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re in Sacheon’s Tang RAW novel - Chapter (185)
파브르 in 사천당가-185화(185/187)
파브르 in 사천당가 185화
모정(母情) 2
매일 온천을 강제로 즐기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속에서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니 들어갔다 나오면 배가 고플 수밖에 없었던 것.
“와 배고프다.”
“소룡, 어제 남은 사슴고기를 좀 구울까요?”
아침부터 화정 수색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아무래도 출출했다.
배를 문지르며 배고프다고 말하자 얼른 사슴고기를 굽겠다는 화은.
“그래 주시겠습니까?”
“네. 소룡.”
얼마 안 돼 어제 궁봉이 잡아 온 사슴의 갈비를 화은이 다시 구워왔다.
사슴고기에서 퍼지는 향긋한 냄새.
그러고 보니 화은과의 인연도 이 사슴고기에서 시작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사슴고기를 먹다가 장인 그리고 할아버지와 나누던 대화가 우리 인연의 시작이니까.
예전 생각을 하며 그녀가 건넨 사슴고기를 막 한입 물었을 때였다.
사슴고기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막 혀를 적셔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 퍼지기 직전.
‘사슴고기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니까?’
우물에서 경공으로 뛰어 올라온 지룡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헉헉. 소 소협. 부화하려나 봅니다. 알에서 뭔가 실 같은 것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소!”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맞으며 그대로 뛰어왔는지, 머리에서 물방울을 뚝뚝 흘리면서 말이다.
온천을 하고 온 우리나 지룡이나 젖은 것은 똑같은 모습이었다.
“정말입니까?”
“그렇소. 얼른 가보시오.”
화산 근처 운남의 소수민족 마을에서 묵은지 한 달.
드디어 고대하던 거대 집게벌레의 부화가 시작되는 모양이었다.
주목적은 이루기 힘들 것 같으니, 부 목적인 부화 장면과 새끼 한 마리는 반드시 확보해야 했다.
화정 수색은 아주 난항을 겪고 있었으니까.
물길을 따라 위아래 쪽을 한 달 내내 확인해봤는데, 화정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던 것.
온천이 흐르는 계곡의 물길과 근처의 바위, 돌까지, 아주 샅샅이 수색했는데 화정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거의 화정에 대해서는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뭐 빙옥처럼 대단한 보물이라 했으니, 창룡이 운이 좋은 것이지 우리가 운이 나쁜 것은 아닐 터.
어차피 수색에 실패하면 창룡의 것을 받기로 한 상태였기에 약간 마음을 비운 상태였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받을 생각이 없었지만, 화양이 녀석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고맙습니다! 가자 빈아 초야! 화은 화양이를 좀 부탁합니다.”
-츠르르!
-츠릇!
먹고 있던 사슴의 갈빗대를 입에 물고, 품 안에 있던 오렌지 감자를 화은에게 던졌다.
-삐이익.
날아가면서 당황한 표정을 짓는 녀석.
화은이 날아온 화양이를 공처럼 받아 바로 자기 품 안에 내려두었다.
“알겠어요. 소룡.”
화양이를 두고 가는 이유.
화양이 녀석 또 데려갔다가 사고 칠까 싶어서였기 때문이었다.
화양이가 왜 흑겸홍구를 밥이라고 하면서 광분했는지 아직 그것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
녀석에게 불기운이 가득하던지, 아니면 뭐 내단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이리라 그리 추정하고 있었기에 화양이를 두고 가기로 한 것이었다.
약간 반응이 빈이나 초가 비천신사인 연두의 내단을 보았을 때의 반응과 비슷했으니까.
그런 것이라면 화양이의 급발진 같은 행동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순하던 초, 향, 빈이도 내단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만큼은 야수로 돌변하지 않았던가?
화양이까지 맡겼으니, 재빨리 우물 아래 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토록 기다리던 일이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으니까.
“다녀오겠습니다!”
“룡아, 같이 가! 나도 궁금하다고!”
-츠르르르!
-츠르릇!
내 뒤를 쫓는 빈이와 초.
그리고 부화 장면을 구경하고 싶다며 뒤따르는 설 누이.
-첨벙.
재빨리 우물 아래로 뛰어내리자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우물물이 느껴졌다.
품에서 야광주를 꺼내 불을 밝히고, 옆에 뚫린 구멍으로 얼른 몸을 날렸다.
-탁탁탁.
“룡아, 같이 가자고!”
“통로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 알겠어!”
천장이 낮아 엉거주춤 숙인 자세로 달리길 잠깐.
곧바로 탁 트인 공간이 튀어나왔다.
잠깐 기다리자 날 듯이 쫓아온 빈이와 초.
설 누이가 바닥에 내려서며 목을 부여잡았다.
“지날 때마다 힘들어.”
통로 높이가 아무래도 성인인 누이에게는 힘든 높이.
미소를 지으며 설 누이에게 말했다.
“가죠. 누이.”
“그래. 얼른 가보자.”
