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585)
586화. 까망아, 네가 진짜 멸망의 사도 펜릴이야?
586화. 까망아, 네가 진짜 멸망의 사도 펜릴이야?
자신이 사는 세상이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고고한 늑대 펜릴에게 먹히며
“어? 여기는 어디지?”
자연스럽게 펜릴의 배 속에서 살게 된 불행 포식자 모래 악령 아고니.
“모헤헤. 펜릴 님 배 속은 먹을 게 많네.”
아고니는 오히려 펜릴에게 먹힌 걸 좋아했다. 불행이 많았으니까.
그렇게 펜릴 안에서 펜릴의 불행과 펜릴이 삼킨 불행을 먹으며 신나게 배를 채우던 중
-넌 뭐냐?!
펜릴이 뒤늦게 아고니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불행을 포식하다 보니 어느새 펜릴이 의식할 정도로 아고니의 힘이 강해진 것.
-죽어라!
펜릴은 아고니를 발견하자마자 죽이려 했지만
“윽! 펜릴 님, 대화로 해요!”
아고니는 펜릴의 배 속에서 불행을 먹어 치우며, 잡초처럼 끈질기게 살아남아 펜릴이 죽이지 못한 불멸이 됐다.
그리고
-이번에 진짜 재수 없는 놈 들어가니까, 그놈 먼저 먹어. 아니면 나중에 골치 아프니까.
“넵!”
나중에는 펜릴과 공생 관계를 유지하며 아주 행복한 생활을 했다.
하지만
“어?! 펜릴 님?! 여기가 어디지?! 아. 배고프다···.”
펜릴의 코어가 조각나며 어쩔 수 없이 먹이를 찾아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배를 채워줄 불행을 찾아 오랫동안 배회하던 아고니.
그러던 어느 날.
“어?!”
이런 강력한 불행이라니?!
맛있는 불행의 냄새를 맡은 아고니가 흥분했다.
그리고
핥.핥.핥.
“이런···”
정신을 차렸을 때는 열심히 유렌을 핥으며 불행을 포식하고 있었다. 너무 오래 굶어 이성을 잃은 모양이었다.
먹어도 되겠지?
아고니는 주인의 허락도 없이 불행을 먹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떠올리고 잠깐 고민했지만
괜찮을 거야.
보통 자신이 불행을 먹어주면 고마워하기에 아고니는 걱정을 뒤로하고
핥.핥.핥.
다시 유렌의 불행을 포식하기 시작했다.
[불행이 빠르게 줄어듭니다.] [불행을 축복하는 별이 모든 스탯이 1만 상승하는 축복을 내립니다.] [불행이 빠르게 줄어듭니다.] [불행을 축복하는 별이 모든 스탯이 9000 상승하는 축복을 내립니다.] [불행이···]그사이 유렌의 앞에는 불행이 내려가는 메시지가 계속 나타났지만, 유렌은 의식을 잃어 알지 못했다.
잠시 후.
꺼억.
“아. 배부르다. 나머지는 이따 먹어야지.”
아고니는 먹을 걸 먹다 잠든 아기처럼 유렌을 두 손으로 꼭 쥐고
모로롱.
잠들었다.
***
킁킁.
꾸엥!
[여기서 유렌 형아의 냄새가 난다요!]유렌의 냄새를 추적한 꾸엥이가 거대한 바위산을 가리켰고
“푸후훗. 박 회장, 빨리 가자냥!”
세준의 무릎에 매달린 테오가 신난 목소리로 세준을 재촉했다.
“그래. 빨리 유렌을 찾자.”
세준이 서둘러 바위산으로 달려가자
삐욧!
[세준 님, 여기 동굴이 있어요!]미리 주변을 정찰한 삐욧이가 세준을 불렀다.
“그래? 들어가 보자.”
딱.
세준이 손가락을 튕기며 불을 만들어 일행들과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은 깊지 않아 금세 끝에 다다랐고
유렌이다.
세준은 거대한 손에 잡혀 있는 유렌을 발견했다.
거대한 입과 두 개의 손이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이상한 존재. 다른 부위는 없었다.
[불행 포식자 모래 악령 아고니]위에 이름이 쓰여 있지 않았다면 죽은 사체의 일부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때
“응?! 누구냐?!”
쿠구궁.
아고니가 침을 닦으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어?!”
휙.휙.
세준과 일행들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펜릴 님!
아까는 배고픔에 이성을 잃어 까망이의 기운을 느끼지 못했지만, 배가 부르자 세준의 슬링백에 든 까망이의 기운을 느낀 것.
“어? 왜 손을 흔들지?”
“모르겠다냥!”
꾸엥?
[꾸엥이랑 친해지고 싶은 거다요?]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는 세준, 테오, 꾸엥이.
그러나
휙.휙.
