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re in Sacheon’s Tang RAW novel - Chapter (187)
파브르 in 사천당가-187화(187/187)
파브르 in 사천당가 187화
모정(母情) 4
-끼이끼이.
어미를 애타게 찾는 흑겸홍구의 새끼를 데리고 용암 동굴을 질주해 통로로 접어들었으나 멈추지 않는 녀석의 울음.
품 안의 버둥거림이 이어졌다.
이대로 마을로 올라가면 곧바로 다른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애도할 틈도 없이 정신이 쏙 빠질 터.
통로에 기대앉아 녀석에게 많은 말을 해주었다.
“음···. 안녕? 나는 소룡이라고 해. 우리 잠깐 이야기부터 할까? 그나저나 무슨 말부터 해야 하나······.”
내 소개부터 왜 흑겸홍구의 어미가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
어미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은 녀석과 달리, 다른 형제들은 그러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까지.
물론 내가 엄마의 부탁으로 네가 클 때까지 돌볼 사람이라는 것도 설명했다.
그런 이야기가 끝나자 약간 진정되는지 나를 올려다보는 녀석.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좀 진정이 돼?”
갓 태어나 껍질이 마르긴 했어도 아직은 말랑말랑한 녀석의 촉감.
왠지 촉촉해 보이는 녀석의 눈망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같이 살아야 하는데···. 그럼, 이름이 필요하고···. 네 이름을 정해야 하는데, 뭐가 좋으려나···. 음···.”
역시 새 식구가 늘어나면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이름.
새끼의 마음을 풀어주면서도 녀석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머릿속에 떠올려보았다.
그러다 떠오른 것은 아주 귀여운 이름.
홍단.
전생이라면 화투패의 홍단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여긴 중원 아니겠는가?
내 생각을 녀석에게 설명했다.
“아! 그래! 홀로 어머니에게 큰 사랑을 받았으니 홀 단(單)자를 넣어서 홍단이라 부르자. 어때 홍단이?”
녀석의 이름에는 많은 뜻을 부여했다.
홀로 어머니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았으며 홀로 이성을 깨친 한 마리.
그러니까 홀 단(單).
내 말에 녀석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마음에 드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끼이.
엄마의 내단을 먹어서 그런지 아주 똘똘한 느낌.
다시한번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제 위에 올라가면 언니들이 환영해줄 거야. 가자.”
-끼이?
언니들이 환영해줄 거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홍단이.
내가 녀석에게 언니들이 환영해줄것이라고 말한 것은 녀석이 암컷이기 때문이었다.
수컷이면 분명 집게였을 텐데, 암컷임을 증명하듯 꼬리에 아주 날카로운 칼날 두 개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
당가가 독 같은 것만 사용하고 사람 암살도 능해서 음기가 센지, 자꾸만 늘어나는 독물도 암컷인가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그러고 보니 수컷은 빙이뿐이네?’
하지만 뭐 전부 우연의 결과일 뿐이었다.
모지와 소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으니 논외로 치더라도 초, 향, 빈이야 우연히 살아남은 알 세 개가 모두 암컷이었을 뿐이고, 요화도 그저 우연히 분양받은 것이 요화였을 뿐.
연두나 화양이도 그렇고 말이다.
이번 일도 거의 전적으로 흑겸홍구 어미의 선택이었다.
흑겸 홍구 어미의 처지에서는 수컷보다 암컷에 내단을 물려주는 것이 대를 이어가는데 더 이득이니까.
알을 낳을 수 있는 암컷이 빠르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것이 종족의 생존에는 훨씬 유리한 선택인 것.
일단 우물을 기어오르기 위해, 언니들에게 소개한다는 말에 당황한 녀석을 품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녀석이 옷깃 사이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자, 그럼 가볼까?”
위에서부터 늘어져 있는 넝쿨을 잡고 우물을 기어올라 밖으로 나서자,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역시나 제일 먼저 화은과 설 누이가 우물을 기어 올라오는 내 손을 잡아 주며 물었다.
