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44)
44화. 전기 뱀장어를 찾다.
44화. 전기 뱀장어를 찾다.
어떡하지?
어제 웨이포인트로 돌아와 기분 좋게 잠들었던 우마왕이 심각한 표정으로 자산의 손에 들린 시든 대파 뿌리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생각해 보니 분명 어제 붉은 털과 다른 존재들이 대파밭에 있었어. 그리고 가지런히 심어진 대파.
즉, 누군가 대파를 키우고 있었다는 소리다. 위대한 전사이자 모든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의 우두머리인 자신이 남의 물건을 훔친 것이다.
만약 이걸 다른 블랙 미노타우루스들이 알게 된다면? 치욕도 그런 치욕이 없었다.
우적우적.
음머~
우마왕이 일단 유일한 증거인 시든 대파를 입에 넣어 제거했다. 맛있군.
한 달 후 가서 대가를 치른다.
우마왕은 웨이포이트를 떠날 수 있는 한 달 후에 다시 그곳에 찾아가 먼저 먹었던 풀에 대한 대가를 치르기로 했다. 그때는 값을 치르고 풀을 더 먹어야지. 이번에는 1시간 제한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근데 뭐로 대가를 치르지?
우마왕이 뭘 대가로 줄지 생각에 잠겼다. 세준이 빽빽한 보상 리스트를 만든 상태였지만, 그걸 모르는 우마왕이었다.
***
꾸엥!
꾸엥이가 우렁찬 울음소리로 세준과 토끼들을 깨웠다.
“읏차!”
세준이 기운차게 일어나 벽에 획 하나를 추가하며 207일 차 아침을 시작했다.
“아침 먹자!”
세준이 토끼들을 불러 아침을 먹었다. 아침 메뉴는 당근과 찐 옥수수.
“휴우.”
뺘아…
뺘악…
하지만 세준과 토끼들의 얼굴은 더없이 우울헀다. 지금 먹는 당근과 옥수수가 마지막이기 때문.
처음 수확했던 당근들은 이미 한참 전에 다 먹었고 최근에 먹던 당근들은 세준이 당근의 윗동을 심어 수확한 당근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 먹는 당근이 마지막. 그리고 옥수수도 마지막. 모레부터는 대파와 방울토마토만 먹어야 했다.
연못에서 피라니아와 크레이피시도 잡지 못하고 가장 빨리 수확할 수 있는 농작물인 감자도 2주 정도는 기다려야 하는 상황. 배고픈 시절이 올 것 같았다.
우적우적.
오물오물.
그렇게 우울한 아침을 먹은 세준과 토끼들이 오전 농사를 시작했다.
뺙!
오늘은 흑토끼도 열심히 일손을 도왔다.
흑토끼의 연못 밖으로 나가겠다는 의지가 너무 컸기에 세준은 일단 자신이 함께 있을 때만 연못 밖으로 나가자고 흑토끼를 설득했다.
그리고 세준과 흑토끼는 점심시간 이후 2시간 동안 연못 밖을 탐험하기로 합의했다.
뺙!뺙!
그렇게 세준이 작업에서 빠지는 2시간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흑토끼가 엄마 토끼를 대신해 세준이 수확한 방울토마토 가지에서 방울토마토를 떼어냈다.
대신 엄마 토끼는 파 이파리 자르기에 합류해 낫 토끼와 함께 대파밭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엄마 토끼가 파 자르기 작업에 합류할 수 있게 된 것은 새끼 토끼들이 이제 농사일을 조금씩 돕기 시작했기 때문.
뺘앙.
뺘압.
뺘앗.
농부의 피가 흐르는 만큼 새끼 토끼들은 농사에 재미를 느끼며 형, 오빠들을 따라다니며 직업 체험을 하고 있었다.
서걱.
[잘 익은 마력의 방울토마토 6개를 동시에 수확했습니다.] [직업 경험치가 조금 상승합니다.]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 [숙련도 상승 Lv. 1의 효과로 수확하기 Lv. 4의 숙련도가 5% 추가 상승합니다.] [경험치 136을 획득했습니다.]“D+등급 4개에, D등급 2개네.”
경험치만 봐도 뭘 수확했는지 계산이 됐다. 점점 +등급의 농작물을 수확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었다. 직업 경험치가 거의 채워진 것 같았다.
세준이 언제 직업 등급이 상승할지 생각하며 방울토마토를 수확하고 있을 때
윙윙.
독꿀벌들이 단체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뭐지?”
세준이 독꿀벌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그들이 향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응?”
그곳에는 예전에 직업 퀘스트를 위해 심었던 방울토마토들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심었던 방울토마토 씨앗 1000개 중 621개만 제대로 자라났다.
“벌써 수확할 때가 됐나?”
