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420)
420화. 근데 왜 말 안 했어?
420화. 근데 왜 말 안 했어?
검은탑 81층.
“빨리 따라와요!”
“네!”
이오나가 노예···아니. 8번 부협회장 채드를 데리고 얼굴 없는 대도 룬의 아지트에 도착했다.
“흠. 여기서 고위 환영 마법의 흔적이 느껴지네요.”
꾸엥이가 힘으로 부순 환영 마법진의 중추를 보며 이오나가 말했다.
그리고
“채드, 여기에 뭐가 설치돼 있는지 알겠어요?”
건물의 입구로 다가간 이오나가 채드에게 물었다.
“네?! 크흠. 여기는 다중 좌표를 등록한 이동 마법진이 설치돼 있습니다.”
이오나의 눈치를 보며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채드. 다행히 괜히 8번 부협회장이 된 게 아니라는 듯 실력은 좋았다.
“맞아요. 지정된 장소 5곳에 순서대로 한 명씩 보내는 이동 마법진이 설치돼 있네요.”
디테일한 부분은 조금 부족했지만.
“캔슬.”
이오나가 입구에 걸린 이동마법을 해제시킨 후 연구실로 직행했다.
그렇게 연구실에 도착한 이오나.
“뀻!”
연구실에 있는 방대한 연구자료와 엄청난 양의 시약을 보며 크게 놀랐다.
무슨 연구자료죠?
척.
이오나가 바닥에 떨어진 연구자료 하나를 집어 빠르게 읽어봤다.
“이건?!”
연구자료는 고위 변신 마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척.
이오나는 다른 연구자료 몇 개를 더 집어 살펴봤다.
대부분이 변신 마법에 대한 내용이지만, 중간중간 마법의 패턴을 분석하고 파훼하는 내용들도 있었다.
“훌륭하네요.”
연구자료를 작성한 이의 마법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았다.
수준 높은 인재예요!
만약 이런 높은 수준의 마법 이해도를 가진 이가 마법 협회의 보고서를 작성한다면···
“뀻뀻뀻.”
이오나가 즐거운 상상을 하며 웃었다.
하지만
“이게 뭐지?”
곧 연구 자료를 읽고 어벙한 표정을 짓고 있는 채드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뀨-뀨-이것도 몰라요?!”
“헉! 잘못했습니다!”
이오나의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자, 일단 머리부터 박고 보는 채드.
“뀨-“
그런 채드를 보면서 이오나는 얼굴 없는 대도 룬을 어떻게든 자신의 밑에서 일하게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0번 부협회장으로 삼고 싶어요!
감옥 대신 마법사 협회에서 형량을 채우게 하고, 피해자에게 보상할 배상액은 마법사 협회의 부협회장 월급으로 갚게 하면 된다.
그러면······
테오 님과 함께할 시간이 늘어나요!
테오의 꼬리에 매달려 테오와 함께할 상상을 하자 다시 기분이 좋아진 이오나.
“뀻뀻뀻. 공간의 힘이여. 내게 새로운 공간을 허락하라. 아공간 창조.”
새로운 아공간에 연구실을 통째로 담아 탑 75층으로 이동했다.
테오에게 줄 룬의 현상금의 액수를 정확히 알아보고, 이후 룬을 자신이 고용할 수 있도록 다른 협회장들과 협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
세준의 아공간 창고.
“음···이번에는 뭐지?”
정신을 차린 룬이 가만히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했다.
다른 이들이라면 이곳이 어딘지부터 파악하는 게 정상이지만
“푸른털 개코원숭이네.”
룬은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했다. 어떤 존재로 변신했는지 알아야 다치지 않고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푸른털 개코원숭이면···힘도 세고, 민첩하고, 이빨도 강하니···전투력은 중상급.
푸른털 개코원숭이의 특성을 빠르게 떠올린 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챙그랑.
그런 룬의 등에서 떨어지는 금화 하나. 세준이 도망가지 못하게 매미로 변한 룬의 몸에 올려둔 금화였다.
“여기가 어디지?”
자리에서 일어난 룬이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에는 자신의 보물창고에 있던 보물들이 가득했고, 약간의 농작물들도 보였다.
아작.아작.
룬은 배가 고팠기에 일단 생고구마 하나를 들어 허겁지겁 먹었다.
하지만
이거 뭐지? 왜 이렇게 맛있지?
하나만 먹겠다는 생각은 어느새 배불리 먹자로 변한 지 오래였다.
“몇 개 챙겨야지.”
