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ke Saint Wanted to Quit RAW novel - chapter 58
“아읏! 읏!”
순간 머릿속에 번개가 내려쳤다. 시야가 하얗게 변하며 경련하듯 몸이 떨렸다.
“아, 아아…!”
다물어지지 못하는 입 사이로 말이 되지 못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갑작스러운 강렬한 감각에 나는 있는 힘껏 몸을 비틀어 빠져나오려 했지만 내 다리를 붙잡은 그의 손은 더욱 강하게 나를 붙잡았다.
혀가 잔뜩 벌어진 음부를 거침없이 탐했다. 츱, 하며 빨아 대던 그의 혀가 깊숙한 곳을 누르는 순간 눈앞에서 불꽃이 터졌다.
“하앙…!”
쉴 새 없이 교성이 터져 나왔다. 내가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그는 더욱 깊게 얼굴을 묻었다. 살 틈 사이로 그는 더욱더 파고들었다. 침입자를 맞이한 내 아래가 그 격렬함에 놀라 오므라들었다. 짧게 혀를 차는 소리와 함께 그가 물러서는 것이 느껴졌다.
“그 새끼가 그대의 입만 탐했나 보군. 아래는 당신 냄새만 가득하거든.”
그렇게 말한 아슬란은 나의 것으로 젖어 있는 입술을 핥으며 그의 옷을 잡아 뜯었다.
촤악, 천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걸쳐 있던 내 다리가 침대 위에 올려졌다. 겨우 한숨 돌렸다고 생각한 순간, 여전히 내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그가 다시 내 다리를 잡아 들더니 그의 허리에 감았다.
“아….”
젖어 있는 틈 사이를 밀고 들어오는 뭉툭한 끝이 느껴졌다. 아슬란이 허리를 숙이자 길고 굵은 그의 것이 거침없이 내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아아….”
크다. 분명히 지난번보다 훨씬 더.
기억하고 있던 것보다 더욱 큰 그의 남성이 망설임 없이 파고들어 온 순간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 아파….”
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투둑, 하며 뭔가 끊어지는 것 같은 소리도. 불에 달구어진 기둥이 아래로 들어오는 듯한 기분에 숨이 막혔다. 그런 나의 귓가에 아슬란이 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 암컷이 된다는 게 무슨 뜻인지, 확실하게 알게 해 주지.”
동시에 그의 허리가 움직였다.
“으응! 읏!”
흰 등허리에 달빛이 쏟아져 내렸다. 그 위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밝은 금발이 그 빛을 받아 반짝였다. 아슬란은 그 금빛 머리채를 한 손으로 쓸어 모았다. 그러자 그 아래에서 헐떡이고 있는 흰 목덜미가 보였다. 아니, 하얗던 목덜미라고 해야 할까. 조금 전만 하더라도 잡티 하나 없이 설원처럼 깨끗했던 성녀의 피부는 이제 얼룩덜룩한 자국들로 가득했다.
당연히 모두 그가 남긴 것이었다.
아슬란은 손안에 가득 잡히는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감촉을 즐기며 다시 거세게 허리를 움직였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성기가 성녀의 가장 깊숙한 곳을 눌렀다.
“아흑…!”
쾌락의 절정에 닿은 몸이 바르르 떨며 그의 것을 조였다. 그 느낌에 아슬란은 있는 힘껏 제 몸을 그녀에게 붙였다. 희고 살집 있는 둥근 엉덩이에 짙은 피부색을 가진 단단한 그의 복근이 빈틈없이 닿았다. 땀에 젖은 살이 들러붙었다. 그것도 모자란다는 듯 아슬란은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잡아끌었다.
“하아….”
이윽고 맞닿은 아래를 더욱 꾹 눌러 붙이는 그의 행동에 성녀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신음을 내었다. 아슬란은 그 소리에 침대 위에 쓰러진 그녀의 몸을 안아 일으켜 자신을 마주 보도록 했다. 순식간에 그의 몸 위에 앉은 자세가 된 성녀의 눈이 커졌다. 제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 더욱 커지는 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아슬란… 제발….”
아슬란은 애원하는 목소리를 듣지 못한 척하며 성녀의 가슴을 그러쥐었다.
긴 시간 동안 시달려 잔뜩 예민해진 끝을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부드럽게 문지르자 곧 그녀의 입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지금까지 겪었던 쾌락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 두렵다는 듯이. 그 순간 그의 손가락이 끝을 잡아 비틀었다.
“아악!”
아래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던 몸에 다시 큰 자극이 오자 성녀는 도리질을 치며 몸을 비틀었다. 그 탓에 성녀의 턱 끝에 맺혀 있던 땀방울이 거센 움직임과 함께 시트 위로 떨어져 자국을 내었다.
“아, 제발. 아, 아슬란….”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작아지고 있었다. 절정을 맞이한 눈의 초점이 흐려지며 성녀의 몸이 천천히 그의 가슴팍으로 쓰러졌다.
“좀 더….”
