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39)
39화. 투배럭을 돌리다
39화. 투배럭을 돌리다
우천삼, 어디 가냐?
3일째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황무지 지역으로 출근하는 우천삼을 향해 동료 우천사가 물었다.
맛있는 밥 먹으러 가!
우천삼이 기분 좋게 대답했다. 요즘 매일 점심에 풀을 먹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빚 탕감도, 우마왕의 지시도 어느새 새까맣게 잊어버린 우천삼이었다.
맛있는 밥?!
응! 뿔로 땅 뒤집고 다시 덮어 주면 밥을 줘.
나도 밥 먹고 싶어! 나도 갈래!
우천사가 흥분하며 일어났다.
그래! 같이 가자!
우천삼이 신입 일꾼 우천사를 데리고 세준의 동굴로 출근했다.
***
꾸엥!
세준이 새끼 곰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깼다.
그리고
슥.
동굴 벽에 선을 그으며 조난 195일 차 아침을 시작했다.
세준이 블랙 미노타우루스 우천삼에게 아침에 할 일을 지시하기 위해 밧줄을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자
“어?!”
음머!
음머!
블랙 미노타우루스 두 마리가 세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마리가 더 있었다. 세준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어깨에 그려진 문양이 다르기 때문.
세준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생각하는 동안
꾸벅.
우천삼과 함께 온 블랙 미노타우루스가 세준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음머!
“우천삼이 자신의 동료 우천사도 여기서 일하고 밥을 먹게 해달라고 한다냥.”
세준의 다리에 매달려있던 테오가 우천삼의 말을 번역했다.
“좋아. 밥은 제공할 수 있지만, 일당은 줄 수 없는데 그래도 하겠냐고 물어봐.”
“알겠다냥.”
테오가 우천사에게 세준의 말을 전했다. 세준으로서는 지금 당장 밭을 만드는 게 급하지 않았기에 돈을 지불하며 블랙 미노타우루스 한 마리를 추가로 고용할 이유가 없었다.
음머!
밥을 먹으러 왔기에 우천사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락했다. 그렇게 블랙 미노타우르스 두 마리가 열심히 땅을 뒤집었다.
쿠우웅.
블랙 미노타우루스 두 마리가 땅을 뒤집는 소리를 들으며 세준이 동굴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동안 방치했던 대파의 뿌리를 나눠 심기로 했다.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상 밭을 덮고, 엄청난 덩치의 일꾼 둘을 먹이려면 파 이파리 생산량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파 이파리가 항상 넘쳐났기에 늘리지 않았지만, 대파는 자르면 자를수록 뿌리의 수가 늘어난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숫자를 늘릴 수 있는 게 대파였다.
세준이 조난당했을 때 가장 먼저 심은 대파의 뿌리들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대파의 뿌리는 텀블러 정도의 굵기로 굵어져 있었고 뿌리는 거의 30개나 됐다.
세준은 그렇게 얻은 대파 뿌리들을 지상으로 가지고 올라와 어제 우천삼이 땅을 뒤집고 다시 메꾼 땅으로 가서 밭을 만들고 대파 뿌리들을 심었다.
대파를 지상에 심은 이유는 파 이파리를 힘들게 동굴에서 가지고 올라올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대파 뿌리를 심으니 단숨에 지상의 대파밭이 동굴에 있는 대파밭보다 20배 정도로 커졌다.
[대파밭 200평을 만들었습니다.] [경험치 200을 획득했습니다.]앞으로 뿌리가 늘어날 때마다 다시 나눠 심기를 한다면 금세 지금보다 몇 배는 넓은 대파밭이 만들어질 거다.
한 가지 문제만 해결하면.
쏴아아아.
세준이 대파밭에 물을 주는 물조리개 토끼들을 바라봤다. 물조리개의 수량이 정해져 있어 농작물에 전부 물을 줄 수 없었다.
그래서 현재는 세준이 동굴 밭의 일부에 직접 연못물을 길어와 해결하고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세준이 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파앗.
남편 토끼의 몸이 눈부시게 빛났다. 그리고 흑토끼의 해머가 변한 것처럼 남편 토끼의 물조리개가 변화하며 물을 담는 부분이 더 커졌다.
“2차 각성이네.”
2차 각성이라는 말은 토끼들이 레벨업을 하며 장비도 함께 성장하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 세준이 붙인 명칭으로 2차 각성을 한 토끼는 전보다 월등히 능력이 좋아진다.
