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ke Saint Wanted to Quit RAW novel - chapter 57
“라트반.”
“…….”
“내가… 싫은가요?”
“…….”
라트반은 대답이 없었다. 그러다 나는 시선을 옮겼다. 방 한구석에 있던 거울에 라트반의 위에 올라탄 채, 옷을 끌어 내리고 있는 내가 보였다. 거울 속의 나는 웃고 있었다. 아니, 이벨리나가 웃고 있었다.
네가 그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이.
“……!”
그 순간 찬물을 맞은 듯 정신이 들었다.
“내가….”
나는 떨리는 눈으로 라트반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황망한 얼굴을 한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 난….”
그런 라트반의 표정에 나는 더듬거리며 변명할 말을 찾았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성녀님!”
뒤에서 라트반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돌아볼 수 없었다. 버틸 수 없는 수치심과 혐오감이 나를 휘감았다. 그렇게 라트반을 뒤로 한 채, 나는 서재를 뛰쳐나와 달렸다.
***
어떻게 방으로 돌아왔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문 앞을 지키는 신관들이 뭐라 소리치는 것이 들리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들의 외침을 무시한 채 모든 문을 걸어 잠갔다. 아무도 들어올 수 없도록. 그리고 내가 나갈 수 없도록.
미친 듯이 모든 문을 걸어 잠그고 나자 겨우 눌러 놓았던 열기가 다시 나를 휘감았다. 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날 정도로 온몸이 떨렸다. 그때 바람이 내 이마를 스쳐 지나갔다, 힘겹게 침대 위에서 고개를 돌리자 창문 앞에 서 있는 남자가 보였다. 어두운 하늘을 등지고 서 있는, 붉은 머리카락의 남자. 굳게 닫힌 문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있는 곳을 찾아오는 사람.
“…아슬란.”
그의 이름을 부르며 힘겹게 손을 뻗었다. 이제 정말로 몸이 한계에 달했다. 달뜬 숨이 터져 나오는 것에 아슬란이 미소 짓는 것이 보였다. 그는 곧바로 나에게 다가와 침대 위에 누워 있던 나를 안아 올렸다.
“이렇게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즐거워 보이는 표정의 그가 품속의 나를 끌어안았다.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핥아 올리던 그와 시선이 마주쳤다. 곧 조금 전과 다른 온기를 지닌 혀가 내 입 안을 휘저었다. 나는 그런 그를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음란한 소리와 함께 젖은 살덩이들이 얽혔다.
드디어 누군가를 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미친 듯이 내 안으로 들어온 아슬란의 것을 물고 핥았다. 내 손은 더욱 힘을 주어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이제, 그가 나를 탐할 것이다. 저번처럼, 아니 더욱 격렬하게.
달아오른 몸을 쓰다듬고 끌어안으며 끝없는 열락의 밤을 보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더욱 그에게 매달린 순간이었다.
“읏!”
갑자기 아랫입술에 물어뜯기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놀라 몸을 떼고 아슬란의 얼굴을 바라본 순간 지독하게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왜 그대에게 다른 수컷의 냄새가 나는 거지?”
아슬란의 붉은 눈동자에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찢어 죽일 듯한 분노가 번뜩이고 있었다.
비릿한 피의 맛이 입 안에 퍼지는 것과 동시에 시야가 뒤집혔다. 등 뒤에 출렁이는 침대의 매트리스가 느껴지기도 전에 나는 다시 붉은 시선과 마주해야 했다. 핏빛의 눈이 이글거리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촤악!
천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가슴에 서늘한 공기가 닿았다. 나는 드러난 가슴을 가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그의 거친 움직임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크고 두꺼운 손이 내 가슴을 움켜쥐었다. 아슬란은 그의 긴 손가락 사이로 솟아오른 유두를 끼운 채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아….”
조금 전과 다른 감각에 턱이 덜덜 부딪혀 오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느릿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떨고 있어야 했다. 애무에 가까운 행동이건만 극도의 공포가 내 머릿속을 잠식했다.
극한의 분노가 터지기 직전의 고요함.
“도대체 어떤 새끼가….”
그렇게 중얼거린 그가 가슴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부드럽고 말캉한 살이 그의 손안에서 엉망으로 일그러졌다.
