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5)
5화. 열매가 열리다.
5화. 열매가 열리다.
세준의 손에 꽉 잡힌 물고기가 몸부림치며 세준을 공격하기 위해 입을 쩌억 벌렸다 강하게 다물었다.
딱!딱!
날카로운 이빨이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그럴 때마다 세준은 더욱더 강하게 붙잡았다. 잘못해서 물리기라도 하면 손가락 하나는 그냥 뎅강 잘려 나갈 것 같았다.
세준이 물고기를 꽉 붙잡고 천장 구멍의 아래, 불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사이 강렬히 저항하던 물고기는 점점 호흡이 가빠지더니 몸이 축 늘어졌다.
불가에 도착한 세준은 신중한 움직임으로 바닥에 파 이파리를 한 장 깔았다. 깔아둔 이파리 위에 물고기를 조심스럽게 놓고 다시 파 이파리 한 장을 덮었다.
그리고
부욱.
파 이파리를 손가락 굵기 정도로 찢어 생선을 포갠 파 이파리 두 장을 십자 모양으로 감싸고 묶었다.
“맛있어져라.”
세준이 정성스럽게 파 이파리로 싼 물고기를 불구덩이 한가운데에 넣었다.
그리고
“······”
기다렸다.
한참을 지켜봤다.
킁킁.
“아 향기롭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수증기에 녹아든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가 주변으로 퍼지며 냄새가 동굴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가 떠올랐다. 엄마가 식사를 준비하고 있으면 주방에서부터 퍼진 음식 냄새가 집 전체를 점령한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들어 왔을 때 집 안 가득한 냄새가 내가 좋아하는 반찬일 때는 기분이 좋아진다. 그때는 먹기 전에 기다리는 시간도 행복했던 것 같다.
꼬르르륵.
세준의 생각을 방해하는 소리가 났다. 배가 고팠지만, 참았다. 자신의 빈 속을 맛있는 것으로 채우고 싶다는 일념.
꼬르르륵.
“조금만 참아. 진짜 맛있는 거 넣어줄게.”
세준이 자신의 배를 달래며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최고의 맛이 완성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냄새가 한층 짙어지고 진득해졌을 때
“됐어! 이제 못 참아!”
세준이 파 이파리에 싸서 구운 물고기를 말라서 딱딱해진 파 이파리를 이용해 불 밖으로 꺼냈다.
조심스럽게 파 이파리를 묶었던 줄을 풀었다.
화악.
줄을 풀고 파 이파리를 걷어내자 파 향과 섞인 생선의 농밀한 향기가 퍼져 나왔다
“와아!”
촉촉한 윤기가 흐르는 생선의 자태에 세준이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왕.
세준이 생선을 반으로 접어 삐져나온 살점을 뜯어 입에 넣었다.
“으음…!”
잘 구워졌다. 비린맛은 전혀 없고 씹자마자 느껴지는 탱글탱글함과 씹으면 씹을수록 입안으로 퍼지는 담백함까지.
‘미쳤다!!!’
우걱우걱.
세준이 정신없이 생선을 먹어 치웠다.
“헉! 언제 다 먹은 거지?”
세준이 어느새 뼈만 남은 생선을 보며 절망의 표정을 지었다.
그때
삐이…
삐…
옆에서 절망하는 소리가 들렸다. 절망하는 건 세준만이 아니었다.
“응?”
세준이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자 토끼 부부가 뼈만 남은 생선을 보며 나라 잃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설마?!’
아니야 그럴 리가…무슨 토끼가 생선을 먹어!
하지만 생각해보면 토끼 부부는 세준처럼 파를 구워 먹는 화식을 더 선호했다.
“너희 육식도 해?
세준이 묻자
삐이!
그걸 이제 알았냐는 듯이 토끼 부부가 동시에 고개를 홱 돌렸다. 세준 혼자 다 먹은 것에 삐진 것 같았다.
“미안. 너희가 고기도 먹는지 몰랐지…”
세준이 머리를 긁적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연못으로 갔다. 물고기를 잡아볼 생각이었다. 연못 안에는 아까보다 물고기 숫자가 더 늘어나 있었다.
“근데 얘네들 어디서 오는 거지?”
세준이 횃불을 들고 연못을 살펴보니 연못의 구석에 손 한 뼘 정도 되는 크기의 구멍 하나가 보였다.
“응?”
그때 구멍으로 들어오는 물고기 하나.
“아 저 구멍으로 들어오는구나.”
횃불의 빛에 이끌려 오는 것 같았다. 세준이 드디어 물고기가 어디서 오는 건지 알게 됐다.
