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55)
55화. 완전범죄를 노리다.
55화. 완전범죄를 노리다.
해독의 대파?!
서둘러 탑 1층으로 내려가 길드 창고에 있는 독거미의 날카로운 이빨검을 가져오려던 레온의 고개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건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
“뭐?! 해독의 대파?”
그들 모두 탑 38층의 보스 치명적인 타란툴라에게 막혀 탑을 오르지 못하는 상태였다.
고양이 유랑 상인이 파는 방울토마토도 범상치 않은데 대파라고 평범할 리가 없었다. 거기다 이름에 떡하니 해독이라는 이름까지.
“테오, 해독의 대파를 볼 수 있을까?”
“나도 보고 싶어!”
“나도!”
“우리 위자드 길드한테 먼저 보여줘!”
“무슨 소리야! 우리 로얄나이트가 먼저 보겠다!”
피닉스 길드를 제치고 가장 먼저 38층을 돌파하려는 로얄나이트 길드와 위자드 길드의 헌터들이 테오에게 몰려들었다.
“줄을 서라냥!”
테오가 해독의 대파를 다시 봇짐에 넣으며 거만하게 소리쳤다. 어느새 자신감을 회복한 테오의 목소리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역시 박세준의 말은 진리다냥!’
팔릴 거라고 생각도 못 한 해독의 대파가 인간들에게 큰 인기가 있자 테오는 다시 한번 세준의 말을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사이 테오의 말에 따라 헌터들이 질서정연하게 한 줄로 줄을 섰다. 그리고 레온도 같은 길드원의 양보로 줄의 3번째에 설 수 있었다.
“오! 진짜야!”
가장 먼저 해독의 대파를 확인하는 로얄나이트 길드 헌터의 감탄성이 들려왔다.
레온이 자신의 차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때 로얄나이트 길드 헌터가 비장한 얼굴을 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로얄나이트 길드원들이 가진 돈을 모두 하나로 모으는 게 보였다. 그들의 얼굴에서 돈이 얼마가 들던 해독의 대파를 반드시 사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잠시 후
“이거면…”
해독의 대파 옵션을 확인한 위자드 길드의 헌터가 돌아가자 그곳도 상황은 비슷했다. 위자드 길드의 길드원들도 돈을 하나로 모으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길래?’
“여기 있다냥!”
“고맙다.”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된 레온이 테오가 거만하게 건넨 해독의 대파를 확인했다.
[해독의 대파]탑 안에서 자란 대파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 맛있습니다.
섭취 시 1시간 동안 D급 이하의 독을 해독합니다.
비각성자가 섭취 시 24시간 동안 해독을 하는 간의 기능이 활발해집니다.
재배자 : 탑농부 박세준
유통기한 : 60일
등급 : D
‘D급?’
해독의 대파는 마력의 방울토마토와는 다르게 D급이었다.
하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치명적인 타란툴라의 독가스 공격은 E+급 독피해를 준다. 그 독가스를 전투 중 한 번씩 뿜어내기 때문에 치명적인 것이다.
“테오, 이 해독의 대파 몇 개나 있어?”
“100개다냥!”
100개? 애매한 숫자였다. 보스 공략 인원은 최대 50명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공략 인원이 많을수록 공략 보상에서 좋은 보상이 나올 확률이 줄어들기에 15~25명 정도의 인원으로 보스를 공략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리고 보스 공략은 보통 3시간 이상 걸린다.
로얄나이트 길드와 위자드 길드의 전력이라면 20명 정도로 보스를 공략할 것이다. 그 말은 탑 38층의 보스를 공략하기 위해서 저들은 적어도 해독의 대파가 60개는 필요하다는 의미.
하지만 자신들은 퀘스트로 얻은 해독제도 있고 독거미의 날카로운 이빨검을 착용하면 공략 인원을 18명 정도까지 줄일 수 있기에 해독의 대파를 50개만 확보해도 보스 공략이 가능하다.
‘우리가 더 유리해. 근데 돈이 얼마나 있지?’
조금 전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사느라 가진 돈을 전부 쓴 레온의 마음이 급해졌다.
“제프리, 여기 있는 우리 길드원들 돈 모아 와!”
“네!”
레온이 1팀의 리더에게 지시를 내리고 헌터폰으로 부길드장 캐서린에게 독거미의 날카로운 이빨검을 서둘러 올려보내라고 연락했다. 레온의 헌터폰은 개당 5억이나 하는 고가형으로 길드 본부에 설치된 특수 수신기를 통해 1층과 통신이 가능했다.
‘탑 38층의 보스, 오늘 우리 피닉스 길드가 공략한다.’
레온이 각오를 다질 때
“이제 경매를 시작하겠다냥! 해독의 대파는 10개씩 팔겠다냥!”
테오가 경매의 시작을 알리자
“10개에 50탑코인!”
“10개에 60탑코인!”
“10개에 70탑코인!”
