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re in Sacheon’s Tang RAW novel - Chapter (186)
파브르 in 사천당가-186화(186/187)
파브르 in 사천당가 186화
모정(母情) 3
일단 마을로 돌아와 밝은 장소에서 향이 녀석을 다시 확인했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흑겸홍구의 집게가 생각보다 날카로워 향이의 껍질이나 다리가 혹시나 상처를 입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향이야 평범한 지네보다 훨씬 단단해, 일반 지네와 비교하면 계란과 바위 정도의 차이가 나지만 아무래도 약한 다리 정도는 떨어져 나갈 수 있었던 것.
향이도 영물이긴 하지만 아직 하급.
상대는 이십사독지니까.
목숨을 잃을 정도의 상처가 아니라면, 떨어져 나간 다리 정도야 다음 탈피 때 복구되긴 하지만 말이다.
“향아, 아빠 놀랐잖아! 큰일 날뻔했어! 거길 왜 갔던 거야!”
아직도 놀란 마음에 향이 녀석을 혼내며 요리조리 살펴보자, 향이에게서 튀어나온 한마디.
-츗···. 『그치만···.』
변명하듯 튀어나온 향이의 한마디 ‘그치만···.’.
그 한마디에 지켜보고 있던 언니와 동생의 매서운 질타가 이어졌다.
-츠르르르르! 『뭐? 그치만?』
-츠릇츠릇! 『그치마안?』
곧이어 반성하고 있지 않다거나 혼 좀 나야 한다거나 그런 말들이 오고 가는 모양인지 향이의 더듬이가 바로 축 처졌다.
평소라면 좀 더 뻔뻔하거나 무신경했을 향이지만, 아무래도 목숨이 왔다 갔다가 했었으니 자기도 찔리는 게 있는지, 의외로 얌전하게 언니, 동생의 잔소리를 받아들였다.
“향이 고모에게 들었는데, 큰일 날 뻔했다면서요!? 향아?”
하지만 설 누이에게 이야기를 들은 화은까지 달려와 거드니, 향이 녀석 자기가 공벌레도 아닌데 공벌레처럼 몸을 돌돌 말아 자기 껍질 속으로 머리를 숨겼다.
온 가족의 질타에 귀 막고 ‘아 몰라!’ 이러는 느낌이려나?
그런 향이의 모습에 화은의 눈이 치켜떠지고 초와 빈이의 더듬이까지 치솟았다.
엄마와 언니, 동생까지 잔소리하는데 방문 닫아버렸으니까.
아무래도 잔소리가 길게 이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얼른 나서 모두를 진정시키기로 했다.
좀 놀라긴 했지만 향이 덕분에 화정을 찾았으니 그건 칭찬할 일이고, 축하할 일도 있었으니까.
“자자, 다들 진정하고. 다친 곳도 없고 향이도 반성하고 있을 테니 이쯤에서 그만하죠.”
“소룡은 너무 물러요. 이럴 때 단단하게 혼내야지. 나중에 또 큰일을···.”
“향이 덕분에 화정도 찾은 듯하니까요.”
내 화정을 찾았다는 말에 동그래지는 화은의 눈.
역시나 이 이야기는 아직 설 누이에게 못 들었던 모양이었다,
아마 이야기가 시작되고 향이가 죽을뻔했다는 말에 허겁지겁 뛰어온 게 분명했다.
“찾았다고요?”
“네, 향이가 그걸 찾다가 그렇게 된 거거든요. 흑겸홍구가 자리 잡은 뒤편 벽에 커다란 화정이 박혀있었어요.
아마 화양이가 저번에 달려든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더라고요.”
내 설명에 향이에게로 향하는 화은의 눈길.
곧이어 화은의 입에서 한숨과 함께 조금 부드러운 말이 흘러나왔다.
“휴···. 그건 확실히 칭찬받을 일이군요. 하지만 향이 다음부터 위험한 일 하면 안 돼요. 엄마랑 아빠랑 놀랐잖아요.”
그러자 똘똘 말린 공벌레 같은 향이의 똬리에서 살짝 솟아오르는 더듬이.
바닥에 말려있는 향이를 주워들었다.
