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당장 튀어와!
164화. 당장 튀어와!
검은 탑의 관리자 구역.
-크흠······ 에일린, 일단 아작스의 멱살은 놓아줬으면 좋겠구나.
에일린에게 맞고 기절한 아작스를 보며 켈리온이 헛기침을 하며 불편한 기색으로 말했다.
자신의 손자가 에일린보다 300살이나 많고 에일린은 용들 사이에서 드래곤하트가 굳어가는 병에 걸려 마력이 거의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런 에일린에게 자신의 손자가 기절한 상태로 멱살을 잡혀 질질 끌려다니고 있으니 속이 편할 수가 없었다.
-그래. 에일린. 일단 멱살은 놓고 왜 아작스가 여기에 있는지 얘기해 보거라.
카이저가 켈리온의 말에 동조하며 말했다. 드래곤하트에 관한 것을 먼저 묻고 싶었지만, 켈리온을 위해 양보했다.
에일린이 뿜어내는 마력의 크기만 봐도 에일린의 병이 완치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
“네. 사실······.”
에일린이 아자스의 멱살을 풀고 자신이 아작스의 멱살을 잡게 된 과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가 세준이랑 얘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작스 오빠가 불법 침입하고 있다는 알람이 나타났어요. 그래서······.”
-고얀 놈······!
-끄응······
에일린이 말할수록 카이저는 분노하며 아작스를 노려봤고, 켈리온은 침음을 삼켰다. 아작스가 이용하려는 비밀통로는 자신이 발견해 아작스에게 알려준 것.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거기다 자신이 아작스에게 세준과의 계약 내용과 독점 재배권에 대해 얘기하지 않은 탓에 아무것도 모르고 씨앗을 심은 아작스가 세준의 밑에서 100년을 구르게 됐다.
물론 알려줬어도 아작스는 계약을 어겼을 가능성이 컸지만, 어쨌든 켈리온은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했다.
‘이걸 아작스가 알면 안 되겠지?’
켈리온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작스가 자신의 잘못을 알 수 없도록 처리하기로 했다.
그리고
퍽!
“컥!”
아작스가 절대 일어나지 못하도록 발로 아작스의 뒤통수를 쳐 확실하게 기절시켰다. 괜히 일어나 쓸데없는 소리라도 하면 자신의 계획이 실패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게 그런 말이었군.’
[이계(二誡) – 탑농부는 다른 탑의 탑농부들을 거느릴 수 있다.]켈리온은 이번 일 덕분에 계명 중 이계가 무엇을 말하는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탑농부를 거느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이건 나중에 써먹을 수도 있겠어.’
켈리온이 좋은 정보를 얻은 것에 만족했다.
그리고
-크음······ 이건 명백한 아작스의 잘못이니 100년간 절대 세준이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는 계약서를 쓰는 것으로 용서해 주는 것이 어떻겠나?
계약서를 쓰는 것으로 이 일을 해결하려 했다. 새로운 사실로 기존 사실을 덮어버릴 작정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잘못은 완전히 묻히는 거다.
-흐음. 계약서라 괜찮은 것 같군. 에일린 네 생각은 어떠냐?
카이저가 에일린에게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100년 더 추가해서 200년으로 해주세요. 100년은 원래 있던 거잖아요.”
에일린은 100년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세준이었다면 생명의 위협 없이 아작스를 부릴 수 있는 계약서에 옳다쿠나 사인했겠지만, 에일린의 입장에서 아작스는 이미 100년짜리 노예.
100년간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는 계약서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끄응······ 좋다.
켈리온이 계약서를 만들어
꾸욱.
아작스의 발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주세요. 제가 세준이한테 보낼게요.”
에일린이 세준에게 계약서를 보내자
“이걸 찍으면 된다냥?”
기절한 존재에게서 도장을 잘 받아내는 지장 찍기의 달인 테오가 세준의 엄지를 계약서에 찍었다. 그렇게 세준과 아작스가 기절한 사이 계약 당사자들 모르게 계약이 체결됐다.
그렇게 아작스의 일이 정리되자
-에일린, 그나저나 드래곤하트는 어떻게 된 것이냐?
카이저가 아까부터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병 때문에 동년배는커녕 갓 태어난 용과 마력량을 비교당하던 에일린. 하지만 지금의 마력량은 거의 성룡급에 다다라 있었다.
“크히히히! 엄청 높은 할머니가 도와주셨어!”
-엄청 높은 할머니?
“응! 카이-라 할머니!”
-뭐? 카이-라 님이 도와주셨다고?!
에일린의 말을 들은 카이저가 놀라며 소리쳤다. 100만 년도 더 전에 창조신이 최초로 만든 10마리의 용.
