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19)
19화. 감자를 심다.
19화. 감자를 심다.
조난 154일 차, 아침.
“읏차!”
슥슥.
세준이 일어나 동굴 벽에 줄 하나를 그었다.
그때
윙윙.
왱왱.
뒤에서 들리는 날갯소리. 독꿀벌들은 이미 일어나 꿀을 빨고 있었다. 요즘 정말 부지런히 꿀을 모으는 것이 독꿀벌 여왕이 다시 산란을 시작한 것 같았다.
세준이 독꿀벌들을 보고 있을 때
삐익!
뺘앙!
뺙!
토끼들이 활기차게 인사하며 굴에서 줄지어 나왔다. 그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어제 먹다 남은 당근이 들려있었다.
당근의 크기가 토끼들과 비슷했기에 토끼들은 어제 배가 빵빵해질 때까지 자기 몸만 한 당근의 절반을 먹었다. 저게 어떻게 배에 들어가는지 신기할 정도.
하지만 토끼들은 그저 남은 당근이 원통할 뿐이었다. 그래서 당근을 원통하게 바라보다 굴에 가지고 들어갔다 아침에 다시 가지고 나온 것이었다.
밤에도 당근을 먹었는지 들고나오는 당근의 크기가 들어갈 때 보다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오도독.오도독.
굴에서 나온 토끼들은 눈을 비비며 어제 먹다 남은 당근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맛있어?”
세준이 징하다는 듯이 흑토끼를 바라보자
뺙!
흑토끼가 세준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근이지!
덕분에 세준도 분위기에 휩쓸려 아침을 방울토마토와 당근으로 간단하게 먹고 아침 농사를 시작했다.
오늘 세준은 할 일이 많았다. 방울토마토 수확에 당근 수확까지 해야했다.
하지만 오늘은 세준보다 독꿀벌들과 토끼들이 더 분주했다.
독꿀벌들은 새로 심은 방울토마토밭에서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이동 거리가 늘어나며 더욱 바쁘게 움직였다.
그리고 토끼들은 토끼 부부가 자식들을 동굴에서 내보냈다.
삐익!
뺘아?!
자식들을 독립시킨 것이다. 집에서 쫓겨난 6마리 토끼들은 자신들만의 굴을 만들기 시작했다.
“왜 굳이 독립을?”
설마?! 또 그짓을?!
세준은 아니길 빌었다.
방울토마토는 수확 시기를 놓치면 금세 등급이 떨어지기에 방울토마토를 먼저 빠르게 수확했다.
그리고 방울토마토 수확을 끝낸 세준이 당근밭으로 가서 당근 수확을 시작했다.
쑥.
역시 잘 뽑혀 나오는 당근.
[잘 익은 민첩의 당근을 수확하셨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2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12을 획득했습니다.]운이 좋게도 처음부터 E+등급 당근이다.
쑥.쑥.
세준이 본격적으로 당근 수확을 시작했다.
뺙!뺙!
세준이 열심히 뽑은 당근을 옆에 쌓아두면 흑토끼가 체력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양쪽 어깨에 당근을 하나씩 메고 저장고로 옮겼다.
당근 저장고는 어제 미리 방울토마토 저장고 옆에 구덩이를 네모반듯하게 파고 파 이파리를 깔아 만들어뒀다.
뺘…
흑토끼는 10번 정도 왔다 갔다 하더니 기운이 빠졌는지 옮기는 속도가 급격하게 느려졌다.
툭.툭.
데굴데굴.
은근슬쩍 당근을 발로 차서 저장고로 옮기다가 엄마 토끼에게 들켜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흐흐흐.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세준이 혼나는 흑토끼를 지켜보며 웃고 있을 때
[방울토마토꽃의 꿀을 1mL 획득했습니다.] [양봉 Lv. 1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방울토마토꽃의 꿀을 1mL 획득했습니다.] [양봉 Lv. 1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
.
독꿀벌들이 생수통에 꿀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
[방울토마토꽃의 꿀을 1mL 획득했습니다.] [양봉 Lv. 1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양봉 Lv. 1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양봉 스킬의 레벨이 상승했다.
세준이 레벨이 상승한 양봉 스킬을 살펴봤다.
옵션은 큰 변화가 없었다. 미세하게 상승에서 조금 상승으로 바뀐 정도. 솔직히 조금이라는 말로는 얼마나 변한 건지 모호했다.
