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감자전을 만들다.
115화. 감자전을 만들다.
“이게 정말 맛있나?”
앞니 10개가 없어 수척해 보이는 백발의 미남자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랏빛 수프를 바라보다가
“후루룩.”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셨다.
번쩍.
고구마수프를 마신 켈리온의 눈이 자신도 모르게 크게 떠졌다. 맛있어! 입안에 달달한 고구마의 맛과 풍미가 느껴졌다.
‘고기도 들었군.’
오랫동안 끓여 푹 고아진 로커스트 고기가 어금니에 씹혔다. 씹지 않고 넘겨도 될 정도로 부드러워 켈리온이 먹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꿀꺽.
맛을 음미한 켈리온이 수프를 삼키자 목구멍을 타고 뜨거운 기운이 흐르며 배 안에 따뜻한 기운이 들어왔다.
“크하!”
어느새 수프를 다 먹은 켈리온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토해냈다.
“한 그릇만 더 먹을까?”
켈리온이 서둘러 하얀 용 조각상을 움직여 수프를 공수해 왔다.
***
“냥냥냥.”
아침을 먹은 세준이 테오를 다리에 매달고
톡.
[잘 익은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수확했습니다.] [직업 퀘스트 완료까지 4만 8792번 남았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5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30을 획득했습니다.]직업 퀘스트 완료를 위해 열심히 방울토마토밭에서 수확을 하고 있을 때
꿰에엥!
취사장에서 꾸엥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응?! 왜 그러지?”
수프를 먹다 꾸엥이가 곤히 잠들었길래 그대로 놔두고 나온 세준은 무슨 일인가 싶어 서둘러 달려갔다.
세준이 취사장으로 들어가자
꿰에엥!
텅 빈 대형 냄비를 부여잡고 서럽게 울고 있는 꾸엥이가 보였다.
“꾸엥아 왜 그래?”
꿰엥!
[자고 일어나니 수프가 없어졌다요!]“자면서 먹은 거 아냐?”
꾸엥이가 잠결에 먹는 걸 평소에도 여러 번 본 적이 있기에 충분히 할 수 있는 합리적 의심이었다.
꿰엥!꿰에엥!
[아니다요! 안 먹었다요!]세준의 말에 억울해하는 꾸엥이.
“아니야?”
꿰엥!꿰에엥!
[그렇다요! 용 할아버지들이 훔쳐먹은 게 분명하다요!]꾸엥이의 의심도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용들이라면 그럴 수 있다. 용들은 아닌 척하면서 먹을 걸 엄청 밝혔다. 그러면서 또 자존심은 엄청나게 세 자신이 먹을 걸 좋아한다고 인정은 하지 않는다.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다시 만들어줄게. 일단 이거 먹고 있자. 농작물 거대화.”
세준이 힘의 고구마에 스킬을 사용해 거대 고구마로 만들어 꾸엥이에게 줬다.
아그작.
꾸엥!
[맛있다요!]먹을 걸 먹자 금세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뻐하는 꾸엥이.
“그래. 많이 먹어.”
세준이 꾸엥이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다시 아공간 창고에서 퍼플 로커스트 고기를 꺼냈다.
“푸후훗. 내가 나설 때냥?”
테오가 고기를 썰기 위해 발톱을 뽑았다.
하지만
“아니. 테 사장은 이제 안 해도 돼. 황금박쥐 이것 좀 잘라줘.”
(네!)
파닥.파닥.
세준의 주변을 맴돌고 있던 황금박쥐가 세준의 부름에 빠르게 날아와 고기를 썰기 시작했다.
“뭐냥?! 뭔가 내 역할이 사라지는 것 같다냥! 나도 잘 자른다냥!”
테오가 세준에게 따지며 말했다. 원래 좋아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못하게 하니 왠지 화가 났다.
“알았어. 그럼 테오는 감자 깎자.”
“알겠다냥!”
와르르르.
그렇지 않아도 점심으로 쫀득한 감자전이 먹고 싶었는데 테오가 할 일을 달라고 하니 잘됐다고 생각한 세준이 감자를 1000개 정도 테오 앞에 부었다.
감자는 마지막에 물로 헹구면 털을 깔끔하게 떼어낼 수 있다.
“냥?! 너무 많은 거 아니냥?!”
깎아야 할 감자가 너무 많자 테오는 일이 하기 싫어졌다.
하지만
“하기 싫어? 그럼 황금박쥐 시키고…”
“아니다냥! 내가 하겠다냥!”
남한테 뺏기기는 싫었다.
사각.사각.
세준의 말에 테오가 앞발을 흔들며 서둘러 감자를 깎기 시작했다. 욕심 때문에 괜히 안 해도 될 일을 하며 스스로 감자 깎기 지옥에 들어가는 테오였다.