그리고 그중 최강의 용이라 불렸던 카이-라 프리타니. 그녀는 모든 검은 용의 자랑이고 동경하는 대상이었다. 카이저도 어렸을 때 항상 카이-라의 이야기를 어른들에게 해달라고 졸랐었다.
“드래곤하트 파편에 카이-라 할머니의 사념이 남아있었어.”
-정말?! 그 드래곤하트 파편 어디 있어?
카이저가 급하게 물었다.
“이제 할머니 사념 사라졌어.”
-아쉽구나······ 그래도 정말 다행이구나. 카이-라 님이 도와주시다니!
“응! 그럼 나 이제 세준이 보러 가도 돼?”
-크음······ 그건 힘들 것 같구나.
“왜?! 농작물 없는 데로 세준이 부를게.”
-그게······
카이저가 되도록 실망하지 않게 에일린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크헹? 내 마력이 너무 강해져서 가까이 가면 세준이가 위험하다고?!”
카이저의 말에 에일린이 큰 충격을 받았다.
“크힝······ 그러면 드래곤하트를 고친 보람이 없잖아! 세준이 생일파티에 짜잔 하고 나타나기로 했는데······.”
-일단 남은 시간 동안 세준이의 능력을 키워 보도록 하자.
에일린의 늘어난 마력을 줄일 방법은 없기에 카이저는 일단 세준을 키우자고 말했지만, 자신도 알았다. 택도 없는 얘기라는 걸.
이틀도 안 남은 시간 안에 에일린의 마력을 버틸 정도로 강해질 수 있었다면 세준은 탑 99층의 최약체로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에일린을 달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그래? 그럼 세준이가 강해지게 보양식 만들래! 할아버지도 도와줘!”
세준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에일린은 이번에는 자신의 사랑이 잔뜩 담긴 요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뭐?! 세준이놈한테 요리까지 해준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카이저는 세준을 질투하기 바빴다. 요리를 먹어야 하는 당사자의 심정도 모르면서.
***
블랙오크들이 다시 남하하기 시작했다!
탑 40층에서 사냥을 하고 있던 헌터들을 통해 빠르게 소식이 퍼지며 캠프에 있던 헌터들이 서둘러 이동했다.
하지만
쿵.쿵.
캠프 주변을 조여오는 블랙오크 병력들.
그때
“나는 블랙오크의 왕 우르치. 테오 박 님의 부하다!”
우르치가 앞으로 나서서 헌터들에게 말했다.
“테오 박 님의 물건을 훔친 존재를 찾고 있다. 협조하라!”
협조 안 하면 죽일 기세기에 헌터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블랙오크들에게 협조했다. 그래도 테오의 부하라는데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여자들은 저쪽, 남자들은 이리로 와서 줄을 서라!”
블랙오크들이 여자들은 천막으로 남자들은 넓은 공터로 데려와 줄을 세웠다.
헌터들의 반감을 사지 않도록 우르치 옆에서 헌터들과 거래하며 인간의 문화를 배운 고양이 인턴 빌이 적절한 조언을 하고 있었다.
“속옷만 남기고 다 벗어라.”
“네?!”
블랙오크의 말에 여성 헌터들이 당황했다. 옷을 벗기고 무슨 짓을 하려고?!
“부끄러워할 것 없다! 우리도 여자다!”
“네?!”
블랙오크가 육중한 가슴 근육 위에 걸쳐진 옷을 가리키며 말했다. 블랙오크족은 여자만 상의를 입는다. 상체만 봐서는 남녀 구분이 불가능하기에 생긴 블랙오크만의 문화였다.
그렇게 헌터들을 속옷 차림으로 만든 블랙오크들이 한 명씩 꼼꼼하게 헌터들의 몸에 삼두사 문신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렇게 캠프에 있던 헌터의 절반 정도가 검문을 받았을 때
“이것 놔라!”
남자 헌터들이 있는 곳에서 헌터 하나가 소란을 피우다 블랙오크에게 제압됐다. 그 헌터의 찢어진 상의 사이로 머리가 세 개인 뱀이 원형을 그리는 문신이 보였다.
“알고 있는 걸 다 말해라.”
블랙 오크족의 주술사 루켄이 해골 지팡이를 흔들며 말했다.
“뭘 말이냐?!”
“글쎄. 나는 모르지. 하지만 결국 다 말하게 되더군.”
퍽!
루켄이 해골 지팡이로 남자의 머리를 치자 해골 지팡이에 종속돼 있던 영혼들이 남자의 머리로 스며들었다.
잠시 후
“크헉! 제발! 제가 알고 있는 서클의 정보를 다 말할 테니 이 괴물들을 가져가 주세요!”
남자는 루켄에게 애걸했다.
