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14)
14화. 완판이다냥.
14화. 완판이다냥.
“어?! 유랑 상인이다.”
“어머! 고양이야!”
“고양이 유랑 상인이라니!”
“뭐 파는지 가보자.”
헌터들이 테오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갔다.
“엥? 방울토마토?”
다가갔던 헌터들이 테오가 돗자리 위에 수북이 쌓아둔 방울토마토를 보고는 실망했다. 유랑 상인이 파는 무기나 신비한 물약을 기대했는데 밖에서도 먹을 수 있는 방울토마토였으니 그럴 만했다.
“어리석은 인간들, 너희들이 그럴 줄 알았다냥. 이건 너희들이 알던 그 방울토마토와 다르다.”
세준은 테오가 시키는 건 곧잘 한다는 걸 텀블러 등의 물건을 팔 때 확인했기에 아주 디테일하게 지시를 내렸다.
“다르다고?”
“그렇다냥. 한 번 옵션을 확인해 보라냥.”
테오는 세준의 지시대로 방울토마토가 아이템임을 어필했다.
“옵션?!”
“이거 아이템이었어?”
헌터들이 방울토마토를 들어 옵션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마력의 방울토마토?”
“10분 동안 마력 0.1 상승?”
“너무 낮은데.”
역시 남성 헌터들의 반응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그들의 레벨은 45~48. 그들의 레벨에서 장비의 옵션까지 합하면 마력 0.1은 있으나 마나 한 스탯이었다.
하지만
“이걸 먹기만 하면 지방 10g 분해?”
“진짜 이게 가능해?”
여성 헌터들의 반응은 달랐다. 그들은 바로 상품의 진가를 알아봤다. 밖에 나가면 맛있는 걸 먹으면서 몸매를 유지하고 싶어 하는 무수한 여성들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템에 적힌 옵션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거 얼마야?!”
여성 헌터 중 하나인 제시카가 흥분하며 방울토마토의 가격을 물었다. 그녀는 이걸 보자마자 자신의 여동생 애나를 떠올렸다.
애나는 초고도비만으로 위 절제 수술까지 받았지만, 작년부터 우울증으로 폭식을 시작하며 다시 몸무게가 120kg까지 올라갔다.
요즘 애나의 건강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제시카에게는 마력의 방울토마토가 한 줄기 빛처럼 느껴졌다.
“마력의 방울토마토 1개당 0.05탑코인이다냥.”
“뭐?!”
테오의 말에 다른 헌터들이 놀랐다. 방울토마토 하나의 가격으로는 터무니없이 비쌌기 때문이다.
“여기 있는 절반을 살게.”
“엥?! 정말 이냥?! 절반이면 500개다냥!”
제시카의 말에 이번에는 테오가 화들짝 놀랐다. 500개면 25탑코인이다. 단숨에 계약서의 판매 금액 5탑코인을 훌쩍 넘어섰다. 그 말은 세준의 농작물을 영원히 팔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응. 500개 살게. 여기 25탑코인.”
제시카가 돈을 건넸다. 이미 애나의 치료를 위해 쓴 비용에 비하면 큰 돈도 아니었다.
“다…다시 생각해 보는 게 어떠냥? 인간, 너는 충동구매를 하고 있다냥.”
테오가 종신 계약을 파기하기 위해 제시카의 돈을 받으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구매를 말렸다.
하지만 그것은 역효과를 냈다.
‘500개나 산다는데 오히려 말려?’
‘이거 뭔가 있는 거 아냐?’
‘몇 개 사서 여자친구한테 줄까?’
헌터들은 팔기 싫어하는 테오의 태도를 보며 오히려 궁금증이 생겼다.
“나도 100개 줘.”
“난 50개.”
“나도 50개!”
헌터들이 경쟁적으로 방울토마토를 사기 시작했다. 방울토마토 하나의 가격이 비싸긴 했지만, 그들 같은 정예 헌터에게는 큰 돈이 아니었다.
그 정도 탑코인은 며칠 사냥만으로 충분히 벌 수 있는 돈. 그들은 궁금증을 충족시키기 위해 충분히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헌터들은 휴식이 끝나자 다시 거미 몬스터를 사냥하러 갔다.
“이…이럴 수가…”
테오가 텅 빈 돗자리를 보며 울먹였다.
“와…완판이다냥.”
냥생 최초의 완판. 고양이 유랑 상인 테오의 전설이 시작되고 있었다.
***
조난 134일 차.
“읏차”
세준은 오늘도 힘차게 일어났다.