삐익…
2차 각성을 끝낸 남편 토끼가 변화한 자신의 물조리개를 뿌듯하게 바라봤다.
“어때? 물 용량 많이 늘어났어?”
기대감 가득한 목소리로 세준이 물었다.
삐익!
남편 토끼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 두 개를 폈다. 2배!
“오!”
남편 토끼의 2차 각성으로 당분간 물이 부족할 일은 사라졌다. 그렇게 물 문제가 해결되며 세준의 농장이 한 번 더 성장했다.
***
조난 197일 차.
“자 밥 먹자!”
오늘은 새끼 토끼들이 처음으로 지상에 올라와 함께 식사를 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자
꾸엥!
꾸엥이는 자신보다 어린 새끼 토끼들을 만난 게 반가운지 먼저 다가가 인사했다.
뺘앙!
뺘압!
뺘앗!
새끼 토끼들은 꾸엥이의 거대한 덩치에 겁먹지 않고 꾸엥이에게 다가가 함께 놀기 시작했다.
꾸엥!
꾸엥이는 형아로서 자신이 아는 걸 가르쳐 주고 싶었는지 새끼 토끼들을 데리고 밭으로 가서 심기를 가르쳐 줬다. 여기다 심으면 나중에 더 많이 나와.
“농부의 피가 흐르는 백토끼들에게 심기를 가르치다니.”
세준이 커피를 마시며 흥미진진하게 꾸엥이와 새끼 토끼들을 구경했다. 물론 커피를 마시며 쉬는 세준의 무릎에는 테오와 흑토끼가 하나씩 자리를 차지하고 낮잠을 자고 있었다.
뺘앙?
꾸엥이의 설명을 들은 새끼 토끼 하나가 가죽 주머니 가방에서 군고구마 말랭이를 꺼내 땅에 심었다.
꾸에에엣!
꾸엥이가 그런 새끼 토끼를 보며 비웃었다.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 자기가 군고구마와 피라니아를 심었던 기억은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평화로운 휴식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왱왱.
새끼 독꿀벌의 날갯소리가 들려왔다.
“응?”
세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독꿀벌들은 새끼 독꿀벌들을 위험할 수 있는 동굴 밖으로 내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뭐지?
세준이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자
왱왱.
새끼 독꿀벌 7마리가 바위 위에 지어진 벌집 주변을 날고 있었다. 두 번째 벌집에서 드디어 첫 번째 새끼 독꿀벌들이 태어난 것이다.
세준이 자고있는 흑토끼와 테오를 바닥에 내려놓고 새끼 독꿀벌들에게 다가갔다.
왱왱.
독꿀벌 여왕의 주인으로 인식된 덕분인지 새끼 독꿀벌들은 독꿀벌 여왕의 교육이 없어도 세준을 경계하지 않고 다가와 애교를 피웠다.
“얘들아,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세준이 새끼 독꿀벌들을 이끌고 동굴로 내려갔다. 그리고 꽃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새끼 독꿀벌들에게 꿀을 빨게 했다.
윙윙.
기존의 독꿀벌들은 다른 세력 독꿀벌들의 등장에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세준이 그들과 함께 있자 곧 경계를 풀고 다시 꿀을 빨았다.
그렇게 두 번째 벌집에서 태어난 새끼 독꿀벌들이 자리를 잡았다. 앞으로 꿀의 생산량도 늘어날 거고 드디어 세준이 생각했던 활동 영역을 넓히는 수단이 생기는 것이다.
세준이 순조롭게 벌집 투배럭을 돌리기 시작했다.
오후에는 파 이파리를 잘라 밭을 덮어주고 동굴로 내려와 방울토마토를 수확을 시작했다.
그렇게 세준이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을 때
[잘 익은 마력의 방울토마토 8개를 동시에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숙련도 상승 Lv. 1의 효과로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5% 추가 상승합니다.] [경험치 176을 획득했습니다.] [레벨업 했습니다.] [보너스 스탯 1을 획득했습니다.]세준의 레벨이 오르며 17레벨이 됐다. 아직까지 힘이나 체력이 부족한 적은 없었기에 이번에도 보너스 스탯은 작업 속도를 올려주는 민첩에 투자했다.
저녁이 되자
크어어어엉.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새끼 곰을 데리러 왔고
음머!
음머!
두 블랙 미노타우루스들도 퇴근했다.
“테 대표, 이제 슬슬 거래하러 내려갈 때가 되지 않았어?”
세준이 저녁을 먹고 무릎에 올라온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원래라면 테오가 며칠은 더 놀게 놔뒀겠지만, 가족에게 안부를 전할 때가 됐다.