“다 말하면 가져가 주지.”
“네! 제가 아는 건······.”
남자가 다 말하자
퍽!
루켄이 다시 남자의 머리를 해골 지팡이로 쳐 영혼들을 회수하고 우르치에게 갔다.
“알아냈습니다.”
“그래? 역시 루켄의 주술은 확실하군!”
“클클클. 블랙오크 처녀귀신의 한은 무서운 법이죠.”
그때
“왕이시여 검문이 끝났습니다.”
블랙오크 병사가 와서 보고했다.
“수고했다. 이동 준비를 하라! 루켄 어디로 가야 하지?”
“놈이 실토한 곳은 탑 38층입니다. 일단 그곳으로 가서 다시 정보를 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다! 전군 탑 38층으로 이동한다!”
뿌우우우.
뿔나팔 소리와 함께 블랙오크 병력이 탑 38층으로 이동했다.
***
“으음······.”
에일린의 마력에 노출되며 기절했던 세준이 깨어났다.
“박 회장! 괜찮다냥?!”
꿰엥?
[아빠 괜찮다요?]“응. 괜찮아. 근데 나 왜 기절한 거지?”
“모르겠다냥! 갑자기 엄청난 마력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냥!”
“마력?”
그게 마력이었나? 세준은 기절하기 직전 뭔가 가슴을 답답하게 했던 느낌을 떠올렸다.
“근데 지금이 몇 시쯤이야?”
꼬르륵.
세준의 물음에 대답하듯이 울리는 꾸엥이의 배꼽시계.
꾸엥!
[저녁 먹을 시간이다요!]“뭐?! 벌써?!”
세준이 서둘러 취사장으로 달려가자 냄비의 물은 모두 증발했고 떡은 진짜 벽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거 오늘 야근각인데?”
내일 오전까지 떡만 쪄야 감당할 수 있는 스케줄인데 펑크가 났으니 밤을 새야 할지도 몰랐다.
꾸엥!꾸엥!
[야식이다요! 허니팝콘 먹는다요!]야근을 야식으로 잘못들은 꾸엥이가 환호했다. 그런 꾸엥이를 보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그래. 야근 그게 뭐가 어렵다고. 그냥 야식 몇 번 먹으면 끝날 텐데.”
생각해 보니 진짜 별거 아니었다.
세준은 서둘러 새로운 떡을 안치고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은 얼큰한 오징어국. 계속 떡찌는 냄새를 맡았더니 얼큰한 게 먹고 싶어졌다.
“꾸엥아 창고에서 오징어 좀 꺼내줘.”
꾸엥!
[알겠다요!]꾸엥이가 아공간 창고에서 오징어를 찾아 꺼내오는 동안
타다다닥.
세준은 오징어국에 넣을 양파와 대파를 썰어 대형 냄비에 계속 넣었다. 냄비가 컸기에 엄청나게 넣어야 했다.
꾸엥!
[아빠 가져왔다요!]꾸엥이가 손질한 오징어 한 박스를 가지고 나오자 상자의 오징어를 전부 냄비에 쏟아 부었다. 그리고 고춧가루, 소금으로 간을 하고 마지막으로 청양고추를 투하했다.
후루룩.
“크으. 완벽해! 얘들아 밥 먹자!”
간을 본 세준이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동물들을 불렀다. 백토끼들은 매운 걸 못 먹었기에 간을 하기 전 미리 덜어둔 맑은 오징어국을 줬다.
우끼!
반대로 원숭이들은 매운 거를 처음 먹는데도 너무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저녁 식사가 끝나고 다시 새로운 떡을 안치고 멍하니 쉬고 있을 때
“박 회장. 박 회장. 이것 보라냥!”
세준이 자신을 제대로 칭찬할 수 있는 타이밍에 테오가 계약서 하나를 내밀었다.
[절대 명령 게약서]-200년간 을은 갑의 명령을 절대 거부할 수 없다.
특약 사항.
…
..
.
갑 : 박세준(인)
을 : 아작스 마므브(인)
특약 사항에는 을의 재산이나 목숨 등을 요구하는 명령은 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근데 내가 이 계약서에 언제 지장을 찍었지?”
세준이 계약서에 선명하게 찍힌 자신의 엄지 자국을 보면서 의아해했다.
“내가 박 회장이 기절해 있을 때 에일린 누나가 준 걸 찍었다냥!”
“에일린이?! 아!”
세준은 그제야 에일린이 아작스를 끌고 오겠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에일린이 진짜 아작스를 끌고 와서 나 건드리지 말라고 계약서를 받아줬나보네.”
흐흐흐. 그럼 아작스는 내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는 말이지?
“아작스, 당장 튀어와!”
세준이 아작스를 소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