그렇게 중얼거리던 성녀의 눈이 감겼다. 그의 품에 안긴 채 그대로 기절하고 만 것이다. 아슬란은 힘없이 쓰러지려는 몸을 꼭 끌어안았다. 기절을 했음에도 그녀의 몸은 그의 아래를 꽉 조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몸을 묻고 있던 그가 품에 안았던 그녀를 조심스레 침대 위로 눕혔다. 아슬란은 단단하게 맞물려 있는 아래를 보았다. 짧게 혀를 찬 다음 그가 천천히 몸을 뒤로 물리자 좁은 살 틈 안에 박혀 있던 그의 성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셀 수 없을 만큼 씨물을 토해 냈음에도 그의 것은 조금도 수그러든 기색이 없었다. 제 몸을 빼낸 아슬란은 쓰러진 성녀의 다리를 벌렸다. 오랜 시간 그의 것을 물고 있었던 구멍이 채 다물리지 못한 채, 안에 가득히 품고 있었던 백탁액을 흘리고 있었다.
앞선 정사의 흔적으로 그녀의 다리 사이에는 그의 정액이 하얗게 말라붙어 있었다. 아슬란은 그 모습을 만족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굳은 얼굴로 그녀의 몸을 끌어안은 다음 침대 위에 누웠다. 다시 품을 채우는 따뜻함이 기분 좋았다. 그의 가슴 위에 올려진 그녀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힘들었겠지.’
그럴 것이다. 단 한 순간도 봐주지 않고 제 욕망을 마음껏 토해 냈으니까. 그녀의 울음소리와 신음 소리는 아슬란을 멈추게 하기는커녕 더욱 거칠게 만들 뿐이었다.
‘하지만….’
아슬란은 성녀의 얼굴에 손을 뻗었다. 엉망으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잡아 넘기자 눈물에 젖어 있는 눈가가 보였다. 손끝으로 닦아 내자 다시 눈물이 흘렀다. 그 모습에 그는 한숨을 쉬며 성녀를 끌어안았다. 제 위에서 색색거리는 숨소리를 내던 그녀는 익숙하지 않은 체온에 잠시 몸을 떨더니 곧 떨어지지 말라는 듯 그를 끌어안았다. 이것이 문제였다.
‘이상해.’
분명 저번에는 몇 번이고 그만해 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오늘 성녀는 그가 허리를 깊게 묻을 때마다 쾌감에 가득 찬 교성을 내뱉으며 그를 끌어안았다. 게다가 더욱 해 달라는 듯 먼저 제 몸을 붙여 왔다. 저번과는 다른 그녀의 반응에 의아함을 느끼며 그가 몸을 물리려는 순간 성녀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내가… 싫어요?”
그다음부터는 그도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말로 오랜만에 그 어떤 자제도 없이 제 흉포한 마수로서의 본성과 후계자를 위한 본능을 마음껏 토해 내었다.
제 품 안에서 숨을 쉬는 작은 몸을 보던 그는 성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무어라 정확히 말할 수 없는 기분 좋은 향기가 그의 가슴 안을 가득 채웠다.
그녀에게 처음으로 제 자국을 남긴 다음 오늘이 오기까지의 일주일은 셀 수 없는 시간을 살아온 그에게 유독 긴 시간이었다.
공간을 넘어 바다의 끝에 있는 마법사들의 섬으로 돌아간 후, 얼마나 지루한 시간을 보냈던가. 겨우 얻은 제 암컷을 생각할 때면 당장이라도 다시 대신전으로 가 이 부드러운 몸을 마음껏 취하고 싶었다. 매 순간 생각나는 몸에 흥분하는 자신을 억누르며 아슬란은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었다.
아슬란은 몸을 일으켜 제 위에 있던 성녀를 침대 위로 내려놓은 다음 그녀의 몸을 살폈다. 정확히는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동그란 세 개의 자국을 눌렀다. 잠시 후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변했군.”
눈으로 보기에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그는 손끝에 느껴지는 기운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가 자국을 누르자 성녀가 신음 소리와 함께 제 다리를 벌렸다. 어서 빨리 들어오라는 듯한 그녀의 몸짓에 아슬란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역시나 그저 힘을 빨아들이기만 하는 게 아니었어.”
단지 성력이 연결되는 길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다. 성녀의 몸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다리를 벌린 채, 늘어져 있는 성녀의 모습에 아슬란은 불쾌해졌다. 그녀가 제 허리를 끌어안고 몸을 비벼 올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지난 일주일간 ‘내 수컷’이라는 그녀의 말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렇기에 그녀 스스로가 저를 원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반응이었다니.
그는 자국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오랜 시간을 이 땅에서 살아오고 있는 그에게도 이것은 무척이나 생소한 것이었다.
이것은 마수도 성력도 없던 고대에 이 땅에 있었던 힘을 이용한 사술임이 분명했다.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하는데….’
아슬란은 대신전의 도서관과 성녀의 서재를 떠올렸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힘의 기록들은 아마도 이곳에 가장 많이 있으리라.
‘잠시 머물러야 하나.’
