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22)
22화.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다.
22화.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다.
“누구세요?”
문 너머에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저는 박세준 님의 부탁을 받고 왔습니다.”
“네?! 엄마!”
“여보!”
김동식의 대답에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이거 무슨 일 난 거 아냐?’
김동식이 문을 뜯어내고 들어가야 하나 고민할 때
철컹.
문의 도어락이 열렸다.
그리고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들어오시죠.”
문 너머 20대 남자가 문을 열어줬다.
‘세준 님의 동생인가?’
김동식이 한우 선물 세트를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낡은 흔적은 보였지만, 관리를 잘했다는 느낌이 드는 온기가 가득한 집이었다.
거실에는 문을 열어준 남자와 비슷하게 생긴 50대 남자가 있었다.
‘세준 님의 아버님이군.’
세준의 어머니 쪽은 아까 소란으로 인해 안방에 있는 것 같았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피닉스 길드의 5번 팀을 맡은 리더 김동식이라고 합니다.”
“네? 피닉스 길드요?!”
타다다닥.
세준의 동생 세돌이 서둘러 스마트폰으로 검색을하기 시작했다.
피닉스 길드 정도면 길드원들도 한 번씩은 TV에 나와 인터뷰 한 번 정도는 다 하는 유명 인사다. 그런데 리더라고?!
피닉스 길드 팀의 리더급이면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수만 장의 사진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검색을 끝낸 세돌이 스마트폰의 사진과 김동식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마…맞아요. 이분 진짜 피닉스 길드 5팀 리더 김동식 님이에요.”
“그럼 세준이는…”
“역시 형은…”
분위기를 보니 세준의 가족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는 박세준 님의 부탁을 받고 이걸 전달하러 왔습니다.”
김동식이 서둘러 오해를 풀기 위해 봉투 하나를 건넸다.
하지만
“세준아…”
“혀엉…”
더 큰 오해를 불러왔다.
“유서가 아닙니다. 5천만 원입니다.”
“네?!”
“…?!”
세돌이 재빠르게 봉투 안의 내용물을 꺼냈다.
봉투 안에서 나온 건 ‘50,000,000원’이라는 숫자가 적힌 눈부신 수표였다.
“박세준 님이 자신은 잘 있다고 가족분들에게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 선물입니다.”
김동식이 한우 선물 세트를 내밀었다.
“저희 세준이는 잘 지내고 있는 거죠?”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여보!”
세준의 아버지 박춘호가 서둘러 세돌의 손에 들린 수표를 낚아채 안방으로 달려갔다.
***
세준이 탑에 들어간다고 톡을 보낸 이후 3달이 넘도록 세준이 돌아오지 않자 세준의 가족은 한국 각성자 협회에 탑 안에 세준이 있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연락이 없자 점점 나쁜 쪽으로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동식이 세준의 부탁을 받고 왔다고 하니 부고를 전하러 왔다고 오해를 한 것이다.
잠시 후
안방에 들어갔던 박춘호가 아내 김미란과 함께 나왔다.
“감사합니다. 저희 세준이 진짜 괜찮은 거죠? 근데 왜 안 나와요?”
“퀘스트 때문에 나올 수가 없다고 합니다. 어머님,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김동식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퀘스트는 김동식이 즉흥적으로 생각해 낸 생각이었다. 가끔 탑의 퀘스트 중에 탑을 나가면 무효가 되는 퀘스트가 있었다.
거기다 잠깐 세돌과 대화를 나눴는데 세준이 탑에 들어간 지 5달이 조금 넘었다고 했다.
10년 동안 탑 40층에 도달한 헌터가 없는데 5개월 만에 탑 40층? 희대의 천재다!
김동식은 세준의 재능에 점점 환상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세돌에게도 눈이 갔다. 몸도 좋았고 형에게 그렇게 대단한 재능이 있다면 동생도 재능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탐이 났다. 자신이 직접 티켓을 주고 각성을 시키고 싶을 정도.
하지만 세준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기에 그러지 않았다.
헌터가 되면 화려한 명성과 돈을 얻을 기회가 생기지만, 그걸 갖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래서 헌터들 중 가족에게 헌터를 권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괜히 허락을 받지도 않고 각성을 시켰다가 오히려 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었다.
“그럼 저는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아니. 식사라도 하고 가세요.”
