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용의 발톱을 얻다.
156화. 용의 발톱을 얻다.
세준의 농장에서 막걸리만 훔쳐 갈 존재는 뻔했다. 추리도 필요 없다. 에일린의 할아버지이자 애주가인 카이저밖에 없으니까.
“방심했네.”
요즘 바쁜 일이 있는지 나타나지 않길래 숨겨두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테오 앞에 생선구이, 꾸엥이 앞에 꿀, 카이저 앞에 막걸리를 둔 자신의 잘못이었다.
“아니. 그래도 다 가져가는 건 아니지. 나도 아직 맛을 못 봤는데······.”
‘여기 있던 게 일반 막걸리 10병에, 농작물을 섞은 막걸리가 50병 정도니까······.’
“그럼 막걸리 160병만큼 비늘을 받아내야지.”
농작물을 섞은 막걸리는 더 많은 자신의 많은 노력이 들어갔으니 3배의 프리미엄을 붙여 계산하기로 했다.
그렇게 세준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때
-우리 세준이 여기 있었구나!
파닥.파닥.
카이저가 세준을 부르며 빠르게 날아왔다.
“네?!”
우리 세준이요? 카이저의 호칭에 세준이 흠칫했다. 세준이놈이라고 부를 때는 언제고 갑자기 우리 세준이라니?
세준이 카이저의 말투에 당황할 때
-이 기특한 놈! 언제 그런 막걸리를 만든 것이냐?!
카이저가 다짜고짜 세준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
몇 시간 전.
“크하하하. 자 다시 마시자!”
카이저가 가져온 막걸리로 술판을 이어가기 시작한 용들.
“오! 검은 탑에도 막걸리가 있었군!”
“크하하하. 우리 탑농부가 나 먹으라고 만든 거야!”
주인의 허락도 없이 몰래 훔쳐 왔지만, 분명 자신을 위해 만들었다고 강하게 믿는 카이저. 카이저는 일단 일반 막걸리를 따서 용들에게 줬다.
쪼르륵.
“어디 마셔볼까?”
꿀꺽.꿀꺽.
1용 1막걸리병을 들고 용들이 자작을 하며 막걸리를 마셨다.
“흥! 그래도 우리 탑농부한테는 안될걸?”
생각 외로 맛있는 막걸리에 자존심이 상한 아르테미스가 질 수 없다는 심정으로 말했다.
“뭐?! 우리 세준이가 만든 막걸리를 무시하는 거야?! 밖으로 나와! 대결이다!”
아르테미스의 말에 발끈한 카이저가 외쳤다. 탑 안에서는 그렇게 하찮게 여기더니 밖에서는 세준이 만든 막걸리가 무시받자 자신이 무시 받은 것처럼 나서는 카이저였다.
“밖으로 나오라면 못 나갈 줄 알고?!”
쿵!쾅!
그렇게 카이저와 아르테미스가 밖에서 다투기 시작할 때
“자. 마시자고! 힘내! 켈리온. 분명 아작스도 농사에 성공할 때가 올 거야.”
“말이라도 고맙군.”
둘이 싸우든 말든 브라키오와 켈리온은 막걸리를 마셨다.
“크흐. 좋다! 뭐야? 벌써 다 마셨네?”
“여기 더 있어.”
금세 막걸리 1병씩을 비운 켈리온과 브라키오. 브라키오가 카이저가 가져온 막걸리를 마법을 이용해 자신과 켈리온의 앞에 한 병씩 옮겼다.
그리고
딸깍.
뚜껑을 열고
쪼르륵.
잔에 따라
“자 짠!”
“아작스의 풍작을 기원하며!”
쨍.
술잔을 부딪히고 술을 마셨다.
그때
“크흐. 어?!”
“어머?!”
둘이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막걸리에서 생각지 못한 맛이 났기 때문.
“고구마?”
“옥수수?”
“옥수수라고?”
“고구마? 우리 바꿔 먹어보자!”
그렇게 둘은 술병을 바꿔 다시 마셨고
“다른 것도 까보자!”
“그래!”
카이저가 가져온 술병을 까서 한입씩 마셔보기 시작했다.
“맛이 몇 개야?!”
“그러니까······.”
고구마, 감자, 옥수수, 당근, 방울토마토, 땅콩, 수박, 망고, 바나나 그리고 아직 숙성이 안 된 밤막걸리까지. 총 10가지 맛의 막걸리라니!
거기다 세준이 기른 농작물이 들어간 막걸리는 맛도 훨씬 좋고 뭔가 미세하지만, 몸에 변화를 주는 느낌까지 있었다.
