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수확제가 열리다.(4)
102화. 수확제가 열리다.(4)
“네! 사고 싶습니다!”
끄덕끄덕.
너구리들이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수프는 맛만으로도 상품으로서 가치가 크지만, 섭취했을 때의 효과가 압권이었다. 1시간 동안 민첩을 10.5나 올려주고 포만감을 4시간이나 유지시켜 주다니.
수프를 살 수만 있다면 다른 층이나 탑 등 비싸게 팔 곳은 많았다. 만약 팔리지 않아도 자신들이 먹으면 된다.
‘민첩이 오르면 우리 너구리들의 작업 속도가 빨라진다.’
아마 기존에 비해 생산량이 15% 정도는 늘어날 거다. 어떻게 해도 손해가 아니었다.
“수프 1인분에 3탑코인, 500인분을 사겠습니다.”
“좀 더 쓰라냥! 힘, 민첩, 마력 중 올리고 싶은 걸 말하면 거기에 맞춰 수프를 만들어 줄 수 있다냥!”
“그…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렇다냥!”
테오가 자신 있게 말했다.
‘잘하네.’
테오의 거래를 지켜보는 세준이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1인분에 5탑코인씩 각 스탯별로 200인분을 사겠습니다.”
“좋다냥! 거래 성사…”
그사이 테오가 에밀과 거래를 끝내고 악수를 하려 할 때
“잠깐!”
세준이 막았다. 이제 테오가 호구짓을 하지는 않을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조금 더 배울 필요가 있었다.
“냥?”
“…왜 그러십니까?”
테오와 에밀이 동시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세준을 바라봤다.
‘테오, 잘 봐라. 리미티드 에디션의 세계를 알려주지.’
“에밀, 그 가격에는 팔 수 없어.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이 수프는 재료가 많지 않아서 외부에는 5000인분만 파는 한정판 수프야. 사실 우리 먹을 것도 없거든.”
아공간 창고에 퍼플 로커스트 고기가 넘쳐났지만, 이제 구할 수 없는 건 맞았다. 세준이 조금의 뻥을 쳤다.
“하…한정판이요?”
수프를 5000인분만 판다는 세준의 말에 에밀의 목소리가 떨렸다.
‘사고 싶다!’
갑자기 수프에 엄청난 희소성이 생기며 에밀의 소유욕을 자극했다.
“어때?”
“좀 전 가격의 2배로 5000인분 제가 다 사고 싶습니다!”
세준의 물음에 에밀이 홀린 듯이 대답했다.
“좋아. 특별히 에밀에게 다 팔게. 그리고 서비스로 다른 농작물을 좀 챙겨줄게.’
“서비스까지요?! 감사합니다!”
세준의 말에 에밀이 감동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대…대단하다냥! 박세준은 거래의 신이다냥!’
테오가 세준을 존경을 넘어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무릎만 해도 이미 신급 존재인데 거래까지 신급이었다. 테오에게는.
그렇게 너구리족과 또 하나의 거래가 성사됐을 때
뺙…
쀼쀼…
삐익…
삐이…
밤새 거사를 치른 토끼들이 둘씩 짝을 이뤄 밭 여기저기에서 좀비처럼 걸어 나왔다. 너무 배가 고파 기운이 없었다.
하지만
“어쩌지 좀 기다려야 해.”
그들을 맞이한 건 꾸엥이가 바닥까지 핥아먹은 빈 냄비뿐. 토끼들은 어쩔 수 없이 아침이 준비되는 동안 주린 배를 잡고 기다려야 했다.
세준의 소심한 복수였다.
***
“근데 너희가 파는 음식들의 재료는 어디서 난 거야?”
세준이 수프를 끓이면서 너구리족 족장인 에밀에게 궁금한 걸 물었다.
가래떡과 막걸리는 쌀, 바게트는 밀가루, 치즈는 우유가 필요하다. 그 말은 에밀이 쌀, 밀가루, 우유를 어디에선가 얻고 있다는 의미. 세준도 얻고 싶었다.
“아. 치즈는 저희 마을 앞에 있는 우유샘의 우유를 저희만의 비법으로 가공해서 만들어요.”
“우유샘? 샘에서 우유가 나온다고?!”
“네. 샘에서 우유가 나와요.”
에밀이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봤다.
“아니.”
샘에서 나온다는데 할 말이 없었다.
“그럼 쌀이랑 밀가루는?”
“아. 그건 저희 마을이 있는 황금 탑의 탑농부 세실리아 님이 키우신 거예요.”
“황금 탑?”
“네. 위대한 황금 용들이 관리하는 탑이요. 근데 여기 검은 탑의 탑농부는 누구인가요? 인사를 나누고 싶은데.”
에밀이 주변을 둘러보며 탑농부를 찾았다.
“나야.”
“네?! 설마 위대한 검은 용인 세준 님이 직접 농사를 지으시는 건가요?!”
세준의 말에 에밀이 크게 놀랐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그래.”
