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10)
10화. 씨앗을 사다.
10화. 씨앗을 사다.
“씨앗 상점?”
상점은 물건을 파는 곳. 자본주의사회에서 살아온 세준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곳이다. 마음속에서 설렘이 일어났다.
세준이 서둘러 스킬을 살펴봤다.
[직업 스킬 – 씨앗 상점 Lv. 1]-사용하면 스킬이 활성화되며 씨앗 상점에서 30일에 한 번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뭔가를 구매한다.
30일에 한 번이지만, 세준에게는 그저 쇼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조난 95일 차 드디어 쇼핑을 할 수 있게 됐다.
“씨앗 상점.”
세준이 씨앗 상점 스킬을 사용했다.
[씨앗 상점 Lv. 1이 활성화됩니다.] [박세준 고객님의 씨앗 상점 거래 내역을 조회합니다.]“거래 내역?”
[박세준 고객님의 씨앗 상점에서 거래 내역이 없습니다.]“당연히 없지.”
거래한 적이 없는데.
[박세준 고객님께 신입 등급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최초 신입 등급이 되신 것을 축하드리며 씨앗 상점에서 1탑코인을 지원합니다.]“오! 탑코인?!”
탑코인은 탑 안에서 사용되는 화폐. 1탑코인당 밖에서 시세가 대략 100만 원 정도 된다.
그런 탑코인을 그냥 준다니! 세준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씨앗 은행 박세준 님의 계좌에 1탑코인이 입금됩니다.]씨앗 은행도 있는 모양이었다.
[씨앗 상점이 열립니다.] [신입 등급에서는 3종류의 씨앗이 랜덤으로 보여집니다.]“엥?”
일반 상점과는 뭔가 달랐다.
[오늘 판매할 씨앗 3종이 랜덤으로 보여집니다.] [현재 등급에서는 씨앗을 한 번만 구매 가능합니다.]그리고 나타난 씨앗들.
[배추 씨앗 1000개 – 0.1탑코인] [고추 씨앗 1000개 – 0.1탑코인] [당근 씨앗 1000개 – 0.1탑코인]바깥 시세로 따지면 씨앗 1000개에 대략 10만 원. 가격이 완전 바가지였다.
하지만 여기 아니면 구할 수도 없으니 방법이 없다.
“억울하면 내가 나가야지.”
세준이 중얼거리며 어떤 씨앗을 살지 살펴봤다. 이번에 구매하면 30일간은 구매를 할 수 없기에 세준의 눈빛은 신중했다.
“배추는 패스.”
배추 하나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흐음…고추도 애매하네.”
매운 게 먹고 싶기는 했다. 하지만 고추 하나로는 맛이 안 나올 거 같았다.
“그럼 당근인가?”
그나마 당근은 단맛이 있어 생으로 먹거나 구워 먹을 수 있다.
그때
삐익?!
삐이?!
뺘아?!
뺭?!
당근이라는 말에 토끼들의 시선이 세준에게 집중됐다.
“응? 왜? 당근 먹고 싶어?”
삐익!
삐이!
뺘악!
뺙!
세준의 말에 토끼들이 격하게 반응했다.
‘재미있다.’
눈을 똥그랗게 뜨며 쳐다보는 것이 귀여웠다.
“당…”
토끼들의 눈이 커지며 세준의 입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근.”
삐익!
삐이!
뺘악!
뺘!
다시 흥분하는 토끼들.
‘뭐지? 이 마법의 단어는?’
밖에서 당근 알람 울리는 거 들었으면 토끼들은 흥분으로 죽을지도 몰랐다.
“당근.”
“당근.”
퍽!
세준은 몇 번 더 하다가 결국 분노한 남편 토끼에게 이단옆차기를 맞고 그만뒀다. 그리고 토끼들의 화를 빨리 풀기 위해 서둘러 당근 씨앗을 구매했다.
[당근 씨앗 1000개를 구매했습니다.] [씨앗 은행 박세준 님의 계좌에서 0.1탑코인이 빠져나갑니다.] [씨앗 상점 마일리지 1점이 적립됩니다.] [씨앗 상점 마일리지는 박세준 고객님의 등급을 상승시킬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 등급 상승까지 필요한 마일리지는 100점입니다.] [씨앗 상점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0일 후에 다시 씨앗 상점 Lv. 1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탑의 관리자가 당신의 구매에 만족스러워합니다.]“왜 네가 만족스러워하는데?!”
역시 괜찮은 스킬을 준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발끈하는 세준의 앞에 당근 씨앗이 담긴 가죽으로 만든 조그만 주머니가 나타났다. 주머니가 굉장히 고급스러웠다.
