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Genius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에 계속 –
176화 에필로그 下
잠시 방 밖에 다녀온 진성현 대표에게 도준이 물었다. 진성현 대표가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현재 시각 오후 1시 40분.
적어도 2시까지는 연락이 와야 했다. 레드 카펫 시작 시각이 오후 6시였으니 2시 이후로도 연락이 없으면 후보에도 들지 못했다고 보는 게 맞았다.
경쟁작이라고 할 수 있는 다른 팀들은 이미 오후 1시쯤 모두 연락을 받았다는 게 도준을 더 긴장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였다.
기다리고 있기는 진성현 대표나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전부 다 호텔 방 하나에 모여 주최 측이 연락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도준은 조바심내지 않으려 방 한편에 놓인 생수를 뜯어 마셨다.
“반응이 그렇게 좋았는데 설마 연락 안 오겠어요?”
꼭 대상 격인 황금상이 아니어도 다른 본상 수상 정도는 무난하게 수상할 것이라는 게 모두의 예측이었다. 규홍이 스스로의 불안감을 달래려는 듯 말했다.
규홍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도 있었지만,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은 이도 있었다.
상영 후 객석 반응이나 평론가들의 반응이 반드시 심사 위원의 점수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되는 영화들은 이미 일정 정도 수준 이상의 것이라 할 수 있었고, 해마다 심사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수상 여부가 결정되기에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경쟁작들이 꽤 쟁쟁하고…….’
도준은 물로 목을 축이며 생각했다.
시상식에 와서 긴장한 적은 잘 없는데 도준도 사람이라 칸 영화제 정도에 오니 긴장이 됐다.
영화인이라면 한 번쯤 밟아 보고 싶은 땅이 칸이었고, 칸 영화제 수상 목록에 출연한 작품이 오른다면 그보다 영광인 일이 잘 없었으니 도준도 욕심이 났다.
혼자만의 영광도 아니었다.
도준의 수상 장면을 보러 여기까지 함께 온 직원들이 있었다. 이날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준을 도왔던 이들이었다.
거기다 눈앞에 있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도준의 수상을 누구보다 바랄 도준의 팬들을 알았다.
를 촬영하고도 도준은 별다른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오직 을 바라보며 기다렸을 팬들에게 큰 선물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생수 한 통을 다 비운 도준이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1시 52분. 그때 이번 영화 제작사와의 연락을 도맡았던 직원의 휴대폰이 울렸다.
호텔 방 안에서 대기 중이던 이들의 시선이 단번에 직원에게로 쏠렸다. 직원이 벨이 한 번 더 울리기도 전에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알겠다는 답만이 직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
그리고 곧 통화를 종료한 직원이 곧바로 입을 뗐다.
“얼른 준비하죠, 레드 카펫!”
이로써 본상 수상은 확정이었다.
“꺄아!”
“와! 축하해요, 도준 씨!”
“헐…… 도준 오빠, 축하해요.”
“형! 됐다! 됐어요, 형!”
연이어 감탄사와 축하의 말이 쏟아졌다. 도준이 얼떨떨한 채 주먹을 한번 꼭 쥐었다 펴고는 축하하는 직원들에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레드 카펫에서도 팀에 대한 언론의 취재 열기는 가히 뜨거웠다.
는 예술 영화였지만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만한 상업 영화로서도 손색없는 영화였다.
앙리 브레송의 영화 중 가장 독특하면서도 보편적이라는 평은 그래서 나온 것이었고, 특히나 배우인 엠마 로즈와 도준이 이미 각자의 나라에서 티켓 파워가 보증된 인기 스타라는 점 때문에 개봉 후가 더 기대된다는 말도 많았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계에서 수상을 하지 못할까 우려했던 것도 있었다. 칸 영화제의 분위기가 분위기다 보니 대중성을 띠는 것이 오히려 감점 요소로 작용할 수 있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수상작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마지막, 황금상 수상을 앞두고는 그 긴장감이 최고조에 다다랐다. 전 세계 영화인들과 언론이 지금 이 순간 칸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도준은 어서 발표가 나기를 기다렸다.
조금의 뜸을 들인 후, 발표자가 황금상을 발표했다.
“…… 황금상 수상은, !”
작품명이 불리자 플래시 세례가 이어지며 칸 영화제를 공식 중계하는 카메라에 앙리 브레송과 나란히 선 도준과 엠마 로즈의 얼굴이 잡혔다.
자리에 모인 이들이 모두 아낌없이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앙리 브레송이 기뻐하며 도준과 엠마 로즈를 차례로 끌어안았다.
카메라가 감격한 도준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도준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전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갔다.
그늘 하나 없이 환한 얼굴이었다.
황금상을 탄 작품의 주연 배우, 붉은 레드 카펫 위에서 도준은 또 한 번 영광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 * *
[축하한다 황금상 수상이라니 진짜 대단한데? 고생 많았어 시사회 때 보자]
[도준 씨 축하드려요! 한국 오면 밥 한번 먹어요ㅎㅎ]
[도준 오빠ㅠㅠㅠㅠㅠ 너무 축하해용>_<!! 나 중계 보다가 완전 울컥했잖아ㅠㅠ 오빠가 대한민국의 자랑이다ㅋㅋ]
[나는 칸 언제 가 보냐ㅋㅋ 꿈도 꾸지 말아야겠지만ㅋㅋ 축하한다! 술 한잔해야지]
[시사회 초대받았어 난 시사회 초대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네~ 축하해!]
[야 너랑 친구인 거 회사 사람들이 또 안 믿어 셀카 하나만 보내 주면 안 되냐? 황금상 트로피는 만져 봤어? 그거랑 같이 사진 찍어 봐]
[축하해요, 도준 씨. 언제나 응원합니다.]
