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내가 뭘 만든 거지?
190화. 내가 뭘 만든 거지?
“이게 뭐야?”
덩그러니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땅문서. 그것도 자신의 밭에?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툭.툭.
세준이 마일러의 괭이로 땅문서를 살짝 건드려 보면서 위험하지는 않은지 살펴봤다. 다행히 위험한 건 없어 보였다. 당연했다. 땅문서가 공격할 리는 없으니.
그냥 땅문서에 크게 데인 경험이 있는 세준이라 유난을 떠는 것.
“흐하하. 하긴 이건 열기 전까지는 괜찮으니까.”
뒤늦게 호기로운 척을 하며 세준이 땅문서를 집으려 할 때
펄럭.펄럭.
-뭐하냐?
카이저가 날아왔다.
“아. 카이저 님,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좀 전에 여기서 공간 이동 마법이 느껴져서 둘러보는 중이었지.
“공간 이동 마법이요?”
카이저의 말에 세준이 서둘러 주변을 둘러봤다. 뭔가 무서운 녀석이 침입했을지도 몰랐다.
-안심해라. 주변에 수상한 놈은 없으니까.
“휴우. 그래요?”
카이저의 말에 안도하며 세준이 다시 땅문서를 집으려 했다.
그때
-잠깐! 거기서 공간 이동 마법의 잔재가 느껴진다.
카이저가 땅문서를 보며 말했다.
“네?! 여기서요?!”
세준이 서둘러 땅문서에서 거리를 벌렸다. 역시 위험한 물건이 맞았다.
-흠. 브라키오의 마력이군. 감히! 이런 식으로······.
카이저가 땅문서에 남아 있는 마력의 흔적을 읽어내며 말했다.
“카이저 님?”
-세준아 너 방금 위험했다. 이걸 잡았으면 바로 녹색탑으로 끌려갈 뻔했어.
브라키오는 검은 탑에 보낸 녹색탑의 땅문서 일부에는 잡는 즉시 땅문서가 발동하는 마법을 걸어놨다. 땅문서에 데인 경험이 세준을 살렸다.
“정말요?! 말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크하하하. 고마우면 알지?
“네. 소주 5병 드릴게요.
-해제. 이건 내가 가져가서 거 살펴보마. 크하하하.
펄럭.펄럭.
세준의 대답에 카이저가 기쁜 표정으로 땅문서에 걸린 마법을 해제하고 땅문서를 들고 날아갔다.
그렇게 혼자 남은 세준.
“자야지.”
세준이 집으로 돌아가 혼자 잠들었다.
***
“푸후훗. 제토, 고맙다냥!”
땅문서 5개를 봇짐에 넣으면서 테오가 제토에게 말했다.
“그럼 레드리본 왕국 개국식에서 뵙겠습니다.”
“알겠다냥! 잘 가라냥!”
“네.”
제토가 사라지고
“패튼은 따라오라냥!”
“네.”
테오가 패튼을 데리고 어딘가로 향했다. 테오는 유랑 상인 협회 협회장 메이슨을 찾아가 자신을 무시하고 곤란하게 한 패튼을 혼내주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테오가 패튼과 협회장실을 향해 가고 있을 때
“테오 님?”
반대쪽에서 다가오던 제라스가 테오를 알아보고 불렀다.
“제라스 반갑다냥!”
“잘 지내셨어요?”
“그렇다냥!”
“단!결! 제라스 님을 뵙습니다.”
사색이 된 표정의 패튼이 제라스에게 경례했다. 테오가 유랑 상인 협회장의 아들 제라스와도 인연이 있을 줄이야······.
제라스는 그리드에게 인질로 잡혀 협회장 메이슨의 아들이라는 신변이 공개된 이후 비밀감찰국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유랑 상인 협회 본부의 경비팀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라스는 패튼의 직속상관이었다.
“단.결. 근데 패튼 자네가 왜 테오 님과 같이 있지?”
“그게······.”
“그건 내가 말해주겠다냥!”
테오가 패튼이 자신에게 한 짓을 설명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테오의 말에 너무 분노한 제라스가 패튼을 노려보며 말했다. 평소에도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해 주의를 줬는데······ 이런 대형 사고를 칠 줄이야.
“테오 님, 죄송합니다. 이 녀석은 제가 징계 처리 위원회를 소환해 잘라버리겠습니다.”
“냥?! 그건 안 된다냥!”
제라스가 자신의 노예(?)를 잘라버리려고 하자 테오가 강하게 반대했다. 잘리면 자신이 먹여주고 재워줘야 했다.
“혹시 따로 패튼에게 원하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냥! 패튼에게 창고 정리를 시킬 거다냥!”
