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37)
37화. 도둑을 잡다.
37화. 도둑을 잡다.
테오와 제라스가 탑의 75층인 상점 구역에 도착했다.
“테오 님은 이제 어디로 가십니까?”
“일단 중견 상인 승급을 신청할 거다냥.”
“벌써 중견 유랑 상인이 되시는 겁니까? 부럽네요.”
제라스는 속으로 놀랐다. 중견 유랑 상인이 되려면 1000탑코인의 판매 금액이 필요한데 테오의 활동 기간으로 봤을 때 특별한 지원이 없다면 거의 불가능한 금액이었다.
“저…테오 님은 무슨 물건을 파십니까?”
제라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유랑 상인에 따라서 자신이 취급하는 물건을 비밀로 하는 유랑 상인들도 있었다.
“난 방울토마토를 판다냥.”
“네? 방울토마토요?”
거짓말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냥.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보여주겠다냥.”
그렇게 대화를 하는 동안 테오가 유랑 상인 협회 지부에 도착해 중견 유랑 상인으로의 승급을 요청했다.
“테오 님, 이제부터 중견 유랑 상인이 되셨습니다.”
중견 유랑 상인으로의 승급은 판매 금액 말고는 특별한 조건이 없었기에 바로 처리됐다.
“여기 중견 유랑 상인 자격증입니다.”
유랑 상인 협회 지부의 직원이 테오에게 푸른 금속으로 만들어진 사각형의 자격증을 줬다. 그렇게 테오가 중견 유랑 상인으로 승급했다.
“푸후훗. 이제 나는 중견 유랑 상인이다냥!”
이제 세준에게 재배자 문제로 꿇릴 것이 없어진 테오의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졌다.
“축하드립니다. 테오 님.”
“고맙다냥.”
제라스가 유랑 상인 협회 지부에서 나오는 테오를 축하했다.
“다음 목적지는 어디십니까?”
“이제 잡화점에 가야 한다냥.”
테오는 잡화점에서 무쇠 냄비 두 개, 톱, 실과 바늘을 구매했다.
“무쇠 냄비 1탑코인, 톱 0.9탑코인, 실과 바늘은 0.5탑코인으로 총 2.4탑코인입니다.”
잡화점 주인이 부르는 가격에 제라스가 옆에서 눈을 빛냈다.
‘내가 흥정하면 2탑코인까지 가격을 깎을 수 있어.’
테오에게 도움을 주고 더욱 신뢰를 얻을 생각을 하는 제라스였다.
그때
“깎아달라냥!”
테오가 가격을 깎기 시작했다.
“흐음…그럼 2.2탑코인에 드리죠.”
첫 번째 깎기 때는 호구처럼 보였는데 그래도 바가지는 쓰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깎아달라냥!”
“손님, 저희도 먹고살아야죠. 그건 어렵습니다.”
테오가 두 번째 깎기를 사용하자
‘호호호, 그렇게 막무가내로 가격을 깎아달라고 말한다고 가격을 깎아주는 게…’
제라스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알겠다냥. 제라스, 가자냥.”
테오가 대답하고는 쌩하고 뒤돌아 나가기 시작했다.
“아휴! 손님, 무슨 성미가 그렇게 급하십니까? 제가 졌습니다. 2탑코인에 드리죠.”
“…?!”
제라스가 잡화점 주인의 말에 크게 놀랐다.
자신이 빠르게 물건을 살피며 발견한 가격을 낮출 수 있는 5가지 논리와 화려한 언변도 없이 테오는 단 두 마디로 자신이 생각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1.8탑코인. 아니면 그냥 나가겠다냥.”
테오가 마지막 세 번째 깎기로 가격을 후려치자
‘거기서 가격을 더 내린다고?!’
제라스가 테오의 무지막지함에 경악했다. 저건 불가능해!
하지만
“휴우. 알겠습니다.”
제라스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거래가 이루어졌다.
‘이럴 수가…’
제라스는 자신의 흥정 실력에 대한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다. 나름 가문에서 교육까지 받았는데…테오와 비교할 수 없는 격차가 느껴졌다.
그냥 깎아달라고 3번 말했을 뿐인데 테오의 흥정 실력에 경외감까지 느끼는 제라스였다.
‘저 정도 흥정 실력이면 불법 없이도 큰돈을 벌었을 수도 있겠어.’
제라스가 테오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풀었다.
“테오 님, 저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늑대들을 만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알겠다냥! 잘 가라냥.”
