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530)
530화. 이번에는 지지 않는다!
검은 거탑 66층.
레드 오크들이 지배하는 붉은 성채의 한 골동품점.
“미스포튠 님, 이건가요?”
[필패(必敗)의 내기 동전]유렌이 녹슨 동전들이 쌓인 동전 더미 안에서 동전의 양면이 모두 뒷면인 검은 동전 하나를 집으며 물었다.
그러자
[불행의 신 미스포튠이 그게 자신의 신기가 맞다고 말합니다.] [불행의 신 미스포튠이 역시 불행해서 그런지 자신의 신기를 잘 찾는다며 기뻐합니다.]미스포튠이 기쁘게 대답했다.
그리고
삐욧!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유렌의 뒤를 따라온 삐욧이가 그런 유렌을 보며 경악했다.
검은 거탑 99층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정보를 구하기 위해 시간이 지체된 것을 빼면 너무 순조로웠기 때문.
탑을 내려오고 단 한 번도 몬스터나 강도, 멸망의 사도 요르문간의 파편을 만나지 않았다.
심지어 유렌은 저 무수히 많은 동전 더미 안에서 마치 행운왕 테오처럼 동전을 한 번에 찾아냈다.
하지만 그럴 만했다.
유렌은 매일 불행을 삼키는 액땜 부적으로 큰 불행을 하나를 막아내고 있었고
무엇보다 불행왕 유렌이 불행의 신 미스포튠의 신기를 찾으러 가는 것 자체가 불행을 향한 돌진이라 다른 불행이 발동하지 않았다.
음(-)의 음(-)은 양(+)인 것이다.
[불행의 신 미스포튠이 어서 신기를 사용해 보라고 합니다.]“네.”
미스포튠의 재촉에 유렌이 신기에 마력을 넣자
[필패(必敗)의 내기가 시작됩니다.] [오늘 판돈은 100억 탑코인입니다.] [동전의 뒷면이 나오면 당신의 패배입니다.] [단, 동전을 세우면 판돈의 1000배를 드립니다.] [동전을 던져주십시오.]나타나는 메시지.
신기 필패(必敗)의 내기 동전은 매일 랜덤한 금액을 판돈으로 걸고 소유자와 내기를 한다. 소유자가 절대 이길 수 없는 내기를.
휙.
유렌이 메시지의 지시에 따라 동전을 던졌고
땡그랑.
바닥에 떨어진 동전은 뒷면이 나왔다. 당연했다. 동전의 두 면이 전부 뒷면이니까.
[당신의 패배입니다.] [판돈 100억 탑코인을 가져갑니다.] [불쌍하니 당신의 불행도 조금 가져갑니다.]돈을 가져가는 대신 불행도 조금 가져가 주는 신기.
덕분에 유렌은 오늘도 조금 덜 불행해졌다.
그리고
[불행의 신 미스포튠이 어서 자신의 마지막 남은 신기를 찾으러 가자고 재촉합니다.]미스포튠의 재촉을 받은 유렌과 삐욧이가 다시 불행의 신 미스포튠의 신기를 찾아 길을 떠났다.
아마 이번에도 순조로운 여정이 될 것 같았다.
***
검은 거탑 99층.
와르르르.
세준이 항아리에 작열의 앵두를 절반 정도 부었다.
세준은 화끈한 술이라는 말을 들은 순간 화염탑의 탑농부 우돈이 만들었던 불당근주를 떠올렸고
화기를 품은 작열의 앵두를 이용해 불당근주보다 더 화끈한 술을 만들기로 했다.
물론 술만 만들 건 아니고 안주로 얼큰한 해물매운탕까지 추가할 생각이었다.
화끈한 술에 어울리는 얼큰한 안주가 있으면 기운이 더 날 테니까.
사르르르.
세준은 앵두를 넣은 항아리에 이번에는 설탕을 붓고 막대기로 앵두와 설탕이 섞이게 저어줬다.
저으면서 일부러 앵두를 으깨줬다. 앵두가 으깨져야 더 진한 앵두의 향을 술에 배게 할 수 있다.
그렇게 앵두와 설탕을 섞어준 후
콸콸콸.
마지막으로 술을 넣었다. 그것도 1강 황금빛 벼로 만든 삼양주를 증류해 도수를 높인 소주를.
앵두주가 다 빚어지자
“발효.”
세준이 밀봉한 항아리에 손을 올리고 스킬을 사용했다. 앵두주를 빨리 만들어 기운 없는 램터에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발효 Lv. 5를 사용합니다.] [발효 Lv. 5의 효과로 발효 기간이 하루 반나절 단축됩니다.] [발효 Lv. 5의 효과로 조금 빨라집니다.] [발효 Lv. 5의 효과로 맛이 조금 깊어 집니다.] [발효 Lv. 5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샤라랑!
까비도 옆에서 부패의 권능을 사용해 세준을 보조했다.
