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59)
59화. 명예가 떨어지다.
59화. 명예가 떨어지다.
조난 232일 차 점심을 먹고 먹구름 만들기를 연습하며 테오, 흑토끼, 꾸엥이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을 때
쿵.쿵.
크엉!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거대한 나무의 몸통을 가져왔다.
요즘 회색토끼들이 나무로 의자, 침대, 진열장 등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순찰을 나갈 때마다 나무를 가져오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데…”
세준이 벽돌집 뒤에 산더미처럼 쌓인 나무들을 보면서 말했다. 나무를 갖다 달라고 하기는 했지만, 최근 며칠은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2~3시간마다 나무를 가져오고 있었다.
쾅!
엄마 크림슨 자이언트 베어가 나무를 내려놓고 다시 순찰을 나가자
폴짝!
나무 공예가 회색토끼가 손질을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도끼로 나무를 자르려 할 때
뿌드득.
나뭇가지가 빠르게 움직여 회색토끼의 몸을 옥죄었다.
쩌어억.
나뭇가지의 옹이처럼 생긴 부분에서 테니스공 크기의 붉은색 열매 하나가 튀어나오며 입을 벌려 회색토끼를 잡아먹으려 했다.
삐릭!!!
“토끼야!”
푹.
세준이 회색토끼를 구하기 위해 서둘러 단검으로 열매를 반으로 베었다.
그때
……
[모두 이곳으로…있다.]열매에게서 말이 들려왔다.
“무슨 소리야?”
세준이 좀 더 자세히 들어보려 했지만
[타락한 대형 엔트의 식육 열매를 처치했습니다.] [경험치 50을 획득했습니다.]이미 나뭇가지는 죽은 후였다.
“타락한 엔트?”
이 나무 몬스터였어?! 가끔 나무에서 혈흔이 보이거나…피냄새가 나는 게 이상하기는 했다.
하지만…
“다른 몬스터의 피라고 생각했지.”
진짜 몬스터일 줄이야.
“근데 ‘모두 이곳으로’는 무슨 뜻이지? 그리고 뭐가 ‘있다’는 거야?”
세준은 일단 독꿀벌들에게 정찰 범위를 늘리라고 지시했다.
다음 날 아침.
밀짚모자를 쓰며 벽돌집에서 나온 세준의 어깨에 독꿀벌 하나가 앉았다.
그리고
위잉.
[3번 배럭, 순찰 보고.]위잉.
[주변에 수상한 건 없어요.]3번째 독꿀벌 여왕의 벌집에서 나온 독꿀벌이 순찰 결과를 세준에게 보고했다.
“응. 수고했어.”
부비부비.
세준의 말에 독꿀벌이 세준의 얼굴에 자신의 몸을 비비고 동료들을 향해 날아갔다.
위잉.위잉.
3번째 독꿀벌 여왕의 벌집에서 나온 독꿀벌들은 이제 꽃이 피기 시작한 넓은 지상밭에서 열심히 꽃가루와 꿀을 채취하고 있었다.
세준이 한 달 반 전에 옥수수 3000개와 방울토마토 1000개를 심은 밭으로, 옥수수 1951개, 방울토마토 650개가 끝까지 자라 꽃을 피웠다.
발아율 65%. 씨뿌리기의 레벨이 올라가며 전보다 발아율이 상승했다.
위잉.위잉.
꽃가루와 꿀을 채취한 독꿀벌이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3번째 독꿀벌 벌집은 대파밭 근처에 벽돌을 쌓아 만든 구조물 안에 있었다.
중간중간 독꿀벌들이 들어갈 구멍들이 여러 개 있고 벽돌로 만들어져 튼튼했다.
그렇게 세준이 독꿀벌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
삐익!
뺘아!
뺙!
토끼들이 세준을 부르며 재촉했다.
“알았어. 이제 수확할게.”
오늘은 지상과 동굴에 1000개씩 심은 당근을 수확하는 날이었다.
쑥.
세준이 당근밭으로 가 당근 줄기를 잡아당기자 토실토실하게 자라난 당근이 뽑혀 나왔다.
그렇게 당근 20개를 수확하고
오도독.
세준과 토끼들이 당근을 하나씩 먹기 시작했다. 확실히 C급은 맛이 달랐다.
“맛있다. 우리 하나씩 더 먹자. 그래야 민첩이 올라가서 더 빨리 일을 끝내지.”
삐익!!!
뺘아!!!
뺙!!!
