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716
716화 엄청난 절망감
잠시 후.
전뇌가 괴상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참노비도라. 흐흐, 아무래도 완전히 참노비도를 부릴 순 없는 모양이군. 손에 들고 있는 것도 온전하지 못한 법보에다가 심지어 다른 법보의 도움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니…….”
입으로는 웃고 있었으나 전뇌의 등 뒤로는 식은땀이 가득했다.
진심으로 크게 놀란 것이다.
목씨 가문의 참노비도에 대한 기록은 정천사에서 읽어본 기억이 있다.
참노비도의 칼날은 단순히 육신의 목만 베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목까지 함께 베어버린다.
때문에 한 방에 골로 가버릴 수도 있다.
그에겐 영혼까지 방어할 수 있는 법보가 없다.
비록 눈앞에 있는 자가 들고 있는 참노비도가 온전하지 못한 법보라곤 해도 만약 목을 잘린다면 십중팔구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한낱 신문에 불과한 자가 일격에 세 층이나 되는 자신의 방어막을 뚫다니.
자신의 방어막은 심지어 동급의 도궁 강자라고 하더라도 일격에 뚫는 건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경우 방어막이 뚫렸을 땐 상대는 이미 숨을 거둔 뒤다.
전뇌는 침을 꿀꺽 삼키며 진양의 손에 들려있는 호리병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처음 봤을 때만큼 두렵진 않았다.
어쨌든 그건 온전한 참노비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뇌는 입에서 한 자루의 검을 토해냈다.
그는 허리를 다소 굽히며 한 손으로는 검집을, 나머지 한 손으로는 손잡이를 잡았다.
이어서 전뇌의 동공은 바늘구멍만 하게 수축했고, 온몸에 있던 살기가 잦아들었다.
그의 온몸에 핏줄이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푸른 연기가 뒤섞인 혈무가 몸 표면으로 피어올랐다.
뱀독 억제를 완전히 포기하고 전력을 다해 덤비겠다는 뜻이었다.
전뇌의 표정은 어두웠으나 몸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몸 위로 피어오른 기운은 점점 더 잦아들었다.
그 모습을 본 진양은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몸이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것이다.
상대가 취한 자세는 진양도 알고 있는 자세였다.
바로 검도의 가장 기초적인 초식이자 가장 유명한 초식인 발도식(拔刀式)이었다.
발도식은 모든 검도 공법의 시작이다.
여기서 어떤 강력한 공법이나 신통력이 뿜어져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직접 발도식을 마주하고 나니 절대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돌아서면 반드시 죽는다.
무조건 몸으로 받아내고 버텨야만 한다.
그나마 유일한 대안은 한시라도 빨리 먼저 선수를 쳐서 상대가 힘을 모을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방법이다.
그러나 진양은 곧바로 손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 보는 공법인 것처럼 굴며 멍하게 서 있었다.
그렇게 전뇌의 기운이 모두 사라졌을 때.
그리고 진양은 그제서야 다시 호리병의 뚜껑을 열었다.
이번에는 사자결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하얀빛이 뿜어져 나가며 곧바로 전뇌의 목을 노렸다.
순간 진양은 심장이 세차게 뛰며 온몸으로 빠르게 피가 돌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주체할 수가 없었다.
진양은 궁금했다.
극강의 검날에서 펼쳐지는 공격이 어떤 힘을 품고 있을지.
뱀 문양이 새겨진 남자는 결코 진양이 대영 신조 사람들의 손에 죽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분명 어디선가 몰래 보고 있다가 위험한 순간에 튀어나와 진양을 구해줄 것이다.
물론 그들이 없어도 상관은 없다.
정 안 되면 최후의 수단이자 비장의 수단인 흑옥 신문이 있었으니까.
극한의 힘이 응집되어 뻗어진 일격, 그 안에 스며들어있는 힘은 절대 흑옥 신문이 빨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힘이 아니다.
그렇다면 흑옥 신문을 벨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베여도 상관은 없다.
그보다 더 큰 구멍이 생겨도 괜찮다.
