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29)
29화. 다 같이 낮잠을 자다.
29화. 다 같이 낮잠을 자다.
조난 177일 차.
오늘은 흑토끼가 부르기 전에 먼저 연못으로 가서 피라니아를 옮기고 점심 준비를 했다.
민첩을 올리자 일하는 속도가 빨라지며 아침 농사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
시계가 없어 정확한 측정을 할 수는 없지만, 체감상으로는 분명 빨라졌다.
점심시간까지 약간의 여유가 있었기에 세준이 파꽃에서 채종하여 심은 파밭으로 가서 아직 굵게 자라지 않은 실파 이파리 몇 개를 잘라 왔다.
그리고
송송송.
단검으로 실파를 얇게 잘라 생선구이 위에 가니쉬로 올렸다.
세준과 흑토끼가 점심 준비를 하는 동안 백토끼들도 자신들의 일을 끝내고 식사 준비를 도왔다.
오늘부터 백토끼들은 동굴에서 따로 식사를 했다. 이유는 아내 토끼가 이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나왔기 때문. 조만간 새끼들이 태어날 것 같았다.
“당겨!”
꾸!엥!꾸!엥!
그렇게 점심을 챙긴 세준과 흑토끼를 새끼 곰이 끌어 올렸고 셋만 지상에서 점심을 먹었다.
세준이 실파를 올리고 소금으로 간을 한 생선구이를 한 입 베어 물고 군고구마 말랭이를 입에 넣어 같이 씹었다. 최대한 밥 먹는 느낌을 내고 싶었다.
오물오물.
아는 맛은 역시 무서웠다. 짭조름한 생선이 입에 들어가자 뇌는 자연스럽게 흰쌀밥을 떠올렸다. 군고구마 말랭이도 탄수화물이라 조금 비슷한 느낌은 났지만, 밥의 식감과 맛을 따라 할 수는 없었다.
“아 밥 먹고 싶다.”
세준이 넓은 황무지를 보며 황금벼가 익어가는 상상을 하며 다시 생선구이와 군고구마 말랭이를 함께 먹었지만, 세준의 입에는 부족하기만 했다.
“언젠가 내가 쌀밥 먹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구마를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하던 세준이었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그렇게 세준이 새로운 농사 목표를 세우고 있을 때
윙윙.
독꿀벌들 10마리가 동굴 구멍에서 올라와 2마리씩 흩어지며 주변 300m 정도를 순찰하기 시작했다.
세준이 지상으로 올라온 날부터 독꿀벌들도 세준이 지상으로 올라올 때 이렇게 따라 올라와 순찰을 했다. 세준을 지켜주는 것이다.
“기특한 녀석들.”
세준이 독꿀벌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며 식사를 끝마쳤다.
그리고
뺙…
꾸엥…
당연하다는 듯이 커피를 마시는 세준 쪽으로 낮잠을 자러 다가오는 흑토끼와 새끼곰.
흑토끼야 몸이 작아 상관없었지만, 새끼 곰은 막무가내로 자신의 머리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며칠 사이에 더 커버린 새끼 곰에게 세준의 무릎은 너무 좁았다.
꾸엥.
예전처럼 자신도 세준의 품에서 자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새끼 곰은 그렇게 몇 번 뒤척이더니 방법을 바꿨다.
새끼 곰이 세준의 등에 자신의 배를 붙이며 옆으로 누워 웅크리고 잠들었다. 세준이 새끼 곰의 품에 들어간 것처럼 됐다.
꾸로롱.
눕자마자 금세 잠든 새끼 곰.
후루룩.
세준이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새끼 곰의 푹신한 몸에 자신의 몸을 완전히 기댔다.
“푹신하네.”
오랜만에 이불을 덮는 듯한 포근한 느낌을 느끼며 세준도 잠에 빠졌다.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찰싹!찰싹!
“으음…”
뭔가가 자신의 허벅지를 때리는 소리에 세준이 잠에서 깼다.
삐익!
남편 토끼가 세준이 내려오지 않자 올라와서 깨워준 것이다. 새끼 곰의 배가 너무 푹신해서 자신도 모르게 깊이 잠든 모양이었다.
“얘들아 일어나자.”
뺘악···
꾸엥···
세준이 잠투정하는 흑토끼와 새끼 곰을 깨웠다.
흑토끼는 요즘 오후에는 새끼 곰과 수련을 했다. 아니 정확히 보면 새끼 곰은 놀고 있는데 흑토끼만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었다.
뺙!
뾱!뾱!뾱!
흑토끼가 새끼 곰의 앞발을 피하며 자신의 해머로 열심히 새끼 곰을 때렸지만
꾸엥!