“창고 정리요?”
“그렇다냥! 저쪽에 있는······.”
테오는 새로운 뽑기 장소인 악령이 가득한 유실물 창고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어 했다.
“아! 알았습니다. 패튼의 근무지를 그쪽으로 옮기겠습니다.”
제라스가 테오가 원하는 대로 흔쾌히 패튼의 근무지를 바꿨다.
“그럼 가보게다냥!”
“네. 조심히 가십시오.”
테오가 서둘러 탑 99층으로 떠났다.
다음 날.
“휴우. 여기가 내 새로운 근무지인가······?”
패튼이 한숨을 쉬며 허름한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으아아악!”
악령들과의 첫인사와 함께 기절하며 창고 정리 첫날을 마무리했다.
***
“읏차.”
기분 좋게 잠에서 깬 세준이 무릎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 손을 뻗었다.
“푸후훗······.”
세준의 손길에 테오가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울었다. 새벽에 돌아온 테오였다.
슥.슥.
세준이 그런 테오를 계속 쓰다듬으면서
꿀꺽.
에일린의 주먹 고기 한 조각을 먹었다.
그리고
“냐앙······.”
테오를 들어 무릎에 착용하고
슥.
벽에 날짜를 표시하고 밖으로 나오며 세준의 조난 328일 차 아침이 시작됐다.
“으으으!”
세준이 따뜻한 햇살 아래서 만세 자세로 기지개를 켰다.
그때
꾸엥!
[아빠 보고 싶었다요!]다다다다.
오늘따라 일찍 일어난 꾸엥이가 빠른 발걸음으로 세준을 향해 달려와
폴짝.
몸을 날렸다.
폭신.
“흐흐흐. 어제 봤는데 아빠가 또 보고 싶었어?”
꾸엥이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세준이 꾸엥이를 받으며 물었다.
꾸엥!
[그렇다요! 꿈에서 아빠가 멀리 날아가는 꿈을 꿨다요!]세준의 물음에 꾸엥이가 불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꾸엥이의 말에 세준은 어제 밭에서 봤던 땅문서가 떠올랐다. 카이저가 아니었으면 꾸엥이의 꿈에서처럼 녹색탑으로 날아갔을지도 몰랐다.
“걱정 마. 그런 일은 없으니까. 배고프지? 밥 먹자.”
세준이 꾸엥이를 안고 취사장으로 향했다.
꾸엥!
[꾸엥이 스뚜레스받았으니 매운 거 먹어야 한다요!]“그······ 그래.”
꾸엥이의 말에 세준이 당황했다. 근데 스트레스라는 단어는 어디서 배운 거지? 세준은 몰랐지만, 요즘 꾸엥이는 할머니와의 의사소통을 위해 한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글씨를 완전히 읽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황금박쥐와 가끔 김미란이 보는 TV의 자막을 읽으며 한국 문화를 습득하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걸 먹어야 한다는 것도 TV에서 얻은 정보였다.
“그럼 오늘 아침 메뉴는 불타는 지옥의 오징어볶음이다!”
꾸엥!꾸엥!
[좋다요! 꾸엥이 신난다요!]세준의 비장한 표정에 꾸엥이가 세준이 대단한 걸 만드는 줄 알고 기뻐하는 꾸엥이.
하지만 이름만 공포스러울 뿐 어차피 매운맛을 낼 재료는 고춧가루와 청양고추가 다였다. 세준이 만들 요리는 그냥 매운 오징어볶음이었다.
둠칫둠칫.
신이 난 꾸엥이가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안 돼! 저건 칼로리 소모가 너무 크다고!
“꾸엥이 이거 먹으면서 춤추자. 농작물 거대화.”
세준이 엉덩이를 흔드는 꾸엥이에게 서둘러 거대 고구마를 주고 오징어볶음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치이익.
먼저 달궈진 냄비에 참치어죽을 만들 때 따로 떠내서 굳힌 참치 지방 덩어리를 넣어 녹인 후
다다다다.
빠르게 대파를 얇게 썰어 냄비에 넣었다. 파가 노르스름하게 될 때까지 볶으며 파기름을 만든 후 냄비에 오징어를 넣어 오징어의 색이 하얗게 변할 때까지 볶았다.
이어서 고춧가루, 소금, 후추, 꿀로 양념을 하고 양파, 당근, 청양고추를 왕창 썰어 넣었다.
“콜록! 콜록!”
요리의 연기를 마시고 사레가 들린 세준이 기침을 했다. 너무 맵게 했나? 색은 그렇게 빨갛지 않았지만, 냄새가 생각보다 매웠다. 냄새만 맡았는데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
퍽!퍽!
