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quisite Repair RAW novel - Chapter 80
80화 성해주(城海州)
이제 진양과 닭은 운명을 같이할 수밖에 없었다.
닭은 절망했다. 자신이 축기 수도사의 법보로 전락할 줄은 몰랐다.
이 수도사의 세계에서 축기 수도사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존재였다.
강자들 간의 경쟁 사이에서 언제 불똥이 튀어서 죽을지 모르는 게 축기 수도사다.
만약 진양이 죽으면 닭도 십중팔구 바로 원령이 부서지고 의식이 사라져서 깔끔하게 죽을 게 분명했다.
닭은 이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격동된 마음을 조금 가라앉힌 후 곧 부러진 대추 속을 뚫고 나왔다.
눈에서는 불꽃이 끊임없이 솟아올랐다. 분노와 원망이 하늘로 치솟았다.
“진유덕! 무슨 요법을 쓴 거냐!”
“요법은 무슨 요법? 우리는 이제 한 가족이라고. 동고동락하고 명예도 모욕도 함께 해야 한다고. 얼마나 좋아, 이전의 일은 모두 바람에 날려 버리자고. 앞으로 우리 손을 잡고 함께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 가자.”
진양은 활짝 웃으며 닭을 위로했다.
이제 닭은 진정 진양의 것이었다. 진양이 기르는 닭이 되었다.
예전에는 그렇게 미웠던 닭이었지만 이제 진양은 따뜻한 눈빛으로 닭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못생긴 닭에게 정이 안 가긴 했지만.
“진유덕, 너…… 너 망할 놈……!”
닭은 분노에 차올랐지만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제 돌이킬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진양은 환하게 웃으며 그가 울든 말든 못 본 체했다.
‘그래, 억울하겠지. 그런데 어쩌겠냐. 이미 끝난 일인 걸. 다 너의 업보라고 생각해라.’
한바탕 난리를 친 닭은 진양이 꿈쩍도 안 하는 걸 보자 서서히 진정했다.
작은 눈이 어지럽게 움직였다.
무언가 최후의 발악을 시도하는 게 분명했다.
“진유덕, 내가 널 주인으로 인정하기로 했으니 그 잘못은 내게 있지. 하지만 네가 요법으로 날 완전히 연화한 건 얘기가 다르잖아!
나는 지금 힘을 다 잃어서 네 손에 있어도 반항할 힘이 없을 정도야. 난 지금 너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만약 다른 사람에게 잡혀서 내가 죽으면 너에게도 피해가 간다고! 난 네가 말려들게 할 수 없어!”
닭의 말은 간절했고 눈빛은 진지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려고 말을 막 지어냈지만 그래도 눈빛만은 진지했다.
“네 말은 틀렸어. 우리는 한 식구고 한 몸이나 마찬가지야. 당연히 명예를 받아도 같이 받고 다쳐도 같이 다쳐야지. 네가 정말 죽으면 나도 알게 될 거다. 절대 널 원망하지 않겠어.”
진양은 간곡한 말로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유덕, 내 본체는 이미 부서져서 빈 껍데기만 남았다고. 너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아!”
“무슨 어리석은 소리야? 한 가족이고 한 몸이니 네가 밥만 축내고 일을 하지 않아도 미워할 수 없어.”
“진유덕! 단단히 결심한 거냐! 꼭 이래야겠어? 솔직히 말해서 죽을지언정 굽히지 않을 거야!”
닭은 이 패도 소용이 없어 보이자 바로 얼굴을 바꾸고 목을 꼿꼿이 세우고 울부짖었다.
“쯧쯧.”
진양은 마치 처음 닭은 봤을 때처럼 눈이 반짝였고 위아래를 훑어보며 혀를 찼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주변의 허공을 가리켰다.
“네가 뛰어내리면 내가 사내대장부라고 인정해주고 앞으로 명절마다 직접 널 위해 분향해주고 제사를 올려주마.”
“……”
닭은 목이 메어 죽을 것 같았다.
무기력해져서 머리를 떨구고 더는 발악하지 않았다.