실시간으로 수상 소식이 한국에도 전해지면서 도준의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울렸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때마다 오는 연락이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가 오고 있었다.
함께 작품을 했던 친한 배우들은 물론이고, 작가와 감독들, 그리고 친구인 강산과 호철까지.
축하한다는 얘기와 동시에 한국 개봉이 수일 내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시사회에 대한 얘기도 많았다.
도준은 잔뜩 쌓인 메시지들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처음 이 개봉했을 때만 해도 도준에게 축하한다는 연락을 하는 사람도, 도준이 고맙다는 연락을 할 사람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로 많은 이들의 응원과 축하를 받고 있었다.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온 것이었고.
도준은 한 명, 한 명에게 모두 빠짐없이 답장을 보냈다.
특히 박찬종 감독에게는 먼저 연락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조금 전 레드 카펫 현장에서 심사 위원 자격으로 온 그와 눈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는 자신이 어떤 모습이었든지 자신의 연기를 믿고 캐스팅하려고 했던 거의 유일무이한 감독이었다.
[…황금상 수상 축하합니다. 도준 씨 작품, 연기 어서 보고 싶네요. 그리고 시사회 초대 감사해요. 저도 초대하고 싶은 공연이 있는데 오실 시간이 될까 모르겠네요. 제가 서는 뮤지컬 무대인데……]
그리고 마지막으로 온 장문의 메시지는 김은석에게서 온 것이었다.
이후 영화에 들어갔던 김은석은 그 영화로 단번에 천만 배우로 떠올랐다.
김은석도 타고난 스타의 운명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뮤지컬로 데뷔해도, 드라마든, 영화든… 언제나 뛰어난 결과물과 그에 상응하는 인기를 얻으니 말이다.
도준도 프랑스에서 촬영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김은석의 영화를 보았다.
김은석의 연기는 역시나 한층 더 발전해 있었다. 선량하게만 보이던 김은석의 살인자 연기를 보며 도준은 짜릿한 느낌을 받았다. 확실히 좋은 자극이 되는 배우였다.
그리고 마음속에 찌꺼기처럼 남아 있던 부담감을 모두 벗어던진 것이 보였다.
역시나 무대에도 다시 설 수 있게 된 김은석이었다.
뮤지컬 무대에 다시 선다는 소식은 도준도 들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연이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었다.
도준은 기쁜 마음으로 김은석의 초대에 응했다.
그렇게 메시지를 모두 보낸 도준은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는 앙리 브레송 감독과 엠마 로즈를 비롯한 영화 스태프들을 보았다. 시끌벅적한 분위기로 모두 술과 음식을 즐기며 취해 가고 있었다.
이미 여러 차례 샴페인을 터뜨리고 격하게 축하를 한 터라 도준의 셔츠 소매 끝도 젖은 채였다.
도준은 두리번거리며 익숙한 얼굴을 찾았다.
진성현 대표와 규홍, 수진을 포함한 진 엑터스 식구들이 파티장 한편에서 역시 술잔을 기울이며 얘기 중이었다.
도준은 엷게 미소를 띤 채 그곳으로 향했다. 도준을 발견한 진성현 대표가 어서 이쪽으로 오라는 듯 손짓했다.
* * *
뜨거운 관심 속에서 도준은 입국했다. 인천공항 입국장에 몰린 기자들의 수는 출연 후 입국할 때보다 더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바로 며칠 후, 칸 영화제 황금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가 전 세계에 동시 개봉했다.
실상 영화제 수상작이 흥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은 엄청난 관객을 동원하며 인기를 얻었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천만 관객을 달성하며 도준은 국내 영화가 아닌 외화로도 천만 배우가 되었다.
그리고 도준이 다음 작품을 위해 미팅을 가진 것은 무척이나 의외의 인물이었다.
안지현 PD.
그녀는 드라마나 영화감독이 아니라 예능 PD였다.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도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그 실력을 보장받은 PD였다.
도준이 한국에서의 다음 활동을 예능으로 잡은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우선은 여태까지 본격적으로 예능에 출연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예능 출연으로 배우 강도준이 아닌, 인간 강도준으로서 조금은 편안하게 팬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도준의 배우로서의 이미지는 이미 확고한 것이라 예능 출연으로 쉬이 무너질 때는 아니어서 계획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안지현 PD가 제안한 프로그램이 워낙 좋았다.
풍경 좋은 시골 마을에서 현지에 사는 이들을 역으로 손님으로 받으며 숙박과 식사를, 색다른 추억을 제공한다는 포맷이었다.
강원도에서 기억이 워낙 좋았던 터라 도준은 적극적으로 자신이 휴식기 동안 시간을 보냈던 강원도의 섬마을을 촬영지로 추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예능 출연을 결심한 데는 또 당분간 한국 활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짧게라도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차기작 촬영이 곧이니까…….’
도준의 차기작은 의 촬영이 끝나갈 때쯤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극비리에 얘기가 오가며 올해 말로 촬영 일정이 잡힌 작품은 다름 아닌 였다.
로버트 테일러의 추천으로 영화 제작사에서 새로운 히어로 캐릭터 캐스팅에 도준을 물망에 올렸던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였지만 도준보다 나은 캐스팅은 없었기에 도준을 낙점했다.
‘기대된다.’
처음으로 주인공이 돼 찍을 예능 프로그램도, 아마 인생을 또 한 번 뒤흔들어 놓을 의 촬영도 기대가 됐다.
도준은 기분 좋게 웃으며 약속 장소를 향해 걸었다.
시원한 바람이 도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흩트려 놓았다.
– 완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