“대단하십니다! 오필리아 님과는 완전 다르시네요!”
에밀이 세준을 보며 극찬했다.
“오필리아? 녹색 탑농부 오필리아?”
세준이 오필리아라는 이름에 당근 수확 대회 보상으로 받은 마력을 품은 민첩의 당근 재배자를 떠올렸다.
“네. 역시 잘 아시는군요. 아시다시피 그분도 위대한 녹색 용이시잖아요. 근데…농사는…”
에밀이 왜 놀랐는지 그리고 왜 말을 흐리는지 알 것 같았다. 자신도 오필리아가 키운 당근을 먹어봤으니까. 오필리아의 농사 실력은 아주 형편없었다.
“근데 황금탑 농부 세실리아에게 말해서 쌀과 밀의 씨앗을 얻을 수 있을까?”
“씨앗이요?! 네. 제가 세준 님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우유도 가져와 줘.”
“네. 다음 수확제 때 가져오겠습니다.”
그때
[강화된 보랏빛 세프의 감자수프가 완성됐습니다.] [요리 Lv. 4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강화된 보랏빛 세프의 당근수프가 완성됐습니다.]…
..
.
힘, 민첩, 마력 스탯별로 만든 수프들이 완성됐다.
“자. 여기.”
“감사합니다!”
세준이 수프가 완성된 냄비를 에밀이 꺼낸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줬다.
“돈은 나한테 내라냥!”
“여기 있습니다.”
유랑 상인으로서 판매 실적을 올려야 하는 테오가 돈을 받았다.
“따라오라냥! 농작물을 챙겨주겠다냥!”
테오가 너구리들을 데리고 저장고에서 농작물을 종류별로 몇 개씩 챙겨줬다.
그리고
“어?! 이건 아이템?!”
농작물도 먹으면 스탯이 오르는 걸 보고 너구리들은 가진 돈을 전부 털어 세준의 농작물을 샀다. 그것도 아주 비싸게. 이렇게 맛까지 좋으면서 효과가 좋은 농작물은 처음이었다.
덕분에 테오는 너구리들의 돈을 전부 쓸어 담았다.
“그럼 다음 수확제 때 뵙겠습니다.”
“다음엔 돈을 더 많이 가져오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호구리들이 다음에는 더 많은 농작물을 사겠다고 결심하며 떠났다.
***
어제 너구리들이 떠나고 세준은 당근 수확 대회에서 얻은 당근 씨앗을 심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서쪽 숲으로 가서 마력의 축복의 도움을 받아 불개미들이 서쪽 숲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웅덩이 크기를 늘렸다.
그 후에는 엔트들의 씨앗을 따고 심기를 반복하다 집으로 돌아와 잤다. 덕분에 엔트들의 수가 2000마리까지 늘어났다.
“읏차.”
세준이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역시 오늘도 무릎이 묵직했다.
고로롱.
뀨로롱.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자고 있는 테오와 이오나.
슥.
세준이 둘을 무릎에 매단 채로 벽에 획 하나를 그으며 조난 267일 아침을 시작했다.
‘이제 블루문이 얼마 안 남았네.’
다음 블루문까지 5일이 남았다.
“에일린, 이번 블루문도 잘 부탁해.”
[탑의 관리자가 자신만 믿으라고 큰소리칩니다.]“그래. 당연히 믿고 있지.”
그렇게 에일린과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잠시 후 수확제의 두 번째 대회인 당근 먹기 대회가 시작됩니다.] [대회 참가를 원하는 참가자들은 레드리본의 거대 당근 제단 앞으로 모여주세요.]수확제의 두 번째 대회를 알리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우다다다.
메시지를 보고 거대 당근 제단으로 달려가는 토끼들.
“우리도 가자.”
세준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꾸엥이를 데리고 거대 당근 제단 앞으로 가자
[참가 신청까지 남은 시간 – 9분 51초] [현재 참가 신청 수 – 1032]거대 당근 제단 아래 저런 메시지가 떠 있었다.
“토끼들은 전부 신청했네. 우리도 신청하자.”
세준이 거대 당근 제단 밑으로 가서 테오, 이오나, 꾸엥이와 함께 참가 신청을 했다.
[현재 참가 신청 수 – 1037]“응? 왜 4가 아니라 5가 늘었지?”
(저도 있어요. 세준 님.)
꾸엥이의 등털 속에 숨어있던 황금박쥐가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아. 거기 있었구나. 왜 거기 있어?”
(여기가 어둡고 따뜻해서 좋아요.)
꾸엥?
꾸엥이는 세준이 왜 자신의 등을 보며 얘기하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렇게 세준이 황금박쥐와 얘기하고 있을 때
쿠엉!
쿵.쿵.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가 거대 당근 제단으로 와 참가 신청을 했다.
‘이걸로 1등은 정해졌군.’
항상 배불리 먹는 게 소원인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를 이길 존재는 없었다.
하지만
쿵.쿵.쿵.쿵.