대신 확실하게 변한 게 있었다. 보유할 수 있는 벌집의 수가 (1/1)에서 (1/2)로 변하면서 하나 늘어났다.
아직은 아니지만, 나중에 독꿀벌이 분봉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벌집 두 개를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고했어.”
세준은 열심히 꿀을 빤 독꿀벌들이 기특해 가까이 있는 독꿀벌들의 통통한 꼬리를 두드려주며 칭찬했다.
터덜터덜.
그사이 엄마한테 혼나고 우울해져 돌아온 흑토끼는 세준이 독꿀벌들의 꼬리를 두드려주는 것을 발견했다.
뺙?!뺙!
흑토끼도 자신의 엉덩이를 세준에게 내밀며 말했다. 나는?! 통통한 엉덩이라면 나도 지지 않아!
“그래.”
세준은 스스로 굴러들어온 흑토끼의 엉덩이를 두드리며 잠깐 서로의 힐링 타임을 가졌다.
오도독.
오도독
당근을 씹으면서.
그리고
“어디 가냐?”
휴식이 끝나자 슬며시 연못으로 도망가려는 흑토끼를 잡아 다시 당근을 나르게 했다.
그렇게 세준이 다시 당근 수확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잘 익은 민첩의 당근을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2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경험치 10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레벨이 올라 10레벨이 됐다. 세준은 보너스 스탯으로 체력을 올렸다. 체력이 오르자 무거웠던 몸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퀘스트가 발생합니다.]“뭐야?! 나 바쁜 거 안 보여?”
세준이 메시지 내용은 확인하지 않고 탑의 관리자에게 따졌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이 아니라고 억울해합니다.]“응?! 너 아냐?”
세준이 뒤늦게 퀘스트 메시지를 자세히 확인했다.
[직업 퀘스트 : 농장을 50평 이상 확장하라.]보상 : 11레벨, 10탑코인, 직업 특성 1개 추가
그러고 보니 들어본 것 같았다. 10레벨에 있는 직업 퀘스트. 그 퀘스트를 통과해야지 새로운 직업 특성을 얻고 다음 레벨로 넘어갈 수 있다.
다른 헌터들의 퀘스트는 보통 몬스터 몇 마리 토벌이지만, 자신은 농부라 퀘스트 내용이 다른 모양이었다.
“농장 확장하는 거야 쉽지.”
이미 여러 번 밭을 확장했기에 세준에게는 어렵지 않았다. 할 일이 많아질 뿐.
[탑의 관리자가 그것보라며 섭섭하다고 말합니다.]“미안. 대신 나중에 방울토마토 주스 만들어줄게.”
세준은 탑의 관리자를 달래줬다.
그리고 서둘러 당근을 수확을 끝내고 밭 만들기에 들어갔다.
토끼들이 삽으로 자리를 만들면 세준이 방울토마토를 심었다. 방울토마토를 너무 많이 심게 됐지만, 당장 채종할 수 있는 건 방울토마토뿐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심다 보니 자기 전에야 간신히 방울토마토 심기를 마칠 수 있었다. 심은 방울토마토 씨앗의 수는 1000개. 이왕 하는 김에 욕심을 부렸더니 규모가 조금 커졌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11레벨이 됐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10탑코인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직업 특성 1개를 획득했습니다.] [직업 특성으로 논이나 밭을 1평 만들 때마다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지금까지는 농작물을 수확할 때만 경험치를 얻었는데 이제 밭이나 논을 만들어도 경험치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좋은데?”
세준이 새로 얻은 직업 특성에 만족했다.
그날 밤 세준의 예상대로 토끼 부부가 거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토끼 부부가 거사를 위해 뜨거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을 때 의외의 방해꾼이 나타났다.
크어어엉.컹.
크어어엉.컹.
삐익?!
뺙?!
밤늦게 들리는 동굴을 울리는 괴성에 토끼들이 몬스터가 침입한 줄 알고 우르르 굴 밖으로 달려 나왔다.
그리고
크어어엉.
푸후.
고된 노동에 피곤했던 세준의 코 고는 소리라는 것을 깨닫고는 세준의 몸을 밀어 옆으로 자게 하는 수고를 하고 다시 굴로 들어가야 했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세준이 토끼 부부의 거사를 방해했다.
***
조난 155일 차.
