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26)
26화. 멀티를 하다.
26화. 멀티를 하다.
오도독.
쩝쩝.
아그작.
쩝쩝.
“으음?”
뭔가를 먹는 소리에 잠에서 깬 세준이 서둘러 자신의 옆을 확인했다.
“없네…”
자신의 옆에서 자고 있어야 할 새끼 곰이 보이지 않았다. 세준은 먹는 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새끼 곰이 자다가 배고파서 뭘 먹는 모양이었다.
세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는 사이
뺙!
우다다다.
뾱!뾱!뾱!
흑토끼가 굴에서 달려 나와 농작물 도둑을 향해 해머를 휘둘러 응징했다.
꾸에엥?
어제까지 잘 대해주던 흑토끼가 자신을 때리자 새끼 곰은 당황하며 울었다. 형아 왜그래?
하지만
뺙!
흑토끼는 봐주지 않았다. 누가 저장고에 손대래!
팡!팡!
팡!팡!
백토끼들도 나와 새끼 곰을 둘러싸고 발로 땅을 두드리면서 자신들의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자신들이 열심히 키운 농작물을 세준의 허락도 없이 훔쳐먹고 있으니 화가 난 모양이다.
“너무 화내지마. 애가 먹어야 얼마나 먹는다고…어?!”
세준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어느새 중형견 크기로 성장한 새끼 곰이었다. 어제까지 소형견 크기였던걸 생각하면 엄청난 성장 속도였다.
그리고 이어서 드는 생각.
저렇게 빠르게 성장하려면 얼마나 먹어야 할까?
세준이 서둘러 저장고를 확인했다.
“…!”
저장고가 많이 비어있었다. 저장된 고구마와 당근의 3분의 1 정도가 사라졌다. 방울토마토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은 게 왠지 더 괘씸했다.
꾸에엥!
새끼 곰은 세준을 보자마자 자신을 보호해 줄거라 생각하는지 세준에게 안아달라며 달려들었다.
퍽.
어제와 다른 묵직한 느낌. 힘도 어제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곰이 원래 이렇게 빨리 자라는 거였어?”
얘 데리고 있다가는 우리 동굴 거덜 나게 생겼다. 아니 나중에는 배고프다고 자신들을 잡아먹을지도 몰랐다. 갑자기 위기감이 들었다.
그리고 세준처럼 위기감을 느끼는 존재가 하나 더 있었다.
[탑의 관리자가 왜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새끼가 여기 있냐며 놀랍니다.] [탑의 관리자가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새끼는 먹이만 있으면 하루에 100kg도 거뜬히 먹는 돼지 녀석들이라고 말합니다.]탑의 관리자는 짜증이 났다. 인간의 식량 창고가 털리고 있었다.
까다로운 인간 때문에 자신은 친분을 만들며 간신히 하나씩 받아 가고 있는데…
물론 인간과 친분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새끼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따위가 우리 인간의 농작물을 당당하게 훔쳐먹다니. 감히! 감히! 용서할 수 없었다.
[탑의 관리자가 새끼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에게 분노합니다.]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퀘스트 : 새끼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를 동굴에서 내보내라!]보상 : 직업 스킬 1개
거절 시 : 굶어 죽음!!!
탑의 관리자는 너무 흥분해 보상까지 내걸었다.
[탑의 관리자가 서두르라고 재촉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며칠만 지나도 새끼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자라나 동굴을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고 말합니다.]탑의 관리자의 말에서 세준은 심각함을 느꼈다. 생존본능이 경종을 울렸다. 대책이 필요해!
하지만
“으음…”
막상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었다.
“일단 꿀물 한 잔 마시고 생각하자.”
뇌에 에너지를 공급하면 좋은 생각이 날 것 같았다.
세준이 텀블러를 들고 꿀을 담은 생수통으로 걸어가자
아장아장.
새끼 곰도 세준의 뒤를 열심히 따라갔다. 지금 토끼들에게 미움받고 있으니 자신을 보호해줄 존재는 앞의 인간뿐이었다.
꿀렁.꿀렁.
세준이 텀블러에 꿀을 넣는 동안
툭.툭.
바닥에 침을 줄줄 흘리며 꿀을 바라보는 새끼 곰. 너무 짠한 모습에 세준의 마음이 약해졌다.
“자.”
세준이 새끼 곰의 발바닥에 꿀을 조금 부어줬다.
꾸엥!
새끼 곰이 드디어 달콤한 냄새를 쫓아 이곳까지 온 목적을 이뤘다.
핥짝.
혀를 통해 느껴지는 극강의 단맛. 새끼 곰이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달콤함이었다. 맛있다!
핥핥.