그렇게 말하며 세준의 시선이 향한 곳은 감자밭. 방울토마토를 심은 다음 날 심었기에 심은 시기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내일이면 옥수수를 다 먹기에 세준은 감자밭에 더 눈이 갔다.
서걱!서걱!
곧 감자를 수확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세준이 힘차게 방울토마토 가지를 자르며 방울토마토를 수확했다.
그리고 방울토마토 수확을 끝낸 후 지상으로 올라가자
싹뚝.싹뚝.
조금 더 화려해진 앞치마를 입은 아내 토끼가 날카롭고 커진 가위로 파 이파리를 자르고 있었다.
어제 아내 토끼도 2차 각성을 했다. 덕분에 세준은 아내 토끼의 능력이 어떤 건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아내 토끼의 능력은 만능형. 이번 2차 각성을 하면서 아내 토끼의 앞치마에 들어있던 장비들의 성능이 전부 상승했다.
세준도 대파밭 작업조에 합류해 파 이파리를 자르고 새로 늘어난 대파의 뿌리를 심었다.
풍년의 효과는 파 이파리의 성장뿐만 아니라 뿌리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쳐 풍년이 든 땅에서는 뿌리가 늘어나는 속도도 엄청나게 빨랐다.
“이 정도면 5일 안에 우마왕이 망친 밭을 복구하겠는데?”
그렇게 세준이 파 이파리를 전부 잘랐을 때
뺙!
흑토끼가 지상으로 올라왔다. 오늘은 피라니아를 옮기자는 게 아니고 준비된 점심을 옮기자는 것이었다.
점심 메뉴는 구운 대파와 방울토마토. 세준과 토끼들은 말없이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우적우적.
피라니아를 먹을 수 없게 된 꾸엥이는 파 이파리로 배를 채웠다. 순식간에 거대한 파 이파리 10장 정도가 꾸엥이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잘 먹네?”
생각보다 파 이파리를 잘 먹는 꾸엥이를 보며 세준은 집에 가져간 파 이파리도 전부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 모자의 뱃속으로 사라진 건 아닐까 생각했다.
“파 이파리 필요하면 또 가져가.”
꾸엥.
세준의 말에 꾸엥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편식도 안 하고 착하네.”
슥슥.
꾸엥!
기특한 마음에 세준이 꾸엥이의 배를 쓰다듬어주자 꾸엥이는 세준이 쓰다듬디 편하도록 바로 발라당 누워 파 이파리를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꾸엥이를 쓰다듬던 세준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요즘 왜 이렇게 안 크지?”
지금까지의 성장 속도를 생각하면 이미 5m도 넘게 성장했어야 하는데 꾸엥이는 아직도 3m 정도의 크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 기분 탓인지는 모르지만, 예전보다 더 작아진 느낌이었다.
“먹는 게 부족한 건 아닌데…”
그렇다고 하기엔 꾸엥이는 요즘 힘이 넘치고 있었다.
세준이 꾸엥이에 대한 걱정을 하는 사이
꾸로롱.
꾸엥이는 파 이파리를 물고 잠들었고 세준도 꾸엥이의 몸에 등을 기대고 잠들었다.
그리고
뺘로롱.
점심을 먹고 졸려진 흑토끼도 세준의 무릎 위에 올라가 잠들었다.
***
뺙!
낮잠으로 기운을 차린 흑토끼가 세준을 깨웠다. 이제 연못 밖을 탐험할 시간이었다.
“자 해독의 대파 하나 먹고.”
뺙!
세준의 말에 흑토끼가 해독의 대파 하나를 씹어 먹었다. 혹시 모를 중독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다음으로 밧줄 확인해봐.”
뺙!
흑토끼가 허리에 감긴 밧줄을 점검했다. 밧줄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흑토끼가 밧줄을 두 번 당기면 세준이 밧줄을 당기기로 했다.
“여기 무기.”
세준이 자신의 단검을 흑토끼의 몸에 맞춰 짧은 나무에 연결해 만든 작살을 흑토끼에게 건넸다. 물속에서는 아무래도 해머보다는 작살이 쓰기 용이했다.
풍덩!
그렇게 밧줄과 작살을 장비한 흑토끼가 연못으로 들어갔다.
“조심해서 다녀와.”
뺙!
흑토끼가 대답을 하고는 연못의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스륵.스륵.
세준이 밧줄을 풀며 흑토끼의 안전을 빌었다.
***
연못 밖은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와본 적 있는 흑토끼는 당황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러자 점점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며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완전한 어둠이었다면 이런 게 소용없겠지만, 저 아래 희미한 노란 불빛이 있어 가능했다.
어제는 여기서 암순응을 하고 주변을 돌아다니려 할 때 밖에 소란이 일어나 다시 연못으로 나갔었다.
자 이제 가보자!
파닥파닥.
흑토끼가 아래쪽을 향해 힘차게 발을 저었다. 목표는 노란 불빛.