진양은 몰래 웃었다.
‘어리석기는. 내가 그런 말에 속는 풋내기로 본 거야?’
진양한테 아무런 수단도 통하지 않자 닭은 더는 방법이 없었다.
이제 칼자루는 진양이 쥐고 있었다. 닭이 어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보면 십중팔구 영석도 없을 거다.
진양과 닭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허공에서 조금의 영기가 생기자 진양은 닭의 머리를 툭 쳤다.
“이제 말해봐. 우리가 바람을 타고 가면 어디에 도착하게 되는 거야?”
“몰라.”
닭은 진양을 쳐다보지도 않고 아무렇게나 얼버무렸다.
“닭아, 너도 알다시피 우리는 지금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거야. 만약 허공에서 벗어난 후에 우리가 어떤 위험한 곳으로 가게 돼서 내가 죽으면 너는 자유로워지는 건가?”
닭은 눈을 들어 진양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자유? 자유는 무슨, 네가 죽으면 어르신도 같이 묻히거든!’
닭도 더는 방법이 없었다. 이제는 협력하는 방법밖에는.
“성해주(城海州)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일 커.”
“성해주? 거기는 현천성종 종문이 있는 곳 같은데. 호량 십삼주 중에서 가장 번화한 주이고 물자도 풍부하고 걸출한 인물이 나와서 유명한 곳이지. 선택할 줄 아는군.”
진양은 닭을 보며 어떤 생각에 잠긴 듯했다.
바람을 타고 허공을 가로지르는 이 위험한 행동은 완벽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닭은 모험하지 않았을 거다.
닭은 분명히 별다른 위험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허공에서 벗어나면 위험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을 거다.
심지어 떨어지는 구체적인 장소까지 알고 있었을 거다.
그런 확신이 있었기에 진양이 닭에게 목적지를 물어본 것이었다.
다만 성해주는 정말 의외였다.
호량 십삼주에서 성해주는 실력이 가장 강했고 강자도 가장 많았다. 호량 십삼주 제일 성종이라는 현천성종도 이곳에 있었다.
자신의 실력으로 성해주에 도착하면 위험해질 확률이 높았다.
만약 자신에게 선택하라고 했으면 이런 때에 성해주로 오지 않았을 거다.
바람 속에 영기가 점점 더 짙어졌다. 허공에서 벗어날 때가 다가온 거였다.
진양은 닭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닭, 만약 나한테 말하지 않은 게 있다면 지금 말하는 게 좋을 거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전의 일은 모두 없었던 일로 해줄게. 설령 네가 날 함정에 빠트리려고 했어도 더는 널 추궁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만약 지금도 날 함정에 빠트리려고 하는 거면 내가 악랄하다고 원망하지 마. 내가 한다고 하면 하는 사람인 걸 너도 알고 있을 거야!”
“그게……”
닭은 머뭇거렸다. 진양의 모습을 보니 진양은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만약 진양이 죽으면 자신도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닭은 이를 악물고 눈을 감았다.
“허공에서 벗어나면 누군가 있을 거야.”
닭은 어쩔 수 없이 진실을 말했다.
자신이 이런 함정을 판 걸 알면 진양이 화낼 줄 알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었다.
말을 안 해줬다가 혹시라도 누군가를 만나면 진양이 정말 죽을 거 같았다.
이를 악물고 말하고는 진양이 노발대발할 때까지 기다렸다.
닭은 불호령이 떨어질 것을 예상했지만 진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닭은 실눈을 뜨고 몰래 엿보았다.
이내 어리둥절해졌다.
진양은 자신의 뺨을 주무르고 있었다.
이목구비와 얼굴이 마치 진흙 조각상처럼 진양의 손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천천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나이가 더 많아 보였다.
그리고 온몸의 뼈에서 온갖 소리가 나면서 체형도 바뀌었다.
양쪽 어깨가 기울어졌고 등은 곧게 펴졌다. 그리고 짙은 남색의 옷으로 바꿔 입었다.