로얄나이트 길드와 위자드 길드의 헌터들이 공격적으로 호가를 부르며 해독의 대파 가격이 무섭게 치솟기 시작했다.
“10개에 130탑코인!”
“10개에 131탑코인!”
“10개에 132탑코인!”
경매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했다.
그리고
“10개에 155탑코인!”
레온의 외침과 함께 첫 해독의 대파는 피닉스 길드가 낙찰받았다.
“좋았어!”
이어서 다음 경매도 내리 3회를 157, 162, 170탑코인으로 피닉스 길드에서 낙찰받았다.
‘이제 한 번만 더 낙찰받으면 된다!’
하지만
“10개에 130탑코인!”
“10개에 131탑코인!”
“10개에···”
레온이 호가를 부르려 할 때 1팀의 리더가 급하게 레온을 말렸다.
“제프리, 왜 그래?”
“길드장님, 돈이 모자랍니다.”
상대 길드에서 가격을 계속 높이는 바람에 고가에 낙찰받은 피닉스 길드의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
“10개에 132탑코인!”
“낙찰이다냥!”
“10개에 135탑코인!”
“낙찰이다냥!”
그렇게 로얄나이트 길드와 위자드 길드는 피닉스 길드가 가진 돈 위에서 남은 해독의 대파 60개를 30개씩 사이좋게 낙찰받았다.
“젠장!”
레온이 뒤늦게 마력의 방울토마토를 덜 샀다면 하고 후회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그렇게 레온이 자책하는 동안
“나랑 사진 찍고 싶은 인간은 줄을 서라냥!”
테오가 부업을 시작했다. 이번에 마력의 방울토마토와 해독의 대파가 비싸게 팔리면서 기분이 좋아진 테오가 오늘도 여성 헌터들에게 제대로 서비스를 하며 포토타임이 끝났다.
‘푸후훗. 츄르 100개랑 박세준이 좋아하는 걸 50개나 얻었다냥. 테 사장 50시간 확보다냥!’
테오가 흐뭇한 마음으로 부업의 보상을 봇짐에 넣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근데 김동식이는 왜 안 보이는 것이냥?’
김동식과 처리할 문제가 있는 테오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김동식을 찾고 있을 때
“길드장님, 장비를 가져왔습니다.”
“5팀 리더님, 고맙습니다.”
레온이 부탁했던 장비를 5팀 리더 김동식이 가져왔다.
“그럼 저는 볼 일이 있어서···”
레온과 대화를 끝낸 김동식이 서둘러 테오에게 다가갔다.
“김동식! 왜 이렇게 늦은 겄이냥? 찾았다냥!”
테오가 발을 구르며 화를 냈다. 오늘은 김동식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미안. 하지만 이유가 있었어.”
김동식이 자신이 세준의 가족을 호위하고 있다며 밖의 상황을 전했다.
“그게 정말이냥?! 박 회장의 가족이 위험한 것이냥?!”
“걱정 마. 우리가 잘 지키고 있으니까. 그것보다 내 제안에 대한 답변은 가져왔어?”
“그렇다냥! 박 회장이 승낙하겠다고 했다냥!”
테오가 김동식에게 봇짐 안에 있는 방울토마토 200개와 해독의 대파 10개 그리고 태양의 호박고구마 15개를 보여줬다.
“방울토마토 200개는 3개월 치 선불이다냥. 그리고 다른 농작물은 박회장이 저렴하게 넘기겠다고 했다냥! 특히 이거는 정말 좋은 거다냥!”
테오가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김동식이 잘 볼 수 있도록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푸후훗. 동식이가 이걸 가져가면 나의 실수는 아무도 모른다냥!’
완전범죄를 노리는 테오였다.
‘이게 뭐지?’
동식이 태양의 호박고구마와 해독의 대파 옵션을 확인했다. 동식은 늦게 올라왔기에 해독의 대파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건?!”
해독의 대파는 탑 38층의 보스를 공략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건이었고 태양의 호박고구마의 화염내성 효과는 스승의 저주를 일시적이나마 해결할 수 있었다.
“다 살게!!!”
“그럴 줄 알았다냥! 좋은 선택이다냥! ”
긴장한 얼굴로 김동식의 대답을 기다리던 테오가 안도하며 말했다.
“해독의 대파, 태양의 호박고구마 전부 개당 7탑코인이다냥!”
“정말?!”
해독의 대파는 D급이고 태양의 호박고구마는 C급인데 같은 가격이라니? 파격적인 가격에 김동식이 놀라며 물었다.
“그렇다냥! 이번만 이렇게 주는 것이다냥!”
증거를 인멸해야 하는 테오가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싸게 넘겼다.
“좋아!”
김동식이 흔쾌히 175탑코인을 지불했다.
“그럼 다음에 보자냥!”
테오가 서둘러 사라졌다. 자신의 보상금을 줄 인간들이 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잘 가!”