야! 눈치 챙겨! 아는 체하면 안 돼!
까망이는 세준에게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걱정하며 다급하게 고개를 좌우로 열심히 흔들었다.
다다다.
그걸로는 안심이 안 됐는지 까망이가 서둘러 아고니에게 달려가
꿍.
박치기를 했다.
끼로롱.
엄로롱.
끼루룽.
···
..
.
모로롱.
까망이 패밀리와 아고니가 잠들었고
후훙.
모래 폭풍이 일어나며 세준 일행을 삼켰다.
***
아고니의 정신세계.
크르릉.
쿵.쿵.
검푸른 늑대가 모습을 드러내자
“오! 펜릴 님, 오랜만이에요!”
보고 싶었어요!
핥.핥.핥.
아고니가 펜릴을 향해 날아가 펜릴의 얼굴을 핥았다. 완전 애완견 같은 모습이었다.
“크르릉. 아고니, 너 때문에 집사한테 걸릴 뻔했잖아! 그리고 위대한 까망이 님이라고 불러라!”
그런 아고니를 무시하며 까망이가 화를 낼 때
“어!? 펜릴 님, 맛이 없어졌네요?”
아고니는 큰 충격을 받았다. 까망이에게서 더 이상 진한 불행의 맛이 나지 않았기 때문.
덕분에 아고니는 까망이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다른 분들은?”
할짝.
아고니가 서둘러 까망이의 뒤를 따라온 엄돌이, 꼬미 등 다른 부하들의 몸도 혀로 핥아봤지만, 다들 싱거운 불행의 맛이 났다.
그사이
크르릉.
까망이와 부하들이 아고니를 포위했다. 당연히 소멸시키기 위해서였다.
자신에게는 익령(益靈)이었지만, 아고니의 본질은 악령.
그래서 아고니를 세준에게 붙여 불행을 없애주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불행 없는 세상.
까망이와 부하들은 그런 곳들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많이 봤다.
멸망.
불행이 없으면 행복할 것 같지만, 불행이 없는 행복은 고삐 풀린 말과 같았고
끝없이 행복을 향해 달려가다 혼자 고꾸라지며 멸망한다.
그건 개인에게도 해당하는 사항. 개인에게는 그 멸망이 더 빠르게 다가온다. 주어진 삶을 다 살지 못할 정도로 짧게.
그래서 까망이는 세준에게 위협이 될지도 모르는 아고니를 없애려 했다.
유렌의 불행이 좀 안됐긴 했지만, 오히려 테오에게는 도움이 된다.
그러니 자신의 비밀을 발설할 위험이 있는 아고니는 더욱 살려둘 필요가 없었다.
“어?! 펜릴 님, 설마 절 죽이실 건가요?! 왜요?! 우리 잘 지냈잖아요!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고고한 늑대 펜릴 님, 살려주십시오!”
뒤늦게 분위기를 파악한 아고니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까망이에게 외쳤다.
“크르릉. 위대한 까망이 님이라고 부르라고! 집사가 지어준 이름으로 불러!”
쾅!
“껙!”
분노한 까망이가 앞발로 아고니를 때렸다.
그때
“까망아, 네가 진짜 멸망의 사도 펜릴이야?”
까망이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
조금 전.
“윽!”
아고니가 만든 모래 폭풍에 휩쓸린 세준과 일행들.
여기가 어디지?
세준이 이상한 곳에서 혼자 눈을 떴다.
테오와 꾸엥이는 정신세게로 이끄려는 모래 폭풍에 저항했고 삐욧이는 빠르게 피해 버렸다.
정신세계인가?
여러 번 경험했기에 세준은 본능적으로 이곳이 정신세계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근데 아무도 없나?
주변을 둘러보던 세준의 눈에 멀리 서 있는 까망이의 거대하고 듬직한 모습이 보였다.
우리 까망이다!
혼자 있는 게 불안했던 세준은 서둘러 까망이에게 다가가다
‘우리 까망이가 펜릴이라고?!’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고고한 늑대 펜릴?!
까망이와 아고니의 대화를 듣고 당황했다.
펜릴의 코어 조각만 보면 흥분하며 달려드는 까망이.
멸망의 사도들을 쉽게 퇴마하는 까망이.
세준의 머릿속 기억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냥 공을 좋아하고 퇴마랑이라 퇴마를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한 번도 멸망의 사도라고 의심하지 않았지?!
자신을 책망하는 세준.
하지만 위대한 용들조차 의심하지 못할 정도로 슈퍼 개복치 까망이와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고고한 늑대 펜릴 사이의 괴리감은 너무나도 컸다.
세준은 듣고도 믿기지 않아
“까망아, 네가 진짜 멸망의 사도 펜릴이야?”
까망이에게 직접 물었다.
“어···그게···.”
