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27)
27화. 도움 요청을 무시하다.
27화. 도움 요청을 무시하다.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자신의 새끼를 다시 찾았을 때
‘얘가 어디서 뭘 먹은 거야?’
새끼는 얼마나 잘 먹었는지 그새 엄청나게 성장해 있었다.
킁킁.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는 새끼에게서 나는 달콤한 냄새가 본능적으로 새끼에게 도움이 될 거란 것을 알았다.
이 달콤한 냄새는 뭐야?
엄마, 달콤한 냄새가 나는 꿀이라는 건데 인간의 집에 이만큼 있어요.
새끼 곰이 자신의 팔로 생수통의 크기를 표현했다.
자신도 꿀이라는 걸 먹어보고 싶었지만, 새끼를 위해 참았다. 새끼가 자신에게 설명하는 걸 봤을 때 자신은 먹어봐야 정말 간에 기별도 가지 않을 양이었기 때문이다.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는 새끼에게 꿀을 먹이기 위해 새끼를 찾은 곳에서부터 인간의 집을 찾기 시작했다.
거기다 인간이 새끼에게 먹을거리를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자신과 있을 때보다 더 자라난 새끼를 보니 인간은 식량이 많은 것 같았다.
그리고 며칠간 주변을 수색한 끝에 인간의 집을 찾았다.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는 인간에게 이곳을 지켜주는 대가로 거래를 제안했다. 꿀을 지속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그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혼자 힘으로 인간의 집 주변을 지켜준다고 자신 있게 말한 이유는 이 황폐한 땅을 원하는 몬스터가 없기 때문이다.
간혹 황무지를 가로질러 가려는 몬스터가 가끔 오는데 그 정도는 자신이 영역을 순찰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쫓아내 줄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말을 전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탑의 관리자가 자신이 인간에게 말을 전해주겠다고 합니다.]…!
그동안 거의 활동이 없던 탑의 관리자가 나서 인간과의 거래를 중계해줬다.
탑의 관리자까지 나서는 것을 보고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는 인간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루어진 거래.
보금자리에서 인간 집까지의 거리가 꽤 멀기에 매일 그 먼 거리를 왕복하는 건 키가 아파트 10층 높이 정도나 되는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에게도 굉장히 수고스럽다.
하지만 새끼에게 꿀을 먹이기 위해서 먼 길을 이동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쿠어어어엉!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는 오늘도 자신의 새끼를 데리고 꿀을 주는 인간의 집으로 가며 순찰할 때 어디서 낮잠을 잘까 생각했다.
고맙게도 인간은 새끼도 봐주고 점심까지 해결해줬다.
인간의 집으로 가는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발걸음이 점점 가벼워졌다. 밥하기 귀찮은 건 지구의 엄마나 탑의 몬스터 엄마나 똑같았다.
***
“읏차!”
눈을 뜬 세준이 일어나 벽에 획 하나를 추가하며 조난 173일 차 아침을 시작했다.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 거래를 한 지 3일째였다.
윙윙.
삐익!
뺘아!
뺙!
독꿀벌들과 토끼들과 아침 인사를 하는 동안
꾸엥!
새끼 곰도 동굴의 천장 구멍에서 아침 인사를 하며 자신이 왔음을 알렸다.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는 새끼를 두자마자 서둘러 순찰을 나갔다.
“그래. 잘 잤어?”
꾸엥!
새끼 곰이 대답하며 흑토끼에게 손을 흔들었다. 형아, 나왔어!
뺙!
흑토끼도 쿨하게 손을 흔들어줬다. 기다려 형이 점심에 물고기 잡아서 올라간다!
세준은 세수를 하고
오물오물
오도독.
토끼들과 군고구마 말랭이와 당근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그리고 서둘러 아침 농사를 시작했다. 이제 지상의 밭까지 있기에 할 일이 정말 많았다.
세준이 빠르게 파 이파리를 자르고 방울토마토 수확을 시작했고 아내 토끼는 세준이 수확한 방울토마토 가지에서 방울토마토들을 땄다.
그동안 낫 토끼와 지게 토끼는 세준이 자른 파 이파리를 날랐고 물조리개 토끼들은 빠르게 농작물에 물을 줬다.
그리고
뺙!
뾱!
흑토끼는 피라니아를 잡았다. 요즘 새끼 곰 때문에 잡는 양이 크게 늘어났다.