테오는 제라스와 인사를 하고는 대장간으로 장비 뽑기를 하러 갔다.
하지만
“오늘은 잡고 싶은 게 없다냥.”
테오의 손을 잡아끄는 장비가 없었다.
“그냥 가야겠다냥.”
테오가 99층으로 이동했다.
제라스는 테오와 헤어지고 비밀감찰국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국장에게 보고서를 제출했다.
[유랑 상인 테오의 매출이 급상승한 이유 : 유랑 상인 테오는 흥정의 천재임.]테오를 단단히 오해해버린 제라스였다.
***
세준은 배가 불룩해져 돌아온 독꿀벌 여왕이 구덩이에서 꿀을 빨고 자는 것을 확인하고 동굴로 내려와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조금 일찍 눈이 떠진 세준이 독꿀벌 여왕이 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상으로 올라오자 독꿀벌 여왕이 또 사라져 있었다.
대신 로프를 묶는 바위 꼭대기 부분에 작은 벌집이 있었다. 독꿀벌 여왕이 드디어 자리를 잡고 알을 낳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때
쿠어어엉.
꾸엥!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 새끼 곰이 함께 왔다.
데굴데굴
새끼 곰이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어깨를 타고 미끄럼틀 타듯이 굴러 내려왔다.
하앑짝.하앑짝.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새끼 곰을 씻기듯이 몇 번 핥아줬다.
꾸엥!꾸엥!
그 힘이 좋은 새끼 곰이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혓바닥에 이리저리 휘청이는 것은 신기한 장면이었다.
그렇게 세준이 둘을 바라보고 있을 때
크어엉.
새끼 곰을 씻긴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세준을 바라보며 뭐라고 말하고는 순찰을 나갔다. 에일린의 번역이 없었지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오늘도 크레이피시를 많이 잡아야겠네.”
왠지 오늘도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점심시간에 나타날 것 같았다.
“꾸엥이, 여기서 네가 먹는 꿀을 만들어주는 거니까. 너 이거 먹으면 안 된다.”
세준은 혹시 새끼 곰이 이제 막 자리를 잡은 독꿀벌 여왕의 벌집에 손을 댈까 봐 미리 주의를 줬다.
꾸엥!꾸엥!
새끼 곰이 강하게 끄덕였다. 알았어요! 내가 지켜줄 거예요!
세준은 동굴로 내려와 토끼들과 아침을 먹고 일과를 시작했다.
민첩이 하나 더 올랐고, 농사일은 손에 익을 대로 익었다. 그리고 다른 농작물의 수확이 끝나 수확할 건 방울토마토뿐.
세준은 두 시간 만에 모든 일을 가뿐히 끝내고 연못으로 갔다.
“흑토끼, 준비됐지?”
뺙!
첨벙.
세준의 물음에 흑토끼가 대답하고는 연못으로 다이빙해 시야를 가리는 피라니아들을 먼저 처리했다.
뾱!뾱!뾱!
흑토끼의 해머가 휘둘러질 때마다 피라니아들이 연못 밖으로 튕겨져나왔다.
세준이 빠르게 피라니아를 밧줄로 꿰 새끼 곰에게 줄 피라니아 두 두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흑토끼가 연못에서 나오자 세준이 본격적으로 크레이피시 사냥을 시작했다.
연못 안에 있는 크레이피시는 40마리 정도. 연못으로 한 번 들어온 녀석들은 무슨 이유인지 다시 밖으로 나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세준이 물로 들어가 크레이피시를 한 마리씩 손으로 잡았다. 어제는 아무 생각 없이 다 찔러 죽였지만, 이렇게 잡으면 다른 피라니아나 크레이피시를 부르지 않고 잡을 수 있다.
“연못물이 오염되게 둘 수는 없지.”
어제 크레이피시가 피라니아들을 학살하는 바람에 연못물이 오염되어 아침까지 물도 못 마시고 세수도 못 한 세준이었다. 뭔가 물을 정수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렇게 세준이 물을 정수할 방법을 생각하면서 연못에서 크레이피시를 주웠다.
그리고 세준이 그렇게 크레이피시를 줍줍하는 동안
뺙!
흑토끼가 세준의 단검으로 크레이피시의 배를 가르고 피를 뺐다.
그때
푹.
크레이피시의 배를 찌른 흑토끼의 몸과 해머에서 검은빛이 났다. 보통 레벨업을 하면 그냥 밝은 빛이 났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흑토끼의 몸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해머가 조금 더 커지고 손잡이의 끝이 송곳처럼 뾰족하게 변했다.