“뭐지?”
씨앗보다 주머니가 더 비쌀 거 같았다.
저녁이 늦었지만, 항상 잘 시간을 철저히 지키던 토끼들이 철야까지 일하며 당근을 심었다. 토끼들의 당근에 대한 열망은 대단했다.
덩달아 세준도 철야를 해야했다. 당근을 심는 건 세준의 몫이니까. 그래도 당근 씨앗 1000개를 심는 덕분에 씨뿌리기 스킬의 레벨이 올라 보람있는 하루가 됐다.
***
조난 102일 차. 오늘도 하루가 평화롭게 지나가고 있었다.
뺘아?
뺘…
새끼 토끼들은 할 일이 끝나면 넓은 당근밭에 가서 당근 싹이 나는지 수시로 지켜보며 한껏 기대하다 아직 싹이 안 난 것을 확인하고는 실망하기를 반복했다.
“귀여운 녀석들.”
세준은 자신의 지정석에 앉아 그런 새끼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때 머리 위에서 윙잉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벌?!”
동굴 천장 구멍에 주변에서 주먹 정도 크기의 벌 한 마리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토실토실한 벌의 외모는 귀여웠다.
하지만
[독꿀벌]몬스터였다. 이름도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
삐익!
삐이!
토끼 부부가 벌을 발견하고는 서둘러 새끼들을 굴 안으로 들여보내고 입구를 막았다.
“…얘들아 나는?”
자기들만 살겠다고 입구를 닫다니. 자신은 굴에 못 들어간다는 것을 알았지만, 세준은 굉장히 섭섭했다.
토끼들과 다르게 숨을 곳이 없는 세준.
살금살금.
세준이 벌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나며 연못가에 있는 횃불을 들었다.
잠시 후
윙윙.
주변을 살펴보던 벌은 자신을 위협할 것이 없자 구멍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방울토마토꽃에 주둥이를 박고 꿀을 빨기 시작했다.
‘휴우. 다행이다.’
벌이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 것에 세준이 안도했다.
‘제발 꿀만 먹고 가라!’
세준은 벌이 그냥 돌아가길 간절히 기도했다.
그렇게 수백 송이의 꽃에서 꿀을 빤 독꿀벌이 갑자기 세준을 향해 날아왔다.
윙윙.
‘왜 오는데?!”
세준이 다가오는 벌을 보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이곳은 사방이 막힌 동굴.
퍽.
등이 곧 벽에 닿았다.
윙윙.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세준에게 벌이 다가왔다. 세준과 벌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이제 거의 2m 정도의 거리. 세준은 긴장감에 숨도 제대로 쉬지 없었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어!”
세준이 횃불을 휘두를 타이밍을 쟀다.
그때
위잉.위잉.위잉.
벌은 세준 앞에서 위아래로 3번 움직이고는 천장의 구멍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어?! 휴우.”
털썩.
긴장이 풀리며 다리에 힘이 빠진 세준이 주저앉았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삑?
남편 토끼가 슬며시 구멍을 열고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삐익!!
눈을 감고 쓰러진 세준을 발견하고는 서둘러 달려왔다.
그때
“으앙!”
세준이 눈을 뜨며 소리를 질러 남편 토끼를 놀라게 했다.
삐익!!!
남편 토끼가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흐흐흐. 날 버린 벌이다.”
삐이이…
세준의 말에 남편 토끼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알아. 인마. 가장이라면 가족을 지켜야지.”
세준이 남편 토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퍽!
남편 토끼의 뒤통수를 가볍게 때렸다.
삐악!
남편 토끼가 뒤통수를 만지며 어리둥절해했다.
방금 용서한 거 아냐?
“하지만 괘씸한 건 괘씸한 거야.”
그냥 용서하기에는 속이 좁은 세준이었다.
그렇게 독꿀벌 사건은 끝났다.
***
독꿀벌은 요즘 아주 행복했다.
얼마 전까지 독꿀벌에게 식사는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것이었다.
독꿀벌들은 평소에 동료들과 사냥을 나가 독침으로 몬스터를 사냥하고 살점을 뜯어 먹는다.
다른 독꿀벌들은 정말 맛있게 살점을 뜯어먹었지만, 독꿀벌에게는 이 식사가 정말 고역이었다.
‘맛없어.’
식욕은 없었지만, 정말 죽지 않기 위해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동료들과 사냥을 하고 맛없는 몬스터의 살점을 뜯어먹고 있을 때 어디선가 달콤한 향기가 날아왔다.