너무 많이 잡아 피라니 개체수가 줄어들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지만, 피로 유인하고 몰려드는 피라니아의 숫자를 봤을 때 아직은 충분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삽 토끼 둘은 미리 올라가 밭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하의 비옥한 땅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푹.푹.
삽 토끼들이 땅을 파서 작은 돌들을 걸러내며 밭을 만들었다.
꾸엥!
그나마 새끼 곰이 노는 건 줄 알고 앞발로 포크레인처럼 땅을 뒤집어주고 바위도 치워줬기에 작업에 속도가 붙었다.
그렇게 오전이 지나 점심시간이 가까이 오자
뺙!
흑토끼가 피라니아를 옮기자고 세준을 불렀다. 그리고 세준과 흑토끼 엄마 토끼가 함께 점심 준비를 했다. 불은 지상이 안전하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동굴에서만 피울 생각이었다.
생선 냄새가 동굴 구멍을 통해 지상으로 올라오자
킁킁.
꾸엥.꾸엥.
새끼 곰이 배고프다고 보채기 시작했다.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 모양이었다.
“조금만 기다려.”
세준이 달랬지만
꾸엥!꾸엥!
배고프다고 계속 울어대는 새끼 곰.
“자 이거 먹으면서 기다려.”
세준이 새끼 곰에게 고구마 하나를 던져주고 조용히 시켰다. 그리고 배니싱 때 가지고 왔던 가방에 고구마와 당근을 담았다.
나머지 토끼들은 굽지 않은 피라니아 40마리를 줄로 꿰서 연결했다.
그리고
“당겨!”
준비가 끝난 세준이 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생피라니아 두 두름과 구운 생선구이 5마리를 들고 밧줄을 잡고 외쳤다. 점심은 새끼 곰과 함께 먹기 위해 이렇게 새끼 곰 승강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폴짝!
폴짝!
토끼들이 서둘러 세준의 몸에 올라탔다.
꾸!엥!꾸!엥!
세준이 자신의 식사를 가지고 올라오는 것을 알기에 새끼 곰은 열심히 밧줄을 끌어 올렸다. 자신을 들어 올릴 때 하는 걸 듣고는 밧줄을 당길 때 꼭 저렇게 리듬감을 가지고 당겼다. 2비트 리듬을 타는 곰이랄까?
세준이 지상으로 올라왔다.
동굴 구멍에서 5m 정도 떨어진 거리에는 전에는 없던 세준의 키만 한 거대한 바위가 있었다. 그리고 바위에 밧줄의 끝이 묶여 있었다.
어제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세준의 부탁으로 가지고 온 바위로 덕분에 밧줄을 고정할 수 있게 됐다.
킁킁.
쿠엥!
새끼 곰이 세준의 손에 들린 피라니아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며 흥분했다.
“어허! 기다려!”
세준이 엄하게 말하자
꾸엥!
새끼 곰이 서둘러 뒤로 물러나 앉았다. 나 기다리고 있어요!
이미 세준의 키만큼 자란 새끼 곰이지만, 그 특유의 귀여움은 아직 남아있었다.
세준과 토끼들이 새끼 곰이 기다리는 동안 서둘러 식사를 준비하고 식사를 시작했다.
“자 이제 먹자.”
와구와구.
꾸엥!
새끼 곰이 피라니아를 먹으며 행복한 소리를 냈다. 마시쪄!
이후 새끼 곰은 후식으로 꿀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는 세준에게 다가가 흑토끼와 함께 세준의 무릎을 베고 편안한 낮잠 시간을 가졌다.
***
“뭔가를 뺏긴 기분이 든다냥.”
이상한 기분을 느끼며 테오가 탑 38층에 도착했다.
“인간들아 내가 왔다냥!”
“고양이 유랑 상인이 왔다!”
“테오가 왔어!”
테오가 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헌터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그사이 마력의 방울토마토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지면서 40명 정도의 헌터가 테오를 기다리고 있었다.
피닉스 길드의 10개 팀 중에서 4팀이 이곳에서 테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마력의 방울토마토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오늘은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300개씩 총 1800개를 경매로 팔겠다냥!”
테오는 세준에게 인센티브를 받을 때마다 자신의 봇짐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었다. 식사는 주급으로 생선구이를 받아 식비가 들지 않았기에 모든 돈을 봇짐 업그레이드에 투자했다.