까망이는 언젠가 이날이 올 거라 생각은 했지만, 세준이 묻자 말문이 막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맞구나.”
까망이의 반응으로 세준은 까망이가 멸망의 사도 1좌 펜릴이 맞음을 확신했다.
동시에 까망이 패밀리에게 거리감이 들었다.
슈퍼 개복치 퇴마랑 까망이가 이끄는 멸망의 사도와 멸망의 사도 1좌 펜릴이 이끄는 멸망의 사도는 느낌이 상당히 달랐다.
······
세준과 까망이 패밀리들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흐를 때
“푸후훗. 위대한 하이브리드 박 회장, 나 테 부회장이 왔으니 이제 걱정 말라냥! 초초거대 박 회장, 혼내주라냥!”
쾅!
“껙!”
뒤늦게 세준이 아고니의 정신세계로 들어간 걸 깨달은 테오가 초초거대 박 회장을 데리고 나타나 아고니를 제압했고
“푸후훗. 아고니, 도장 찍어라냥!”
“네! 찍을 테니 살려만 주세요!”
아고니는 테오에게 도장이 찍히며 세준 컴퍼니의 불멸 정직원이 됐다.
그리고
“냥?! 아고니, 다시 유렌의 불행을 뱉어내라냥!”
“죄송합니다! 이미 소화됐어요!”
유렌의 불행 돌려놔라냥!
현실로 돌아온 테오는 야구공 크기로 작아진 아고니의 멱살을 흔들며 극대노했다.
“우헤헿. 불행이 많이 없어졌다.”
물론 유렌은 아주 좋아했고
삐욧!삐…욧?
[이제 좀 편해지겠네요! 아···아닌가?]삐욧이는 유렌의 불행이 작아진 걸 기뻐하다 테오의 반응을 보고는 싫은 척을 했다.
그렇게 테오와 아고니, 유렌, 삐욧이로 인해 소란스러울 때
“······”
세준은 굳은 표정으로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낑···
[얘들아, 짐싸···]까망이는 부하들과 조용히 짐을 챙기며 떠날 준비를 했다.
세준 곁에서 좀 더 행복을 누리고 싶었지만, 지은 죄가 많은 자신들에게는 너무 큰 욕심이었던 것 같았다.
집사도 이런 우리는 부담스러울 거야.
그렇게 까망이 패밀리가 각자 작은 봇짐을 메고 떠날 준비를 할 때
[탑의 관리자가 솔직히 멸망의 사도들에게 멸망당한 세상이 너무 많아 죄가 없던 것처럼 용서받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역시 그렇지?”
세준은 에일린과 까망이 패밀리를 구제할 방법에 대해 대화를 하고 있었다.
[탑의 관리자가 그래도 까망이가 멸망의 사도들을 전부 회유하는 공을 세웠고 다른 애들도 도움을 주고 있으니 조금은 정상참작이 될 거라고 말합니다.] [탑의 관리자가 자신도 까망이 패밀리의 죄를 줄일 방법을 생각해 볼 테니 그대는 힘내라고 말합니다.]“응. 고마워.”
에일린과의 대화를 끝낸 세준.
“야! 까망이! 어딜 도망가?!”
아. 너무 정들었어.
낑?!
몰래 도망치려는 까망이 패밀리를 붙잡아 슬링백에 넣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앞으로 매일 착한 일 3번씩 해! 알았어?!”
과거에는 멸망의 사도 1좌 펜릴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우리 까망이야. 나도 노력할게.
세준은 자신이 직접 까망이 패밀리를 데리고 다니며 죄값을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면 완전히 용서받지는 못해도 나중에 죄가 조금은 가벼워질 거다.
낑?
[집사야, 우리 안 버릴 거야?]“당연하지. 우린 가족이잖아. 이제 나한테 속이는 거 있으면 안 돼. 알았지?”
끼흑흑.낑!낑!낑!
[흑흑. 알았어! 위대한 까망이 님, 집사 안 속여! 그리고 앞으로 착한 일 열심히 할 거야!]“윽윽. 저···저는 하루에 착한 일을 5개씩 하겠습니다!”
끼룩!
샤라랑!
···
..
.
세준이 자신들을 그냥 보내지 않고 잡아준 것에 기뻐하며 까망이 패밀리가 눈물을 펑펑 흘렸다.
“뭘 울고 그러···냐?”
세준이 까망이 패밀리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 때
낑···
[집사도 울면서···]까망이도 세준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핥아줬다.
그리고
“박 회장, 왜 우냥?!”
꾸엥?!
[누가 아빠 괴롭혔다요?!]테오와 꾸엥이도 서둘러 세준의 얼굴에 달라붙어 눈물을 닦아줬다.
“이것들아, 침 좀 그만 발라···.”
입탑 561일 차. 오늘도 세준 패밀리의 유대는 아주 끈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