김동식이 떠나가는 테오에게 손을 흔들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스승님의 구타 방지권을 3장은 받을 수 있겠군.’
테오나 김동식이나 처지는 비슷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테오와의 거래를 끝내고 뒤돌았을 때
“5팀 리더님!”
레온이 강렬한 눈빛으로 해독의 대파를 쥔 김동식의 오른손을 바라보며 김동식을 불렀다.
그리고 그날 피닉스 길드가 공식적으로는 세계 최초로 탑 38층을 공략했고 공략에 대단한 공을 세운 김동식은 3팀 리더로 승진했다.
***
조난 221일 차.
바스락.바스락.
세준이 땅콩밭 근처에 보금자리를 마련해준 독꿀벌 여왕 고치에서 독꿀벌 여왕이 나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세준이 방울토마토꽃이 달린 가지를 보금자리 안에 조심스럽게 넣고 파 이파리를 다시 덮었다.
그리고
질겅질겅.
반건조 오징어구이를 씹으며 조용히 기다렸다.
오늘은 집을 짓는 것도, 지상의 농사도 모두 올스탑시키고 주변에 아무도 오지 못하게 했다. 독꿀벌 여왕은 태어나 처음 본 대상을 주인으로 삼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후가 되자
위이잉.위이잉.
파 이파리 아래서 가녀린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깨어났나?’
세준이 조심히 파 이파리를 열자 세준과 독꿀벌 여왕의 눈이 마주쳤다.
[독꿀벌 여왕의 고치를 무사히 우화시켰습니다.] [새로 태어난 독꿀벌 여왕이 당신을 주인으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양봉 Lv. 3의 숙련도가 조금 상승합니다.]위잉.위잉.
새로 태어난 독꿀벌 여왕이 세준에게 몸을 비비며 호감을 표하고는 다시 보금자리로 돌아가 꽃의 꿀을 빨기 시작했다.
“많이 먹어.”
세준이 보금자리를 다시 파 이파리로 덮어주고 동굴로 내려왔다.
“이제 올라가도 돼.”
삐익.
빠아.
세준의 말에 지상에서 할 일이 많은 토끼들이 서둘러 올라갔다. 그리고 태양의 호박고구마밭으로 갔다. 미리 태양의 호박고구마순을 심어두지 않았다면 종자가 그대로 없어질 뻔했다.
“분명 테오가 가져갔어.”
세준은 범인으로 테오를 지목했다. 그때는 꾸엥이가 동굴에 내려올 수도 없었으니 테오가 아니면 사고 칠 동물도 없었다.
거기다 태양의 호박고구마가 있던 곳 주변에 떨어진 노랑색 털이 세준의 심증을 굳혀줬다.
“요놈 오기만 해봐라.”
세준이 이걸로 테오를 어떻게 골려 먹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뺙!
꾸엥!
연못에서 열심히 사냥하는 흑토끼와 꾸엥이가 보였다. 꾸엥이가 저장고를 노릴 거라는 세준의 걱정은 기우였다.
꾸엥이도 나름 맹수. 꾸엥이는 자신이 사냥해서 먹는 걸 더 선호했다. 꿀만 빼고.
덕분에 꾸엥이가 연못에서 바로바로 먹이를 잡아먹으면서 지상까지 옮길 필요가 없어졌다.
그로 인해 세준은 일이 줄어들며 더 편해졌다.
***
탑 75층.
테오가 상점 거리에 도착했다.
탑 38층에서 붙잡은 헌터들은 돈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계약서가 있기에 돈을 벌어 오라고 지시하고 풀어줬다.
인간들은 데리고 다닐 수가 없기에 이럴 때는 어떻게 할지 세준에게 물어볼 생각이었다.
‘박 회장이라면 분명 인간들에게 돈을 받아낼 방법을 알 거다냥!’
그렇게 헌터들에 대한 문제를 세준에게 떠넘기고
“냥냥냥.”
자신의 실수에 대한 흔적을 완전히 없앴다고 생각한 테오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상점 거리를 걸었다.
“나는 엄청난 유랑 상인이다냥!”
마력의 방울토마토와 해독의 대파를 팔며 번 돈이 무려 1만 575탑코인!
엄청난 매출을 올린 우쭐함에 테오의 어깨에 엄청나게 힘이 들어갔다. 그래봤자 땅 밑으로 다니기에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다행히 늑대들이 테오의 뒤를 따르고 있어 상인들이 길을 비켜주고 있었다.
그때
“뭐냥?!”
테오의 행차를 막는 무리가 있었다. 아니 작은 햄스터 1마리였다.
“당신이야말로 내가 누군지 모르나요? 비켜서세요!”
마법사 협회의 협회장 햄스터 이오나가 테오를 보며 말했다.
“그러는 너야말로 내가 누군지 모르냥?!”
테오가 어서 자신에 대해 말해달라는 듯이 엘카를 기대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