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533)
533화. 헤헷. 잡았어요!
“크하하하.”
세준이 만든 생크림 케이크를 넋 놓고 보는 용들을 보며 기뻐하는 카이저.
“자. 에일린, 이건 네가 가져가거라.”
카이저가 검은 거탑의 윗부분을 통째로 똑 떼어내 에일린에게 줬다.
“할아버지, 정말 고마워요!”
카이저의 배려에 에일린이 크게 감사를 전했다.
손님을 불러놓고 가장 맛있고 아름다운 부위를 마음대로 챙기는 건 굉장히 무례한 짓이었다.
그러나 우리 손녀 바보 카이저는 그깟 무례 좀 저지르고 그냥 욕을 먹자는 주의였다.
누가 감히 나한테 욕을 해?!
아니. 그냥 뻔뻔했다.
“그럼 이제 먹지.”
“네!”
회의의 주체자인 카이저의 말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용들이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을 먹기 시작했고
“크히히히. 컬렉션 창고에 넣어 놔야지.”
에일린은 자신의 조각상을 들고 관리자 구역에 있는 조상 대대로 보물을 보관하는 컬렉션 창고로 향했다.
그리고
“조상님, 여기 좀 쓸게요.”
챙그랑.
진열대에 올려져 있던 선대 수장이었던 오일리 프리타니의 컬렉션인 만년빙으로 만든 검 ’극빙(極氷)’을 꼬리로 밀어서 치우고
쿵.
자신의 초콜릿 조각상을 조심스럽게 올려놨다.
초콜릿 조각상 옆 진열대에는 예전에 에일린이 놨던 ‘예산 세척 사과’ 봉지가 여전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크히히히. 이쁘다.”
자신의 모습을 한 초콜릿 조각상을 혼자 마음껏 감상하는 에일린.
“응? 이게 뭐지?”
뒤늦게 세준이 남긴 글을 확인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 에일린에게 – 세준이가♥]맙소사 하트라니?!
‘꺄아아악! 너무 좋아!!!’
세준의 글을 확인한 에일린이 밖에 소리가 세어 나갈까 내적 비명을 질렀다.
“크히히히. 나중에 나도 우리 세준이가 세상에서 제일 멋지다고 해줘야지. 아. 그만 가봐야겠다.”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웠어.
에일린이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고 음식을 먹는 곳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때
“근데 에일린은 애가 조숙해서 그런가, 엄마를 안 찾네?”
“그러게 엄마 찾는 걸 한 번도 못 봤어. 엄마 안 보고 싶은가?”
“내가 저 나이 때였으면 엄마 보고 싶다고 난리 쳤을걸?”
“그건 너라서 그런 거 아냐? 넌 원래 그랬어.”
“뭐?! 아니거든! 나 어렸을 때 엄청 독립심 높은 해츨링이었어!”
에일린의 귀에 들린 다른 용들의 대화 소리.
멈칫.
에일린은 조용히 다시 관리자 구역으로 걸어갔다.
나도 엄마 보고 싶은데···
매일 보고 싶었다.
하지만 티를 낼 수 없었다.
자신이 엄마에 대해서 물을 때마다 할아버지는 슬픈 표정을, 아빠는 죄지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그런 표정을 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엄마 애기는 꺼내지 않았다. 모두 웃기 위해서.
하지만 이상하게 웃음은 썼다. 한 번도 진심으로 웃은 적은 없었다. 세준이 오기 전까지.
세준이 와준 덕분에 에일린은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있었다.
“끄흐흑···.”
에일린은 관리자 구역의 구석에 몸을 파묻고 조용히 울었다. 아무도 보지 못하게.
그때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뭐 하냐고 묻습니다.]에일린을 웃게 할 남자 세준이 말을 걸었다.
그러나
‘세준아, 지금은 대답 못 해. 미안.’
우는 걸 들키고 싶지 않은 에일린은 대답할 수 없었다.
***
검은 거탑 99층.
[······]“바쁜가?”
테오가 나 몰래 쓴 거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끝까지 찌질한 세준.
“흐으으읏! 좋다.”
야외 평상에 발라당 누워 팔다리를 바둥거리며 오랜만의 여유를 혼자 만끽했다. 테오와 꾸엥이는 출근한 상태.
흐흐흐.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할 거야.
며칠간 용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느라 엄청나게 바빴기에 오늘은 쉴 생각이었다.
