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ke Saint Wanted to Quit RAW novel - chapter 76
‘이런 상황만 아니었으면 얼굴이라도 한 대 갈겨 버렸을 텐데.’
레온은 네가 할 거냐는 질문에 그대로 굳어 버리는 라트반을 보며 이를 갈았다. 그의 머리가 이 상황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었다.
성녀는 그녀의 몸에 있는 이상한 자국 때문에 욕정한다고 했다. 그녀의 의지와 관계없이 몸이 쾌락을 얻기 위해 남자들을 원하는 것이다.
레온은 처음 성녀를 안았던 날이 생각났다. 혼자서 아무도 없는 복도를 걸어오던 그녀의 모습이. 지금의 상황과는 달리, 그때는 이렇게 이성을 잃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분명 그때도 성녀는 울고 있었다.
만약 그때, 안아 달라는 그녀에게 왜 울고 있냐고 한 번만이라도 물었다면 지금까지 그녀가 이런 일을 겪어 온 것을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 레온은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다.
그때는 그저 조금 흥미를 가진 여자가 자신을 유혹하는 것에 그저 즐거웠을 뿐이었다. 분명 많은 자와 관계를 했을 몸이 긴장으로 덜덜 떨며 서투른 척하는 것을 보고 꽤 재미있는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수가 뻔히 보이는 짓을 한다 생각하며 일부러 더 격렬하게 몸을 움직였다. 아마 성녀도 이런 걸 원하지 않았을까 짐작하면서.
하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니 알 수 있었다. 서투른 척이 아니라 서투른 것이었고 괴로운 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괴로운 것이었다.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더 흥분해 박아 대었던 저를 생각하자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레온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하는 사실은 따로 있었다.
성녀는 그를 원해서 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안 순간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레온은 성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지금 제 몸을 스스로 그에게 비벼 대고 있었다. 동시에 그의 손을 더 깊은 곳으로 이끌었다. 잔뜩 젖은 천이 그의 손끝에 느껴졌다. 그 너머가 얼마나 따뜻하고 황홀했는지를 잘 기억하고 있었기에 어찌할 새도 없이 제 아래에 뻐근함이 느껴졌다. 레온은 낮은 소리로 욕설을 내뱉으며 손이 향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내렸다.
“……!”
끝까지 올라간 예복의 치마 아래 아찔할 만큼 흰 다리가 활짝 벌려져 있었다. 그 다리 위에 기분 나쁜 색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국이 보였다. 그 자국 위에는 어느새 방울방울 맺혔던 피가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조금 전 성녀가 제 손톱으로 뜯어내려 했던 흔적이었다.
이로 물어뜯는 것과 달리 사람의 손으로는 저렇게 깊은 상처를 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저런 흔적이 남을 정도로 성녀는 진심으로 저 자국이 싫은 것이다.
레온은 다시 그녀를 살폈다. 다시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악물고 벌벌 떠는 그녀가 보였다. 이제 그의 목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이렇게 되기 직전 그녀가 필사적으로 했던 일은….
레온은 성녀를 끌어안은 다음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여전히 굳어 버린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라트반이 서 있었다. 그런 그의 태도에 레온은 자신과 달리 아직까지 그와 성녀가 아무런 육체 관계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사실이 전혀 상반된 두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라트반이 성녀와 아직 몸을 섞지 않았다는 사실은 기뻤다. 하지만 그 말은 라트반 혼자 그녀에게 특별하다는 소리와도 같았다. 저에게는 다가와 안아 달라 한 성녀가 라트반에게는 그 말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가 거절했을 가능성도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굳어 있는 라트반을 살핀 순간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아래도 저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가 성녀를 원하듯, 라트반 역시 그녀를 원한다. 하지만 그는 가지지 못했다. 성녀는 라트반을 다른 남자들보다 더 소중히 생각한 것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는 치졸함은 더 큰 분노가 되었다. 레온은 그 분노의 화살을 라트반에게 돌렸다.
“눈 감고, 귀 막고, 돌아서.”
서슬 퍼런 레온의 목소리에 라트반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뭐라고 했습니까.”
“두 번 말하게 만들지 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신도 알고 있잖아?”