결국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자신의 조끼에 고구마와 다른 농작물을 주워 담은 룬.
그제야 밖으로 나갈 곳이 있는지 살펴봤고
“아공간 창고?”
자신이 갇힌 곳이 밖과 완전히 차단된, 공간의 주인이 열어주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아공간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공간 창고 정도야 장비 몇 개만 있으면···.”
룬이 자신의 조끼에서 큐브 모양의 마법 장비를 꺼냈다.
룬은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다. 몸이 변할 때마다 마력을 다르게 움직여야 하는데, 적응할 만하면 다른 몸으로 변하기 때문.
그래서 몸이 변해도 쓸 수 있는 자신만의 마법 장비들을 만들었다.
달칵.
룬이 장비의 가운데 있는 동전 모양의 버튼을 누르자
우웅.
장비가 주변을 향해 녹색빛을 방출하며 아공간 창고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마법의 패턴을 찾기 위해서였다.
공간 마법에는 그 근원이 되는 마법 패턴들이 존재했고, 그 패턴의 일부만 파훼해도 몸 하나 들락날락할 정도의 틈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이 모든 걸 독학으로 익힌 룬.
룬은 이오나가 인정할 정도로 마법 이해력이 뛰어난 천재였다. 그걸 도둑질을 위해 쓰는 게 문제지만.
우웅.
룬의 마법 장비가 아공간 마법의 패턴을 파악하길 1시간.
“뭐지?”
룬이 당황했다. 10분이면 패턴을 찾아내고 파훼를 해야 할 마법 장비가 여전히 패턴을 탐색하고 있었다.
마법 패턴이 없다고? 그럴 리가···
룬은 난생처음 거대한 벽을 느꼈다.
당연했다. 세준의 아공간 창고는 카이저, 켈리온, 램터, 티어가 힘을 합쳐 완전 새로 만들었으니까.
숨 쉬듯 마법을 쓰는 위대한 용들. 그들에게는 마법사들이 쓰는 패턴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그때 의지로 마법을 구현하기 때문.
그렇게 아무런 진전 없이 10시간이 지났을 때
철컹.
아공간 창고의 문이 열렸다.
지금이 기회야! 무력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도망친다!
룬이 서둘러 문을 여는 존재를 제압하려 달려 나갔다.
그리고
“어?! 원숭이?”
아침으로 먹을 에그푸릇을 꺼내기 위해 아공간 창고 문을 연 세준이 그런 룬을 발견했다.
다행이군.
상대를 해치고 싶지 않았던 룬은 간단히 기절시킬 수 있는 세준이 보이자 안심했다.
하지만
“하악!”
세준의 무릎에 매달려 하악질을 하는 테오와
꾸엥?
[덤비는 거다요?]세준의 앞에 서서 두 앞발을 높이 들고 몸집을 크게 하는 꾸엥이를 보자 얼굴이 굳어졌다.
머릿속에 블루피닉스로 변신한 자신의 꼬리 깃털을 뽑고 멱살을 잡았던 테오와 꾸엥이가 떠올랐고
털석.
룬이 원래 그러려고 했던 것처럼 꾸엥이 앞에 자연스럽게 무릎 꿇었다.
낑?!낑!
[야! 덤비는 거냐?! 위대한 까망이 님이 혼내주마!]물론 까망이도 세준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룬을 향해 짖었지만, 존재감이 약했다.
잠시 후
“푸후훗. 박 회장의 정성이 들어간 참치 츄르 맛있다냥!”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맛있다요!]끼히힛.낑!
[히힛. 맛있어!]세준이 만든 아침을 맛있게 먹는 테오, 꾸엥이, 까망이.
그리고 오늘은 테이블에 한 명이 더 앉아 있었다.
“먹을 만해?”
“네? 네! 엄청 맛있습니다!”
세준의 물음에 케첩을 뿌린 에그 스크럼블과 감자수프를 허겁지겁 먹던 룬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음식 맛은 말할 것도 없고, 이렇게 행복하고 편한 분위기에서 누군가와 식사를 하는 게 얼마 만인지···
모두들 모습이 변하는 자신을 괴물을 보는 것처럼 꺼려했기에 룬은 같이 밥 먹을 친구 하나 없었다.
너무 행복하다.
“많이 있으니까 많이 먹어.”
“네!”
“아. 참고로 많이 먹으려면 빨리 먹어야 해.”
세준이 말하면서 꾸엥이를 바라봤다. 꾸엥이 앞에 음식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아. 네!”