“아, 아파…!”
잡아 뜯기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악력에 놀라 몸을 비틀었지만 그럴수록 가슴을 잡아 주무르는 손의 힘은 더욱 강해지기만 했다.
“아, 흣!”
분명히 고통이라 생각했는데 내 입에서는 열기를 담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아슬란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그의 얼굴이 내 가슴 위로 내려앉았다. 젖은 혀가 닿았다고 생각한 순간에 날카로운 이가 한껏 흥분해 솟아오른 가슴의 끝을 물었다.
“아악!”
따끔한 통증에 도리질을 치며 그의 머리를 밀어내려 했지만 아슬란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내가 밀어내려 하는 것이 무척이나 기분 나쁘다는 듯 더욱 이를 세웠다. 예민한 살점이 그의 잇새에 짓이겨지는 감각에 분명 더욱 고통스러워야 했는데.
“흐, 흐읏!”
가슴 끝에서 시작된 통증은 쾌락이 되어 몸을 불태웠다. 그가 자비 없이 내 몸을 괴롭힐수록 점점 더 커다랗고 뜨거운 쾌락이 머리를 잠식했다. 그는 공평하게 굴어 주겠다는 듯이 곧, 다른 한쪽의 가슴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조금 전까지 그의 입에 물려 있던 가슴을 바라보자 흰 피부 위에 붉은 잇자국과 함께 한껏 괴롭힘을 당한 유두가 잔뜩 부어오른 것이 보였다.
반대쪽 가슴을 그가 다시 크게 무는 것이 느껴졌다. 같은 고통이 닥쳐올 것을 각오하고 눈을 질끈 감았지만 찾아온 것은 고통이 아니었다.
“아… 아읏….”
조금 전까지의 난폭함은 거짓말이었다는 것처럼 다정하고 부드러운 혀의 놀림이 가슴 위를 더듬었다. 동시에 그의 손이 붉게 부풀어 오른 다른 가슴의 끝을 쥐었다. 그리고 한껏 예민해진 부분을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서는 아이를 쓰다듬듯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가 물었던 부분에 옅은 통증이 피어올랐다. 아픈 것인지 간지러운 것인지 모를 감각에 혼자 숨을 헐떡이자 츱,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강하게 가슴을 빨아올렸다.
“아…!”
마치 내 가슴에서 무엇이라도 나오는 듯이 그는 굶주리다가 젖을 찾은 아이처럼 계속해서 얼굴을 묻은 채, 핥고 빨아올리기를 반복했다. 곧, 그의 입 안에서 다시 솟아오른 살점이 느껴지자 이제 그는 입술로 그것을 물어 조였다.
“으응… 그, 그만….”
나는 두 손으로 그의 머리를 붙잡았다. 그러자 그가 입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번들거리는 타액으로 그의 입술이 빛나는 것이 보였다. 그 입술이 잔인함을 담은 채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그 새끼가 여기는 핥지 않았군.”
그는 잘했다는 듯이 손으로 내 가슴을 가볍게 토닥거렸다. 아이를 달래는 듯한 그의 동작에 갑자기 수치심이 밀려와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하지만 미처 다 가리기도 전에 아슬란이 내 손목을 붙잡아 침대 위로 눌렀다.
“하지만 다른 곳도 확실히 확인을 해 보는 게 좋겠지.”
얼굴에 닿는 그의 숨결에 솜털 하나까지 바짝 곤두서는 것이 느껴졌다. 분노를 삼키고 있는 짐승의 눈동자가 나를 훑었다.
눈에서 입술을 지나 목, 가슴으로 내려가던 그의 시선이 배를 지나 다리 사이에 멈췄다. 내 시선도 그의 시선을 따라 내려갔다. 내 위에 올라탄 그의 아래가 어둠 속에서도 확연히 부풀어 올라 있는 것이 보였다.
꿀꺽.
당장이라도 천을 찢고 나올 것 같은 그의 것에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말았다. 흉흉한 그의 기세에 잠시 눌려 있던 내 욕구가 다시 나를 지배했다.
‘그가 필요해.’
그가 오기 전까지는 라트반을 향했던 욕망이 이제 아슬란을 향했다. 머릿속은 내가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을 그려 냈다. 잠시 후면 잔뜩 흥분한 그의 것이 거칠게 아래를 파고들어 올 것이다.