세준의 말에 흥분하는 토끼들. 그들에게 민첩은 중요하지 않았다. 당근을 더 먹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할 뿐. 그들은 결국 당근 20개를 전부 먹고 일을 시작했다.
쏙.쏙.쏙.
당근 6개를 먹고 민첩이 3이나 상승한 세준이 엄청난 속도로 당근을 뽑자 당근 수확은 1시간도 안 돼 끝났다.
삐익.
뺘아.
뺙.
토끼들이 동굴 저장고에 가득한 당근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을 때
“세준 님, 저희가 왔습니다.”
“위…위대한 검은 용 세준 님을 뵙습니다.”
엘카가 처음 보는 늑대 2마리를 데리고 왔다. 테오도 다시 거래를 하러 탑을 내려가야 되기 때문에 엘카가 자신을 대신해 탑 67층에 칼날 이파리를 배달할 늑대들을 데려온 것이다.
“말카이라고 합니다.”
“보로리라고 합니다.”
늑대들이 꼬리를 열심히 흔들며 세준에게 자기 소개를 했다.
“응. 말카이, 보로리 앞으로 잘 부탁해.”
“맡겨주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세준에게 인사를 한 늑대들이 칼날 이파리를 실었다. 그리고 테오가 세준의 벽돌집에서 봇짐을 들고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박 회장, 다녀오겠다냥.”
세준의 무릎과 떨어지고 싶지 않은 테오가 세준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말했다. 세준의 무릎에 자신의 체취를 묻혀 ‘주인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세준의 무릎을 노리는 건 흑토끼와 꾸엥이뿐이지만, 왠지 세준의 무릎을 노리는 존재가 늘어날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무릎 간수 잘하라냥!”
“그게 무슨 소리야? 잘 다녀와.”
세준이 자신의 다리에 달라붙은 테오를 떼내며 말했다.
“우냥…알겠다냥! 갔다오겠다냥!”
불안한 표정의 테오와 늑대들이 함께 탑을 내려갔다.
***
“모두 수고했어. 5일간 쉬고 다시 탑 39층 수색을 이어간다!”
“네!”
피닉스 길드의 길드장 레온의 말에 길드원들이 대답하며 탑을 빠져나갔다.
해독의 대파를 구해온 공로로 치명적인 타란툴라의 최초 공략에 참가한 김동식도 탑을 나왔다.
그리고 검은 탑을 나오자마자 바로 옆에 있는 각성자 협회 건물로 한태준을 찾아갔다. 자신의 스승에게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건네기 위해서였다.
한국 각성자 협회 협회장실.
영하 30도로 맞춰져 있던 실내 온도가 협회장실은 이제 영하 35도로 맞춰져 있었다. 화염의 저주가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동식아 이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박세준 군이 기른 거라고?”
한태준이 자신의 손에서 빛을 내고 있는 황금색 고구마를 보며 물었다.
“네. 아이템 설명에 나온 그대로입니다. 제가 태양의 호박고구마에 있는 화염 내성 옵션을 보고는 스승님을 위해 고양이 유랑 상인에게 사정사정해서 얻어왔습니다.”
테오가 자신의 실수를 숨기기 위해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떠넘기듯이 판 것이지만, 김동식은 스승에게 조금이라도 더 점수를 따기 위해 약간의 과장을 보탰다.
“그래. 동식아 고맙다. 1대1 대련을 거부할 기회를 3번 주지.”
한태준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자신의 제자들은 이 보상을 가장 좋아했다.
“감사합니다!!!”
구타 방지권 3회를 얻은 김동식이 기쁘게 대답했다.
“그만 가봐라.”
“네.”
김동식이 나가자
아그작.
한태준이 태양의 호박고구마의 껍질을 까지도 않고 통째로 씹어 먹기 시작했다.
우적.우적.
“오!”
화염 내성 옵션이 중요했기에 맛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는데 씹으면 씹을수록 진한 단맛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섭취했습니다.] [지방 200g을 분해해 5시간 동안 화염 내성이 증가합니다.] [재능 : 약발의 효과로 약효가 30% 강화됩니다.] [화염의 저주가 일시적으로 해제됩니다.]화염 내성이 크게 증가하며 몇 시간 동안이지만, 화염의 저주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크하하하! 좋아!”
한태준이 서둘러 태양의 호박고구마를 챙기며 일어났다. 자신에게 저주를 건 탑 52층의 보스를 쳐 죽이기 위해서였다. 지금 상태라면 충분히 놈을 죽일 수 있었다.