레벨업을 할 때마다 보너스 스탯으로 힘과 체력을 올렸더니 원래도 몸의 컨디션이 좋았는데 이제는 아침마다 기운이 넘쳐났다. 거기다 탑농부의 직업 특성인 잔병치레하지 않는 것도 은근히 좋은 거 같았다.
슥슥.
세준이 벽으로 가서 습관이 된 벽에 획 하나를 긋고 하루를 시작했다.
삐익!
삐이!
뺘아!
뺙!
백토끼들과 흑토끼가 일어나 세준에게 아침 인사를 했다.
“그래. 좋은 아침.”
인사를 한 토끼들은 각자 자신의 일을 시작했다. 세준도 작은 연못에서 세수를 하고 방울토마토 수확을 시작했다.
톡.톡.
…
..
.
그렇게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을 때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레벨 10이 된 이후로 오랜만의 레벨업이었다. 세준은 보너스 스탯으로 힘을 올렸다.
“잘하고 있겠지?”
세준은 테오를 떠올렸다. 지금쯤이면 헌터들을 만났을 것이다.
“몇 개나 팔고 오려나?”
완판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워낙 어리숙한 녀석이라 제대로 팔 수는 있는지 걱정이 컸다.
“그래도 필살기도 알려줬으니까. 절반은 팔겠지?”
세준이 알려준 필살기인 무료 시식과 꾹꾹이 서비스. 하지만 세준은 테오가 필살기를 쓰기도 전에 방울토마토가 몇 분 만에 완판됐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방울토마토가 팔리기 시작하면 내 이름도 알려지겠지? 흐흐흐.”
세준은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농작물이 팔린다니 괜히 뿌듯했다.
그때
윙윙.
독꿀벌이 동굴 천장의 구멍으로 들어왔다.
“왔어?”
부비부비
오늘도 독꿀벌은 세준의 얼굴에 몸을 비비며 애교를 떨면서 출석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윙윙.
방울토마토밭으로 꿀을 빨러 갔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삐익!
아내 토끼가 마른 파 이파리를 불에 넣기 시작했다. 어느새 점심이었다.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토끼들을 도와 밭에 물을 주다보니 시간이 금세 갔다.
뺙!뺙!
해머로 벽치기를 하며 수련을 하고 있던 흑토끼가 세준을 불렀다. 하루 중 자신이 가장 활약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흑토끼는 항상 피라니아 사냥 시간을 기다렸다.
“그래. 간다.”
세준이 서둘러 연못으로 이동해 횃불을 좌우로 휘둘렀다.
첨벙!
뾱!
깔끔한 해머질. 이제 흑토끼는 아주 능숙하게 피라니아를 사냥했다.
그렇게 피라니아를 5마리 사냥했을 때 흑토끼의 몸이 잠깐 빛났다.
“어?! 레벨업 했어?
끄덕끄덕.
흑토끼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백토끼들이 농사 일을 하다가 레벨업을 하는 건 몇 번 봤지만, 흑토끼가 레벨업 하는 건 처음 봤다.
“레벨업 축하해.”
뺘악!
흑토끼가 의기양양하게 세준을 바라봤다. 나 어떰?
흑토끼는 조금 걱정스러울 정도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조만간 물에 들어가서 피라니아를 잡겠다고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사이 흑토끼는 다른 백토끼에게 우다다 달려가 자신의 레벨업 소식을 요란스럽게 알렸다.
삐익!
삐이!
뺘아!
백토끼들이 흑토끼를 축하해줬다.
점심은 덕분에 조금 요란했다. 토끼들이 떠드는 동안 생선구이와 구운 대파로 점심을 끝낸 세준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즘 세준에게는 점심 식사 후의 낙이 생겼다.
“흐흐흐. 커피 마셔야지.”
세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신의 지정석에 올려둔 텀블러를 들었다.
테오가 떠나고 컵으로 쓰려고 텀블러를 열었을 때
“커피다!”
텀블러 안에는 가누 10봉지가 들어 있었다. 테오에게 판 상인도, 테오도 텁블러는 열어보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엄청난 득템. 아마 테오가 텀블러 대신 커피를 팔았다면 세준은 돈을 냈을 것이다.
세준이 텀블러를 작은 연못으로 가져가 물을 4분의 1 정도 채우고
탁.탁.
가누의 끝부분을 잡고 검지를 가볍게 튕겨 끝부분을 털어냈다. 커피 알갱이 하나 놓칠 수 없었다. 그렇게 준비가 끝난 가누 커피 1봉지의 입구를 뜯어 텀블러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쉐킷쉐킷.