연못을 좀 더 살펴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횃불을 연못에 가까이 가져간 세준.
첨벙!
물고기가 횃불을 향해 날아올라 입을 벌렸다.
“어?!”
휙.
세준이 급하게 횃불을 들어 올려 물고기를 피하자
딱!
물고기가 허공을 씹었다.
첨벙
사냥에 실패한 물고기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뭐지?”
세준이 조심스럽게 횃불을 다시 물 가까이 가져가자
첨벙!첨벙!
물고기들이 횃불을 사냥하기 위해 뛰어올랐다.
휙.
세준이 횃불을 들어 올려 피하자
딱!딱!
첨벙.첨벙.
이번에도 사냥에 실패한 물고기들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아하.”
세준이 물고기들이 뭐에 반응하는지 깨달았다. 물고기들은 수면 가까이에서 뭔가가 움직이면 먹이인 줄 알고 뛰어오른다.
어떻게 하면 물고기들이 튀어 오르는지 알았으니 잡는 건 쉬웠다.
세준이 횃불을 연못 가까이에서 흔들었다.
첨벙!
물고기 한 마리가 입을 벌리며 횃불을 향해 날아올랐다.
‘온다!’
세준이 물고기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그리고 물고기가 최고 높이에 도달하고 다시 추락하려 할 때
‘지금이다!’
퍽!
세준이 떠오른 물고기를 향해 횃불을 휘둘러 연못 바깥 방향으로 쳐냈다. 땅으로 추락한 물고기가 숨을 쉬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 사이
퍽!퍽!
세준은 물고기 두 마리를 더 땅으로 보내버렸다.
호흡이 멈춘 물고기 3마리를 가지고 불가로 다가가자
삐이익!
삐삑!
토끼 부부가 언제 삐졌다는 듯이 세준을 향해 존경의 눈빛을 보내며 환호성을 질렀다.
“엣헴.”
세준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이 순간만큼은 영웅이 된 느낌이었다.
삐익!
삐!
남편 토끼가 파 이파리를 가져오며 요리 보조를 자처했다.
부욱.부욱.
옆에서는 부인 토끼가 파 이파리를 잘게 찢어 줄을 만들었다.
“됐다.”
세준이 3번째 물고기를 불에 넣으면서 말했다. 물고기를 파 이파리로 포개고 묶기만 하면 끝나기에 요리는 금방이었다.
그리고 다시 행복한 기다림.
조난 11일 차. 세준과 토끼 부부는 생선으로 배를 채우고 잠에 들었다.
***
삐비빅.삐비빅.
[6월 19일 오전 6시]조난 41일 차 아침이 됐다.
“읏차!”
잠에서 일어난 세준이 연못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연못 옆에는 예전에는 없던 작은 연못이 하나 더 있었다.
물고기의 공격을 피하고자 연못 옆에 작은 물줄기를 연결해 만든 수돗가라고 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세수를 하고 물을 떴다.
어푸!어푸!
세준이 세수를 하고 밭으로 갔다. 밭에는 세준의 지정석인 바위를 중심으로 앞에는 파가, 왼쪽에는 세준의 무릎 정도 높이까지 자란 방울토마토가 그리고 오른쪽에는 고구마의 싹이 보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구마의 싹이 났다. 세준이 조난 첫날 심은 모든 농작물이 드디어 탑에서 안전하게 뿌리를 내린 것이다.
“뿌듯하구나.”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조난 32일 차에 다시 한번 블루문이 나타났다. 그걸로 세준은 자신이 있는 층의 블루문 주기가 30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며칠 전 경사가 있었다. 부인 토끼가 6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식구가 늘어났다.
뺘아!
뺘!
굴속에서 아기 토끼들의 힘찬 울음소리가 들리자 아빠 토끼가 열심히 파 이파리를 날랐다.
“아침 준비해야지.”
바쁜 토끼 부부를 보니 그들을 돕고 싶었다.
뿌드득.뿌드득.
파 이파리를 꺾어 10개는 불에 넣고 나머지는 땅에 깔아 말렸다.
그리고 연못으로 다가가 물 위에서 횃불을 좌우로 흔들었다.
첨벙!첨벙!
횃불을 사냥하기 위해 날아오른 물고기. 세준이 그런 물고기들을 향해 횃불을 휘둘렀다.
퍼벅!
오늘은 운이 좋게도 일타이피였다.
파닥파닥.
물고기 두 마리를 파 이파리로 덮어 줄기로 묶고 불에 넣었다.
그리고 그사이 잘 구워진 파를 꺼내 먹었다.
“따듯한 게 들어오니 속이 풀어지네.”