레온은 성녀를 끌어안은 손을 움직였다. 긴 손가락이 예복 뒤의 단추를 빠르게 풀었다.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간 손은 매끈한 등허리를 거침없이 쓸어내렸다.
“아, 으, 으읏!”
그런 레온의 손길에 성녀는 도리질을 치면서도 들뜬 숨을 뱉었다. 이제 레온이 그녀를 끌어안을 필요는 없었다. 제가 원하는 것을 찾았다는 듯 성녀가 필사적으로 레온의 목을 끌어안고 매달렸기 때문이다. 레온은 어린아이를 달래듯 성녀의 등을 토닥였다. 그러고는 라트반을 노려보았다.
“당신은 할 수 없는 방법이지. 해서도 안 되고. 의무도 다하지 못한 주제에.”
레온은 라트반의 의무를 떠올렸다. 신전 기사단의 단장. 단순히 기사들을 통솔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그의 의무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성녀를 수호하는 것이다. 저 명성 높은 고결하고 강한 기사는 가장 중요한 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그런 자에게 성녀를 맡길 수 없다.
“머리라는 게 있다면 이대로 나갈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
밖에는 신관들이 득시글거린다. 우연히 이곳에 온 자들이 아니다. 카를이 자신을 보냈던 것처럼 저 신관들도 일부러 이곳으로 보낸 것이 틀림없었다.
“교활한 새끼인데 눈치도 빠른 새끼야. 당신과 내가 뭘 원하는지 그놈은 정확하게 알고 있군.”
우연히 만난 척을 하며 이곳에서 만나자고 할 때부터 무슨 꿍꿍이인가 싶었는데. 카를은 아무래도 성녀를 두고 그와 라트반이 재미있는 꼴을 보여 주며 신관들이 그것을 감상하길 바란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새끼가 아무래도 성녀를 이렇게 만들 수 있나 보군. 이 모든 게 우연일 리는 없으니 말이야.”
“…….”
그 말에 라트반은 침묵을 지켰다. 그런 라트반을 노려보는 레온의 시선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자신의 말에 라트반은 크게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걸 다 숨기고 있었다 이거지.’
성녀의 말을 들으니 아슬란도 다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레온은 그것이 더욱 화가 났다. 알고 있는 놈들이 막지 못했다고?
다시 그가 라트반에게 날 선 소리를 하려는 순간, 성녀가 그러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들어 그에게 입을 맞춰 왔다. 내뱉으려던 말은 입 안으로 들어온 작고 부드러운 혀에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졌다. 제 안을 더듬는 감각에 레온은 잠시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잊어버린 채, 본능을 따랐다.
그의 손이 성녀의 머리 뒤를 받치며 그녀가 물러설 수 없도록 했다. 혀가 얽히고 타액이 흘러내렸다. 이대로 계속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슬란이 그와 라트반에게 개새끼라고 불렀던 것이 갑자기 기억났다. 그 재수 없는 마법사가 부르는 그 호칭을 지금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미친 듯이 저에게 매달리던 작은 몸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다. 레온의 눈에 눈물로 범벅이 된 성녀의 얼굴이 들어왔다. 아무래도 그와 닿는 순간 다시 잠깐 정신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함정에 빠진 이상 성녀를 안아야 했다. 하지만 이렇게 울고 있는 그녀를 안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라트반에게 맡길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
레온은 손으로 그녀의 뺨을 감쌌다. 그러고는 엉망이 된 얼굴을 한번 닦아내 주었다. 모든 걸 포기한 듯한 눈으로 성녀가 그를 바라보았다.
“레온, 레온… 제발… 더….”
제가 원하지 않는 말을 내뱉고 있는 성녀의 모습에 레온은 갈등했다.
‘어떻게 할까.’
이것은 기회다. 이렇게 이성이 흐려져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말을 속삭이며 원하는 것을 주면, 그는 무척이나 손쉽게 성녀와의 다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저기서 망연한 얼굴로 성녀에게 손조차 대지 못하는 저 라트반까지 완벽하게 쳐 낼 수 있다. 성녀와 라트반의 마음에 말로 된 쇳덩어리를 던져두면 된다. 그에게는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평소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레온은 그 방법을 선택했을 것이다. 원하는 것은 손에 넣어야 하니까. 하지만.
