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528)
528화. 저에게 군고구마 말랭이를 주지 마세요.
배틀러의 집.
똑.똑.똑.
“으···이제 좀 자려는데···.”
내내 악몽으로 잠을 설치다 이제야 깊이 잠들려던 배틀러가 노크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베개로 귀를 틀어 막았다.
하지만
똑.똑.똑.
똑.똑.똑.
일어날 때까지 하겠다는 듯 집요한 노크 소리가 계속됐고
“아! 뭐야?”
결국 참지 못한 배틀러가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배틀러, 자고 있었네? 난 누구 때문에 아주 개고생했는데.”
상인의 신 헤르가 배틀러를 째려보며 말했다.
그리고
“테오한테 햄스터는 왜 보낸 거야?! 테오 여친이 햄스터인 거 몰라?! 이건 네가 테오에게 보낸 햄스터를 다시 돌려보내는데 든 신성력 청구서야.”
갈치를 돌려보내기 위해 쓴 모든 신성력을 배틀러에게 청구하는 헤르. 역시 상인의 신 다웠다.
헤르는 아주 긴 영수증을 배틀러에게 건네고 서둘러 돌아갔다. 도망치듯이.
[총 청구 신성력 111만 4123]“뭐···뭐가 이렇게 비싸?!”
헤르에게 받은 청구서의 가격을 보며 경악하는 배틀러.
-아공간 창고 동기화 가속 비용 : 신성력 75만
-고생한 헤르의 수고비 : 신성력 35만
영수증의 중간에는 자세히 봐야 간신히 보일 정도의 아주 작은 글씨로 없어도 될 것이 같이 청구돼 있었다.
***
하얀탑 99층.
“세준 님, 죄송합니다.”
하얀탑 99층 보스 오우거킹 레스는 자신을 추궁하는 세준을 향해 서둘러 사과했다.
물론 세준의 눈빛이 무서워서는 아니었다.
사실 지금도 ‘세준 님의 쓰레기 같은 재능 때문이잖아요!’라고 팩트를 말해주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으니까.
하지만
우리 세준이 형한테 제대로 알려줬어야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자신을 노려보는 아작스의 눈빛에 레스는 죄인처럼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오우거를 통치하는 왕 다운 현명한 대처였다.
만약 레스가 세준의 재능이 쓰레기라는 머릿속의 생각을 입으로 뱉어내거나, 세준에게 대드는 순간
쾅!
화약에 불이 붙는 것처럼 아작스를 시작으로 테오, 꾸엥이, 까망이 패밀리의 분노가 연쇄적으로 점화되며 레스를 가만두지 않았을 테니까.
“레스, 그럼 나 이제 투기로 몸 강화하는 법 배울 수 있어?”
그렇게 위기를 넘긴 레스에게 세준이 물었고
“네! 그럼요!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오우거 비전 투기공 근육 강화술을요.”
레스는 이 불편한 분위기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기에 서둘러 세준에게 투기 활용법을 가르치고 돌려보내기로 했다.
“근육 강화술? 오. 빨리 가르쳐 줘.”
흐흐흐. 이름부터 강해 보이네.
레스의 말에 세준이 눈을 반짝였다.
근육 강화술은 투기공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중요한 기본 기술로 전신의 근육을 극한으로 강화한다.
오우거의 투기공은 대부분 육체에 엄청난 부하를 주기에 강한 근육이 꼭 필요하기 때문.
그런 중요한 기술이기에 오우거의 선조들은 수천 년 동안 근육 강화술을 쉽게 익힐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고
이제는 5살 오우거도 한 번만 알려주면 쉽게 익힐 수 있는 기술이 됐다.
몸에 있는 투기를 누군가 한 번만 경로대로 이끌어 주면 이후는 투기가 스스로 경로대로 전신을 순환하며 모든 근육을 강화해 준다.
그래서 레스도 부담 없이 세준에게 가르쳐준다고 한 것. 이건 못할려야 못 할 수가 없는 기술이었다.
한 번 흐름을 타면 멈추는 게 더 힘든 기술이니까.
이것보다 쉬운 투기공은 없지.
“그럼 근육 강화술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준 님, 여기 앉으십시오.”
“응.”
레스가 세준을 자신의 앞에 앉히고 세준의 등에 두 손을 올렸다.
움직여라.
우웅.
자신의 투기로 세준의 투기를 움직이며 근육 강화술의 경로를 따라 순화시켰다.