“박세준, 이 대단한 녀석······ 가만 있어 보자··· 내 용아병이······.”
켈리온이 혼잣말로 세준을 칭찬하며 자신의 남은 용아병이 몇 마리나 있는지 생각했다. 용아병 하나면 10가지 맛 막걸리를 10병씩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준은 3배 정도의 프리미엄을 생각했지만, 켈리온은 10배의 프리미엄을 붙여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세준··· 검은 탑의 탑농부······.”
브라키오의 표정을 보니 10병도 못 얻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마시자!’
꿀꺽.꿀꺽.
켈리온이 손자 걱정도 잊고 열심히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하자
“앗! 치사하게 혼자 마시는 거야?!”
브라키오도 정신을 차리고 다시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했다.
잠시 후
“크하하하!”
“으하하하!”
카이저와 아르테미스가 얼굴이 퉁퉁 부은 상태로 어깨동무를 하고 들어왔다. 애도 아니고 싸우다 친해져 들어온 둘.
“어?! 뭐야?!!!”
“누가 다 먹었어?!”
그런 그들의 앞에 바닥에 널브러진 빈 막걸리병 수십 개가 보였다. 그들이 나가 있는 동안 켈리온과 브라키오가 막걸리를 거의 다 먹어 버린 것이다.
“어?! 왔냐?”
뒤늦게 둘을 발견한 켈리온이 말했다.
“어?! 왔냐?! 지금 그런 말이 나와?!”
“이거 마셔봐. 그럼 내가 왜 이러는지 알 거야······ 카이저 너는 좋겠다. 세준이 같은 탑농부도 있고.”
켈리온이 막걸리를 카이저에게 건네며 부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쟤 왜 저래?’
꿀꺽.
카이저가 켈리온을 이상한 눈으로 보며 막걸리를 쭉 들이켰다. 몸을 썼더니 목이 말랐다.
그리고
“······!!!”
고구마막걸리의 맛을 보자 켈리온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세준이가 10가지 종류의 막걸리를 새로 만들었어.”
맛에 충격을 받은 카이저에게 켈리온이 추가 설명을 해줬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카이저가 세준의 양조장에서 막걸리를 가져온 것을 후회했다. 혼자 먹어도 아까운 술을 지금 다른 용들과 나눠 먹겠다고 가져온 것이다.
“무슨 맛이길래?”
홀짝.
“······이건?!”
옆에서 카이저의 반응을 보고 궁금증이 생긴 아르테미스도 막걸리를 한입 마시고 충격에 빠졌다.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맛있어!
“흐흐흐. 역시 우리만 그런 게 아니네.”
“쟤네들 정신 차리기 전에 빨리 마시자.”
충격에 빠진 카이저와 아르테미스를 두고 켈리온과 브라키오가 다시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했다.
“멈춰! 그만 먹어! 이제 안 줄 거야!”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카이저가 막걸리를 수거하려 했지만, 남은 건 켈리온이 일부러 남긴 각 막걸리 10병 바닥에 남긴 두 잔 정도 양의 막걸리뿐이었다.
10가지 막걸리의 맛은 보라는 의미였다.
“이건 무슨 맛이지? 향이 독특한데?”
“크흐흐흐. 이건 수박이라는 거다.”
수박 맛을 모르는 아르테미스에게 카이저가 우쭐해 하며 설명해줬다.
그렇게 카이저와 아르테미스가 10가지 맛의 막걸리를 다 마셨을 때
“카이저! 박세준을 나한테 넘겨!”
브라키오가 카이저에게 세준을 요구했다.
“무슨 소리야?! 탑농부를 넘기라니?! 한 번 탑농부가 되면 죽을 때까지 그 탑의 탑농부로 살아야 한다는 걸 몰라? 그리고 된다고 해도 우리 세준이는 절대 안 돼!”
카이저가 브라키오의 말에 화를 내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감히 우리 세준이를 달라니?!
“흐음······ 과연 그럴까?”
브라키오가 꺼림직한 눈빛을 하며 말했다.
“뭐?! 그럼 다음 회의 때 보자!”
카이저가 서둘러 검은 탑으로 돌아갔다. 세준에게 빨리 막걸리를 만들어 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
-우리 세준이 필요한 것은 없느냐? 참! 아까 가져간 술에 대해서는 내가 비늘 20장으로 보답하마! 그리고 앞으로 새로운 막걸리에 대해서는 2병당 비늘 하나를 지급하지!
“어?! 정말요?! 감사합니다! 아! 그런데 카이저 님, 지금 이러고 계실 때가 아닌데요.”