“리나.”
레온은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당신이 원한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었겠지요.”
그 말에 다시 성녀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런 그녀의 표정에서 미안함을 읽은 레온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시간이 그저 당신에게 끔찍함만으로 기억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레온은 성녀를 안아 들고 접견실 안을 둘러보았다. 다행히 대신전의 방치고는 화려한 곳이었기에 한쪽 창 아래 푹신한 긴 의자가 있는 것이 보였다. 그곳에 성녀를 내려놓은 다음 그는 고개를 돌렸다.
“성녀께서는 자네가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을 원하시지 않을 것 같은데.”
그보다 더한 조롱을 할까도 싶었지만 레온은 이 정도에서 멈추기로 했다. 그를 공격해 보았자, 결국 성녀가 그 말을 더욱 곱씹으며 상처를 입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서로를 가려 주는 벽 따위는 없는 방이다. 라트반은 저곳에 서서 벌어지는 일을 그대로 보아야 할 것이다.
고개를 돌리고 귀를 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레온은 라트반이 그러지 않을 것을 알았다.
레온은 있는 힘껏 긴 의자를 잡아 돌렸다. 적어도 등받이가 그녀의 모습 정도는 가려 줄 것이었다. 의자가 긁히는 소리가 들렸는지 문밖에서 신관들의 말소리가 잠시 멈추는 것이 들렸다.
곧 다시 이어지는 신관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레온은 제 상의를 벗기 시작했다. 곧 셔츠까지 벗어 던진 그는 의자에 앉은 다음 눕혀 두었던 성녀를 안아 올렸다.
“으, 으응….”
몸부림을 치는 사이 성녀의 옷 또한 거의 벗겨지다시피 흐트러져 있었다. 레온이 그 옷들을 조심스럽게 풀어 내리자 성녀가 그의 맨살에 제 몸을 가져다 대었다. 부드러운 가슴이 그의 맨살에 닿으며 모양을 바꾸었다. 그 가슴을 거칠게 잡고 싶은 욕망을 필사적으로 누르며 레온은 천천히 제 몸을 움직였다. 그것은 몸 전체로 하는 애무였다.
그의 몸에 닿은 따뜻한 피부에 땀이 송골 맺히며 젖은 피부가 들러붙었다.
“아, 읏!”
성녀는 제가 뱉은 신음에 놀라는 것 같더니 다시 입술을 물었다. 그러잖아도 붉었던 입술에 피가 배어나기 시작했다. 레온은 작게 한숨을 쉬며 성녀의 뒷머리를 손바닥으로 받쳤다. 그러고는 힘을 주어 그녀가 제 어깨에 얼굴을 묻도록 조심스레 이끌었다.
그녀의 입술이 제 어깨에 닿은 것이 느껴지자 레온이 다정하게 말했다.
“소리를 못 참을 것 같으면, 그냥 나를 물어요.”
레온은 저를 물라 말한 후 천천히 손을 내렸다. 어느새 열기로 달아오른 부드러운 살결이 끈적하게 그의 피부에 달라붙었다. 살면서 이보다 더 뜨거운 것을 겪어 본 적이 있을까. 닿은 곳이 전부 녹아 흘러내리는 것 같다.
밑으로 내려간 손이 성녀의 아래에 닿았다. 이미 그녀의 안에서 잔뜩 흘러나온 것은 그녀를 마지막으로 지켜 주는 얇은 천 조각을 푹 적신 채, 다리를 따라 흘러내리고 있었다. 레온은 이를 악물며 천의 옆을 묶은 끈을 풀었고 그것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레온의 손이 다시 성녀의 허벅지 안쪽을 더듬었다. 그 순간 따끔한 통증이 그의 어깨에 느껴졌다.
“……!”
제 어깨를 꽉 무는 성녀의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도대체 얼마나 예민해져 있는 것일까. 그저 닿은 것뿐인데도 성녀는 매우 괴로워하고 있었다.
레온은 망설였다.
