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525)
525화. 흐흐흐. 여기는 내가 비벼볼 만하겠어.
525화. 흐흐흐. 여기는 내가 비벼볼 만하겠어.
붉은 잿빛으로 변한 하늘, 죽어버린 대지와 강.
그리고
“하아. 이젠 끝났어.”
“뭘 해도 우린 죽을 거야.”
그 사이에서 탄식하며 최후를 예감하는 <레시아>의 주민들.
저 멀리 그들이 있는 도시를 향해 다가오는 끔찍한 재앙들이 보였지만, 누구도 싸우려 들지 않았다.
그들은 그동안 첫 번째 재앙 로커스트와 두 번째 재앙 거대 흡혈 거머리와 오랫동안 싸워왔고
최근에 위대한 푸른용이 내려준 농작물을 이용해 두 재앙들을 상대로 연속해서 큰 승리를 거두며 ‘평화’라는 희망을 키워나갔다.
거기다 재앙들이 철수하며 수가 크게 줄어들자, <레시아>의 주민들은 거의 축제 분위기가 됐다.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하면 평화가 올 것만 같았다. 조금만···
하지만 첫 번째 재앙인 로커스터부터 다섯 번째 재앙인 슬라임까지, 며칠 전 갑자기 들이닥친 다섯 재앙들로 인해 그들의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다.
다섯 재앙들은 함께 몰려다니며 로커스터의 약점인 견고한 칼날 대파는 불나방이 태우고
거대 흡혈 거머리의 약점인 생명이 넘치는 향긋한 포도는 석화거미가 돌로 만들며 세준의 농작물을 무력화시켰다.
그렇게 파죽지세로 진군한 재앙은 순식간에 푸른탑 80개를 점령했고, 현재 <레시아>에 남은 푸른탑은 5개뿐이었다.
거의 도달했다고 믿었던 정상에서의 추락.
희망에서 절망으로 순식간에 곤두박질쳐진 주민들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조용히 최후를 받아들이려 했다.
“무기를 들어라! 이렇게 죽을 거냐?! 일어나!”
물론 프로그 시티의 왕 개로로처럼 꺾이지 않는 굳은 마음을 가진 이도 있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심지만 남은 초처럼 더 이상 태울 게 없었다. 주민에게는 새로운 희망이라는 연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개로로는 주민들에게 그런 희망을 줄 수 없었다. 지금은 자신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것만으로 버거웠으니까.
그래서 개로로의 외침은 공허했다.
푸드···
어느덧 재앙들 중 이동속도가 가장 빠른 로커스트의 날갯짓 소리가 희미하게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혼자군.”
상관없었다.
왕은 원래 고독한 자리. 왕이 된 순간부터 고독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개로로는 적을 마주하기 위해 홀로 프로그 시티의 입구에 섰다.
스르릉.
개로로가 하늘을 검게 물들이는 로커스트를 보며 자신의 검을 뽑았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개로로의 마음과 다르게 검의 예기는 시리도록 차가웠다.
***
[<레시아>에 도착했습니다.]“카모플라쥬.”
세준보다 강자가 없는 세상이지만, 안전을 가장 중시하는 개복치답게 세준은 일단 몸부터 숨겼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뭐야? 여기 왜 이래?
이렇게 생기가 없는 도시는 처음이었다.
도시의 주민인 개구리들은 숨을 쉬며 살아있지만, 눈빛은 하나같이 죽어있었다.
그때
께엑!께엑!
위잉!위잉!
세준과 함께 이동한 버섯개미와 독꿀벌들이 세준이 보이지 않자, 당황하며 애타게 세준을 찾았다.
“애들아, 나 여기 있어.”
세준이 서둘러 카모플라쥬를 풀고 모습을 드러냈다.
께엑!
위잉!
반가움에 세준을 감싸는 버섯개미와 독꿀벌들.
“그래. 많이 놀랐지?”
세준은 그들을 진정시키며 아공간 창고를 열었다.
하지만
[검은 거탑 박세준의 아공간 창고를 <레시아>와 동기화 중입니다. [동기화까지 1시간 남았습니다.]동기화라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동기화?”
애들 없이 나 혼자 1시간 동안 어떻게 살아남으라고?!
당황한 세준.
그때
쾅!
가까운 곳에서 폭음이 들렸다.
“뭐야?!”
세준이 서둘러 소리가 난 곳으로 조심히 다가가자
“죽어라!”
엄청난 수의 로커스터들에 둘러싸인 채 검을 휘두르는, 다른 개구리보다 조금 더 큰 개구리가 보였다.
센데?
개구리는 강했다.
하지만
“후훗. 나보다는 약하지.”
세준보다는 한참이나 약했다.
개로로도. 재앙들도.