“소룡, 괜찮아요?”
“룡아 어떻게 되었어?”
옷깃 사이에서 홍단이를 보았을 텐데 질문이 이어지기에 시선을 내리자, 무서웠는지 옷깃 안에서 더듬이만 내놓고 있는 녀석.
품 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둘에게 속삭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요. 새 식구가 있어요.]어미가 죽은 이야기나 홍단이의 형제들이 어미를 뜯어먹은 이야기를 홍단이 앞에서 다시 할 수는 없는 법.
일단 홍단이부터 소개하기로 하자, 내 품 안에서 홍단이를 발견한 누님과 화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홍단이 눈망울이 아주 커 보이는 게 엄청 귀여우니까 말이다.
“어머!?”
“얜?”
“홍단이라고 해요.”
“홍단?”
“홍단이 이름 예쁘다. 예쁜 만큼 귀엽기도 하고.”
옷깃을 살짝 벌리자 드러나는 녀석의 머리.
홍단이의 눈이 빛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신비함으로 물들고 있을 때, 화은과 설 누이를 소개했다.
“홍단아 인사해야지? 이제 아빠와 함께 네 엄마가 될 분이고, 옆에는 고모야. 호칭은 잘 모를 테니, 그냥 나와 같이 너를 돌봐줄 분이라고 생각하면 돼.”
-끼이.
“어머, 울음소리도 귀여워요.”
“그러게. 이렇게 앙증맞은 울음이라니.”
녀석의 울음소리에 기뻐하는 화은과 설 누이를 데리고 일단 우리가 묵고 있는 처소로 향했다.
처소 안에 들어서자 보이는 것은, 처소 천장에 떠서 잠들어있는 초와 우리가 들어서자 바닥에서 머리를 세우는 빈이.
식탁 위 빙옥에 붙어 밥을 먹고 있는 설이, 빙이, 동이.
방 기둥에 감겨있는 연두와 빙옥 근처에서 가만히 있던 모지, 소지.
침상 아래 멍한 얼굴로 앉아있던 화양이였다.
마지막으로 우리 뒤를 따라서 요화가 처소 안으로 들어서자, 온 가족 완성.
아이들을 처소 가운데로 불러 모으고 품 안에서 홍단이를 꺼내 바닥에 내려두며 소개했다.
“자, 새로 온 식구야 이름은 홍단이라고 하고, 막내니까 너희들이 잘 돌봐줘야 한다.”
일단 홍단이의 크기는 새끼강아지만 한 상태.
크다고는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주먹 두 개를 이어 붙인 정도니까.
그런 녀석을 아이들 한가운데 내려두자 들려오는 울음.
-츠릇?
-꾹꾸?
-키싯?
처음 보는 녀석의 등장에 얜 뭐지?
약간 뭐 이런 반응이랄까?
하지만 역시 첫째 딸은 첫째 딸인지 초가 가장 먼저 다가와 홍단이에게 인사를 했다.
-츠르르.
머리 위로 날아온 초의 더듬이가 살짝 홍단이와 닿자 움찔하는 홍단이.
그 후로 빈이와 요화 다른 아이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각자 자기 만의 인사 방법으로 말이다.
초나 빈이가 더듬이를 대는 것으로 인사를 했다면, 설, 빙, 동이는 울음소리로.
요화는 화은으로 변해있는 페디팔프로 손을 흔들어 주었으며, 연두는 살짝 머리를 숙였다.
화양이는 그냥 멍한 표정을 지었을 뿐이었지만.
그렇게 인사가 다 끝나나 싶었을 때,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치는 화은.
-짝.
“아, 향이를 빼먹었네요.”
화은이 말과 함께 자기 치맛단을 요리조리 살피더니 치맛주름 한군데를 붙들고 잠들어있는 향이를 깨워 홍단이 앞에 내려두었다.
저번 실수로 아까 동굴로 내려갈 때 두고 갔었는데, 아마 화은의 치맛주름 속에서 잠들어있었던 모양이었다.