“아닙니다. 제가 탑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온 거라서요. 가족들이 기다립니다.”
“아. 제가 바쁜 분을 붙잡았네요. 그러면 조심히 가세요.”
“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김동식이 나오려는 세준의 가족들을 막으며 집에서 나왔다.
화르르륵.
김동식의 품에 있던 계약서가 푸른 불길을 내며 타기 시작했다. 계약이 이행됐다는 뜻. 마법적인 불이기에 다른 것은 태우지 않았다.
“됐군.”
부릉.
김동식이 차에 시동을 걸고 집으로 출발했다. 이제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가져가서 가장의 위상을 세울 때였다.
***
조난 161일 차.
일어나자마자 벽에 획 하나를 긋고 세수를 했다.
“잘 전해졌겠지?”
세준이 가족들을 생각했다. 분명 마력의 방울토마토가 밖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니 자신이 살아있다는 건 알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돈을 보내서 자신이 정말 잘살고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
그때
윙윙.
독꿀벌들이 열심히 높이 솟은 옥수수 근처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응?”
세준이 다가가니 그동안 풀처럼 높이 자라기만 해서 큰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무성히 자라던 옥수수 줄기의 끝에 어느덧 꽃이 피어 있었다
거기다 씨앗 상점에서 산 씨감자들의 싹도 올라와 있었다.
“미안. 얘들아, 요즘 형이 신경을 못 썼네.”
쏴아아.
세준은 서둘러 세수를 하고 옥수수와 감자 싹에 물을 주며 사과했다.
덕분에 토끼들도 덩달아 일어나자마자 일을 하기 시작했다.
옥수수 씨는 200개 중에서 139개가 자랐고, 씨감자도 400개 중 282개의 싹이 났다. 씨앗 상점에서 산 씨앗들의 발아율은 대략 70% 근처에서 고정돼 있는 것 같았다.
‘좀 더 두고 보긴 해야겠지만.’
세준은 그렇게 자라나는 옥수수와 감자에 물을 주고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오늘 아침 메뉴는 어제 햇빛에 말린 군고구마 말랭이와 당근. 군고구마 말랭이는 잘 마르도록 어제 자기 전 한 번 뒤집어줬다.
세준이 군고구마 말랭이가 잘 됐는지 하나를 손가락으로 집었다. 겉이 잘 말라서 손에 끈적하게 묻어나지 않았다.
“좋아.”
세준이 만족스러워하며 군고구마 말랭이를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씹자마자 군고구마 특유의 향과 함께 햇빛에 수분이 날아가며 더욱 농밀해진 고구마의 단맛이 세준의 혀를 즐겁게 했다.
그리고
쫀득쫀득.
군고구마 말랭이 특유의 끈적한 식감이 먹는 재미를 더해줬다.
오도독.
삐익?
뺘아?
뺙?
당근을 다 먹은 토끼들이 세준의 표정을 보고는 새로운 먹거리에 기대감 찬 눈빛으로 세준을 바라봤다. 먹어도 됨?
끄덕.
세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토끼들이 우다다 군고구마 말랭이를 향해 달려갔다.
삐익!!
빠얍!!
뺙!!
토끼들이 극대화된 단맛에 취한듯이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군고구마 말랭이를 먹기 시작했다.
[탑의 관리자가 뭔가 잊지 않았냐고 물어봅니다.]“알았어.”
세준이 첫날 먹었던 세척 사과의 봉지에 군고구마 말랭이를 가득 담았다.
“자 맛있게 먹어.”
봉지째 군고구마 말랭이가 사라졌다.
[탑의 관리자가 군고구마 말랭이의 달달함에 기뻐합니다.]그렇게 토끼와 탑의 관리자에게 군고구마 말랭이의 맛을 알려준 세준도 서둘러 군고구마 말랭이를 먹기 시작했다. 군고구마 40개를 말렸는데 오늘 안에 사라질 것 같았다.
아침을 먹은 세준이 토끼들이 먹고 남긴 줄기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남아있는 당근 윗동 3개를 들고 며칠 전 고구마를 수확한 밭으로 갔다.
그곳은 이미 흑토끼가 해머로 땅을 평평하게 만들고 삽을 든 토끼 둘이 이랑을 만들어 새로운 농작물을 심을 수 있는 밭으로 완성됐다.