일반적인 레벨업과는 달라 보였다.
뺙!
흑토끼가 위풍당당하게 해머를 들고 연못으로 들어왔다.
“갑자기 왜?”
뺙!
흑토끼가 세준을 보며 엄지를 세웠다. 이제 내가 처리함!
뾱!
흑토끼가 강하게 크레이피시의 머리를 치자 크레이피시의 움직임이 멈췄다. 레벨업으로 힘이 강해진 흑토끼의 해머질에 크레이피시가 기절한 것이다.
뾱!뾱!
흑토끼가 기절시킨 크레이피시를 연못 밖으로 끌고 나왔다.
그리고
푹.
끝이 뾰족하게 변한 해머의 손잡이 부분으로 크레이피시의 가슴을 찔렀다.
뺙?
흑토끼가 크레이피시의 피까지 빼고는 세준을 거만하게 바라봤다. 봤음?
“그래. 크레이피시는 이제 너에게 맡길게.”
흑토끼의 성장으로 할 일이 줄어든 세준은 크레이피시를 굽는 일에 열중했다.
그리고
쿠어어엉.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예상대로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세준의 동굴로 돌아왔다.
우적우적.
역시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는 크레이피시구이 20마리를 한입에 넣었다.
이번에는 가족들이 먹을 건 따로 빼놨기에 다시 동굴로 내려갈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맛있게 점심을 먹고
“저기 땅 좀 파줄 수 있냐고 물어봐 줘.”
세준이 에일린에게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와의 번역을 부탁했다.
맛있는 점심을 대접하며 일을 부탁할 명분도 얻었으니 세준은 거리낌이 없었다.
원래는 저번 찐 옥수수를 대접했을 때 부탁하려고 했지만, 그때는 에일린이 자고 있었다.
[탑의 관리자가 어디를 파면 되냐고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의 말을 전합니다.]좋아!
“여기.”
세준이 동굴에서 500m쯤 떨어진 땅을 가리켰다. 혹시 동굴에 피해가 갈까 봐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정했다.
쿵.쿵.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성큼성큼 걸어 빠르게 세준이 가리킨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쿠웅!쿠웅!
단 몇 번 앞발을 땅에 넣고 움직였을 뿐인데 땅이 뒤집어지며 밑에 있던 검은 흙이 지상으로 올라왔다. 포크레인도 몇 시간은 걸릴 일을 단숨에 끝냈다.
세준은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덕분에 단숨에 1000평 정도의 땅을 뒤집었다.
쿠어어엉.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다시 순찰을 하러 나갔고 세준은 오후 내내 1000평의 땅에 토끼들과 함께 옥수수 3000개와 방울토마토 1000개를 심었다.
그리고
쏴아아.
씨를 심은 곳에 물조리개 토끼들이 열심히 물을 거의 다 줬을 때
뚝.
물조리개에서 나오는 물이 끊겼다.
“어? 뭐야? 왜 물이 안 나와?”
물조리개에서 물이 무한대로 나오는 줄 알았던 세준이 물었다.
삐익.
냠편 토끼가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 물을 다 썼어.
지금까지는 전부 사용할 일이 없어서 몰랐지만, 백토끼의 물조리개 아이템은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정해져 있었다. 앞으로 물의 사용을 아껴야 할 것 같았다.
세준은 물을 뿌린 밭에 남는 파 이파리로 최대한 덮어주고 잠에 들었다.
하지만 그날 밤 다시 풀 도둑이 들었다.
***
“냥냥냥.”
세준의 동굴이 가까워지자 기분이 좋아진 테오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빠르게 걸었다.
그때
우적우적.
어디서 뭔가를 씹는 소리가 들렸다.
“뭐냥?”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자 미노타우루스 한 마리가 풀을 먹고 있었다.
“어? 저거 박세준이 키우는 파 이파리 아니냥?”
테오는 보자마자 파 이파리를 알아봤다. 자신이 직접 잘라봤기에 잘 알았다.
“너 그거 어디서 난 거냥?”
테오가 미노타우르스에게 다가가 물었다.
음머?
미노타우르스가 상대가 유랑 상인임을 확인하고는 대답했다. 땅에서 주웠어.
“그럴 리 없다냥! 그건 박세준이 아끼는 풀이다냥! 박세준이 그 풀을 그릇으로도 쓰고, 밧줄도 만들고, 엉덩이 닦을 때도 쓴다냥! 너는 박세준의 풀을 훔친 것이다냥!”
테오가 풀 도둑 우천삼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