커피 알갱이를 녹이기 위해 뚜껑을 닫고 흔들어 줬다.
딸깍.
후루룩.
입구를 열고 세준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쏴아.
쓴맛이 나며 커피의 검은 파도에 생선의 비린내와 파의 단맛이 깨끗하게 쓸려나갔다.
“크으. 역시 식후에는 커피지.”
물을 끓일 도구가 없어 뜨아도, 얼음이 없어 아아도 만들 수는 없었지만, 그냥 시원한 연못 물로 타서 마시는 커피도 나쁘지 않았다.
거기다
꿀렁.
세준이 생수통에 모아두었던 꿀을 조금 부었다.
“아 좋다.”
쓴맛과 단맛이 조화되면서 새로운 맛을 만들어냈다.
토끼들이 커피를 마시며 미소 짓는 세준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커피를 탄 첫날에 토끼들이 궁금해하기에 조금 줘봤는데 한 번 찍어 먹어보고는 몸서리를 쳤다. 꿀을 탄 커피도 마찬가지였다. 토끼의 혀는 커피의 쓴맛을 더 민감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후식으로 커피까지 제대로 먹은 세준이 오후 농사를 시작했다.
“흥흥흥.”
세준이 콧노래를 부르며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밭에 물을 줬다. 점심에 커피 한 잔 먹었을 뿐인데 오후 내내 즐거웠다.
그렇게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삐익!
삐이!
토끼들이 세준에게 인사를 하고 굴로 들어가 잘 준비를 했다.
“잘자!”
세준도 토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잠자리에 가서 흙을 두드리며 잘 자리를 만들었다.
그때
윙윙.
독꿀벌이 동굴 천장을 분주하게 날아다녔다.
“너 아직 안 갔어?”
요즘 일찍 오고 늦게 가긴 했지만, 이 시간까지 독꿀벌이 돌아가지 않은 적은 처음이었다.
“얼릉 가서 자.”
윙윙.
독꿀벌은 세준의 말도 무시하고 열심히 날아다녔다.
“알았다. 난 잘게. 내일 보자.”
커어어.
세준은 흙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들었다.
윙윙.
독꿀벌이 열심히 동굴 천장에 뭔가를 만들었다.
***
“왜 안 오지?”
테오를 상대로 사기를 친 고블린 유랑 상인 스카람이 테오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분명 자신이 넘긴 물건을 팔지 못했을 테니 실망하면서 돌아올 때가 됐다.
‘그리고 실망한 놈을 위로해주며 더 큰 기회가 있다며 돈을 빌려주는 거지.’
그러면 그때부터 놈은 고리대로 빌린 돈을 갚기 위해 원금은커녕 평생 불어나는 이자를 갚기 위해 죽을 때까지 노예처럼 일하게 될 것이다.
“클클클. 정말 오랜만에 호구하나 제대로 물었어.”
스카람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테오를 기다리던 스카림은 유랑 상인들의 판매 금액 랭킹이 표시되는 게시판으로 갔다. 하루에 한 번씩 자신의 랭킹을 확인하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게 인생의 낙 중 하나였다.
[유랑 상인 판매 금액 랭킹]…
..
.
999위 – 스카람[45.2탑코인] 1UP
“클클클. 드디어 1000위 안에 들었군.”
1000위에서 한 단계 올라 999위가 됐다. 여러 초짜 유랑 상인들을 등쳐서 간신히 만든 순위였다.
그렇게 자신의 순위를 확인한 스카람이 자신보다 순위가 높은 상인들의 이름을 아래서부터 쓱 살펴봤다. 언젠가 자신이 밟고 올라가야 할 대상들이었다.
그때 스카람의 고개가 조금 올라가다 멈췄다.
“응?!”
도저히 그곳에 있는 것이 불가능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982위 – 테오[50탑코인] NEW!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분명히 못 팔았을 텐데…”
스카람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
윙윙.
독꿀벌의 날개 소리에 눈을 뜬 세준. 아침까지 독꿀벌은 천장을 분주하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때
“응? 벌집?”
세준의 눈에 작은 벌집이 보였다. 어제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이걸 만들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사 온 거야?
윙윙.
부비부비
세준의 물음에 독꿀벌이 위아래 3번 움직이고는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듯이 세준의 얼굴에 몸을 비볐다.
조난 135일 차, 독꿀벌이 독립해 세준의 동굴로 이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