“향아, 인사해야지? 동생이야.”
자다 깨서 그런지 잠시 멍때리다가 홍단이의 모습에 움찔하며 뒤를 돌아보는 향이.
-츠르르?
“새로온 동생이야.”
-츠릇!?
동생이라는 말에 약간 놀란 듯했던 향이가 홍단이를 확인하더니, 자기보다 작은 모습에 약간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홍단이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뭔가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홍단이에게 다가가 녀석의 이마를 탁탁 두드리며 울음소리를 냈다.
-츠르르.
‘저건 넌 내가 책임질 게 앞으로 뭐 자기만 믿으라는 그런 뜻인가?’
향이 녀석 자기보다 좀 작아 보이는 홍단이가 들어와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
사흘 정도 지나고 다시 동굴로 내려갔다.
동굴 안에서 할 일이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홍단이 엄마의 유해도 좀 묻어주고 화정도 꺼내와야 했으며, 홍단이의 형제들이 어찌 되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었던 것.
오늘 저걸 한 번에 다 처리하고 촌장과 약속한 우물로 난 굴을 닫을 생각이었다.
-츠르르.
빈이를 앞세우고 동굴에 도착해 흑겸홍구가 있던 장소에 도착하자, 홍단이의 형제들은 이미 다들 흩어졌는지, 아니면 빛을 찾아 기어나갔는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그리고 홍단이의 둥지였던 곳, 어둠 속에 흩어져 있는 흑겸홍구 어미의 유해가 눈에 들어왔다.
부드러운 부분은 모두 사라진 상태였으며, 날개를 덮고 있는 등껍질과 꼬리의 집게만 남은 모습이었다.
‘역시 저 부분들만 남았나?’
집게벌레 어미가 새끼들에게 몸을 허락하면 남는 것은 저 부분.
마지막 인사라도 시킬까 싶어 데려온 홍단이가 그 모습에 슬픈 울음소리를 내었다.
-끼이이이.
동굴에 낮게 깔리는 홍단이의 울음.
“잠깐만 기다려.”
녀석을 한쪽에 내려두고 남은 유해를 모아 화정이 묻혀 있는 곳 아래로 모았다.
화정을 파낼 때 쏟아진 흙으로 덮기 위해서였다.
남은 것들을 꼼꼼히 모아 벽 앞에 모아두고 빈에에게 부탁했다.
“빈아, 꺼내줘.”
-츠릇!
내 부탁을 듣고 벽에 붙어 기어간 빈이가 화정을 물어 뽑아내자, 우르르 무너지는 주변 벽.
-콰르르르르!
홍단이를 안고 먼지를 피해서 잠깐 물러나자, 빈이가 사람 머리통보다 더 큰 수정을 하나 입에 물고 벽을 기어 왔다.
-츠르릇.
‘아니,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
저번에 눈으로 확인했을 때 본 것은 주먹만 한 모습이었는데, 그것이 전체 모습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기쁘긴 했지만 일단 기쁨은 나중에 만끽하기로 했다.
홍단이 어머니의 장례식 중이니까 말이다.
먼지가 잦아들자 내 예상대로 쏟아져 내린 돌과 흙더미에 묻혀버린 홍단이 어미의 유해.
홍단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시켰다.
“자 홍단아, 마지막으로 인사드리고 가자.”
-끼이이···.
품에서 뛰어내린 홍단이가 돌무더기 앞에까지 갔다가, 너무 길어서 그런지 돌 틈으로 튀어나온 어미의 집게 끝부분을 돌로 물어 덮더니 이내 내 쪽으로 뛰어왔다.
애틋하고 짧은 추모였다.
***
-삐이이이!
커다란 화정을 낑낑거리고 처소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자, 화양이가 날아올랐다.
진짜로 말이다.
그 짧은 다리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솟아났는지, 폴짝 뛰어 화정을 들고 있는 내 품으로 날아든 것.
-쿵!