한참을 달리다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잔향이 남아있는 곳에 도착해, 바로 발걸음을 멈췄다.
콧속으로 밀려드는 퀴퀴한 냄새.
여기서부터는 이제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
동굴이 울려 발걸음 소리가 크게 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야광주도 품 안에 집어넣고, 설 누이와 함께 야수궁의 묘아암야공(猫兒暗夜功)을 펼쳤다.
눈알에 기운이 모이는가 싶더니 밝아지는 주변.
설 누이를 바라보자 설 누이의 검은자가 서클렌즈라도 낀 듯 하나 가득 커진 상태였다.
[이제부터 조용히 가죠.] [알겠어.]설 누이의 귀에 조용히 속삭인 뒤.
마음속으로도 빈이와 초에게 조용히 해달라 부탁하고 앞으로 발걸음을 다시 옮겼다.
그리고 그렇게 걷기를 잠깐.
저 앞으로 저번에 부서져 내린 석주의 돌들이 가득 쌓인 곳이 눈에 들어왔다.
저 너머가 흑겸홍구의 번식처.
설 누이 초, 빈이와 살금살금 기어가 그 돌무더기 뒤로 숨었다.
그러자 저 앞 구석, 눈에 들어오는 흑겸홍구(黑鉗紅蠷).
좀 더 집중하자 녀석의 배아래 노란 알들이 아니, 이제는 알에서 막 부화하는 것들이 바글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초, 향, 빈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처럼 노란 녀석들.
녀석들이 어미의 품 아래서 바글거리고 있었다.
[우와. 소룡아 바글바글해.]녀석들을 확인한 설 누이의 감탄하는 목소리.
나도 기쁜 마음으로 태어난 녀석들을 지켜보고 있는데, 설 누이의 의문이 이어졌다.
[어? 소룡아. 그런데 새끼들은 집게가 없는데?]설 누이의 말대로 꼬리 대신 두 개의 긴 털만 난 노오란 집게벌레들.
녀석들이 저런 모습인 것은 이유가 있었다.
집게벌레의 꼬리에 있는 집게는 실은 집게가 아니고 부속지 중 하나로 미모라는 기관이 변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모 또는 후미 영어로는 세르시(Cerci).
잠자리나 바퀴벌레의 꼬리 쪽에 보이는 두 가닥 꼬리.
그것이 바로 미모(尾毛).
그렇기에 갓 태어난 집게벌레의 새끼들에게는 집게 대신 긴 미모만이 존재한다.
저것이 자라면서 집게로 변하게 되는 것.
[저 긴 털들이 이제 자라면서 껍질을 몇 번 벗다 보면 집게로 변하게 될 거예요.] [오오. 진짜?] [예, 설 누이.] [짐승보다 충이 훨씬 신비한 것 같아.]내 설명에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는 설 누이.
가르쳐줄 맛이 난다고 생각할 때 내 우수한 학생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런데 룡아, 궁금한 게 있어. 왜 저 구수의 이름이 흑겸홍구인거야? 꼬리의 집게는 겸(鉗)보다는 검이나 도에 가까운데? 쌍검홍구(雙劍紅蠷) 쌍도홍구(雙刀紅蠷) 뭐 그런 이름이어야 하지 않나?]캬. 좋은 질문이었다.
역시 이 매운 파브르의 누이에 어울리는 분이었다.
겸이란 죄인의 목에 씌우는 칼을 의미하는 것인데, 우리를 쫓아왔던 어미 녀석의 꼬리는 집게이긴 하지만 분명히 가위나 칼에 더 가까운 모습.
하지만 녀석들이 아마도 흑겸홍구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보통 집게벌레의 암컷은 저렇게 날카롭지만, 수컷들은 보통 갈고리 모양으로 생겨 마치 죄인들에게 씌우는 칼처럼 생겼으니까 말이다.
암수에 따라서 집게의 모양에 차이가 있는 것이 바로 집게벌레인 것.
[아, 원래 구수의 수컷은 갈고리 모양의 꼬리를 가지고 있고, 암컷은 칼 모양의 꼬리를 가지고 있는데, 아마도 이름 붙인 분은 수컷만을 본 듯합니다.] [역시 우리 소룡이야. 참 별걸 다 안다니까?]오랜만에 설 누이에게 존경스럽다는 눈빛을 받으며, 누이 좀 더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누이의 동생이 이런 사람이라는 그런 눈빛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나에게서 다시 흑겸홍구 쪽으로 시선을 옮겼던 설 누이의 표정에 갑자기 느낌표가 떠올랐다.
“!”
갑자기 크게 당황한 모습이 되었다가 이어서 내 어깨를 꾹 하고 움켜쥐는 설 누이.
설 누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눈을 깜빡거릴 때였다.
설 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햐, 향이!] [향이요?]향이라면 품에서 자고 있을 녀석.
품 안을 더듬었으나 느껴지지 않는 향이.