“내려가고 싶지만, 못 내려간다냥!”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 오다가…”
테오가 늑대들에게 습격받은 얘기를 했다.
“늑대들이 밀짚모자에 대해 물으며 날 잡아먹으려 했다냥.”
“이 밀짚모자를?”
다른 층에도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있나? 세준이 쓰고 있는 밀짚모자를 만지며 물었다. 유물이고 또 효과도 좋지만, 농사를 짓는 사람이 아니면 필요 없는 옵션만 있는 아이템이었다.
“그렇다냥! 그래서 나는 못 내려간다냥!”
“걱정 마. 감히 우리 테 대표를 노리다니! 내가 해결해 줄게.”
감히 우리 테오의 목숨을 노리다니! 세준이 분노하며 강력한 해결책을 생각했다.
“어떻게 말이냥?”
“우리에게는 우천삼이 있잖아. 테 대표, 너 자유 용병 고용할 수 있지?”
“할 수 있다냥!”
“우천삼을 자유 용병으로 고용해서 내려갔다 오면 되잖아.”
유랑 상인의 용병으로 고용된 존재는 자유 용병으로 고용되는 동안 상인 통로를 이용할 수 있다.
세준도 자유 용병으로 탑을 함께 내려가면 좋겠지만, 한 가지 조건 때문에 세준은 자유 용병이 되는 게 불가능했다.
그 조건은 탑에서 태어날 것. 다시 태어나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는 조건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건 유랑 상인도 마찬가지였다.
유랑 상인과 자유 용병 등 몇 가지 직업은 탑에서 태어난 존재들에게만 허락되는 직업이라고 했다.
“오! 맞다냥! 이번에 늑대들이 덤비면 우천삼이랑 같이 혼내줄 거다냥!”
테오가 세준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고로롱.
그렇게 테오는 내일 우천삼과 탑을 내려가기로 하고 세준의 배 위에서 잠들었다.
***
다음 날 아침.
세준이 우천삼에게 자유 용병으로 고용되어 테오를 호위해주면 일당의 3배인 3탑코인을 탕감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음머!
우천삼이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왜? 일당을 세 배로 주는데?!”
음머!
“여길 떠나면 밥을 못 먹어서 싫다고 한다냥!”
“뭐?!”
우천삼에게는 빚 탕감보다 밥이 더 중요했다.
“알았어. 그럼 하루 세끼 보장.”
세준이 삼시세끼를 모두 제공하기로 하자
음머!
옆에서 듣고 있던 우천사가 손을 들었다. 나도 간다! 하루 세 끼를 먹을 수 있는 일자리가 나타났으니 무조건해야 했다.
“음…좋아. 그럼 너도 일단 3탑코인에 하루 3끼 보장해주면 되지?”
세준은 블랙 미노타우루스 두 마리리라면 하나가 싸우는 동안 남은 하나가 테오를 지켜 줄 수 있을 테니 테오의 안전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음머.음머.
우천사가 고개를 저었다. 돈은 필요 없다. 밥을 달라.
“그래.”
세준은 서둘러 블랙 미노타우루스 두 마리의 10일 치 식량을 챙기기 위해 열심히 파 이파리를 베었다.
“아냐. 15일 치는 챙겨야지.”
세준이 파 이파리 50%를 테오의 봇짐에 추가로 담았다.
불가피한 일로 일정이 길어지면 파 이파리가 모자랄 수도 있다. 그러면 배가 고파진 우천삼과 우천사가 테오를 잡아먹을지도 몰랐다.
“그럼 큰일이지. 절대 테오를 먹지 않겠다는 계약서라도 받아야 하나?”
세준이 그렇게 고민하는 동안 두 블랙 미노타우루스 두 마리가 먹을 파 이파리 15일 치가 테오의 봇짐에 담겼다.
엄청난 양이었지만, 테오의 봇짐 3분의 1밖에 차지하지 않았다.
“오! 엄청 많이 들어가네?”
“그렇다냥. 이제 나는 중견 유랑 상인 테 대표이기 때문이다냥!”
테오가 우쭐해하며 말했다. 테오가 중견 유랑 상인으로 승급하며 봇짐의 용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면 이번 거래는 파 이파리만 들고 갈 뻔했다.
“조심히 갔다 와!”
“그럼 다녀오겠다냥!
조난 198일 차. 테오가 세준의 배웅을 받으며 두 블랙 미노타우루스를 대동하고 탑을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