그래. 하루 정도는 쉬어 줘야지.
세준은 지난 일주일 동안 요리를 만들면서 동시에 아홉 용족의 속성에 맞는 담금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과일을 구하러 여러 탑을 바쁘게 돌아다녔다.
붉은용은 이미 세준이 만든 적이 있는 잘 숙성된 극염(極炎)의 앵두주가 있었고
검은용은 짙은 어둠의 체리로 체리주를, 황금용은 뇌전의 골드키위로 키위주를,
녹색용은 생명의 황금빛 칡뿌리로 칡주를,푸른용은 가뭄을 부르는 수박으로 수박주를 만들 수 있었지만
나머지 네 용의 속성에 어울리는 과일이 없었다.
그냥 1강 황금빛 벼로 만든 강화된 삼양주로 충분히 용들을 만족시킬 수도 있겠지만
만들고 싶어!
이미 아홉 용족의 속성에 맞는 담금주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정한 세준은 욕심이 났다.
‘그리고 카이저 님에게도 잘 보여야 하니까. 흐흐흐.’
그래서 속성이 있는 과일들을 찾기 위해 다른 탑농부들을 불러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경험 많은 농사꾼의 식물도감을 업데이트하기 시작했다.
이왕 하는 거 모든 탑의 정보를 업데이트했다.
직접 대면할 수 없는 오필리아 같은 경우는 세준이 녹색탑 99층에 식물도감을 놓고 가면 오필리아가 식물도감을 업데이트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그렇게 식물도감을 업데이트하며 아홉 탑의 식물 위치를 전부 알아낸 세준.
운이 좋게도 가지고 있는 다른 탑의 땅문서로 전부 해결이 가능했다.
땅문서가 하나도 없는 은색탑은 빼고.
그래서
“가라! 크윈몬!”
은색탑은 탑 75층에 있는 돌풍의 레몬을 크윈에게 구해오게 해서 레몬주를 담갔다.
그리고 나머지 세 탑은 세준이 직접 일행들과 움직였다.
하얀탑 55층 라임 농장에서 빛을 품은 라임을 구해와 라임주를, 자색탑 89층 자몽 농장에서 마비독의 자몽을 구해와 자몽주를,
갈색탑 32층 배 농장에서 지력 가득 돌배를 구해 돌배주를 만들었다.
“으. 다음에는 절대 이렇게 열심히 안 해야지.”
다음에는 열심히 안 하겠다고 다짐하는 세준. 앞에 일이 있으면 일단 열심히 하는 게 자신의 성격인 걸 모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세준이 계속 빈둥대고 있자
끼히힛!낑!
[히힛. 집사야! 놀자!]“알았어. 자. 물어와!”
끼히힛!낑!낑!
[히힛. 집사야! 이것 봐! 내가 신기한 거 주워 왔어!]“그래. 물어와!”
까망이 패밀리는 신이 났다. 세준이 계속 놀아주니까.
그렇게 열심히 뛰어다닌 까망이 패밀리.
낑···
[집사야 졸려···]“그래. 자자.”
폴짝.
당연하다는 듯 세준의 가슴에 올라가
끼로롱.
엄로롱.
···
..
.
대자로 누워 잠들었다.
커어어.
세준도.
그렇게 세준과 까망이 패밀리가 잠든 사이
“푸후훗.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 내가 돌아왔다냥!”
꾸엥!
[꾸엥이도 왔다요!]테오와 꾸엥이가 돌아왔다.
“푸후훗. 박 회장, 자고 있었냥?!”
테오는 세준이 자고 있자, 당연하다는 듯 세준의 무릎에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꾸엥···
[아빠가 일 안 하면 아무것도 못 먹는다고 했는데 아빠가 일 안 하고 있다요···]이러면 아빠 오늘 밥 못 먹는다요! 큰일이다요!
한 끼만 굶어도 큰일 나는 줄 아는 꾸엥이는 빈둥대는 세준을 보며 심각한 걱정에 휩싸였다.
하지만
“난 요리 했잖아.”
아들아, 밥하는 게 쉬운 게 아니란다.
꾸엥!
[맞다요! 아빠 일했다요! 다행이다요!]아빠 밥 먹을 수 있다요!
세준의 한마디에 꾸엥이는 크게 안도했다.
꾸헤헤헤.
마음이 놓인 꾸엥이도 그제야 세준의 옆구리에 매달려 마음껏 애교를 부렸다.