대신전에 그가 머문다.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일단 마법사들의 섬이 난리가 날 것이다. 그곳은 사람들의 말처럼 평화롭고 안락한 마법사들의 낙원이 아니다. 애초에 마수의 힘을 탐한 인간들이 정상일 리가 있나. 그곳은 힘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는 땅이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짓밟는 것이 당연한 세계. 그는 그곳에서 수백 년을 왕으로 살아왔다. 그런 그가 섬을 길게 비운다면?
‘볼만하겠군.’
그가 잠시 비운 자리를 놔두고 전쟁이 벌어질 것이 분명했다. 어차피 관심도 없는 것들끼리 싸우다 죽건 말건 그에게는 조금도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내가 어디에 있나 추적하는 놈들이 나올 텐데.’
아무리 그가 원래 세계의 힘을 되찾지 못한 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마수라고 해도 그의 힘은 숨길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마법사들은 곧 그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쫓아올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분명히 그놈들 중 하나는 그가 어떤 목적으로 이곳에 와 있는지를 눈치챌 것이고.
그는 제 옆에 누워 조용히 숨을 내쉬는 성녀를 바라보다 팔을 뻗었다. 그가 손을 가볍게 움직이자 허공에 붉은 마력이 잠시 빛나더니, 곧 그가 찢어 던졌던 옷 사이에서 무엇인가가 그의 손으로 날아왔다.
아슬란은 제 손에 들린 것을 보았다. 그것은 영롱한 빛을 자랑하는 보석이 박힌 반지였다. 오래전 그가 이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왕국을 쓸어 버렸을 때 유독 크고 빛나는 것이 눈길을 끌어 가져왔던 것이다.
‘보석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지난 일주일 동안 그는 인간들 사이에서 도는 성녀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 보았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녀가 보석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1년에 한 번 있는 큰 행사를 열기에 앞서 각 나라에 빛나는 것들을 바치라 명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이것도 좋아하리라. 기뻐하는 성녀의 모습을 상상하며 가져온 것이었다. 아슬란은 성녀의 손을 잡았다. 희고 가는 손가락에 제가 가져온 것을 끼우자 반지는 제 주인을 찾았다는 듯이 꼭 들어맞았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 없이 축 늘어져 있는 성녀의 모습에 아슬란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웃는 걸 못 봤는데.’
아직 아슬란은 성녀가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자신을 보는 그녀는 언제나 당황하거나 놀란 얼굴이었고 그 외에는 붉게 젖은 눈으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매달리는 색스러운 표정이었다. 물론 그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지만 아슬란은 한 번쯤은 성녀의 웃는 얼굴이 보고 싶었다.
그녀가 깨어 있을 때 이것을 주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다시 달콤함을 가득 담은 목소리로 그를 끌어안고 제 수컷이라 불러 준 다음 웃어 주지 않았을까.
순간, 그의 머릿속을 스쳐 가는 것이 있었다. 그녀의 입을 탐했을 때 느껴졌던 다른 수컷의 흔적.
그는 몸을 일으켜 성녀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 그가 쉴 새 없이 물고 빨아 대었던 작은 입술은 잔뜩 부어올라 있었다. 보란 듯이 일부러 더욱 이를 세워 물어 댄 결과였다. 그녀의 입 안에서 느껴졌던 다른 맛을 떠올리니 이가 갈리는 것 같았다. 그러다 아슬란은 헛웃음을 흘렸다.
‘내가 왜 이렇게 분노하고 있는 거지?’
이래서야 마치 인간 같지 않은가.
애초에 그가 성녀에게 바랐던 것은 제 새끼를 배는 일이었다.
성녀가 수많은 남자를 끌어들이며 밤을 보낸다는 것은 아슬란도 잘 알고 있는 일이었다.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던 이유는 마수의 정액을 받아들인 태에는 인간 수컷의 것이 자리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혹시나 성녀가 다른 인간 수컷의 것을 먼저 품었다 하더라도 마수의 것이 그것을 잡아먹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슬란은 처음 계약을 할 때도 성녀가 다른 인간을 품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에 아무런 제약도 걸지 않았던 자신에게 짜증이 치밀었다. 인간의 수컷들이 그녀에게 다가오는 것이 싫었다. 온전히 그 혼자 그녀를 소유하고 싶었다. 오직 그녀가 그만 품게 하도록.
“……!”
그때, 성녀를 바라보고 있던 아슬란은 성력의 움직임을 느꼈다. 그리고 빠르게 누군가가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도. 인간들이 많은 길이 아닌, 건물의 벽을 넘어오는 기운을 보니 분명 이 건물에 있는 은밀한 통로를 이용하는 모양이었다.
이 대신전 안에 널리고 널린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몸이 저절로 긴장을 할 정도의 능력을 가진 자. 아슬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라트반이라고 했던가….”
마수를 혼자서 죽일 수 있는 인간. 신전 기사단의 단장. 성녀를 수호하는 자.
지금 이 방으로 다가오고 있는 기운은 그자가 분명했다. 그리고 아슬란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성녀의 입에 남아 있던 불쾌한 수컷의 맛은 분명 그놈의 흔적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