검은 거탑 99층에서야 무시당하는 개복치지 다른 곳에서는 위협을 가할 존재가 거의 없었다.
흐흐흐. 여기는 내가 비벼볼 만하겠어.
“얘들아, 위험하니까 뒤로 가 있어.”
자신이 여기서 먹어준다는 걸 깨달은 세준은 자신의 뒤를 따라온 버섯개미와 독꿀벌들을 뒤로 물린 후
척.
세준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검 하나를 주워
휙.
로커스트가 날아다니는 하늘을 향해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후웅!
위력에 비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검풍이 로커스트들을 공격했다.
힘만 센, 요령 없는 공격이었지만
[첫 번째 재앙 로커스트를 처치했습니다.]···
..
.
로커스트들을 갈가리 찢기에는 충분했다.
후웅!후웅!
그렇게 세준은 파리 쫓듯이 검을 휘휘 휘두르며 로커스트를 잡았다.
콰직.
중간에 검이 부서지는 일이 있었지만, 주변에 굴러다니는 검이 많아 그때마다 검을 주워 다시 로커스트를 잡았다.
그사이 로커스트를 따라 거대 흡혈 거머리와 불나방, 석화거미들이 합류하며 세준의 검풍 공격을 막기 시작했지만
콰과광!
세준은 검을 표창처럼 힘껏 던져 재앙들을 처치했다.
[두 번째 재앙 거대 흡혈 거미리를 처치했습니다.] [세 번째 재앙 불나방을 처치했습니다.] [네 번째 재앙 석화거미를 처치했습니다.]···
..
.
검을 한 번 던질 때마다 검이 향하는 곳의 재앙들이 죽어 나갔다.
께엑!
위잉!
센스 좋은 버섯개미와 독꿀벌들은 마치 세준과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주변의 검을 주워 와 준 덕분에 세준은 멈추지 않고 검을 던질 수 있었고
콰과광!
콰과광!
재앙의 숫자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때
꿀렁.꿀렁.
천천히, 하지만 거침없이 세준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는 다섯 번째 재앙 슬라임.
슬라임은 세준이 처치한 재앙의 사체들을 남김없이 먹어 치우며 다가왔다.
“내 고기 건들지 마! 먹구름 만들기!”
불나방이랑, 석화거미는 나도 아직 맛을 못 봤는데!
세준은 자신의 고기를 스틸하는 슬라임에 분노하며 하늘에 먹구름을 만든 후
“천둥 던지기!”
콰과광!
벼락으로 슬라임들을 지지자, 주변으로 맛있는 돼지고기 냄새가 스멀스멀 퍼지기 시작했다.
“누구지?”
전투를 멈춘 개로로가 경외에 찬 눈빛으로 세준을 바라봤다.
손짓 한 번에 수천의 재앙을 죽이는 강함.
거기다 신성한 벼락까지.
신인가?
개로로가 오래전 사라져 버린 개구리들의 신을 떠올릴 때
쿠어어어!
쿵.쿵.
멀리서 흉악한 기운을 쏟아내며 다가오는 악의.
지금까지 지휘를 하느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여섯 번째 재앙 오우거가 프로그 시티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신이여. 저희를 구원해 주소서.
개로로가 세준을 보며 기도했다.
하지만
“카모플라쥬.”
세준은 서둘러 모습을 숨겼다. 개복치는 치고 빠질 때를 잘 알아야 한다.
***
전투 상점 본부.
“배틀러, 그 책은 뭐야? 고양이 키우게?”
썬더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온 베브가 묻자
“그런 게 있다. 묻지 마라.”
배틀러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추스르며 조용히 대답했다. 자신이 노예가 된 걸 말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
까칠하네.
배틀러의 대답에 다른 주제로 얘기를 옮기려 할 때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범접할 수 없는 적, 여섯 번째 재앙 오우거와 대치 중입니다.]베브의 앞에 나타는 메시지.
“크하하하. 역시 우리 박세준! 용맹한 전사답구나!”
믿고 있었다고!
베브가 호탕하게 웃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용맹의 업적을 내려주마! 그리고 1대1로 싸워서 이기면 용맹의 업적 5개를 주지!”
베브가 서둘러 세준에게 제안을 했지만
“어?! 차단?! 왜?!”
역시 이번에도 차단당했다.
그리고
“박세준? 그 검은탑의 농부를 말하는 거냐?
아는 이름이 나오자, 배틀러가 베브에게 물었다.
“하하하. 그래. 배틀러 너도 이미 우리 박세준을 눈여겨보고 있었군. 하긴 박세준은 위대하고 용맹한 전사니까 전투의 신인 네가 넘볼···.”
“무슨 소리야?! 내가 그런 약한 농부 녀석을 넘볼 리가 있냐?”
“약하다니?! 아니··· 그건 맞는데. 그래도 우리 박세준은 멸망의 사도와도 싸운 용맹한 전사라고!”