새끼 곰은 신나 하며 흑토끼에게 달려들었다. 형아 재미있어!
술래잡기인 줄 아는 모양이었다.
세준은 둘이 놀이 겸 수련을 하는 동안 가지고 올라온 당근 윗동을 심고 동굴로 내려와 방울토마토 수확을 시작했다.
그리고
서걱.
한참 방울토마토 가지를 자르고 있을 때
윙윙.
독꿀벌 하나가 주먹만 한 크기의 뭔가를 들어 힘겹게 동굴 밖으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뭐지?”
세준이 궁금증에 방울토마토 수확을 멈추고 독꿀벌을 따라 밧줄을 타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거 뭐야?”
주변을 배회하며 뭔가를 찾는 독꿀벌에게 세준이 묻자
툭.
독꿀벌은 대답 대신 조심스럽게 세준의 손 위에 자신이 들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는 동굴로 돌아갔다. 세준에게 처분을 맡긴 것이다.
“뭐지?”
세준이 아이보리색의 애벌레같이 생긴 것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잡았다.
[독꿀벌 여왕의 고치를 획득했습니다.]“독꿀벌 여왕의 고치?”
이렇게 메시지가 뜬다는 것은 아이템이라는 의미. 세준이 고치를 자세히 살펴봤다.
[독꿀벌 여왕의 고치]독꿀벌 애벌레가 우연히 로얄젤리만 섭취해 독꿀벌 여왕으로의 우화를 준비 중입니다.
우화까지 10일 남았습니다.
우화하고 처음 본 대상을 주인으로 여깁니다.
아직 분봉할 시기가 아닌데 새로운 독꿀벌 여왕이 탄생하려 하자 독꿀벌들이 이렇게 버리러 나온 것이다.
하지만 세준에게는 두 번째 벌집을 얻을 기회였다.
세준이 밧줄을 묶어둔 바위 근처 그늘에 땅을 파고 조심스럽게 독꿀벌 여왕 고치를 내려놨다.
그리고 동굴에서 파 이파리를 가지고 올라와 그 위를 덮어줬다.
“이러면 되려나?”
어떻게 하면 독꿀벌 여왕 고치가 안전하게 고치를 벗고 무사히 나올지 몰랐기에 세준은 일단 외부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여줬다.
그리고 다시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다른 백토끼의 일을 도우며 하루가 지나갔다.
***
178일 차 아침.
꾸엥!
새끼 곰이 동굴 구멍으로 자신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역시나 오늘도 일찍 도착한 새끼 곰.
“그래. 안녕.”
세준과 토끼들이 잠에서 깨며 분주히 아침 농사를 준비했다.
오물오물.
오도독.오도독.
세준은 군고구마 말랭이로, 토끼들은 당근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있을 때
“내가 복수를 하겠다냥!”
테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무슨 복수?”
세준이 서둘러 밧줄을 타고 올라갔다.
***
세준의 무릎을 차지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 테오.
“냐냐냥. 드디어 박세준의 무릎에 다 와 간다냥!”
테오가 행복감에 노래를 부르며 세준이 있는 동굴로 이동했다.
그때
푹.푹.
세준의 동굴 위에서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한 마리가 땅을 파고 있었다.
“이것 이었냥…”
뭔가가 세준의 무릎을 노리고 있다는 불길함에 서둘러 왔는데. 세준이 이미 죽어버린 것이다. 왜 항상 불길한 생각은 틀린적이 없는 것이냥.
테오는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세준의 뼈를 묻고 있는 거라고 착각했다.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정말 세준을 먹었다면 뼈조차 남기지 않았겠지만, 분노한 테오는 지금 사리 분별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박세준을 죽이다니냥!
나의 안락한 무릎을 뺏다니냥!
아직 테 대표 남은 시간도 다 못 썼다냥!
“내가 복수를 하겠다냥!”
챙!
테오가 숨겨둔 발톱을 꺼내며 새끼 곰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
“테오, 왔어?”
세준이 밧줄로 타고 동굴을 올라와 고개를 내밀었다.
“어?! 그렇다냥! 내가 돌아왔다냥!”
테오가 방향을 빠르게 바꿔 세준의 얼굴을 향해 돌진했다.
퍽!
“떨어져.”
세준이 자신의 얼굴에 찰싹 달라붙은 테오에게 말했다.
“푸후훗. 알겠다냥.”
테오는 세준이 무사하자 웃으며 세준의 얼굴을 기어올라 지상으로 점프했다.
“근데 이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는 뭐냥?”