그렇게 테오가 감자를 깎는 동안
(세준 님, 다 잘랐어요!)
수프의 재료 손질이 끝났다.
첨벙.첨벙.
대형 냄비 3개에 투하되는 재료들. 이제 끓이다가 간만 맞추면 완성이었다.
그리고
쿵.
아공간 창고에서 불개미의 외피를 꺼내왔다. 금속 소재라서 감자를 갈 강판을 만들기에 제격이었다.
“테 사장, 이것 좀 뚫어줘.”
“알겠다냥.”
뽕뽕뽕.
테오의 발톱이 불개미 외피를 관통하며 세준이 원하는 구멍들을 만들어냈다.
“어떻냥? 내 발톱의 위력이?”
감자 깎기에 질린 테오가 우쭐해하며 은근슬쩍 세준의 무릎에 달라붙었다.
‘그럴 줄 알았다.’
세준이 웃으며 테오를 다리에 매달고 테오가 깎은 감자 100개를 강판에 갈기 시작했다.
북북.
테오가 만든 구멍으로 감자가 갈리며 밑으로 갈린 감자들이 떨어졌다.
“좋아. 잘 갈리네.”
“내가 만들었으니 당연하다냥!”
“그래.”
“그럼 잘했으니 츄르를 달라냥!”
“안돼. 지금은 남는 손이 없잖아. 이따가 줄게.”
정말 겸손함도 타이밍도 모르는 고양이였다. 그렇게 수프가 완성되는 동안 감자를 갈았다.
그리고
“꾸엥아 이것 좀 짜줘.”
세준이 간 감자 반죽을 꾸엥이에게 건넸다. 물기를 제거해야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감자전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꾸엥!
세준의 부탁에 꾸엥이가 가볍게 감자 반죽을 쥐고 힘을 주자
주르륵.
감자전 반죽에서 물기가 제거됐다. 거의 탈수기에 돌린 것 같은 푸석한 반죽 상태로 만들었다.
“계속 그렇게 짜줘.”
꾸엥!
세준은 꾸엥이에게 감자 반죽을 맡기고 충분히 끓여져 보라색으로 변한 수프로 가서 간을 맞췄다.
잠시 후
[보랏빛 고구마수프를 완성했습니다.] [요리 Lv. 4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수프가 완성됐다.
“자. 여기.”
세준이 꾸엥이의 그릇에 수프를 퍼주고 꾸엥이가 짠 반죽 물을 천천히 버리며 바닥에 가라앉은 전분만을 남겨 다시 감자 반죽에 부었다. 이제 이걸 부치기만 하면 완성이었다.
그때
-크흠. 벌써 점심 시간이 됐군. 켈리온, 우리 수프나 한 그릇 할까?
-흠흠. 그럴까? 어이쿠! 카이저, 우리가 시간을 딱 맞췄군!”
수프가 완성되기 기다리고 있던 두 용 조각상이 발 연기를 하며 날아와 당연하다는 듯이 테이블 앞에 앉았다.
“원래 용은 잘 안 먹는다면서요? 군고구마만 입에 맞는다고 하지 않았어요?”
세준이 카이저를 보며 물었다. 카이저가 분명 용은 배고픔이 없어 자주 먹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먹은 지 몇 시간 지나지도 않았는데 또 먹겠다고 오다니···수상했다.
“수프가 입에 맞았나 봐요?”
-······
-······
새준의 물음에 괜히 딴 곳을 보며 대답을 회피하는 두 용. 세준은 꾸엥이의 수프를 훔쳐간 범인이 눈 앞의 두 용이라고 확신했다.
“여기요. 괜히 애들 먹는 거 뺏어 먹지 마세요.”
세준이 수프를 퍼서 두 용에게 주며 말했다.
-크흠!
-흠!흠!
세준의 말에 민망한지 두 용은 헛기침을 하고는 수프를 삼켜 본체에 수프를 전송했다.
그렇게 용에게 수프를 준 세준은 점심을 먹으러 온 토끼들에게 수프를 주고 프라이팬을 달구며 감자전을 만들 준비를 했다. 식용유는 없었지만, 장어를 잡을 때마다 모아둔 지방이 있었다.
슥.
세준이 프라이팬 위에 손을 가까이 가져가 프라이팬이 잘 달궈졌는지 확인했다.
‘됐다.’
프라이팬에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자
휙.
세준이 엄지손톱 크기의 장어 지방을 프라이팬에 던져 넣었다.
치이이익.
달궈진 프라이팬의 열기에 지방이 녹으며 금세 액체로 변하며 프라이팬을 기름으로 코팅했다.
삐익?
뺘아?
삐릭?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지방이 녹는 소리에 토끼들의 귀가 쫑긋 섰다.
“좋아.”
세준이 감자 반죽을 크게 한 국자 떠 프라이팬에 올렸다.