세준과 까비가 열심히 앵두주를 맛있게 발효시키는 사이
“푸후훗. 생선잡기의 달인 하이브리드 테 부회장이 나가신다냥!”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하이브리드 연합회 명예 회원 꾸엥이도 물고기 잘 잡는다요!]세준의 지시를 받은 테오와 꾸엥이는 동굴 연못에서 해물매운탕에 들어갈 해산물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끼히힛.
까비를 제외하고 도움이 안 되는 까망이 패밀리는 농장을 뛰어다니며 그냥 놀았다.
그게 세준이 까망이 패밀리에게 원하는 것이기도 했다. 사고는 치지 말고.
그렇게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하는 동안 어느새 해가 저물었고 해를 대신해 은은한 별빛이 어두워진 하늘을 밝혔다.
해처럼 눈부시지는 않지만, 밤하늘을 밝히기에는 충분한 별빛.
초초강자들 사이에 끼어서 강자인데도 개복치 취급을 당하는 세준 같았다.
“좋아. 완성!”
밥도 안 먹고 저녁 늦게까지 작업한 세준이 외치자
[탑에서 최초로 잘 숙성된 극염(極炎)의 앵두주를 만드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요리(Master)에 잘 숙성된 극염(極炎)의 앵두주의 레시피가 등록됩니다.]나타나는 메시지.
발효가 끝날 때쯤 까비가 부패의 권능으로 술을 숙성시키며 숙성까지 완벽하게 끝난 술이 만들어졌다.
“흐흐흐. 어디 볼까?”
세준이 노력의 성과인 앵두주의 옵션을 확인했다.
[잘 숙성된 극염(極炎)의 앵두주]검은 거탑의 탑농부 박세준이 키운 황금빛 벼(+1)로 만든 진한 황금빛 삼양주를 증류한 소주와 작열의 앵두, 설탕으로 만든 술입니다.
앵두의 향이 깊게 배 있습니다.
섭취 시 화 속성 능력을 강화하며 강력한 해주(解呪) 능력을 가진 화기가 저주를 태워버리고 20초 동안 마력을 2000% 증폭시킵니다.
불과 관련된 신격을 가진 신이 마실 경우 신성력이 150 상승합니다.(다른 신격일 경우 신성력이 100 상승합니다.)
잘 숙성된 극염(極炎)의 앵두주가 가진 화기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화기가 몸까지 태워버립니다.
요리사 : 검은탑 탑농부 박세준
보조 요리사 : 까비
사용 제한 : 마력이 500만 이상이거나 100만 이상의 신격을 가진 존재
유통기한 : 1000년
등급 : ★★★
이 정도면 충분히 화끈하겠지?
세준이 앵두주의 옵션을 흡족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저기···이거 한 잔씩 드시고 괜찮은지 말씀해 주세요.”
분수대에 있는 용들을 찾아가 시음을 부탁했다.
세준이 한 잔씩 따라준 술잔을 입 안으로 넣어 본체에 전달하는 용들.
······
그들은 1분 넘게 말이 없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술이 남기고 간 여운 때문이었다.
술을 마셨을 때는
화아아악.
입안 가득 묵직한 앵두 향과 함께 진한 단맛이 느껴졌다.
꿀꺽.
술을 삼키자, 목구멍으로 넘어간 술은 식도의 어디까지 갔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뜨거웠다. 식도가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식도를 타고 내려간 술은 배를 시작으로 전신으로 열기를 퍼트렸고 용들은 따뜻함과 함께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반대로 조금 전까지 뜨거웠던 식도는 화한 느낌과 함께 시원했다
온몸으로 퍼진 열기, 시원한 식도, 입안에 은은하게 남은 앵두 향과 단맛이 하나로 어우러져 용들에게 긴 여운을 줬다.
씨익.
어느새 용들은 미소 짓고 있었다.
“괜찮구나.”
말이 없는 용들을 보며 긴장하던 세준은 용들의 미소를 보며 확신했다.
이 술은 통한다!
그렇게 세준이 술에 대한 확신을 얻고 돌아갈 할 때
-크흠. 세준아, 나도 갑자기 기운이 없구나···
-···나도 기운이 없어서···뭘 할 수가 없구나.
-으어어···앵두주 한 잔만 더 마시면 괜찮아질지도?
용들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러게 술을 적당히 드셨어야죠. 술병이에요.”
용들이 잘 숙성된 극염(極炎)의 앵두주를 마시고 싶어서 꾀병을 부리고 있음을 간파한 세준은 그들을 무시하며 분수대를 내려갔다.
그리고 서둘러 취사장으로 가서 세준 1호와 요리를 시작했다. 마지막 요리를.
척.
세준이 취사장에 있는 생선 중 가장 크고, 상태가 좋은 생선을 손질하기 위해 집자
“냥?!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 그건 안 된다냥!”