적어도 흑옥 신문의 한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알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흑옥 신문 외에 백옥 신문도 있다.
그러니 절대로 일격에 베여 죽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 사이.
하얀빛의 칼날은 전뇌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전뇌 역시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칼집에서 검이 빠져나오는 순간, 태양보다 더 밝은 검광이 검 끝에서 솟구쳐올랐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기운, 그리고 차가운 살기가 잔뜩 서려 있는 검광이었다.
검광은 빠르게 날아가 가까이 다가온 진양의 하얀 칼날과 맞부딪쳤다.
그러자 하얀 칼날은 그대로 뒤로 날아가 버렸다.
밝은 검광이 모든 것을 베며 지나간 자리는 순식간에 어둠이 깔렸다.
그 자리에 있던 건 어떤 것도 예외 없이 베여나가거나 완전히 파괴되었다.
검광은 순식간에 거대한 칼날의 형상을 이루며 진양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진양의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었고 온몸은 부들부들 떨렸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극도의 흥분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토록 강력한 강자와 정면으로 마주한 건 오랜만의 일이었다.
이 정도 위력이면 흑옥 신문을 박살 내기엔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진양은 기다렸다는 듯 흑옥 신문을 소환해냈다.
날카로운 검광이 눈앞까지 다가온 순간.
흑옥 신문에 달린 응룡 조각상이 두 눈을 번쩍 떴다.
이어서 두 날개를 펼쳐 자신과 문을 감쌌다.
콰과광-!
굉음과 함께 수백 개의 거대한 칼날의 위력이 겹쳐진 검광이 흑옥 신문 위로 쏟아져 내렸다.
응룡의 날개엔 실금과 같은 흔적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흑옥 신문에도 같은 흔적들이 만들어졌다.
실금이 나타나기 무섭게 다시 매끈한 표면으로 회복되었다.
하지만 회복되는 속도보다 새로 만들어지는 속도가 더 빨랐기에 실금은 조금씩 더 늘어나고 있었다.
진양은 크게 기뻐했다.
예상대로 검광은 흑옥 신문을 부수기에 충분한 듯했다.
그 사이 흑옥 신문에는 실금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진양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대로 흑옥 신문이 파괴된다면 앞으로 다시는 이런 강력한 신문을 만들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크게 상관은 없다.
아무리 강한 신문이라도 열지 못한다면 결국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만 머물러야 하기 때문이다.
실금은 가장자리에서 점점 중심으로 좁혀들어오고 있었다.
진양은 언제든지 백옥 신문을 꺼내 들어 남은 위력을 받아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그때.
진양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질 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수많은 실금과 함께 흑옥 신문이 금방이라도 붕괴되려는 순간.
매우 빠른 속도로 실금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매끈한 표면으로 되돌아왔다.
진양은 굳은 표정으로 흑옥 신문을 살폈다.
흑옥 신문의 크기는 아까보다는 다소 작아진 모습이었다.
그러나 광택과 재질, 심지어 흘러나오는 위압감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져 있었다.
엄청난 절망감이 쏟아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외부의 힘을 흡수하여 자가 회복을 할 수 없게 되니 아예 외부의 힘을 이용하여 스스로를 단련한 것이다.
즉, 힘을 흡수하지 않고도 계속해서 강해질 수 있는 것.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 정도라면 영제 정도 되는 극강의 고수가 나서야만 부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흑옥 신문은 오히려 더욱 단단하고 강해질 것이다.
이쯤 되니 진양은 더 이상 전뇌의 검광에 기대를 걸 수가 없었다.
남아있는 힘은 더욱 강력해진 흑옥 신문에 흠집조차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 * *
같은 시각.
만 장 위 상공에선 가복덕의 스승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전뇌를 쫓아 이곳까지 온 것이다.
간신히 살아남은 목씨 가문의 후손이 영제의 충견들에게 죽어나는 꼴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래 펼쳐진 거대한 진법을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양과 전뇌가 교전을 벌이는 장면도 유심히 지켜보았다.