세준이 두둑의 땅을 파고 당근의 줄기가 흙에 묻히지 않게 심었다.
[당근 뿌리의 윗동을 심었습니다.] [씨뿌리기 Lv. 2의 효과로 당근이 뿌리를 내릴 확률이 증가합니다.] [씨뿌리기 Lv. 2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우연히 당근 윗동만 있어도 당근의 싹이 자란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세준은 토끼들에게 윗동 취식 금지를 내렸다.
그리고 매일 토끼들이 먹고 남긴 당근 윗동 3~5개 정도를 심고 있었다. 물론 기존에 심은 당근 몇 개는 꽃을 피워 씨를 받는 채종도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3번째 당근 윗동을 심었을 때
[씨뿌리기 Lv. 2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씨뿌리기기 Lv. 2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오!”
씨뿌리기 스킬의 레벨이 상승했다. 농사는 이게 좋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조금씩 쌓여 뜻하지 않은 보상을 준다.
오늘도 아침부터 보람찼다.
“흥흥흥.”
세준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방울토마토 수확을 시작했다.
그렇게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을 때
[방울토마토꽃의 꿀을 1mL 획득했습니다.] [양봉 Lv. 2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방울토마토꽃의 꿀을 1mL 획득했습니다.] [양봉 Lv. 2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
.
“왜 옥수수꽃 꿀은 없지?”
분명 독꿀벌들이 옥수수꽃에도 열심히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옥수수꽃 꿀을 획득했다는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옥수수꽃에는 꿀이 없나?”
세준이 옥수수꽃에 꿀이 있나 없나에 대해서 생각할 때
뺙?뺙!
흑토끼가 위풍당당하게 다가왔다. 뭐 함? 나 레벨업!
또 피라니아를 잡고 레벨업을 한 모양이었다. 이 정도면 피라니아 학살자 수준 아닌가?
“응?”
세준의 눈에 흑토끼가 걸을 때마다 엉덩이에 붙어 달랑달랑 움직이는 군고구마 말랭이가 보였다. 아까 열심히 먹다가 달라붙은 모양이었다.
“푸하하하. 이건 이따가 먹으려고?”
세준이 흑토끼의 엉덩이에 달라붙은 군고구마 말랭이를 떼줬다.
드드득.
뭔가 뜯기는 느낌이 났다.
뺙!
따끔했는지 흑토끼가 소리를 질렀다. 진짜 아팠는지 흑토끼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어?!”
세준이 자신의 손에 들린 군고구마 말랭이를 보니 검은 털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미안.”
뺙!
흑토끼가 토라진 표정을 지으며 세준의 무릎에 엎드렸다. 아프니까 빨리 두드려줘.
“알았어.”
탁.탁.탁.
세준이 흑토끼의 포동포동한 엉덩이를 두드려주며 잠깐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슬슬 잘 준비를 할 때
툭.
독꿀벌이 벌집에 들어가기 전에 세준의 손에 노란색 사탕처럼 생긴 것을 한 개 놓고 갔다.
[옥수수 꽃가루 뭉치 10g을 획득했습니다.] [양봉 Lv. 2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옥수수 꽃가루 뭉치?”
옥수수꽃에는 꿀대신 이 꽃가루 때문에 독꿀벌들이 왔다 갔다 한 모양이었다. 세준이 자신의 손에 놓인 옥수수 꽃가루 살펴보다 입에 넣었다.
사르륵.
입에 넣자마자 옥수수 꽃가루 뭉치가 침에 녹으며 솜사탕처럼 풀어졌다.
“달다.”
세준이 미소를 짓고 있을 때
툭.툭.툭.
[옥수수 꽃가루 뭉치 10g을 획득했습니다.] [양봉 Lv. 2의 숙련도가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
.
독꿀벌들이 옥수수 꽃가루 뭉치를 하나씩 세준의 손바닥에 놓고 벌집으로 퇴근했다.
어느새 세준의 한 손 가득 옥수수 꽃가루 뭉치 15개가 수북이 쌓였다.
“으음.”
세준이 입에 옥수수 꽃가루 뭉치를 하나 더 넣고 맛을 음미할 때
“내가 돌아왔다냥!”
테오가 3번째 완판과 세준의 심부름을 끝내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