덕분에 봇짐의 용량이 커져 처음에는 방울토마토가 1500개밖에 들어가지 않던 봇짐에 이제는 1800개를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300개에 25탑코인!”
“300개에 27탑코인!”
경매는 치열했지만, 저번처럼 높은 가격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테오는 마력의 방울토마토 1800개를 팔아 220탑코인을 벌었다.
“테오, 같이 사진 찍자! 나 츄르랑 커피 둘 다 가져왔어.”
“나도! 츄르랑 고춧가루 가져왔어!”
여성 헌터들이 츄르와 세준이 원하는 양념 가루와 커피 믹스를 가지고 테오와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왔다.
“잘 했다냥. 나도 그루밍하며 몸단장을 하고 왔다냥! 줄을 서라냥!”
테오가 헌터들을 줄 세우고 하나씩 사진을 찍고 발을 만지게 해주며 물건들을 받아 봇짐에 넣었다.
‘푸후훗. 이번에도 박세준의 무릎을 하루는 차지할 수 있다냥!’
테오는 포토타임이 끝나자 서둘러 세준의 무릎을 차지하기 위해 탑을 올라갔다.
그리고 40층에서 50층까지 연결된 상인 통로를 이동해 50층에 도착했을 때
“도와주세요!”
근처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렸다.
멈칫.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에 순간 테오의 걸음이 멈췄다.
하지만 불현듯 세준이 한 말이 떠올랐다.
세준은 테오가 돌아다니다 호구가 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주의를 줬는데 그중 가장 강조한 것 중 하나가 길 가다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면 그냥 지나가라였다.
매정한 지시였지만, 테오는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고 감사 인사는커녕 자기 봇짐까지 뺏길 호구였다.
‘맞아! 박세준이 그냥 가라고 했다냥!’
테오가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무시하며 쌩하고 50층에서 60층까지 연결된 상인 통로로 들어갔다.
“뭐지?”
상점 거리에서 본 테오의 성향을 봤을 때 100%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했는데…
우연한 만남을 만들어 테오와 동행하려던 제라스의 작전이 실패했다.
***
점심을 먹고 휴식까지 취한 세준은 동굴에 한 번 더 내려가 고구마 100개와 당근 윗동을 10개를 가지고 올라왔다.
그리고 삽 토끼들이 만든 50평 정도의 밭에 시험 삼아 고구마와 당근 윗동을 심었다. 땅이 너무 척박해 보였기에 방울토마토는 심지 않았다.
이미 삽 토끼들이 심을 구멍까지 만들어 놨기에 세준은 고구마만 묻고 흙을 덮었다.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씨뿌리기 Lv. 3의 효과로 고구마가 뿌리를 내릴 확률이 증가합니다.] [직업 경험치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씨뿌리기 Lv. 3의 숙련도가 아주 미세하게 상승합니다.] [숙련도 상승 Lv. 1의 효과로 씨뿌리기 Lv. 3의 숙련도가 5% 추가 상승합니다.]…
..
.
그렇게 세준이 열심히 고구마를 심고 있을 때
꾸엥?
새끼 곰이 세준의 행동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먹는 걸 땅에 묻어?
꾸엥!
퍽!퍽!
뭔가를 깨달은 새끼 곰이 땅을 파고 세준이 심은 고구마를 땅에서 꺼내 먹으며 세준을 따라갔다.
아그작.
아그작.
“응?!”
열심히 고구마를 심던 세준은 자신의 뒤를 따라오며 들리는 이상한 소리에 뒤를 바라봤다.
그리고 맛있게 고구마를 먹고 있는 새끼 곰과 눈이 마주쳤다.
꾸엥!
새기 곰이 우쭐해하는 표정으로 세준을 바라봤다. 내가 다 찾았어요!
“아냐! 임마!”
먹이 찾기 놀이인 줄 알고 고구마를 땅에서 찾아 먹고 있는 새끼 곰 때문에 세준의 언성이 올라갔다.
뺙!
동굴에서 피라니아를 잡고 있던 흑토끼가 세준의 목소리를 듣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꾸엥?
아직 영문을 모르는 새끼 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형아 나 뭐 잘못했어?
뺙!
흑토끼가 새끼 곰에게 뭘 잘못했는지 가르치기 시작했다.
조난 173일 차 새끼 곰이 심는다는 의미에 대해서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