‘이 냄새는 뭐지?’
‘먹고 싶다.’
냄새를 맡자 생전 처음 입맛이 돌았다.
윙윙.
독꿀벌이 향기를 따라 날아간 곳은 바닥에 난 구멍. 구멍 아래에는 노란 꽃이 있었는데 거기서 달콤한 냄새가 풍겨 나왔다.
하지만 그곳을 지키는 존재들이 있었다. 독꿀벌은 주인이 있다는 것에 상심하고 돌아가려 할 때 동굴의 주인이 자리를 비켜줬다.
‘고마워요.’
독꿀벌은 동굴 주인의 배려로 처음으로 맛있는 식사를 했다.
그리고 맛있는 식사를 준 주인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윙윙.
‘저 또 왔어요!’
독꿀벌이 꿀을 먹기 위해 다시 찾아왔다.
조난 102일 차, 가족이 하나 늘었다.
***
조난 113일 차. 어제부터 당근 싹이 하나둘 나기 시작했다.
삐익!!!
뺘앙!!!
어제는 토끼들이 흥분해서 계속 당근 싹을 보느라 세준 혼자 일을 했다.
점심쯤이 되자
윙윙.
독꿀벌이 동굴 안에 도착했다.
척.
“어서 와.”
부비부비.
독꿀벌이 세준의 어깨에 앉아 자신의 몸을 세준의 볼에 비비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독꿀벌의 출근 도장이었다.
처음에는 세준도 독꿀벌이 좀 무서웠지만, 독꿀벌은 보면 볼수록 귀엽고 은근히 애교가 많았다.
윙윙.
독꿀벌은 세준에게 출근 도장을 찍고는 방울토마토꽃으로 날아가 꿀을 빨기 시작했다.
독꿀벌이 동굴에 드나들면서 좋은 점이 생겼다. 그건 바로 방울토마토꽃을 따로 수분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
즉, 그 말은
뺘뺘!
뺘아!
방울토마토꽃의 수정을 맡은 새끼 토끼들만 신났다는 말이었다. 요즘 새끼 토끼들은 동굴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놀았다. 세준이 그런 새끼 토끼들을 부럽게 바라봤다.
“내 일 대신해줄 애는 어디 없나?”
요즘 세준은 새끼 토끼들과 다르게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스킬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서 수확하기, 씨뿌리기를 세준이 직접 해야 하기 때문.
어제는 마력의 방울토마토 50개에서 씨앗을 골라내 다시 땅에 심었다. 그렇게 심은 방울토마토 씨앗이 대략 1200개.
푸념하듯이 말했지만, 사실 세준의 마음은 뿌듯했다. 밭은 점점 넓어지고 먹을거리는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거기다 먹을거리가 하나 더 늘어났다.
윙윙.
꽃에서 한참 꿀을 빤 독꿀벌이 세준의 어깨 위에 다시 앉았다.
“자.”
세준이 독꿀벌의 앞에 생수통을 놓자
꿀렁꿀렁.
조금이지만, 꿀을 뱉어냈다.
독꿀벌이 꿀을 뱉기 시작한 건 이틀 전. 세준이 먹고 있던 구운 대파 위에 독꿀벌이 진득한 액체를 뱉었는데 그때는 독인 줄 알고 세준이 기겁했다.
하지만
킁킁.
토끼들이 세준의 파에서 떨어진 액체에 코를 박고 열심히 냄새를 맡는 것을 보고는 세준도 호기심에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찍어 먹었다.
“…!”
꿀 특유의 진한 풍미와 입안을 가득 채우는 달콤함. 세준은 그것이 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 신메뉴가 탄생했다. 꿀파.
지켜보고 있던 탑의 관리자가 바로 꿀파를 바치라고 했지만, 퀘스트는 당연히 보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고의가 아니었다. 정말 꿀이 없었다. 독꿀벌이 하루 열심히 꿀을 빨아도 자신이 먹고 뱉어내는 양은 10ml 정도.
꽃이 너무 부족했다. 그래서 어제 부랴부랴 방울토마토를 1200개나 심은 거다. 꿀을 얻기 위해서.
“흐흐흐. 몇 개월만 있으면 곰돌이 포우 부럽지 않게 꿀을 먹을 수 있는 거지.”
세준이 앞으로 자라날 꽃밭을 상상하는 동안
윙윙.
꿀을 뱉어낸 독꿀벌이 다시 꿀을 빨러 갔다.
부지런한 녀석. 아주 기특해.
조난 113일 차, 꿀이 차오르는 달달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