마지막으로 손도끼로 땅콩을 눌러 가루가 된 땅콩을 오징어볶음 위에 깨 대신 뿌려주자
[탑에서 최초로 지옥에서 절규하는 오징어볶음을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 Lv. 5에 지옥에서 절규하는 오징어볶음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요리 Lv. 5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요리 Lv. 5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업적 메시지와 함께 요리가 완성됐다.
“지옥에서 절규하는 오징어볶음?”
요리의 이름이 너무 공포스러웠다. 매운맛을 위해 청양고추 50개를 넣었는데 조금 과한 모양이었다.
그때
꾸엥!
[꾸엥이 배고프다요!]어느새 거대 고구마를 다 먹었는지 꾸엥이가 배고프다고 보채기 시작했다.
‘괜찮겠지?’
그래 봤자 음식이었다. 배가 불러 간을 볼 수 없는 세준.
“다 됐어. 얘들아 아침 먹자!”
잠깐 고민하던 세준이 동물들을 불렀다.
잠시 후
삐이익!
우끼이!
지옥에서 절규하는 오징어볶음을 입에 넣은 토끼와 원숭이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빠르게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매운맛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음식 먹는 걸 멈추지 않는 동물들.
“뭐지?”
세준이 이상함을 느끼고 서둘러 요리의 옵션을 확인했다.
[지옥에서 절규하는 오징어볶음]해독의 대파를 심해의 거대 참치의 기름으로 볶아 파 향이 깃든 기름으로 심해의 거대 오징어와 다른 야채들을 볶아 파의 풍미가 음식에 골고루 베였습니다.
차분함의 청양고추가 과도하게 들어가며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부작용으로 음식을 한 번 맛보며 매운맛에 중독돼 절규하면서도 계속 먹게 됩니다.
중독은 지옥에서 절규하는 오징어볶음을 배불리 먹을 때까지 풀리지 않습니다.
민첩의 당근 효과로 음식을 빠르게 먹을 수 있습니다.
배출의 양파 효과로 음식을 먹으면 땀 배출이 많아집니다.
음식을 다 먹고 중독 효과가 풀리면 정신이 아주 차분해집니다.
아주 낮은 확률로 재능 : 명경지수(明鏡止水)를 개화할 수 있습니다.
요리사 : 탑농부 박세준
유통 기한 : 120일
등급 : A+
“내가 뭘 만든 거지?”
매운맛에 고통을 받으면서 계속 먹어야 되는 요리. 이 정도면 거의 고문 도구였다. 물론 먹고 난 후에 효과가 나쁘지는 않지만, 동물들의 모습을 보니 먹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근데 꾸엥이는 괜찮나?”
세준이 서둘러 꾸엥이를 찾았다.
하지만
꾸에엥!
[맛있다요! 스트레스 풀린다요!]세준의 걱정과 다르게 신나게 오징어볶음을 먹는 꾸엥이. 꾸엥이에게는 그냥 매운 요리인 것 같았다.
삐익.
우끼.
빠르게 식사를 끝낸 동물들은 평온한 표정으로 일을 하러 갔다. 음식을 먹고 난 후의 효과가 차분해지는 거라 다행이었다. 아니면 엄청난 항의를 받았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동물들이 나가고
“박 회장, 수제 츄르를 달라냥!”
새벽에 잠들어 늦게 일어난 테오가 세준에게 말했다.
“알았어.”
촵촵촵.
세준이 숟가락으로 푼 참치어죽을 테오에게 주며 테오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사이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꾸엥이 스뚜레스 풀렸다요!]오징어볶음을 다 먹은 꾸엥이가 개운한 표정으로 세준의 등을 타면서 황금박쥐와 놀기 시작했다.
“근데 테 부회장 땅문서는 구해왔어?”
참치어죽 다섯 숟가락으로 배를 채운 테오에게 세준이 물었다.
“가져왔다냥!”
테오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하며 봇짐에서 땅문서 6개를 꺼냈다.
“오! 땅문서를 6개나 가져온 거야?! 테 부회장, 대단해!”
“푸후훗. 그렇다냥! 나는 대단하다냥! 앞으로도 박 회장은 나만 믿으면 되는 것이다냥!”
세준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테오가 발라당 누워 세준의 무릎에 자신의 등을 비볐다.
“흐음. 2개는 감정이 안 됐네? 에일린, 이것 좀 감정해줘.”
[탑의 관리자가 자신에게 맡기라고 말합니다.]세준이 에일린에게 감정이 필요한 땅문서 2개를 보내고 나머지 감정이 된 땅문서 4개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