카이저의 제안에 기뻐하던 세준이 지금 열심히 수련을 하고 있을 에일린을 떠올리며 말했다.
-왜? 무슨 일이냐? 내가 다 해결해 주마!
빨리 세준에게 막걸리를 만들게 할 생각에 카이저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세준의 일이 아니라 에일린의 일이었다.
“에일린이 지금······.”
세준이 테오가 우연히 검은 용의 드래곤하트 파편을 얻었고 지금 에일린이 그것을 이용해 드래곤하트를 고치겠다며 수련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뭐?! 우리 에일린이 드래곤하트 파편을?
“괜찮을까요?”
세준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에일린이 자신 있게 말했지만, 그래서 더 걱정이 됐다.
-걱정 말거라. 드래곤하트와 공명하는 건 용족이라면 숨 쉬는 것만큼 간단한 일. 별일은 없을 거다. 크하하하. 테오 이 녀석! 정말 큰 일을 했군.
그렇게 세준의 물음에 대답한 카이저가 테오를 칭찬했다. 드래곤하트를 아주 작은 파편이지만, 그걸 구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했다.
드래곤하트는 용이 죽으면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빠르게 환원되기에 구할 수가 없다. 카이저도 환원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말만 들었을 뿐. 근데 그걸 테오가 구해온 것이다.
지금 막걸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아니 안 먹어도 된다는 말은 아니고 조금 늦게 먹어도 괜찮았다.
-위대한 검은 용의 일족에게 도움을 줬으니 내 특별히 프리타니가 가주의 권한으로 너에게 상을 내리겠노라!
“뭐냥?! 뭘 줄 거냥?!”
카이저의 말에 테오가 흥분했다. 카이저에게 좋은 선물을 받아 세준에게 줄 생각에 테오는 신이 났다.
테오의 머릿속 공식은 이랬다.
‘박세준에게 돈을 주면 박세준의 무릎과 츄르, 테 부회장 기간 연장권이 나온다냥!’
‘박세준에게 단검을 주면 박세준의 무릎과 츄르, 테 부회장 기간 연장권이 나온다냥!’
…
..
.
세준에게 뭘 주면 자판기처럼 무릎과 츄르, 테 부회장 기간 연장권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테오였다.
-특별히 프리타니라는 성을 쓸 수 있게 해주지.
“냥?”
프리타니라는 성을 받는 게 좋은지 나쁜지 판단할 수 없던 테오가 세준을 바라봤다. 앞발은 무형의 것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절레절레.
세준이 고개를 저었다. 이름에 성 하나 더 달린다고 뭐가 달라지나. 명예보다는 실리였다.
“별루다냥! 다른 걸 달라냥!”
-흐음··· 의외군. 천 년 전까지만 해도 다들 좋아했는데······ 그럼 나의 발톱을 주지.
끄덕.끄덕.
“좋다냥!”
세준의 끄덕거림에 테오가 카이저의 발톱을 받기로 했다.
-됐다.
“냥?! 뭐가 됐냥? 나는 아직 발톱을 못 받았다냥!”
-발톱을 뽑아봐라.
빳칭!
테오가 앞발의 발톱을 뽑자 검은빛을 띠는 10개의 발톱이 나타났다. 바로 테오의 발톱을 용의 발톱으로 교체한 카이저였다.
“냥!”
테오가 자신의 바뀐 발톱을 신기하게 바라보다
“냐앙··· 이건 박 회장에게 줄 수 없다냥······.”
세준에게 발톱을 줄 수 없음에 슬퍼했다.
“괜찮아. 대신 테 부회장이 강해졌잖아.”
“냥! 그렇다냥! 내가 이 발톱으로 박 회장을 지켜주겠다냥! 근데 졸리다냥.”
“그래. 카이저 님, 저희는 그만 자야 할 것 같습니다.”
세준이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래. 아침에 보지.
그렇게 세준과 테오가 집으로 자러 들어가고
-크흠. 요즘 우리가 활동이 너무 뜸했나?
용족의 존재감이 작아졌다고 느낀 카이저가 생각에 잠겼다.
아까 자존심 때문에 내색은 안 했지만, 프리타니라는 성을 거부한 테오 때문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프리타니라는 성을 쓰게 된다는 건 탑 안에서 검은 용으로 대우를 받는다는 의미.
-그런데 그걸 거절해?
하지만 이건 용족의 존재감이 작아진 게 아니라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세준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커어어.
고로롱.
그렇게 검은 탑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대단한 기회를 놓친 것도 모르고 둘은 잘만 잤다.
조난 312일 차 테오가 용의 발톱을 얻었다.
그리고 생일 파티까지 5일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