그렇게 구운 파를 먹고 세준은 농작물에 물을 주고 잠깐 멍을 때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킁킁.
다 익었는지 맛있는 냄새가 퍼져오기 시작했다.
툭.툭.
세준이 불 속에서 물고기를 꺼내 이파리를 묶었던 줄을 끊기 시작했다. 때마침 남편 토끼가 터덜터덜 굴에서 걸어 나왔다.
“토끼야!”
세준이 아빠 토끼를 불렀다.
삐이…
남편 토끼는 육아가 힘들었는지 대답에 힘이 없었다.
“이거 부인이랑 같이 먹어.”
삐이.
감동하는 남편 토끼. 남편 토끼가 서둘러 생선을 가지고 굴로 들어갔다.
하지만
뺘!
뺘!
간신히 재운 새끼들이 깨어나면서 토끼 부부는 한참 뒤에야 물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
삐비빅.삐비빅.
[6월 19일 오전 5시]조난 50일 차. 스마트폰이 알림을 울리고 사망했다.
다행이라면 토끼들은 정확히 오전 5시에 일어나고 오후 7시에 잔다는 것. 토끼들의 생활 리듬을 따르면 계속 떠 있는 해로 인해 시차가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수고했다.”
세준이 사망한 스마트폰을 이미 사망한 노트북과 함께 가방에 넣었다.
그때
삐익!!
삑!
이제 어느 정도 육아가 익숙해졌는지 토끼 부부가 굴에서 나와 인사를 했다.
“응. 좋은 아침.”
쏴아아.
싹둑.싹둑.
남편 토끼가 물조리개로 농작물에 물을 주고 아내 토끼가 파 이파리를 자르는 동안
퍽!
퍽!
세준은 연못에서 물고기를 잡았다.
그리고 잡은 물고기를 들고 불가로 가서 이파리로 감싸고 불에 넣자 부인 토끼가 구운 파를 꺼내 파 이파리에 이쁘게 담아 세준에게 주고 남편 토끼와 함께 굴로 들어갔다.
물고기가 익는 동안 새끼들의 아침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냠냠.
그렇게 파를 먹으며 허기를 채우고 있을 때
“어?!”
세준의 눈에 방울토마토의 끝에 핀 노란 꽃 한 송이가 보였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본 내용이 떠올랐다. 벌이나 바람이 없으면 수분이 안 된다고 했다.
여기 동굴은 바람은 불지만, 약했다. 세준은 확실하게 수분을 시키기 위해 생선을 먹고 나온 가시로 조심스럽게 꽃을 문질러줬다.
‘돼라. 돼라.’
세준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꽃을 인공수분 시켰다.
***
“읏차!”
세준이 일어나자마자 동굴의 바위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슥.
물고기의 가시를 이용해서 바위벽에 획을 하나 그었다.
옆에는 2개의 바를 정(正)이 새겨져 있었고 윗줄에는 10개가 새겨져 있었다.
조난 61일 차가 됐다. 스마트폰이 사라진 이후로 이렇게 날짜를 기록하고 있었다.
‘벌써 61일째라나…’
세준의 기분이 가라앉으려 할 때 동굴이 요란스러워졌다.
삐야!
삐야!
뺘!
아침이 되자 부모 토끼를 따라서 굴에서 새끼 토끼들이 줄지어 나왔다.
삐익!
삐이!
토끼 부부가 세준에게 아침 인사를 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래. 간다.”
요즘 세준이 중간중간 새끼 토끼들을 봐줬다. 대단한 건 아니고 위험한 데로 가지 못하게 하는 정도.
세준이 새끼 토끼들을 감시하는 동안 남편 토끼는 밭에 물을 주고 아내 토끼는 이파리를 잘라 아침을 준비했다.
새끼 토끼들은 주면 주는 대로 잘 먹었기에 식사는 평화로웠다. 식사가 끝나자 토끼 부부는 새끼들을 데리고 다시 굴로 들어갔다.
세준은 세수를 하고 방울토마토밭으로 갔다. 방울토마토밭은 꽃이 하나둘 피어나더니 이제는 꽃밭이 됐다.
그리고 세준은 방울토마토꽃이 달린 가지를 가볍게 흔들었다.
“돼라. 돼라.”
이제는 너무 꽃이 많아졌기에 하나씩 수분시키지 않고 가지를 가볍게 흔들면서 수분의 주문을 외웠다.
그때
“어?”
떨어진 꽃잎 사이로 아주 조그맣게 맺힌, 콩알보다 작은 녹색 방울토마토가 보였다.
조난 61일 차, 드디어 열매가 열렸다.
블루문 하루 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