조금 이동하다 보니 물의 흐름이 노란 불빛 쪽으로 강하게 흐르며 흑토끼는 더 빠르게 노란 불빛과 가까워졌다.
내려갈수록 물의 온도가 차가워졌다.
그리고
저게 다 뭐야?!
노란 불빛이 나는 곳에 도착하자 수류에 끌려 온 엄청난 수의 피라니아와 크레이피시들의 사체가 보였다. 노란 불빛은 사체 더미들의 건너편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흑토끼가 사체 더미를 헤치고 앞으로 나가자 머리에서 밝은 황금빛을 내는 거대한 장어의 사체가 나타났다. 장어의 사체는 너무 길어서 파 이파리를 25번 정도는 연결해야 장어의 길이와 같아질 것 같았다.
저거구나!
흑토끼는 저 장어가 세준이 말한 거대 전기뱀장어라고 확신했다.
파닥파닥.
흑토끼가 발을 저으며 거대 전기뱀장어의 머리로 다가가
푹!
작살로 머리를 찔러 살을 가르고 장어의 머리 속으로 들어가 뒤적거리는 중
파앗!
황금빛을 내는 주먹 크기 정도의 구슬을 찾았다. 이거 삼촌이 좋아하겠어!
뽁.
흑토끼가 신나 하며 구슬을 안고 장어의 머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작살을 등에 메고 줄을 두 번 잡아당기고는 구슬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세준의 손에 자신을 맡겼다.
투웅.투웅.
밧줄이 당겨지며 흑토끼가 빠르게 위로 끌어올려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흑토끼가 정신을 잃었다. 숨을 너무 참은 흑토끼였다.
***
‘신호다!’
세준이 밧줄에서 느껴지는 두 번의 당김을 느끼고는 밧줄을 당기기 시작했다.
너무 강하게 당기면 밧줄이 끊어질 수도 있기에 최대한 빠르게 하지만 여유롭게 밧줄을 당겼다. 그렇게 2분 정도 열심히 밧줄을 당기자 연못 구멍의 너머에서 황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뭐지?”
세준은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열심히 당겼고 흑토끼가 밧줄을 따라 황금빛을 품고 연못 안에 도착했다.
“흑토끼!”
세준이 서둘러 연못 안으로 들어가 흑토끼를 건져냈다. 그리고 품에 안은 구슬과 밧줄을 제거하고
후웁.
숨을 들이마시고 흑토끼에게 인공호흡을 하려 할 때
퍽.
“아!”
세준의 입을 막는 검은 앞방.
뺙!
흑토끼가 인상을 쓰며 세준을 바라봤다. 삼촌 무슨 짓이야!
“아니. 난 너 살리려고 그랬지…”
웬지 섭섭해지는 세준이었다.
뺙!
정신을 차린 흑토끼가 힘차게 일어났다. 그리고 세준이 던져놨던 황금 구슬을 가져와 세준에게 건넸다.
“이게 뭔데?”
세준이 흑토끼가 건네는 황금 구슬을 받았다.
[전기 뱀장어의 내단을 획득했습니다.]아까 흑토끼의 품에서 빼낼 때 같은 메시지가 떴었지만, 확인하지 못한 세준이었다.
“거대 전기 뱀장어의 내단?! 너 거대 전기 뱀장어를 찾은 거야?!”
세준이 놀랍다는 듯이 바라보자
뺙!
흑토끼가 고개를 쳐들며 우쭐해했다. 난 강함!
왜 거대 전기 뱀장어의 사체를 찾은 게 강함과 연결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준은 일단 내단의 옵션을 확인했다.
[거대 전기 뱀장어의 내단]탑 99층의 지하 호수에서 1000년을 산 거대 전기 뱀장어의 내단입니다.
전기의 힘이 담겨 빛을 냅니다.
섭취 시 스킬 : 우뢰(雨雷)를 배울 수 있습니다.
사용 제한 : 마력 10 이상, 거대 전기 뱀장어를 처치한 자(박세준)
등급 : A
스킬을 얻을 수 있는 내단이라니! 탑의 신비는 정말 무궁무진했다.
하지만
“지금은 못 먹네.”
세준의 마력으로는 아직 섭취할 수 없었다.
“자 이거.”
꽈악.꽈악.
세준이 황금 구슬을 흑토끼에게 건네며 흑토끼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뺙?
갑자기 이상한 세준의 태도에 흑토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삼촌 갑자기 왜 이래?
“흑토끼님, 장어 한 덩이 부탁드립니다요.”
장어가 먹고 싶은 세준이었다.
그렇게 저녁은 흑토끼가 잘라 온 거대 전기뱀장어의 살을 구운 장어구이로 결정됐다.
그리고 장어구이가 거의 완성됐을 때
“내가 돌아왔다냥!”
테오가 큰 성과를 가지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