레스의 인도에 따라 세준의 피부와 근육 사이의 경로를 순환하는 투기.
잠시 후.
레스는 근육 강화술의 경로대로 세준의 투기를 한 바퀴 순환시켰다.
보통 한 번이면 투기가 완벽하게 근육 강화술의 경로에 따라 움직이지만
혹시 모르니까.
레스는 불안함을 느끼며 투기를 한 바퀴 더 돌렸다. 세준의 재능을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세준의 투기를 두 바퀴 인도한 레스.
“세준 님, 이제 할 수 있으시죠?”
세준의 등에서 손을 떼며 물었다.
하지만
“뭘?”
세준의 얼굴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오히려 억울한 얼굴로 ‘나한테 뭘 가르쳐주고 할 수 있냐고 물어야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끙.
”다시 한번 해보겠습니다.“
레스가 세준의 등에 손을 올리고 투기를 순환시켰다.
그러나
···?
이번에도 모르겠다는 표정만 짓는 세준.
숨 쉬는 것만큼 쉬운 근육 강화술을 아직도 모르겠다고?!
‘종족의 차이인가?’
레스는 그제야 인정했다. 오우거와 인간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걸.
오우거는 본능적으로 ‘그냥’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이 인간인 세준에게는 그냥이 아니었다.
그렇게 세준이 근육 강화술을 배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달은 레스.
포기하고 싶었지만, 세준의 옆에서 아작스가 ‘똑바로 안 할 거야?!’라는 매서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세준의 투기를 인도했다. 이렇게 된 이상 자신이 노력했다는 성의라도 보여야 했다.
열 번, 백 번, 천 번.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고
커어어.
지루함에 대놓고 잠든 세준과
고로롱.
꾸로롱.
끼로롱.
아로롱.
그런 세준의 곁에서 세준의 몸을 베고 잠든 일행들.
우웅.
레스만이 정신을 집중하며 계속 세준의 투기를 순환시켰다.
꼼지락.
그런 레스의 노력이 통했는지 투기가 아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세준의 몸에 각인된 근육 강화술. 역시 반복 학습의 힘은 대단했다.
그리고
“끄아악!”
세준이 전신의 근육이 동시에 찢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근성장에 고통은 필수다.
근육 강화술.
투기로 근육을 파괴하고 다시 재생시키는 오우거의 강인한 육체에 맞춰진 혹독한 수련법이었다.
“아마 일주일은 근육통이 좀 심할 겁니다.”
고통스러워하는 세준을 보는 레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
씨앗 상점 본부.
“이번에는 꼭 내 씨앗을 팔 거야!”
“흥! 미안하지만, 이번에 묻따박의 선택을 받는 건 나다!”
“아니! 나다! 오늘을 위해 비장의 씨앗을 준비했으니까!”
“웃기시네! 그거 저번 씨앗이랑 같은 거잖아.”
비전투신들은 곧 열릴 씨앗 상점에서 팔 씨앗을 준비하며 열의를 불태웠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비전투신들의 열기. 당연했다. 세준에게 받는 보상의 고점이 엄청나게 상승했으니까.
처음에 세준이 주는 보상은 평범한 신전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보상 종목에 세계의 대리 수호신이 추가됐다.
거기다 최근에 대리 수호신들을 맡은 신들이 가져온 신성력 덕분에 씨앗 상점 본부가 눈에 띄게 좋아지며
비전투신들은 세준이 주는 보상의 결과를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화려한 전투 상점 본부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밤하늘의 별을 누워서 볼 수 있던 지붕의 큼지막한 구멍과 바람이 숭숭 들어오던 벽의 틈이 수리된 것만으로 비전투신들은 행복했다.
“보기 좋구나.”
씨앗 상점 본부의 3대 간부 중 하나인 혼돈의 신 카오스가 활력 넘치는 비전투 신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게. 이게 다 묻따박 덕분이야.”
질서의 신 오더가 웃으며 카오스의 말에 동의했다.
그녀 또한 카오스와 같은 씨앗 상점 본부의 3대 간부로.
혼돈, 질서, 풍요.
이렇게 세 신이 씨앗 상점 본부의 간부로 씨앗 상점과 비전투신들을 관리했다.
그렇게 카오스와 함께 서로 자기 씨앗이 좋다고 자랑하는 비전투신들을 구경하던 오더.
“레아는 좋겠다. 대리 수호신에 풍요의 씨앗도 팔고···.”
문득 열심히 이노스의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을 레아의 집을 보며 입을 열었다.