새끼 곰이 허겁지겁 자신의 발바닥을 핥아댔다.
그사이 꿀물을 만든 세준은 토끼들과 꿀물을 나눠마시며 새끼 곰을 내보낼 대책을 생각했다.
그때
“아! 그러면 되겠구나.”
갑자기 세준의 머릿속에 새끼 곰을 내보낼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역시 뇌에 에너지가 들어가니 머리가 돌아가는군.”
톡.톡.
세준이 새끼 곰을 내보내기 위해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독꿀벌들의 벌집을 노크했다. 이번 일을 위해서는 독꿀벌들이 꼭 필요했다.
윙윙.
벌집에 충격이 가해지자 독꿀벌들이 서둘러 나왔다.
“얘들아, 자는데 미안. 나 좀 도와줘.”
윙윙.
세준의 말에 독꿀벌들이 원을 그렸다.
“고마워. 이걸 밖으로 옮겨줘.”
세준이 가리킨 곳에는 그동안 탈출을 위해 파 이파리를 엮어 만든 밧줄이 있었다. 이걸로 새끼 곰을 들어 올릴 생각이었다.
“토끼 너희들은 올라가서 밧줄을 받아줘.”
삐익!
뺘아!
뺙!
토끼들이 대답하고는 동굴 천장의 구멍으로 올라갔다. 밧줄을 가지고 올라가 주면 좋겠지만, 밧줄의 무게가 상당해 밧줄을 들고 뛰면 동굴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윙윙.
윙윙.
그사이 독꿀벌들이 밧줄 끝에 달라붙어 밧줄을 들고 천장의 구멍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리고
꽈악.
반대쪽 밧줄의 끝으로 새끼 곰의 몸을 묶었다.
꾸엥?
왜 자신을 묶냐고 쳐다보는 새끼 곰.
“이제 엄마한테 가야지.”
꾸엥!꾸엥!
엄마라는 말에 울기 시작하는 새끼 곰. 이제야 엄마 생각이 난 모양이었다.
그렇게 독꿀벌들이 밧줄을 가지고 올라가자 토끼들이 밧줄을 받았다.
“당겨!”
세준이 새끼 곰의 몸을 들고 만세 자세를 하며 소리쳤다.
삐익!
뺘아!
뺙!
윙!윙!
토끼들과 독꿀벌들이 힘을 합쳐 밧줄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
핥짝.핥짝.
새끼 곰은 미동 없이 자신의 발바닥을 핥고 있었다.
“자 다시 한번 해보자. 이번에는 하나! 둘! 호령을 붙이면 둘에 동시에 당기는 거야. 하나! 둘!”
삐익!
뺘아!
뺙!
윙!윙!
세준의 둘!의 호령에 토끼들과 독꿀벌들이 있는 힘을 다해 잡아당겼다.
새끼 곰의 몸이 5cm 움직였다.
“된다!”
“하나! 둘! 하나! 둘!”
세준의 구령에 맞춰 토끼들과 독꿀벌들이 새끼 곰을 들어 올렸고 한 시간 만에 간신히 새끼 곰을 동굴 밖으로 내보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으로 직업 스킬 – 채종하기 Lv. 1을 획득했습니다.]“채종하기?”
세준이 스킬을 확인했다.
[직업 스킬 – 채종하기 Lv. 1]-농작물에서 채종할 때 더 좋은 씨앗을 얻을 확률이 미세하게 증가합니다.
세준이 스킬을 확인하는 동안
삐익.
빠아.
토끼들이 새끼 곰의 몸에 감긴 밧줄을 풀어줬다.
그렇게 토끼들이 밧줄을 다 풀었을 때
쿠어어어엉!
때마침 멀리서 새끼를 찾는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포효가 들려왔다.
꾸엥!꾸엥!
새끼 곰이 엄마를 부르며 달려갔다.
“휴우. 얘들아, 수고했어.”
구멍 안으로 점프하는 토끼들을 향해 세준이 손을 뻗으며 말했다.
하지만
휙.
토끼들은 긴 귀로 방향을 전환하며 세준의 손을 피해 세준의 어깨나 머리를 밟고 땅에 착지했다.
그리고
윙윙.
독꿀벌들은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방울토마토밭으로 향했다.
조난 166일 차. 세준과 토끼 그리고 독꿀벌들은 장차 무서운 포식자로 자라날 새끼 곰에게서 동굴의 식량과 평화를 지켜냈다.
***
탑 75층, 유랑 상인 협회 비밀감찰국 국장실.
“제라스 요원, 새로운 임무를 주겠다.”
“네!”
스카람 체포 작전을 실패한 이후 새로운 임무를 기다리고 있던 제라스가 힘차게 대답했다.