그리고 향이를 화은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그리고 축하할 일도 있어요.”
“축하할 일이요?”
“향이 더듬이 끝이랑 다리 끝 보세요.”
“더듬이랑 다리? 어, 이건!? 분명 빈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화은.
아마 빈이 때와 비슷한 모습이라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었다.
“네, 아마 향이도 화정의 기운을 흡수하면 초나 빈이처럼 좀 더 높은 영물로 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충 상상해 보면 아마도 불지네?
전설의 드래곤처럼 불을 뿜는 불지네라니, 가슴이 고양감으로 벅차올랐다.
불이라면 원래 판타지 같은 곳에 등장하는 4가지 속성.
불, 물, 바람, 땅 중 근본 속성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화양이는 화 속성이라기보다는 내공을 태우는 특수 공격 느낌이었기에 약간 아쉬웠는데, 불 속성 딸이라니.
이것이 바로 불 효녀.
‘암 효녀지. 효녀고 말고.’
“잘 됐네요! 이제 우리 향이도 자릴 수 있는 거군요?”
내 말에 역시나 기뻐하는 화은.
그 순간 내 손안에서 똬리를 푼 향이가 기겁하며 내 소매 속으로 쏙 하고 숨어들었다.
커지는 거 절대로 싫고 자기는 평생 아빠 옆에 딱 붙어있을 거라고 하면서.
-츠르르! 『싫어! 싫다구!』
‘아닛!?’
이거 아무래도 향이 진화시키는데 고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향이 아무래도 피터 팬 증후군인 모양이었다.
***
보름 후 다시 찾아간 용암 동굴.
동굴 어둠 속에서 흑겸홍구에게 말을 걸었다.
지난 보름 동안 계속 들러 녀석의 상태를 확인하긴 했지만, 향이가 다칠뻔한 이후로 말은 건 것은 처음이었다.
“안녕, 저 너머에 입구가 어느 쪽으로 나 있는지 확인하려고 들렸어. 출입구가 어느 쪽인지 미리 확인해 두려고. 뒤쪽은 막혀있더라고? 나중에 네 새끼들이 나갈 곳이니까 안전한지 좀 살펴두려고. 좀 지나가도 괜찮지?”
처음 계획과 다르게 녀석에게 굳이 말을 건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처음 계획은 녀석이 죽고 나서 통로를 살피는 것이었지만, 새끼들이 어미 몸에 붙어있는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미가 죽은 후에 새끼들이 놀라 흩어질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또 어미가 죽는 그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갓 태어난 집게벌레는 지네의 새끼와 마찬가지로 한 두어 번 탈피하게 되는데, 그렇게 탈피가 끝나고 몸이 갈색으로 변하면 본격적으로 먹이 활동을 시작한다.
그때가 바로 어미가 새끼들에게 몸을 내어주는 시기.
한데 그 두 번째 탈피가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새끼들의 노란 몸이 살짝 들뜬 상태로 보였던 것.
“···.”
발걸음 소리에 우리가 걸어온 쪽을 바라보고 있다가 내 말에 다시 엎드리는 흑겸홍구.
아마도 저건 지나가도 좋다는 대답일 터.
손으로 따라온 사람들에게 신호를 주자, 통로 쪽을 확인하기로 한 형님과 지룡 그리고 검룡과 권룡 형님이 나를 지나쳐 반대편 구멍으로 뛰어 사라졌다.
형님들이 돌아올 때까지 근처 바위 위에 앉아 흑겸홍구를 살피기로 했다.
“그나저나 새끼들 많이 자랐네? 사람들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도 되지?”
대답도 듣지 않고 자리에 앉자 슬쩍 움직이는 녀석의 더듬이.
하지만 다른 반응은 없었다.
뭐 지금은 움직일 수 없을 테니까.
이미 한번 탈피를 마친 집게벌레 유충들이 어미의 몸에 빽빽하게 붙어있는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묘아암야공으로 밝아진 시야 속 꼬물꼬물 움직이는 꼬물이들.
흐뭇한 모습으로 한 시진 정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녀석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녀석의 몸에 붙어있던 새끼 중 하나가 몸을 부르르 떠는가 싶더니, 등이 터지며 노란 것이 팝콘처럼 뿜어져 나왔다.