세준을 만나 탑이 생긴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레아.
그런 레아가 판 풍요의 씨앗은 다른 신들이 초월급 씨앗과는 의미가 크게 달랐다.
세상의 인과를 비틀 수 있는 힘이 담겨있으니까.
대신 그만큼 부화가 힘들었지만, 씨앗이 발아만 되면 씨앗을 만든 신에게 돌아가는 보상도 컸다.
그런데 묻따박은 왠지 쉽게 부화를 시킬 것 같단 말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느낌이 그랬다. 어쩌면 그만큼 박세준을 믿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도 씨앗 만들고 싶어지네.”
“참아라. 우리 씨앗은 신성력이 너무 많이 든다.”
오더의 말에 카오스가 말렸다.
풍요의 씨앗보다 인과를 더 크게 비트는 혼돈의 씨앗과 질서의 씨앗은 훨씬 큰 신성력이 필요했으니까.
그런 신성력이면 다른 비전투신들에게 나눠줘 씨앗 상점 본부를 발전시키는 게 더 좋은 선택이었다.
그때
“카오스 님, 오더 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둘에게 직접 찾아와 인사하는 헤르.
“제가 이번에 신성력이 많이 생겨서 그러는데 신성력 투자 한 번 받아보시는 게 어떠세요? 대신 투자 받은 신성력으로 씨앗을 만들고 저한테 씨앗의 지분 일부를 주세요.”
배틀러에게 받은 신성력으로 카오스와 오더에게 투자를 제안했다.
평소라면 지분보다 리스크가 없는 이자를 선택했겠지만
앞으로의 미래는 박세준이 있는 씨앗 상점 본부다!
헤르는 상인의 신으로서의 안목으로 앞으로의 미래가 창창한 이쪽에 투자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투자 받을게!””
동시에 대답하는 카오스와 오더.
지분을 좀 주더라도 씨앗을 만드는 게 이득이었다.
그렇게 헤르에게 투자를 받은 카오스와 오더도 자신의 씨앗을 만들기 시작했다.
***
다음 날 아침.
“읏···으악!”
평소처럼 활기차게 일어나려던 세준이 근육통에 비명을 질렀다.
“으···.”
망할 근육 강화술.
온몸이 쑤시는 고통에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테 부회장···테 부회장···일어나봐.”
세준은 죽어가는 목소리로 테오를 불렀다. 움직이면 아파서 무릎을 흔들어 깨우지도 못했다.
세준이 간절한 목소리로 테오를 몇 번 부르자
“냥···.”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테오.
꾹.꾹.꾹.
눈을 반쯤 감고 앞발로 세준의 몸을 눌렀다.
“흐흐흐. 아. 좋다.”
테오의 힐링 마사지.
이걸 받으면 그래도 몇 시간은 근육통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끼히힛.낑!
[히힛. 집사야! 나도 해줄게!]퍽.퍽.
까망이도 도움이 되기 위해 앞발로 세준의 몸을 앞발로 밟았지만
“으악! 까망이, 넌 가만있어!”
테오 같은 힐링 효과는 없었다.
오! 집사가 못 움직이네?
대신 세준의 약점을 알게 된 까망이.
끼히힛.낑?!낑?!
[히힛. 앞으로 군고구마 말랭이 많이 줄 거야?! 안 줄 거야?!]퍽.퍽.
앞발로 세준의 몸을 밟으며 협박하기 시작했다.
물론 까망이의 하찮은 협박은 테오의 마사지를 받고 괜찮아진 세준의 오른손에 목덜미를 잡히며 간단하게 제압됐다.
그리고
“까망이, 이거 걸고 집 앞에 가만히 서 있어.”
까망이는 자신이 한 짓에 대한 벌을 받아야 했다.
낑···
그렇게 목에 펫말 하나를 걸고 터덜터덜 밖으로 나가는 까망이.
털썩.
세준의 말대로 집 앞에 앉아
꾸벅.꾸벅.
고개를 흔들며 졸기 시작했다.
까망이의 흔들리는 고개를 따라 같이 흔들리는 펫말.
펫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는 군고구마 말랭이에 미쳐 주인을 협박한 나쁜 늑대입니다. 저에게 군고구마 말랭이를 주지 마세요.
그리고
꾸엥?
펫말을 본 꾸엥이가 아침마다 동생 까망이에게 주던 군고구마 말랭이를 다시 간식 주머니에 넣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휘잉.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까망이의 모습은 더욱 처량맞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