“이번 임무는 한 유랑 상인의 조사다.”
“조사요?”
“그래. 신입 유랑 상인으로 요즘 갑자기 매출이 급상승한 게 수상하니 무엇 때문에 매출이 상승한 건지 알아보게.”
“네! 맡겨주십시오!”
“여기 조사할 유랑 상인의 정보네. 숙지하고 파기하게.”
“네!”
제라스가 국장실을 나와 자신이 조사할 대상의 정보가 적힌 문서의 첫 장을 넘겼다.
“…!”
초상화에는 어리벙벙한 표정의 고양이가 있었다. 근데 얼굴이 상당히 낯이 익었다.
‘설마?!’
제라스가 서둘러 이름을 확인했다.
이름 : 테오
그놈이었다. 자신의 스카람 체포 작전을 방해했던 고양이 유랑 상인.
‘테오! 이놈 잘 걸렸다! 네 놈의 비리를 탈탈 털어주마!’
제라스가 이를 갈며 테오의 비리를 캐내기 위해 움직였다.
***
“읏차!”
세준이 눈을 뜨자마자 동굴 벽으로 가 획 하나를 추가했다.
조난 170일 차 아침이 밝았다.
삐익!
빠아!
뺙!
토끼들이 아침 인사를 하며 굴에서 나왔다.
“그래. 좋은 아침.”
윙윙.
독꿀벌들도 와서 꼬리를 비비며 아침 인사를 했다.
그렇게 세준이 동굴 식구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꾸엥!
새끼 곰이 천장 구멍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4일 만에 나타난 새끼 곰은 대형견보다 더 크게 자라 있었다.
그때 새끼 곰을 내보내지 않았으면…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런데
쿠엉.
이번에는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도 함께였다.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는 너무 커서 몸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
…!
당황한 세준과 토끼들. 아무리 흑토끼가 야무지게 때렸어도 이렇게 엄마 불러오기 있긔?
쿠어엉.
[탑의 관리자가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새끼에게 꿀을 먹이고 싶다고 전합니다.]다행히 탑의 관리자가 어미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말을 해석해줬다.
“어?! 꿀을?”
다행히 새끼 곰이 이르지는 않은 모양이다.
쿠어어엉.
[탑의 관리자가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꿀을 주는 대가로 이 주변을 지켜주겠다고 전합니다.]“좋아.”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주변을 지켜준다면 동굴 밖으로 나갔을 때 충분히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세준이 승낙하자
쿠어어어어엉.
낮게 으르렁거리며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새끼 곰을 두고는 자리를 떠났다. 주변에 이곳이 자신의 영역임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꾸엥.꾸엥.
엄마가 가자 꿀을 달라고 보채는 새끼 곰.
“기다려.”
세준이 꿀을 어떻게 건네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잠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저 정도 덩치면 충분히 자신도 끌어올릴 수 있지 않나?
세준이 독꿀벌들을 시켜 새끼 곰에게 밧줄을 전해줬다.
그리고
“당겨!”
꾸에엥!
새끼 곰이 가볍게 세준을 끌어올렸다. 새끼 곰 승강기였다.
주르륵.
밧줄을 따라 올라가며 세준이 밑을 바라봤다. 자신이 기른 농작물들이 보였다.
“드디어 이곳을 나간다.”
주르륵.
줄이 올라갈수록 세준은 탑 99층에 대한 긴장과 기대감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척.
드디어 세준이 99층 지상의 땅을 밟았다.
하지만
“이게 뭐야?”
동굴을 나오자마자 세준이 본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황무지였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풀 한 포기 없었다.
그리고 저 멀리 하늘로 솟은 붉은 빛줄기가 보였다.
“저기가 웨이포인트구나.”
저기로 가야지 이 탑을 나갈 방법이 생긴다.
하지만 세준에게는 저기까지 몬스터를 뚫고 나갈 무력이 없었다.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의 거래도 이곳을 지켜준다는 거지 저기까지 데려다준다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탑의 관리자를 통해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에게 데려다 달라고 말은 해봤지만
[탑의 관리자가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거부했다고 전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웨이포인트로 가기 위해서는 대략 3000마리 정도의 몬스터를 처치해야 갈 수 있다고 합니다.]“휴우.”
세준이 아쉬운 마음으로 웨이포인트를 바라봤다.
“그래도 저게 보이는 게 어디냐.”
세준이 에전보다 나아진 상황에 집중하며 새끼 곰의 발바닥에 꿀 2꿀렁을 주었다.
그리고
“밭 갈자.”
삽토끼 두 마리와 함께 99층 지상에 새로운 밭을 만들기 시작했다.
조난 170일 차. 세준이 첫 멀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