진양의 호리병에서 하얀빛의 칼날이 뿜어져 나가는 모습도 보았다.
그는 참노비도를 볼 줄 아는 사람이다.
때문에, 그것이 진짜 참노비도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아보았다.
실망과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오늘날 목씨 가문의 후예는 제대로 된 참노비도조차 펼칠 줄 모른단 말인가!
그가 사용하고 있는 건 참노비도의 형상을 닮은 명백한 모조품이었다.
전뇌가 발도식을 펼치는 장면도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목씨 가문의 후손은 도망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반격조차 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발도식의 힘이 극한의 수준까지 도달하고 말았다.
노인은 도대체 무슨 깡으로 그가 그런 선택을 한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그가 가진 모조품으로는 상대의 공격을 감당할 수 없었기에 잠시 머뭇거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전뇌의 발도식이 완성되는 순간.
노인은 직접 나서서 진양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진양은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대영 신조에 맞서 싸우며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던 과거 목씨 가문의 사람들의 모습이 연상되는 장면이었다.
이어서 거대한 검광이 만들어지며 수십 리나 되는 거대한 칼날을 이루었다.
그리고 빠르게 해수면을 휩쓸었다.
강력한 위력에 의해 격렬한 파도가 일어났다.
노인은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었는지 만 장 높이 상공에서 지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검은 칼날 위로 회색의 거대한 손이 만들어졌다.
거대한 손은 칼등을 붙잡아 검에 서려 있는 힘을 강제로 제압해버렸다.
그리고 마치 진짜 검을 들듯이 그것을 들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진양의 곁에도 검광이 흩뿌려졌다.
그것은 순간적으로 굳어버리며 진양에게 아무런 피해도 줄 수가 없었다.
진양은 하늘을 힐끔 쳐다보았다.
‘뱀 문양의 남자가 보낸 사람인 모양이군.’
진양은 곧바로 흑옥 신문을 거둔 뒤 수신 상태로 바다 안으로 들어갔다.
기운과 주위가 일체가 되자 주변에 있던 검광이 전부 사라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머리 위로 거대한 손이 수십 리에 달하는 거대한 검을 들고 천천히 떠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진양은 넋이 나간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뱀 문양 그 녀석, 꽤 신경을 쓴 모양이군. 나 하나 구하겠다고 이 정도로 엄청난 실력을 가진 고수를 보내다니.’
아무래도 목씨 가문의 후손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중요한 존재인 듯했다.
이어서 진양의 시선은 전뇌에게 향했다.
그는 진양보다 훨씬 더 크게 충격을 먹은 모습이었다.
다소 푸른 빛을 띠고 있던 그의 얼굴은 지금 이 순간 완전히 새까맣게 물들어버렸다.
눈앞에 벌어지는 장면을 보고 있으니 분노와 살의가 눈 녹듯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남은 건 경악과 공포뿐이었다.
그는 일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하얀 연기가 가득 들어차 있는 유리구를 하나 꺼내 손으로 으깼다.
펑-
폭발음과 함께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와 전뇌를 감쌌다.
한편 전뇌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있는 사이.
진양은 그가 떠 있는 곳 바로 아래까지 다가왔다.
유리구를 바라보는 순간 그가 도망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유리구가 으깨지는 순간 재빠르게 장정의를 혼내줄 때 사용했던 단약을 꺼내 백연 속으로 던졌다.
잠시 후.
해풍이 불어와 백연을 모두 날려버렸다.
전뇌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진양이 백연을 향해 던진 단약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진양은 웃고 있었다.
그것은 진양이 오랜 시간의 연구 끝에 만들어낸 맹독 단약으로 심지어 진양조차 해독법을 모른다.
이런 독에 중독된다면 기껏해야 공법으로 억지로 버텨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놈은 상당히 발이 빨랐다.
하지만 이미 심각한 맹독에 중독된 상태에서 진양이 만들어낸 독까지 더해진다면 아마 적지 않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고도 무사히 살아남는다면 그저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