녀석의 박치기에 화정을 안고 엉덩방아를 찧자, 곧바로 들려오는 츄릅거리는 소리.
-츄르릅. 츄릅.
무슨 두꺼비가 아니라 도마뱀처럼 화정에 딱 붙은 화양이 녀석이 연신 화정을 핥아댔다.
화양이의 혀가 지날 때마다 색이 사라졌다가 다시 금방 채워지는 것이, 기운이 빨려 들어가기는 빨려 들어가는 느낌.
처소 안에서 앉아 차를 마시던 화은과 설 누이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화양이를 만나고 저렇게 감정이 풍부한 얼굴 처음이었으니까 말이다.
화양이 녀석 화정을 핥으며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
“아니, 재가 원래 저렇게 얼굴에 표정이 있는 녀석이었나?”
“물론 아니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둘.
커다란 화정을 가져온 것에 대한 놀람보다는 화양이의 행동이 더 골 때리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화양이도 행복해지고, 나도 행복해지고 이번 여정에서 손해 본 사람은 없는 느낌.
좋게만 결론이 났으면 됐다고 생각하며, 이제 복귀 여정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그때였다.
“그나저나 이제 슬슬 당가로 복귀를···.”
밖에서 약간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야수궁에서 오셨습니까?”
“그래, 우리 자네의 도움 요청을 받고 왔는데, 무슨 일인가?”
들려오는 소리로 보아 마을에서 야수궁으로 지원을 요청했었다는데, 그 지원요청에 응한 야수궁 사람들이 도착한 느낌이 들었다.
목소리가 아는 사람인지 설 누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달려 나가셨다.
“응조대(鷹爪隊) 대주!?”
“아가씨!? 당가에 계실 아가씨께서 여긴 어떻게?”
화은과 나도 같이 밖으로 달려 나가자, 밖에 보이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인원.
심지어 야수궁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인원들도 있었다.
가슴의 맹자로 보아 무림맹 사람인 것 같은 느낌.
나와 화은이 도착하자 응조대주라는 사람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소룡님과 정혼자 되시는 화은님까지!?”
“화은?”
“화은이라면 독화월계?”
“당가의 사람들이 와있단 말인가?”
“구 대협?”
“응? 지룡? 오룡삼봉까지!?”
갑작스러운 만남에 소란스러운 소리를 지나 설 누이 옆에서자, 응조대의 대주라는 사람은 내가 익히 아는 사람.
야수궁에서 인사를 몇 번 나눠 안면이 있던 사람이었다.
연두를 잡으러 갈 때 함께 하기도 했었던 사람이었던 것.
‘마을 일을 처리해주기 위해 왔다기에는 사람이 많은데? 무림맹 사람도 있고?’
생각보다 인원이 많다고 생각하며 응조대주의 뒤에선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고 있을 때, 설 누이의 물음이 들려왔다.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저희는 일이 있어 들렀는데? 마을에 일어난 일은 저희가 처리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그나저나 알지 못하는 분들까지? 사람이 꽤 많군요?”
“오오···. 역시 아가씨 십니다. 한시름 덜었군요. 그럼 빨리 움직일 수 있겠습니다. 아, 인원이 이리 많은 것은 여기 일을 처리하고 청해로 가려 하기 때문입니다.”
“청해요?”
갑자기 들려온 청해라는 말.
거기도 우리 목적지 중 하나였기에 귀를 기울이자, 믿을 수 없는 소식이 들려왔다.
“예, 최근에 야수궁 근처에서 저희 궁을 염탐하던 혈교놈을 하나 붙잡았는데, 그놈을 심문하다 보니 혈교 놈들과 오독문 놈들이 청해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다고 하지 않겠습니까?
뭔가 커다란 독물과 연관된 일 같아 저희가 확인차 가는 길이었습니다.”
“커다란 독물요?”
“예.”
“그놈의 말로는 집채만큼 크다고?”
믿을 수 없는 소리에 재빨리 응조대의 대주라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어깨를 붙잡은 채 말했다.
“그거 ‘야수궁’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