‘탈피구나!’
새끼들의 껍질이 약간 떠 보인다 생각해 서둘렀는데, 역시나.
두 번째 탈피가 시작되고 있었다.
-툭. 툭. 투둑.
고요한 동굴 속 들려오는 새끼들의 등껍질 열리는 소리.
어미의 등에서 마치 노란 꽃송이들이 피어나듯 새끼들이 헌 몸을 버리고 새 몸으로 갈아탔다.
이제 새끼들의 몸이 마르면 어미 흑겸홍구와도 이별해야 할 때.
그때였다.
형님들이 사라진 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수색을 나갔던 형님들이 돌아오고 계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제일 먼저 도착한 규성 형님이 정찰한 내용을 보고하셨다.
[룡아, 굴은 화산 근처 높지 않은 절벽에 나 있더구나. 나무로 가려져서 잘 보이지도 않더구나.] [다른 것은요?] [네 말대로 주변도 잘 살펴보았는데,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고 숲이 우거져 나뭇잎도 두껍게 깔려있더구나.]사람들은 집게벌레를 육식성 곤충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집게벌레는 잡식성. 썩은 나뭇잎의 부산물을 먹을 정도로 집게벌레는 식성이 좋다.
동굴 밖 환경이 그렇다면 숨을 곳도 많고 먹이를 구할 환경도 나쁘지 않다는 것.
고개를 끄덕일 때 새끼들이 탈피하는 모습을 확인한 형님들이 놀란 표정으로 물으셨다.
[저게 룡이가 말했던 그 탈피인가?] [신기하구만.] [마치 커다란 노란 꽃 같군.] [일단 물러나죠. 탈피 중에는 거슬리는 일이 없어야 하거든요.] [알겠네.] [그러지.]일단 시끄럽게 굴지 말고 물러나야겠다고 생각해, 형님들에게 물러나자고 말하고는 같이 마을 쪽으로 몸을 움직이던 중이었다.
-트릇.
흑겸홍구 쪽에서 들려오는 소리.
고개를 돌리자 녀석이 어둠 속에서 앞발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뭔가 자기 쪽으로 오라는 것 같은 느낌.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바로 대답이 들려왔다.
“오라고? 가지 말라고?”
-트릇.
새끼들이 탈피하는 중요한 순간인데 왜 가지 말라고 하는 걸까 고민하며 일단 아까 그 자리에 앉았다.
[형님들 먼저 돌아가 계세요. 녀석이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하니.] [괜찮겠는가?] [뭐 지금까지 아무 일 없었으니까요.] [알겠네.]그렇게 형님들을 돌려보내고 자리에 앉아 녀석을 바라보았지만, 그 후에는 아무 말 없는 녀석.
시간이 흘러가면 탈피가 끝난 새끼들이 녀석의 몸에 매달려 몸을 말리기 시작했다.
녀석들 비행도 할 수 있는지, 쫙 펼쳐진 날개.
새끼들의 몸이 어둠 속에서 어미와 비슷한 붉은색이 되기 위해서 갈색으로 천천히 변하고 있었다.
꼬리의 집게도 이젠 선명한 모습이었다.
녀석이 나를 왜 남으라고 했을까를 머릿속 한편으로 생각하며, 멍하니 앉아 녀석들이 몸을 말리는 것을 구경하던 그때였다.
-촤르륵. 촤륵.
날개 떠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펼쳐진 새끼의 날개들이 하나둘 접히기 시작했다.
몸을 말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시간에서 하루 이틀까지도 걸리는데, 아마 여기가 따듯한 용암 동굴 안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저 녀석들이 영물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빠르게 끝이 난 것.
그 순간 흑겸홍구가 몸이 다 마른 새끼 중에 하나를 골라 자기 머리 앞에 내려두었다.
같은 배에서 태어났지만, 알에 영양이 더 많았는지, 다른 아이들보다 머리 하나는 커 보이는 녀석.
하지만 좀 이상했다.
두 번이나 탈피했는데 녀석의 모습 흑겸홍구라고 하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었던 것.
보통 두 번이면 어미와 똑같은 모습이 되어야 하는데, 분명 집게벌레는 맞는데 종이 다른 느낌으로 보였다.