치이이이익.
노릇한 소리와 함께 일어가는 감자전 반죽을 국자로 누르며 넓게 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앞면이 적당히 구워지자
“잇차.”
손목의 스냅을 줘서 감자전을 뒤집어줬다.
착.
높은 민첩 스탯 덕분에 감자전이 아름답게 포물선을 그리며 180도 돌아간 상태로 프라이팬에 완벽하게 착지했다.
“훗.”
감자전을 망치지 않고 뒤집었다는 흐뭇함에 세준이 코를 한껏 세우고 우쭐함을 즐기고 있을 때
삐익!
뺘아!
삐릭!
토끼들이 자신의 그릇을 들고 세준의 뒤에서 세준을 불렀다.
“응? 아 먹어보고 싶다고? 잠깐만.”
세준이 넓은 접시에 감자전을 올리고 젓가락으로 감자전을 쭉쭉 찢고
꿀렁.꿀렁.꿀렁.
옆 그릇에 꿀을 3꿀렁 부었다.
“그냥 먹어도 되는데 조금 식으면 여기 꿀에다 찍어 먹어. 그럼 더 맛있어.”
세준이 토끼들에게 감자전 먹는 방법을 알려주고
치이익.
장어 기름을 넣으며 다음 감자전을 준비했다.
그렇게 감자전을 10장 정도 굽자 토끼들은 배불리 먹고 다시 일을 하러 갔고 꾸엥이만 남아 열심히 감자전을 꿀을 찍어 먹고 있었다.
꾸엥!
감자전 하나를 통째로 꿀에 듬뿍 찍어 입에 넣은 꾸엥이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팔을 흔들며 자신의 흥을 표현했다.
“그렇게 맛있어?”
꾸엥!
꾸엥이가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꾸엥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나도 하나 먹어봐야지.”
졸졸졸
세준이 테오가 이번에 얻어온 새로운 소스를 꺼내 검은색 액체를 작은 접시에 부었다. 간장이었다.
송송송.
거기다 청양고추 하나를 썰어 넣었다. 이러면 짭쪼롬하면서 매운맛이 어울려 감자전을 아무리 먹어도 느끼함 없이 계속 먹게 만들어준다.
“흐흐흐. 먹어볼까?”
세준이 젓가락으로 감자전을 한 점 집어 간장을 찍었을 때
-그것이 무엇이냐?
-그건 뭐로 만든 거지?
수프를 다 먹은 두 용이 감자전에 관심을 보였다. 원래는 입맛이 까다로운 용들이지만, 세준이 만든 건 일단 먹어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
탑 55층.
이오나가 그리드를 처치하는 동안 늑대들과 흑토끼와 쀼쀼가 저택을 지키는 수비병들을 처치했다. 결계와 용아병은 켈리온이 탑 99층으로 가는 순간 사라졌다.
덕분에 수월하게 저택을 점령했다. 그리드의 대저택에는 엄청난 보물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창고에 가득한 농작물들.
이것들을 보니 이오나는 그리드가 얼마나 탐욕스러웠는지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이것들의 처분은 나중에 세준 님에게 물어보도록 하죠. 봉인!”
이오나가 대저택을 마법으로 봉인하고 밖으로 나와 주변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토끼들을 해방하기 시작했다.
물론 멧돼지들의 저항이 있었지만, 농장의 토끼들을 관리하던 나태한 관리병들뿐. 이오나와 동물들의 상대는 아니었다.
그렇게 마을 몇 개를 점령하자 합류한 토끼들의 수가 300마리로 늘어났다. 생각보다 그리드에게 잡힌 토끼의 숫자가 많았다.
“마력의 힘이여. 나의 명에 따라 적을 공격하라. 폭격!”
이오나의 마법과 함께 수천 개의 매직 미사일이 방어라인의 선두에 있는 멧돼지족들을 향해 퍼부어졌다. 이오나가 농작물에 피해가 가지 않게 가장 피해가 적은 마법을 골랐다.
“멧돼지들을 몰아내라!”
“적을 물리쳐라!”
무너진 방어라인을 향해 블랙 울프족과 실버 울프족이 달려 나갔다.
뺙!
뾰옥!
뾰옵!
그런 늑대들의 등에는 해머를 든 흑토끼와 탑 55층에서 합류한 농기구를 든 노예 토끼들이 함께 했다.
토끼들은 오랜 노예 생활로 움직이기도 힘들어 보였지만, 멧돼지들을 몰아내는 데 기꺼이 힘을 보탰다.
그렇게 전투가 이어지자 멧돼지들이 다른 층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구심점을 잃었기에 다시는 탑 55층을 노리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레드리본 왕국이 망한 지 100년 만에 다시 레드리본 왕국의 깃발이 탑 55층에 휘날리기 시작하며 왕국의 재건이 다른 층에 알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