“우연히 동굴에 빠졌다가 친해졌어. 지금은 얘네 엄마가 이 주변을 지켜주는 대신 새끼 곰에게 꿀을 주고 있지.”
세준이 지상으로 완전히 올라오며 대답했다.
“그런 것이냥?”
“그것보다 간 건 잘 됐어?”
“그렇다냥! 이번에도 모든 임무를 완수하고 완판하고 왔다냥!”
테오가 우렁차게 대답하며 세준의 무릎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방울토마토 1800개를 220탑코인에 팔았다냥!”
테오가 봇짐에서 돈을 꺼내 세준에게 건넸다. 저번보다 금액이 줄어들었지만, 상관없었다. 더 높은 등급의 방울토마토들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잘했어. 자 인센티브 5%.”
세준이 테오에게 11탑코인을 주었다. 테오가 잘해주고 있기에 세준은 테오의 인센티브를 대표급인 5%로 올려줬다.
“이것도 있다냥!”
테오가 봇집에서 세준이 부탁한 물건들과 츄르 그리고 세준이 좋아하는 양념과 커피를 꺼냈다.
“테 대표 몇 시간 가능하냥?”
테오가 기대감 가득한 눈으로 세준의 말을 기다렸다.
“저번 것까지 합치면 38시간?”
“알겠다냥! 이번에는 다 쓰고 갈 거다냥!”
무릎의 소중함을 깨달은 테오는 오랫동안 무릎을 누리기로 했다.
“자 수고했어.”
세준이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츄르 하나를 뜯어 테오의 입에 가져갔다.
“그렇다냥! 나 엄청 수고했다냥!”
촵촵촵.
그렇게 테오가 엄청 거드름을 피우며 열심히 츄르를 핥고 있을 때
핥핥.
웬 낯선 혓바닥이 들어왔다.
“뭐냥?
꾸엥?
새끼 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테오를 바라봤다. 그러는 형아는 누구예요?
새끼 곰이 겁도 없이 테오의 츄르에 혀를 댔다.
하악!하악!
발톱을 뽑아 새끼 곰을 때리겠다고 난동을 부리는 테오의 몸통을 세준이 꽉 붙잡으며 테오의 폭주를 막았다.
하지만
꾸에엥엥!
테오에게 놀란 새끼 곰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쿠어어엉.
쿵.쿵.쿵.
아직 멀리 가지 않았던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새끼 곰의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꾸엥!꾸엥!
새끼 곰이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에게 달려가 테오를 발로 가리키며 테오가 한 짓을 이르기 시작했다.
“아…안녕하십니까! 고양이 유랑 상인 테오라고 합니다!”
테오가 서둘러 세준의 무릎에서 내려와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당황한 건지 사투리도 까먹고 갑자기 표준어를 구사하는 테오였다.
쿠어어엉.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테오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네!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겠습니다.”
테오는 말이 통하는지 열심히 사과를 했다.
“잠깐 싸운 거야. 아무 일도 없었어.”
세준도 긴장하며 서둘러 테오를 옹호해줬다. 멀리서 고생하고 왔는데 오자마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자신의 책임도 있는 것 같았다.
쿠우우웅.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강하게 콧바람을 뿜으며 테오에게 새끼를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를 하고 다시 순찰을 갔다.
“후냐앙. 냥꾹. 냥꾹.”
긴장이 풀린 테오가 갑자기 딸국질을 하기 시작했다.
“자. 끝났어. 진정해.”
“날 위…냥꾹…말해줘…냥꾹…고맙다냥.”
테오가 딸꾹질을 하며 세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나도 미리 말 못 해줘서 미안해.”
세준이 테오를 안고 테오의 가슴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고로롱.
테오는 세준의 손길에 진정이 됐는지 금세 잠들었다.
꾸엥.
새끼 곰은 테오가 잠들자 낮잠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세준의 등을 안고 누웠고
뺙!
흑토끼도 세준의 무릎 위로 올라왔다.
“애들아?”
고로롱.
뺘로롱.
꾸로롱.
대답 대신 낮게 코 고는 소리만 들렸다. 그새 다 잠든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 응?”
세준도 체념하고 같이 자려고 할 때 세준의 옆에 밀짚모자 하나가 보였다. 아까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콧바람을 뿜을 때 날아온 모양이었다.
“잘 됐다.”
해를 가릴 게 필요했던 세준이 밀짚모자를 쓰고 잠에 빠졌다.
조난 178일 차. 테오가 새끼 곰을 건드리면 큰일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끼 곰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냥. 그래도 츄르는 조금만…”
테오가 잠꼬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