약수를 손가락에 묻혀서 바르자 잠시 후, 늘어진 잔머리가 하얗게 변했다.
영액을 눈에 떨어트리자 얇은 막이 눈동자를 덮었다.
두 눈에 숨겨져 있던 영리해 보이는 신광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진양은 거울 꺼내서 보았다.
거울 속의 사람은 피부색이 조금 어두웠고 얼굴은 듬직해 보였다.
얼굴선이 약간 강경해 보였다.
턱을 약간 올리자 성격이 내성적이면서 음침하고 무거워 보이는 중년 남자처럼 보였다.
“음, 아니야 수염을 조금 더해야 하는데…….”
잠시 중얼거리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진양은 다시 도구를 꺼내서 수염을 그렸다.
“그래. 이러면 완벽하군. 조금 아쉽지만, 대국(大局)에는 영향이 없겠어.”
진양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도 변해있었다.
목소리에는 음침한 기운이 흘렀다.
“진유덕, 너……”
닭은 눈이 빠지게 진양을 보았다.
“왜? 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는데 설마 내가 널 죽이겠어? 내가 말했듯이 과거의 일은 더는 묻지 않을 거야. 그리고 바람을 타고 가서 지금 밖에서 네가 전에 꾸며놓은 함정이 있더라도 나는 널 탓하지 않을 거야.
너와 나는 이제 동고동락하는 사이가 되었으니 이 난관을 함께 벗어나야지, 너와 싸우면 무슨 도움이 되겠어? 차라리 빨리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게 낫지.”
진양의 말은 진심이었다.
닭은 말문이 막혔고 어리둥절했다.
진양이 그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전에 파놓은 함정의 일을 따지지 않는다니.
닭은 지난 과거에 무수히 많은 사람을 만났었고, 그중엔 강자도 많았지만, 진양 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었다.
진양은 재물을 탐내긴 했지만, 분별력을 잃지 않았고 행동이 과감했다.
또 사람 죽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같은 배를 타니 정말 과거의 일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닭은 넋을 잃고 진양을 보았다. 속에서 왠지 모를 씁쓸함이 올라왔고 표정이 어두워졌다.
닭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정말 위험하면 날 버리고 가도 좋아. 내가 전력을 다해서 널 보호할게.”
“너처럼 약한 닭이? 얌전히 부러진 대추에 들어가 있어. 함부로 움직이지 마.”
진양은 비웃으며 손가락으로 닭의 머리를 눌러서 강제로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었다.
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떠들어대지도 않았고 시끄럽게 하지도 않고 얌전히 말을 들었다.
닭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진양은 어리둥절했지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잠시 후.
허공에서 어디선가 빛이 들어오면서 주변이 밝아졌다.
영기의 농도가 점점 높아졌고 심지어 은연중에 초목의 향까지 맡을 수 있었다.
진양은 허공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허공 속에서 평화롭던 광풍이 갑자기 울부짖었다.
천지가 돌더니 하늘에도 땅에도 닿지 않은 이상한 느낌이 갑자기 사라졌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푸른 산봉우리가 눈에 들어왔다. 새소리와 원숭이의 울음소리,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두 귀에 들려왔다.
코끝에서는 느껴지는 초목의 향과 흙냄새가 있는 듯 없는 듯했고 어디서부터 왔는지 알 수 없었다.
광풍에서 벗어나자 진양은 자학을 타고 허공에서 신목을 최대한으로 발동시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진양이 눈을 깜빡거리자 눈에서 신광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십수 리 밖에서 정말 누군가 있었다. 그자는 이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다가오는 자는 신홍으로 변해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신해기 수도사가 아닌 게 확실했다.
하지만 그자의 몸 주변은 신광으로 빛나고 있었다. 어기를 타고 나는 것 같았지만, 법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는 법보를 신광(神光)으로 바꿔서 온몸을 덮는 비둔술(飛遁術)을 시전한 게 분명했다.
다가오는 자는 삼원 수도사였다.
단지 삼원 중에서 어떤 일원의 경지인지는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