설마 미친 듯이 뛰어오다가 중간에 흘렸나 싶어 눈을 크게 떴을 때였다.
설 누이가 양손으로 내 머리를 잡더니, 흑겸홍구 쪽으로 내 머리를 강제로 돌렸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의 행동일까 고민하던 그 순간.
저 멀리 흑겸홍구 너머 동굴 벽면에 보이는 노랗고도 파란 점이 있는···.
‘햐, 향이!? 향아! 거기서 대체 뭐해!’
향이가 어느새 내 품에서 빠져나가 흑겸홍구 녀석 뒤에 있는 동굴 벽면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갑작스러운 향이의 모습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었을 때, 머리를 울리는 천진난만한 목소리.
‘츠르르!’ 『아빠, 여기 뭐가 있어요. 향이가 찾았어요!』
얼른 돌아오라는 마음을 보내던 순간이었다.
향이가 벽면에 박힌 뭔가를 물고 낑낑대는가 싶더니, 조용한 동굴 벽에서 뭔가가 뾱하고 뽑히며 큰 소리가 흘러나왔다.
-달그락.
-톡. 톡톡토르르르르···.
향이의 입에서 뽑혀 떨어진 돌이 바닥에 떨어지자 고요한 동굴 안에 마치 벼락이 떨어져 내린 듯했다.
그러자 곧바로 돌아가는 흑겸홍구의 머리.
향이를 발견한 흑겸홍구의 꼬리가 철컹거리기 시작했다.
-서걱. 서걱.
그리고 갑자기 꽂히는 흑겸홍구의 꼬리.
-콰득!
흑겸홍구의 꼬리가 꽂히며 향이가 그대로 동굴 벽면에 고정되었다.
“향아!”
“꺄아악! 향아!”
-츠르르르!
소리치며 뛰어나가자 녀석의 집게 사이에 붙잡혀 있는 향이.
흑겸홍구의 집게 사이에 고정된 향이가 집게를 물어뜯으며 놔달라고 반항하고 있었다.
저대로 두면 우리 향이는 햐/ㅇ이가 될 터.
재빨리 뛰어나가 흑겸홍구를 향해 외쳤다.
딸을 구하는 것은 아빠의 의무니까.
“자, 잠깐!”
그러자 천천히 내 쪽을 바라보는 흑겸홍구.
녀석이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손을 올려 최대한 적대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며 설명했다.
“진정해. 진정해. 무엇을 하려는지 알겠는데. 그거 하지 마. 내 딸은 그냥 어려서 네 모습이 신기했던 것뿐이야. 너나 네 새끼에게 무슨 짓을 하려던 게 아니었어.”
-트릇?
처음 듣는 거대 집게벌레인 흑겸홍구의 울음소리.
역시나 영물이라 그런지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느낌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녀석이 이해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이해 안 되겠지만 내 딸 맞아. 여기 이 아이들도 내 딸이고.”
마음속으로 빈이와 초에게 옆으로 오라고 말하자, 얼른 기어 오는 둘.
둘의 모습에 흑겸홍구가 움찔하며 배아래 새끼들을 몸으로 가렸다.
“우린 아무 짓도 안 할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 말에 아직은 잔뜩 경계하고 있지만, 이야기를 더 들은 모양인지 어떤 움직임도 하지 않는 흑겸홍구.
녀석에게 제안했다.
“얼마 안 있으면 네가 죽는 걸 알아. 그러니 내 딸을 그대로 잘 돌려보내 주면, 우리는 네가 죽고 나서도 네 아이가 잘살아갈 수 있게 도울게.
나도 자식을 키우는 처지니까. 그 정도는 들어줄 수 있어. 어때?”
만약 향이를 해치면 분노한 초와 빈이에 의해 흑겸홍구와 새끼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지만, 우리가 필요한 것은 협상이지 협박이 아닌 상태.
-츠르르르!
-츠르릇!
초와 빈이도 뭔가 말을 거든 모양이었는데, 내 말에 흑겸홍구 어미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하는 듯하더니, 향이를 조심스레 꼬리로 잡아 자기 머리 앞쪽으로 내려두었다.
아마도 교섭은 성립.
“고마워. 약속은 반드시 지킬게. 그리고 가끔 내가 와서 볼 테니까 그건 이해해줘. 네가 언제 떠나는지 알아야 하니까.”
내 마지막 말에 슬쩍 끄덕여지는 흑겸홍구 어미의 고개.
쪼르르 기어 온 향이를 품에 안고 일단 녀석이 다친 곳은 없는지 살펴보았다.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이는 모습.
초, 빈이 그리고 설 누이와 뒤로 물러 우물 통로까지 물러 나올 때, 설 누이가 아직 진정되지 않은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봤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예.”
향이가 붙어있다가 흑겸홍구의 공격으로 부서진 벽면에 커다란 화정이 번들거리는 모습으로 박혀있는 것 확인했으니까.
그리고 향이의 더듬이와 발끝이 붉게 물들어 있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