‘뭐지? 새끼 때와 성체가 저렇게 차이가 난다고?’
어미와 새끼의 모습 차이에 조금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새끼가 다시 꼬물꼬물 기어 어미의 몸에 달라붙으려 했지만, 녀석을 다리로 붙잡는 어미.
녀석이 어미의 발아래서 바둥거리기 시작했다.
-끼이. 끼이이.
‘뭐지?’
뭔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모성이 뛰어난 집게벌레가 왜 자기 새끼를 저렇게 다룰까 고민하던 순간이었다.
-케흑.
그 순간 어미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새끼 옆에 붉은 구슬 하나가 토해졌다.
그 빛에 묘야암야공을 끌어올렸던 눈에 섬광탄이 터진 느낌.
‘어윽.’
잠깐 사라졌던 시야가 돌아오고 났을 때.
눈앞에 아주 신기한 일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미가 토해낸 구슬을 삼킨 것이 분명한 녀석이 다시 한번 탈피를 시작하고 있었던 것.
-툭. 투둑.
탈피를 끝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녀석이 붉게 번쩍거리더니, 역시나 등이 툭 하고 터졌다.
등껍질이 터지며 안에서 솟아오른 것은 크기는 작지만 어미와 똑같은 모습을 한 흑겸홍구.
‘오오오오! 이건 초, 향, 빈이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구나.’
하급인 청반오공에서 비천오공, 묵현귀공이 되려면 거기에 맞는 기운을 먹어야 하는데, 흑겸홍구는 일반 홍구에서 흑겸홍구가 되려면 어미의 내단을 먹어야 하는 모양이었다.
그게 아닌 녀석들은 자연에서 경쟁하며 기운을 충분히 빨아들여야 하던지.
한 마리는 확실히 키우고 나머지는 자연에서 경쟁하면서 자라게 하는 것이 분명했다.
내가 녀석의 생태에 감탄한 그 순간이었다.
어미의 몸에 붙어있던 새끼들은 내단 때문인지 앞으로 쏠려있는 상태였는데, 어미의 후계가 완전히 탈피를 끝내 어미의 뒤를 잇자 바로 이빨을 어미의 몸에 박아 넣었다.
-콰득. 콰드득.
집게벌레 어미가 선사하는 최후의 만찬.
어미는 이 상황을 아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는데, 순간 탈피를 끝낸 녀석의 입에서 비명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끼이잇!
그리고 어미를 물어뜯는 다른 형제들을 말리려는지 어미 쪽으로 달려들었다.
다른 새끼들은 이지가 없는데, 아마도 저 녀석만 어미와 같이 짐승이 아니라 이지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자기 다리로 녀석을 멈춰 세우는 어미.
순간 내 쪽을 바라본 어미의 입에서 한마디 울음이 흘러나왔다.
-트릇.
그제야 이 모든 일이 무엇인지 이해되었다.
향이의 일로 내가 녀석의 새끼를 돌봐준다고 했을 때, 녀석이 승낙한 의미는 이 후계를 돌봐주라는 의미가 분명했다.
-트르릇!
어미의 울음에 나를 돌아보는 새끼.
새끼가 고개를 저었지만, 어미는 단호했다.
-트릇!
그리고 나를 재촉하듯 다시 부르기에 얼른 다가가 어미의 다리에 눌려있는 새끼를 받아들었다.
새끼를 안아 들고 고개를 끄덕이자 동굴 방향을 가리키는 흑겸홍구.
“알겠어. 무슨 말인지.”
어미의 내단을 받은 이 녀석은 상관없지만, 다른 새끼들은 아마도 어미 몸에 남아있는 조금의 기운이라도 흡수하려면 반드시 어미를 먹어야 할 터.
방해하지 않게 데리고 나가라는 말이었다.
“약속은 꼭 지킬게.”
녀석을 받아 들고 몸을 돌리자 품 안에서 새끼가 울기 시작했다.
-끼이이!
그리고 뒤에서 어미의 몸이 무너지는 소리가 동굴을 타고 짧게 퍼졌다.
역시 곤충계 모정의 끝판왕 다운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