오늘은 씨앗 상점이 열리는 중요한 날. 세준은 일어나자마자 벽에 선 하나를 긋고 연못으로 가서 세수를 했다.
삐익…
뺘아…
뺘악…
토끼들이 잠을 설쳤는지 피곤한 얼굴로 나왔다.
“뭐야? 잠 안 자고 뭐 했어?”
삐이익!
뺘아아!
뺘악!뺘악!
세준의 말에 토끼들이 분노했다. 특히 토끼 부부는 불같이 화를 냈다 너 때문이잖아!
“하하하. 미안.”
세준은 화난 토끼들을 달래기 위해 당근을 바치는 것으로 토끼들의 분노를 잠재웠다.
그리고 오전 농사를 시작했다.
“흥흥흥.”
세준이 콧노래를 부르며 한참 방울토마토 수확에 집중하고 있을 때
[씨앗 상점이 열립니다.] [오늘 판매할 씨앗 3종이 랜덤으로 보여집니다.] [현재 등급에서는 씨앗을 한 번만 구매 가능합니다.]오늘 구매할 수 있는 씨앗들이 나타났다.
[씨감자 100개 – 5탑코인] [딸기 씨앗 100개 – 0.5탑코인] [상추 씨앗 1000개 – 0.1탑코인]“상추는 고기가 없으니까 패스.”
남은 건 씨감자와 딸기. 돈은 많았기에 가격은 고려하지 않았다.
“아. 고민된다.”
세준이 두 개 중 뭘 살지 고민하다가 감자와 딸기를 먹는 장면을 상상해봤다.
감자를 파 이파리에 싸서 구운 다음 입으로 호호 불며 껍질을 까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감자의 속살을 한 입 베어 물면 그 포슬포슬한 식감과 미묘한 짠맛이…
“크으!”
상상만해도 배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딸기는 또 어떤가. 새빨갛게 잘 익은 딸기를 따서 한 입에 넣고 씹으면 딸기 특유의 풍미와 함께 새콤하고 설탕을 뿌린 듯한 달달함이 입안을 가득 채워준다.
“쓰읍.”
세준이 떨어지는 침을 닦으며 씨앗 상점 창을 바라봤다.
“뭘 사지?”
세준은 한참을 고민하다 눈물을 머금고 씨감자를 선택했다.
요즘 탄수화물이 너무 고팠다.
[씨감자 100개를 구매했습니다.] [씨앗 은행 박세준 님의 계좌에서 5탑코인이 빠져나갑니다.] [씨앗 상점 마일리지 50점이 적립됩니다.] [씨앗 상점 마일리지가 총 56점 적립됐습니다.] [씨앗 상점을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0일 후에 다시 씨앗 상점 Lv. 1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쿵.
세준의 앞에 씨감자 100개가 담긴 포대가 나타났다.
“좋아.”
세준이 서둘러 방울토마토와 당근 수확을 끝내고 씨감자 심기를 시작했다.
토끼들에게 미리 밭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기에 씨감자를 심기만 하면 됐다.
“이렇게 자르면 돼.”
어디서 본 건 있어서 낫 아이템을 가진 토끼에게 씨감자를 사 등분 해달라고 했다. 자세히 보면 싹이 나는 자리가 보였기에 그 부분이 포함되게만 자르면 됐다.
그렇게 사 등분 된 씨감자를 세준이 심었다.
[씨감자를 심었습니다.] [씨뿌리기 Lv. 2의 효과로 씨감자가 발아할 확률이 증가합니다.] [씨뿌리기 Lv. 2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
.
그리고 세준이 한 시간 만에 씨감자 400개를 전부 심었다.
이제 완전히 일이 손에 익은 세준이었다.
쏴아아.
물조리개를 가진 토끼들이 감자밭에 물을 주는 것으로 감자심기가 완전히 끝났다.
“으아. 뿌듯하다.”
세준이 씨감자 400개가 심어진 밭을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을 때
[감자밭 10평을 만들었습니다.] [경험치 10을 획득했습니다.]1평에 경험치 1. 크지는 않았지만, 부수입이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놀랍지 않냐? 씨감자 100개로 400개를 심는 나의 농사 신공이?”
뺙?!
세준이 우쭐해하며 말하자 흑토끼가 한심하게 바라봤다. 그거 모르는 농부가 어디 있어?!
괜히 말했다가 무시만 당했다.
조난 155일 차, 세준의 밭에 감자가 자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