“김 비서! 나 탑에 들어갔다 올 테니까 누가 나 찾으면 휴가 갔다고 해!”
한태준이 협회장실 밖에서 대기하는 김 비서에게 소리치고
쨍그랑.
건물 30층에서 창문을 깨고 뛰어내렸다.
쾅.
“협회장님! 그럼 내일 있을 세계 각성자 협회 회의는…?!”
한태준의 목소리를 들은 김 비서가 서둘러 문을 열었을 때는 이미 협회장실은 텅 비어있었다.
한태준이 다시 탑을 오르기 시작했다.
***
“여기가 탑 67층이냥?”
“네. 이쪽으로 오시죠.”
엘카가 테오를 자신의 부족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크르릉.
크릉.
그곳에는 100마리 정도의 4~5m 정도 크기의 은빛 늑대들이 모여있었다.
“인사해라. 이분이 우리가 모시는 테 대표님이다.”
“테 대표님을 뵙습니다.”
“그래! 반갑다냥!”
100마리의 늑대들이 엎드려 자신에게 인사를 하자 테오는 가슴이 웅장해지는 것을 느꼈다.
‘푸후훗. 역시 박세준과 함께하는 나는 무적이다냥!
“잠깐 주변을 구경하고 살펴보고 오겠다냥.”
기분이 좋아진 테오가 탑 67층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칼날 이파리로 인해 조금씩 레드 로커스트를 몰아내면서 제법 넓은 땅을 다시 확복하고 있었다.
그때
“저 고양이가 그 위대한 검은 용의…”
후방에서 쉬고 있던 리자드맨들과 자유 용병 그리고 마법사들이 테오를 힐끗힐끗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푸후훗.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 치명적인 노란 고양이 테오 박 님을 알아보는 것이냥?’
테오가 위풍당당하게 턱을 치켜들고 탑 67층의 존재들이 자신의 치명적인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테 대표님, 죄송합니다.”
멀리서 그런 테오를 보면 엘카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엘카는 칼날 이파리를 탑 67층에 배달하면서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
주된 내용은 ‘위대한 검은 용이 돈을 엄청나게 밝힌다.’
이번 칼날 이파리의 거래로 인한 것 같았다. 사실이기는 했지만, 위대한 검은 용을 모시는 입장으로 세준의 명예가 깎이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엘카는 거래할 때마다 리자드맨들에게 다른 정보를 흘렸다.
“위대한 검은 용의 부하 중에 테오라는 고양이 유랑 상인이 있는데 엄청나게 돈을 밝혀. 이번 거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테 대표가 주도한 거야.”
그렇게 엘카가 몇 번 테오를 팔자 탑의 존재들은 역시 위대한 검은 용께서 돈을 밝힐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위대한 검은 용의 명예를 지킨 것이다.
대신 테오의 명예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원래 큰 명예가 없었기에 떨어질 명예도 없었지만, 0에 가깝던 명예가 바닥을 뚫고 마이너스로 변하며 0과 멀어지며 악덕 상인 테오에 대한 소문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푸후훗. 뭐냥? 다들 황송해서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는 거냥?’
테오만 자신의 악명을 모르고 있었다.
“테 대표님, 이제 내려가시죠.”
“알겠다냥!”
엘카가 들키기 전에 서둘러 테오를 데리고 탑을 내려갔다.
***
조난 235일 차 새벽.
삐이!!!
동굴에서 아내 토끼의 비명이 들려왔다. 산통이 시작된 것이다.
끼이익.
세준이 서둘러 문을 열고 벽돌집을 나왔다. 만일을 대비해 동굴에 내려가 있을 생각이었다.
그때
뿌득.뿌득.
뭔가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야?”
세준이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자 키 50cm에 세준의 손목 굵기의 나무들이 이족보행을 하며 동굴로 접근하고 있었다.
[타락한 엔트의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몬스터였다.
“흑토끼 침입자다!”
세준이 서둘러 단검으로 눈앞의 나뭇가지 정찰병을 찌르며 흑토끼를 불렀다.
[타락한 엔트의 소형 나뭇가지 정찰병을 처치했습니다.]뺙!
세준의 외침을 들은 흑토끼가 자신의 무기인 해머를 들고
뾱!뾱!뾱!
나뭇가지 정찰병들을 후드려 팼다. 순식간에 주변에 있던 나뭇가지 정찰병 8마리가 쓰러졌다.
그때
뿌득.뿌득.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나뭇가지 정찰병이 다가오고 있었다.
쉽지 않은 새벽이 될 것 같았다.