답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라트반도 성녀도 이 자국이 불러일으킨 욕정을 없애는 방법이 관계를 맺는 것뿐이라 이미 인정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선택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도 그것이 단지 성녀를 위해서만은 아님을 알고 있었다.
레온은 고개를 돌려 라트반을 보았다. 그가 고개를 돌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좋아하는 여자가 제 눈앞에서 다른 남자에게 안긴다. 그것도 어쩔 수 없이.
그 사실이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하는지는 굳이 겪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눈이 타들어 가고 사지가 잘리는 듯하며 속에서는 삼키지 못한 불덩어리가 돌아다니는 느낌이겠지.
‘네가 선택한 거잖아.’
성녀의 위기는 곧 제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회는 놓치지 않고 잡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그 기회는 라트반이 아닌 자신이 잡았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레온의 눈이 가만히 서 있는 라트반을 향했다.
멍청한 자다. 성녀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자. 그 알량한 신전 기사의 체면이 무엇이라고 다가오지조차 못하고 저리 멍청하니 서 있는 걸까. 레온과 시선이 마주친 라트반의 얼굴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참담함이 가득했다.
레온은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그의 하의가 내려갔다. 그의 것은 이미 한참 전부터 잔뜩 부풀어 성이 나 있는 상태였다. 제가 곧 맛볼 느낌을 기억이라도 하는 것인지 그의 아래는 침을 뚝뚝 흘렸다. 제 아래를 꺼내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활짝 벌려진 성녀의 밀부에 가져다 대었다.
따뜻하고 단단한 살덩어리가 잔뜩 젖어 있는 틈 사이를 문질렀다.
“읏….”
그의 어깨에서 잔뜩 짓눌린 소리가 흘러나왔다. 끌어안고 있는 성녀의 몸이 들썩이며 떨렸다. 분명 지금 세상의 모든 참담함은 라트반이 짊어지고 있을 것 같은데, 레온은 자신 역시 그 못지않게 속이 썩어 가는 것을 느꼈다.
이벨리나, 당신이 지금 이 순간 나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녀가 이 상황을 헤쳐 나갈 도구로 그를 선택한 것뿐이다. 그의 선택이 아닌 성녀의 선택이었다.
이대로 그만두어야 할까.
하지만 레온은 그것이 자신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님을 알았다. 어찌 되었거나 성녀의 이성을 되찾게 해 주어야 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레온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적어도 이 시간이 그녀에게 수치스러운 고통으로 기억되는 것만큼은 막고 싶었다.
그녀를 안는다는 것을 선택한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도 했다.
레온은 크게 숨을 마신 뒤 그녀의 아래에 자신을 맞췄다. 그러고는 느릿하게 힘을 주었다. 성기의 끝이 부드럽고 연약한 살 틈 사이로 천천히 모습을 감췄다.
“……!”
성녀가 아닌 그가 신음을 참아야 했다. 잔뜩 흥분되어 있던 성녀의 몸이 허겁지겁 그의 침입을 반겼다. 예전이라면 그런 그녀를 즐기며 거침없이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은 조금이라도 쾌락을 느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온은 천천히 그녀의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더욱 거세게 어깨를 무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따뜻한 물방울이 그의 어깨로 떨어지는 것도. 그녀가 울고 있는 것이다. 레온은 다시 성녀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어깨에 더욱 얼굴을 묻게 한 다음 제 몸을 뒤로 빼내었다.
성기의 가장 굵은 부분이 입구에 걸렸다. 그가 빠져나가는 것을 눈치챈 그녀의 몸이 움찔 떨리며 안을 꽉 조여 왔다. 제 것을 붙잡는 그녀의 몸에 레온은 이를 악물었다. 다시 그의 허리가 움직였다.
더 빨리, 거칠게 움직이라는 본능을 거부하는 것이 이렇게나 힘든 일일 줄이야. 더 해 달라 조르는 듯한 성녀의 움직임에도 그는 속도를 올리지 않은 채, 그저 천천히 드나들기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레온은 계속해서 본능을 누르고 그녀를 위해 움직였다.
‘죽여 버리겠어.’
성녀의 허벅지에 있던 자국이 떠올랐다. 그리고 제게 이곳에서 만나자 말하던 카를의 얼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