그리고 예전처럼 그만하라며 아무리 울고 매달려 빌어도 조금도 물러나는 것 없이 그가 만족할 때까지 끊임없이 박아 대겠지. 그리고 그의 아래에서 나는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더욱 해 달라는 듯 엉덩이를 들고 흔들어 댈 것이다.
음란하고 저속한 상상이 머릿속을 채웠다. 동시에 다시 사이로 주르륵 흘러내리는 액체가 느껴졌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가 어서 빨리 나를 엉망으로 만들어 주기를 바랐다. 나는 지금, 남자. 아니 그가 말한 대로 나를 끊임없이 범해 줄 수컷이 필요했다.
나는 손을 뻗어 그의 허리를 잡았다. 딱딱하고 매끈한 근육이 내 손가락이 닿는 순간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
나른한 한숨을 쉬며 나는 그의 허리를 매만졌다. 그의 몸이 돌이 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은 채 내 손길 아래에 딱딱해졌다. 나는 더욱 팔을 뻗어 그의 허리를 감은 다음. 그의 몸을 내 품으로 끌어안았다.
묵직한 무게감이 내 몸을 덮었다. 그리고 내 아랫배에 뜨겁고 두툼한 그의 성기가 닿았다. 아직 다 벗지 않은 그의 옷이 나와 그 사이에서 사락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나는 그것이 안타까워 몸을 슬쩍 움직이며 내 배로 그의 것을 문질렀다. 천 너머가 아닌, 온전한 그의 것을 느끼고 싶었다.
“큭…!”
내가 몸을 움직이자 그의 입 사이로 거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런 그의 반응에 나는 더욱 과감하게 그에게 닿았다. 연신 그의 허리를 쓸어내리며 어서 빨리 그가 들어올 수 있게 다리를 벌렸다.
“아슬란… 빨리… 어서, 어서 해 줘요….”
몸 안의 열기가 이제는 뇌를 태우고 있는 것 같았다. 바싹 마른입 사이로 흘러나오는 들뜬 숨에 내 스스로가 타 버릴 것 같았다. 아슬란이 몸을 일으켰다. 그런 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나른한 웃음을 지었다. 이제 그가 내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아슬란…?”
하지만 그가 손목을 놓더니 몸을 일으켜 내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고는 내 양 발목을 붙잡았다.
“뭐, 뭘….”
“벌려.”
탁해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글자 하나하나를 짓이기고 씹은 듯한 목소리였다.
“네?”
“다리, 벌리라고.”
그렇게 말한 그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내 발목을 잡은 팔을 벌렸다. 힘없는 인형처럼 내 다리가 활짝 벌려졌다. 동시에 젖어 있는 아래가 쩌억, 하며 벌어지는 소리를 내었다.
서늘한 공기가 잔뜩 젖어 있는 밀부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감각에 나는 그에게 다리를 잡힌 상태에서 바르르 몸을 떨어야 했다. 다시 깊은 곳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슬란은 그 모습을 조금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동공이 세로로 가늘어지는 것이 보였다.
“……!”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하는 짐승의 눈에 나는 몸을 떨었다. 들어올 때부터 느꼈던 그의 분노가 더욱 거세지는 것을 알았다.
“그 새끼인가?”
“네…?”
“내가 오기 전에 네 입술을 맛본 그 새끼가 그대를 이렇게 젖게 만들어 놓은 거냐고.”
그의 말에 내 아래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던 라트반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리고 아슬란이 무엇에 분노하는지도 알았다.
“아, 아니… 난… 아슬란!”
아슬란은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대신 내 두 다리를 제 어깨 위에 올렸다. 그 탓에 허리가 한껏 올려진 채 공중으로 들어 올려졌다.
‘뭘 하려는 거지?’
도대체 그가 무엇을 하려는 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팔을 허우적거리며 어떻게든 몸을 내리려고 한 순간이었다. 그는 내 허벅지 안쪽을 붙잡더니 더욱 있는 힘껏 벌린 다음 제 얼굴을 묻었다.
“아슬란!”
비명처럼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음부에 닿은 그의 혀는 망설임 없이 달라진 살 틈을 파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