세준의 말을 이해한 룬이 서둘러 음식을 먹었고 다행히 음식을 한 번 더 가져다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아침 식사가 끝나자
[푸른 개코원숭이족 1명을 배불리 먹였습니다.] [>이명 : 배불리 먹이는 성자>의 효과로 모든 스탯이 0.2 상승합니다.]세준의 앞에 나타나는 메시지.
‘다 먹었구나.’
세준은 룬이 배불리 먹은 것을 확인하고
“룬, 변신하는 능력이 제어가 안 된다고 했지?”
룬에게 물었다. 아침을 먹기 전 룬의 사정을 간략하게 들은 세준이었다.
“네···”
세준의 물음에 룬이 침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걱정 마. 이제 고민 끝이니까. 내가 엄청난 전문가를 알고 있거든.”
“푸후훗. 그렇다냥! 박 회장만 믿으면 된다냥! 룬은 이제 걱정 끝이다냥!”
꾸엥!
[아빠가 끝이라면 끝인 거다요!]세준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세준의 무릎과 옆구리에 매달리는 테오와 꾸엥이.
낑···
[그···]끼로롱.
까망이는 식곤증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었다. 아. 편하다.
“근데 테 부회장, 너 오늘 출근 안 해?”
“···안 갈 거다냥! 오늘은 쉴 거다냥!”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이마를 비비며 출근을 거부했다.
“그래.”
어제 무입찰로 자존심이 상한 테오의 마음을 알기에 세준은 테오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푸후훗.”
그렇게 테오를 충분히 쓰다듬어 준 후
“따라 와.”
세준이 룬을 데리고 분수대에서 술판을 벌리고 있는 용들을 찾아갔다.
하지만
-세준아, 그건 어렵겠구나.
룬의 증상은 용들도 치료할 수 없었다.
“네? 왜요?!”
위대한 용들이 못 하는 게 있어요?!
세준이 실망한 눈빛으로 용들을 바라보자
많아! 농사도 못 하고, 요리도 못하고! 그러니까 우리가 너한테 술 사는 거잖아!
용들은 그렇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위대한 용의 자존심상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크흠. 세준아, 이건 엄청 격이 높은 존재로 변신하려다 생긴 부작용이다.
-쉽게 말하면 방울토마토가 수박으로 변하려 한 것과 마찬가지지.
-그래. 방울토마토가 수박으로 변하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최대한 밀도를 줄여서 부피를 키워야겠지?
-그러면 방울토마토는 자신의 성질을 잃어버릴 거야. 그거랑 비슷해.
그래서 세준에게 자신들이 치료할 수 없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한마디로 격이 높은 존재로 변신하려다 룬의 영혼이 자신의 본모습을 잃어버렸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아. 그래서 치료가 왜 안 되는데요?”
세준은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쟤 영혼이 자기 육체를 기억하지 못하면 우리도 본래의 몸을 찾아줄 수 없어.
-그래. 여기서 우리가 억지로 본모습을 찾겠다고 마법을 사용하면 더 부작용만 날 거야.
-우선 영혼이 본모습을 기억해 내는 게 먼저야.
“아. 그래서···.”
용들이 한 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나서야 세준은 이해할 수 있었다.
“미안. 괜히 기대하게 했네.”
세준이 분수대를 내려오며 룬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아······ 뭐라고 하셨죠?“
룬은 제대로 대답할 정신이 아니었다.
비록 본체가 아니라고 하지만, 무려 위대한 용의 수장을 넷이나 마주했으니, 정신이 멀쩡한 게 이상했다.
솔직히 좀 전에 용들이 뭐라고 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
그렇게 다시 지상으로 내려온 세준과 일행들.
“이러면 최후의 수단이다. 테 부회장, 끌리는 걸 찾아봐!”
세준이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테오의 두 앞발을 잡고 하나를 룬의 몸에 대며 외쳤다.
“냥? 냥! 박 회장, 끌림이 있다냥!”
“오! 진짜?! 어디야?”
역시 테 부회장!
“여기다냥!”
테오가 당당히 자신이 메고 있는 봇짐을 가리켰다.
“응? 테 부회장 봇짐?”
“그렇다냥!”
“언제부터 끌렸는데?”
“룬을 만났을 때부터 끌렸다냥!”
근데 왜 말 안 했어?
세준이 테오를 보며 황당해할 때
“푸후훗. 나 테 부회장이 박 회장만 믿으면 다 된다고 했지 않냥?!”
테오가 큰소리를 치며 룬에게 ‘우리 박 회장 대단하지?’라는 눈빛을 보내며 우쭐해하고 있었다.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