그렇게 세준이 일행들과 누워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탑의 관리자가 배고픈 데 뭐 먹을 것 없냐고 묻습니다.]에일린이 말을 걸어왔다.
힘껏 울었더니 배가 고파진 것.
“응? 먹을 거?”
그쪽에 먹을 거 많을 텐데 왜?
세준은 의문이 들었지만
“알았어. 뭐 먹고 싶어?”
뭔가 사정이 있다고 생각하며 벌떡 일어나 취사장으로 향했다.
[탑의 관리자가 매운 음식이 먹고 싶다고 말합니다.]우울한가?
매운 걸 먹고 싶다는 건 기분이 울적하다는 의미.
세준은 에일린이 왜 우울한지 묻지 않고 조용히 우울한 마음을 달래줄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매운 치즈찜닭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안에는 떡, 고구마, 소시지 같은 사리들도 넣었다.
특히 에일린은 떡 사리를 좋아하니까. 떡은 3배로 넣어야지.
그렇게 떡 사리가 잔뜩 들어간 매운 치즈찜닭이 익어가는 동안 매운맛을 날려줄 새콤달콤한 방울토마토 주스도 만들었다.
“에일린, 일단 이거부터 먹고 있어.”
세준은 에일린에게 매운 치즈찜닭과 방울토마토 주스를 전달한 후 이어서 다른 음식들을 만들었다.
오늘 용들의 회의에 나갔던 모든 요리를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에일린만을 위해 열린 세준 뷔페.
그렇게 세준이 열심히 네 번째 요리를 만들고 있을 때쯤
[탑의 관리자가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근데 엄마가 다른 곳에 있어 볼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에일린이 마음속에 담아놨던 자신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고
······
세준은 에일린의 얘기를 들으며 묵묵히 요리를 했다.
에일린 어머니가 살아계셨구나.
분위기상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아 한 번도 에일린의 어머니에 대해 묻지 않았었다.
그렇게 조용히 요리를 하며 에일린의 얘기를 듣던 세준.
[탑의 관리자가 150년 전 엄마가 오미드라는 곳에 강림했다가 조난당했다고 말합니다.]멈칫.
어디 갇히셨다고?!
에일린의 말에 세준이 움직임을 멈추고 에일린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에일린의 말로는 오미드의 검은탑이 하나밖에 안 남으며 그 당시 탑의 관리자였던 에일린의 어머니가 오미드에 강림했다.
하지만 에일린의 어머니가 강림했을 때 그 마법이 발동했다고 한다.
다른 세상과의 연결을 전부 끊어내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차원 마법.
고립된 세상
이 마법으로 인해 오미드는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왜냐하면 오미드와 다른 세상과의 연결이 전부 끊기며 마치 망망대해에 표류하는 뗏목처럼 차원을 계속 표류하고 있기 때문.
“에일린, 걱정 마. 내가 장모···아니. 에일린, 어머님, 꼭 찾아줄게!”
세준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에일린을 위로했다.
뭔가 좋은 방법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왠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테 부회장이 이번에도 한 건 해주겠지?
세준이 신뢰 가득한 시선으로 테오를 보자
핥짝.핥짝.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열심히 핥고 있는 테오가 보였다.
음···
이번에는 테오가 아닌가?
갑자기 기대감이 뚝 떨어졌다.
그때
[탑의 관리자가 그대의 글을 봤다고 말합니다.]에일린이 갑자기 세준이 남긴 글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아···그거···.”
서둘러 아까 준비했던 찌질한 변명을 하려던 세준.
하지만
[탑의 관리자가 자신도 그대가 세상에서 가장 멋있다고 말합니다.]에일린의 말이 한 박자 더 빨랐고
“흐흐흐. 그래?”
에일린의 말에 세준은 헤벌쭉 웃었다.
그리고
“냥?!”
그 방법이 있었다냥! 에일린 누나의 눈이 썩으면 박 회장의 썩은 얼굴이 해결된다냥!
테오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
차원의 바다.
셀 수 없는 세상들이 섬처럼 떠 있었고 또 셀 수 없는 세상이 고정되지 않은 채 차원의 바다의 흐름에 따라 흘러다녔다.
그때
[헤헷. 잡았어요!]불꽃이가 흘러가는 세상 하나를 자신의 뿌리로 꽉 붙잡았다.
불꽃이가 잡은 세상의 이름은 오미드.
한 건 해준 건 불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