매우 감사한 일인데 어찌 태도 문제에 연연하겠나.
“이곳은 죽음의 기운이 매우 강하지만, 바깥에는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불편하더라도 여기서 하루 머물게. 내일 통로가 열리면 떠나게 해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