내 생선구이용 생선이다냥!
테오가 급하게 외쳤다.
“테 부회장, 이번에는 램터 님한테 양보하자. 램터 님, 기운이 없으시다잖아.”
“냥···알겠다냥!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의 말이니 양보하겠다냥!”
테오가 약간 풀 죽은 목소리로 말하며 자신의 생선을 포기했다.
꾸헤헤헤.
내 문어는 안전하다요.
그걸 보며 웃는 꾸엥이.
하지만
꾸엥···
[꾸엥이도 양보해야 한다요···]세준이 자신이 찍어둔 거대 문어도 집어서 냄비에 넣자, 울상을 지었다.
낑!낑!
[위대한 까망이 님이 이겨! 이길 거야!]결국 오늘 자신의 저녁으로 정한, 자신보다 크기가 절반만 한 낙지와 싸우던 까망이만이 의문의 1승을 거뒀다.
낑!
[집사야! 도와줘!]확실한 1패와 함께.
“어휴. 우리 슈복치 어떻게 낙지 하나를 못 이기냐?”
세준이 낙지 다리 하나를 물고 나머지 7개 다리에 칭칭감긴 까망이를 풀어주며 웃었다.
“이거 먹으면서 얌전히 있어.”
끼히힛!낑!
[히힛. 응!]세준은 까망이에게 군고구마 말랭이를 주고 다시 재료를 손질했다.
잠시 후.
“크으. 좋다.”
완성된 해물매운탕의 맛을 본 세준이 탄성을 질렀다. 자신이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었다.
요리가 완성되자
“세준 1호 그동안 수고했어.”
세준이 자신과 함께 요리를 만든 세준 1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스르륵.
유통 기한이 끝난 세준 1호는 아름다운 상아색 빛무리로 변하며 조용히 사라졌다.
······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바로 허전함이 들었다.
그때
꼬르르륵.
꾸엥이의 배에서 울리는 배꼽시계.
그러고 보니 램터를 위한 술과 음식을 만드느라 모두 저녁을 안 먹은 상태였다.
“잠깐만 기다려.”
세준은 서둘러 분수대로 가
“램터 님, 이것 좀 드셔보세요.”
잘 숙성된 극염(極炎)의 앵두주와 해물매운탕을 붉은용 조각상의 입에 넣어 전달했다.
그리고
“많이 기다렸지? 빨리 저녁 먹자.”
생선구이를 굽고 계란후라이를 하면서 밥에 간장과 버터를 비벼 일행들과 저녁을 후다닥 해치웠다.
오늘도 바쁘지만, 평화로운 하루가 지나갔다.
***
붉은탑 관리자 구역.
······
멍하니 앉아 있는 램터. 기운이 없어 꼬리 끝을 깔짝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그때
···?
램터는 코끝을 간질이는 매운 냄새에 코를 찡긋했다.
꿀꺽.
자신도 모르게 입에 고인 침을 삼킨 램터.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거대한 무게를 움직이는 지렛대의 작은 추처럼 그 움직임이 램터를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잘 숙성된 극염(極炎)의 앵두주] [재앙의 얼큰 해물매운탕]이건?
램터가 냄새의 근원을 찾아 고개를 돌린 곳에는 술과 음식이 놓여있었다.
해물매운탕에 오징어 맛이 나는 불나방과 대게 맛이 나는 석화거미의 다리를 넣었더니 이름이 좀 무섭게 나왔다.
후루룩.
램터는 일단 맛있는 냄새가 나는 해물매운탕부터 먹었다.
“크으.”
얼큰한 국물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슥.
자연스럽게 술병에 손이 갔다.
쪼르륵.
앵두주를 잔에 따라 원샷.
“크으으으.”
이번에는 식도를 태우듯 내려가는 술의 짜릿함에 긴 탄성이 뱉어졌다.
곧 램터는 땀을 뻘뻘 흘리며 술과 안주를 먹어 치웠다.
그렇게 한참 술과 안주를 먹고 있을 때
우웅.
[붉은탑이 새로운 세상 그리마와 연결됩니다.]수정구가 진동하며 붉은탑이 새로운 곳과 연결됐음을 알려왔다.
“이번에는 지지 않는다!”
화르르륵.
어느새 기운을 되찾은 램터가 열의를 불태웠다.
“앗!”
덕분에 남은 술과 안주도 증발했다. 세준의 술과 안주로 램터의 화기가 크게 강화됐기 때문.
“괜찮아.”
세준이한테 다시 만들어달라고 하면 돼.
세준이 준 술과 안주를 먹으며 부정적인 감정을 다 태운 램터.
“아침, 점심, 저녁으로 앵두주 10병에 해물탕 3그릇 정도 만들어 달라고 해야지. 세준이가 그 정도는 해주겠지? 난 위대한 붉은용 램터 님이니까. 프하하하.”
너무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