세준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또 다른 강자가 나타났다.
음머어어!
음머!
음머!
강력한 포효와 함께 멀리서 달려오는 거대한 존재들. 우마왕과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었다. 그들도 배불리 먹기 위해 대회에 참가했다.
[현재 참가 신청 수 – 2038]우마왕과 블랙 미노타우르스 999마리가 당근 먹기 대회에 참가했다.
잠시 후
[참가 신청이 마감됐습니다.] [참가 신청자들은 레드리본의 거대 당근 제단 아래로 모여주세요.] [1분 후 당근 먹기 대회가 시작됩니다.]대회에 참가 신청을 한 세준과 동물들이 제단 밑으로 모이자
[대회가 시작됩니다.]대회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와 함게 각자의 앞에 당근이 가득 담긴 거대한 바구니가 나타났다. 대충 봐도 100개는 충분히 넘는 양.
와르르르.
와르르르.
시작하자마자 우마왕과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입에 당근을 털어 넣었다.
우적우적.
몇 번 당근을 씹고 삼키자 다시 바구니에 당근이 채워졌다.
“와.”
세준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당근을 구경하는 사이
꾸엥!
꾸엥이가 거대화를 하며 질 수 없다는 듯이 당근을 빠르게 먹어 치웠다.
그리고
오도독.오도독.
세준과 토끼들은 이미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구경꾼의 입장에서 당근을 씹으며 흥미진진하게 푸드파이터들이 먹는 것을 구경했다.
자신의 농장에서 만든 당근보다는 맛이 덜 했지만, 먹을만했다.
그렇게 구경하는 사이 우마왕과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10번째 바구니를 비우자
“오!”
바구니 안에 일반 당근 대신 거대 당근 10개가 채워졌다. 쉽게 먹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마왕과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에게는 오히려 씹기 좋은 크기일 뿐이었다.
음머어어!
쿠어엉!
우마왕과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냈다.
꾸엥!
꾸엥이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먹는 속도를 올렸다.
와르르르.
와르르르.
어느새 20번째 바구니를 비우는 우마왕과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둘은 아직도 속도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꾸엥!
꾸엥이는 이제 간신히 10번째 바구니의 당근을 전부 먹었다. 아무래도 어른들에 비해서는 입이 작아서인지 한 번에 많이 먹을 수 없었다.
꾸엥!
꾸엥이가 드디어 거대 당근을 먹으려 할 때
[준비된 당근을 모두 소진하여 당근 먹기 대회가 조기 종료됐습니다.]대회 규모가 작은 건지 아니면 참가자가 너무 한 건지 대회가 항상 당근 소진으로 조기 종료됐다.
음머?!
쿠엉?!
대회 종료 메시지에 우마왕과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배가 덜 찼기 때문이다.
꿰에엥!!!
1등도 못 하고 배불리도 못 먹은 꾸엥이가 엄마의 품에 안겨 울었다.
[당근 먹기 대회 랭킹]공동 1위 – 우마왕, 붉은 털(20바구니)
3위 – 꾸엥이(10바구니)
…
..
.
[당근 먹기 대회 1등, 2등, 3등에게 보상을 지급합니다.]그사이 랭킹이 표시되며 보상이 지급됐다.
척.
꿰엥.꿰엥.
[훌쩍. 아빠는 약하니까 이거 먹어야 한다요.]아직 울음을 그치지 못 한 꾸엥이가 세준에게 보상으로 받은 사탕 크기의 검은색 환 1개를 건네자
음머!
쿠엉!
우마왕과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도 고개를 끄덕이며 보상으로 받은 검은색 환 4개씩을 세준에게 양보했다.
“고마워.”
세준이 고마움의 표시로 배가 덜 차 허전해하는 우마왕과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꾸엥이에게 음식을 추가로 대접했다.
그리고 보상을 확인했다.
[민첩의 비약]어리숙한 농부가 재배해 제대로 자라지 못 한 당근의 약성을 올리기 위해 1만 개의 당근에서 엑기스를 뽑아 만든 비약입니다.
맛이 지독하게 없습니다.
섭취 시 민첩이 영구적으로 1.5 상승합니다.
생산자 : 푸른 탑농부 젤가
유통 기한 : 100년
등급 : C+
맛이 지독하게 없다고?
“아씨…”
이것들이 다들 먹을 거로 장난을 치네.
“에잇!”
세준이 눈을 꼭 감고 민첩의 비약 9개를 삼켰다. 빨리 씹어서 삼키면 된다.
하지만
“세준 님, 입에서 똥…”
꾸에엥!
입에 남은 비약의 냄새는 상당히 오래갔다.
‘다들 너무해.’
결국 세준의 주변을 지킨 것은 후각 대신 무릎을 선택한 테오 뿐이었다.
“테 사장, 고마…”
“냥! 입은 벌리지 말라냥!”
테오가 서둘러 앞발로 세준의 입을 막았다.
조난 267일 차. 세준은 입에서 나는 똥내 때문에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