“흥. 그 녀석보다는 옆에 있는 고양이를 주시해라. 테오 박은 진짜 엄청난 녀석이니까.”
베브가 테오를 대단하다고 얘기하자
“무슨 소리세요?! 박세준 옆에 있는 꾸엥이 박이 최고죠?! 그 녀석은 타고난 전사라고요!”
썬더가 자신이 찍어둔 전사의 재목 꾸엥이에 대해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야?! 박세준이 가장 용맹해!”
“테오 박이 진짜 무서운 놈이라니까!”
“꾸엥이의 재능은 아무도 못 쫓아와요!”
어쩌다 보니, 세준, 테오, 꾸엥이 중 누가 더 대단한 전사인지 싸우는 셋.
그러나 아무 의미 없는 대화였다.
세준, 테오, 꾸엥이는 전사가 될 생각이 조금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의미 없는 대화는 한참 동안 계속됐고
“너희들 그만 돌아가.”
배틀러는 베브와 썬더를 쫓아냈다.
지금부터 중요한 일을 해야 했다.
“좋아. 이제 실습이다.”
드디어 [고양이의 마음을 완벽하게 공략하는 1000가지 방법]을 마스터한 배틀러가 실전에 들어갔다.
“일단 먹을 거로 친해져야겠지?”
고양이 먹이는···
“당연히 살아있는 쥐지.”
배틀러가 테오에게 살아있는 쥐를 보냈다. 그것도 하필 햄스터를.
“먹이를 주고 바로 친한 척을 하면 안 된다고 했으니까···으하암. 좀 잘까?”
그동안 책을 마스터하느라 잠을 못 잔 배틀러는 하품을 하며 침대에 눕자마자 잠들었다.
그리고
“으읏! 살려줘! 잘못했어!”
배틀러는 그날 악몽을 꿨다.
“뀨-뀨-뀨-뀨-뀨-“
“푸후훗. 배틀러! 거기 서라냥!”
거대한 테오가 꼬리에 괴상한 소리를 내는 새하얀 햄스터를 달고 자신을 잡으러 오는 꿈이었다.
***
<레시아>
[용맹의 신 베브가 여섯 번째 재앙 오우거와 1대1로 싸우면 용맹의 업적 5개를 내려주겠다고 제안합니다.]‘쟤랑 어떻게 1대로 싸워요?! 차단!’
세준이 눈앞에서 무시무시한 눈빛을 보내는 오우거를 마주하며 베브를 차단했다.
킁킁.
오우거는 카모플라쥬 스킬을 사용한 세준의 근처에서 코를 대고 열심히 냄새를 맡고 있었다.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
꼬미가 만든 질긴 거미줄 위장 슈트는 완벽하게 세준의 기운이 새어나가는 걸 막았지만
투기에 아주 민감한 오우거는 세준이 가진 티끌만 한 투기에 반응했다.
‘제발 가라!’
덕분에 세준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죽을 맛이었다.
다행이라면 세준에게 오우거의 온 신경이 쏠리며 세준의 지시로 숨은 버섯개미와 독꿀벌들, 프로그 시티의 주민들은 안전했다.
킁킁.
그렇게 오우거가 열심히 세준의 냄새를 맡는 동안
일단 흘리기의 달인으로 한 번은 버틸 수 있으니까.
세준은 전투를 준비했다.
플랜 A.
사기의 구슬을 꺼내 죽음의 수확 스킬을 사용해 오우거를 처치한다.
첫 공격이 실패하면?
플랜 B.
검은콩 세트를 먹는다.
그때 들어오는 공격은 첫 번재 공격을 무조건 99% 흘려내는 재능 : 흘리기의 달인으로 버틴다.
그리고 늘어난 힘으로 신기 대지의 칼날을 소환해 <권능 : 대지의 칼날>을 사용한다.
‘좋아. 완벽해.’
머릿속으로 계획을 짠 세준이 오우거를 공격하려 할 때
철컹.
“박 회장, 보고 싶었다냥!”
아공간 창고가 열리며 세준을 향해 몸을 날리는 테오.
“냥?!”
쿠어?
날아가던 중 세준의 옆에 있던 오우거와 눈이 마주쳤고
박 회장을 겁주지 말라냥!
퍽!
서둘러 허공을 밟으며 방향을 전환해 오우거의 뒤통수를 때려 기절시켰다.
그리고
츄이!츄이!츄이!
[역시 세준컴퍼니의 독보적인 이인자! 위대한 하이브리드 테 부회장님! 아주 훌륭하십니다!]짝!짝!짝!
아공간 창고 입구에는 처음 보는 갈색 햄스터 한 마리가 자신을 살려준 테오를 칭송하며 열심히 박수를 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